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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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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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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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9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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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DUMMY

갑자기 등장한 프롬프터는 기사 댓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 대한 기사 댓글이 아니었다.


[현재 벤처 신화 최재호 사장과 이혼 소송 중인 톱스타 여배우 오소영 기사마다 베플이 오소영 찬양 댓글인데 전부 알바 댓글임. 둘 다 워낙 유명인이다 보니 법정 싸움 외에 언론 플레이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임. 사실 오소영은 처음 뜰 때부터 조직적인 알바 댓글로 뜬 케이스임. 오소영 기사 찾아보면 베플들이 밑도 끝도 없이 오소영 너무 예뻐요, 오소영 사랑해요, 오소영 응원해요 이런 글들임. 처음에는 소속사 직원들이 친구 친척까지 동원하고 그러다가 이후에는 매크로 돌리다가 지금은 아예 처음부터 인공지능 쓰고 있음]


여배우 오소영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언제나처럼 나의 프롬프터는 팩트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소영 기사들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베플들이 단문이었다.

오소영 사랑합니다, 오소영 응원합니다, 오소영 현명합니다, 오소영 똑똑합니다, 오소영 매력 넘쳐요, 오소영 행복하세요 등등.

두 줄 이상 되는 베플은 거의 없었다.


아카이브 오래 전 다른 댓글들도 검색해 보았다.

하나같이 다 그러했다.

설명도 없고 밑도 끝도 없었다.

그냥 찬양하는 단문들인데 대체 왜 이 글에 이렇게 공감이 많이 찍혀 있는지.

그리고 이전에 나는 왜 이런 걸 의심해보지 못했던 건지.


‘‘뭐 하냐?’’

‘‘댓글 조작하고 있어.’’

‘‘댓글 조작?’’

‘‘응. 엄밀히 말하면 댓글 조작한 댓글에 대댓글로 이거 댓글 조작한 댓글이라고 댓글 조작하고 있어.’’

‘‘아이, 또 뭔 개소리야. 야! 됐고, 전화 왜 했냐면 .....’’

‘’자, 잠깐만.’’

‘‘아이 씨이.’’

‘‘......’’

‘‘야! 뭐해? 진짜 뭐 딴 짓 해?’’

‘‘ ......’’

‘‘아이, 진짜. 알았어, 알았어! 끊었다가 좀 이따 다시 걸게.’’

‘‘..... 최엠씨님?’’

‘‘응. 됐어?’’

‘‘본인도 댓글 알바 쓰심?’’

‘‘뭔 소리야?’’

‘‘불현 듯 생각나서 지금 님 기사 좀 검색해 보니 전부 베플이 최웅 넘 멋져요. 최웅 방송 진짜 잼 있음. 최웅 방송 천재. 최웅 정말 똑똑함. 뭐 이런 것밖에 없네. 애초 댓글 자체도 많지도 않지만.’’


핸드폰 너머에서 최웅의 킥킥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진짜 요즘 이 자식 진짜로 신들렸나. 야! 그거 울 애들이 장난으로 쓴 거야. 지들 친구들이랑. 내 기사마다 댓글이 넘 안 달렸다고. 됐냐?’’

‘‘역시나. 세상은 전부 조작. 드러난 것 중 팩트는 그저 한줌 뿐.’’

‘‘아주 시를 써라, 시를 써.’’

‘‘그건 그렇고 또 무슨 일?’’

‘‘내일 비정치토론 코너 게스트들이 막 섭외되어서. 명단 궁금하지 않냐?’’

‘‘뭐 요즘에 워낙 신이 들리다보니 방송 10분전에 게스트 결정되어도 난 별로 걱정이 안 된다네.’’

‘‘응. 근데 이번에는 걱정 좀 해야 될 거야.’’

‘‘누군데?’’

‘‘진짜 이건 대박이야, 대박. 이건 우리 밖에 섭외할 수 없는 조합이야.’’

‘‘누구냐니까?’’

‘‘김용국과 우진태.’’

‘‘뭐, 뭐, 뭐야?’’

‘‘킥킥킥. 너도 상상도 못했지?’’

‘‘야, 이 시발.’’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그럴 만한 인물들이었다.


‘‘왜, 인마. 방금 전에는 방송 10분 전에 게스트 결정되어도 아무 걱정 없다며?’’

‘‘뭐긴 인마. 아니, 우리 방송에 그런 노친네들을 왜 불러들여?’’

‘‘왜 불러들이기는요. 지난주에 MZ 젊은 여성 정치인들 불렀잖아요. 이번에는 원로 정치인 모셔야 균형이 맞춰지죠.’’


김용국과 우진태 사이에서 방송한다는 것.

이건 중구난방에서 정원택과 김여중 사이에 있는 것보다 더더욱 숨 막히는 상황이다.


김용국.

10년 전 정계 은퇴한 보수 성향 정치인.

현역 시절 보수 꼴통 중의 꼴통으로 유명했던 정치인.

기무사령부 전신인 보안사 장군 출신답게 허구 헌 날 철 지난 색깔론을 펼치는 걸로 유명했다.


우진태.

최근 총선 불출마와 함께 정계 은퇴를 선언한 진보 쪽 정치인.

김용국이 꼴통 스타일이라면 이 사람은 꼰대 스타일이다.

국회와 방송 등에서 종횡무진 남 가르치려 드는 걸로 유명해서 다들 학을 떼었다.

이번 총선 불출마가 진짜로 정계 은퇴인지 아니면 지자체 선거 등 다른 속셈이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야! 그냥 코너 없애!’’

‘‘뭔 코너 없애? 지난주에 대박 났잖아. 니 후배, 이름 뭐냐, 배은정이, 이번에 거의 공천 확실시되고 인지도도 엄청 높아졌더만.’’

‘’......’’

‘‘반면 지난번 너 개쪽 주었던 고연아는 완전 비호감으로 낙인 찍혔던데. 걔는 댓글 알바 매크로 써도 구제 불능 되었던데, 킥킥킥.’’

‘‘......’’


지난주 나도 방송 정말 잘 끝낸 줄 알았다.

아끼는 후배 배은정을 디스하는 척 하면서 오히려 그녀를 띄워주는 전략.

반면 과거 토론장에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던 악연 고연아에게는 아부하는 척 하면서 오히려 그녀를 비호감 덩어리로 만든 전략.


방송 중에는 모든 게 내 뜻대로 다 되었는 줄 알았건만.

방송 다 끝나고 대기실에서 잠시 차담회를 하던 중 나타난 프롬프터에 따르면,


남편과 한 없이 잉꼬부부인 줄 알았던 배은정은 실지로 지금껏 세 번 정도 외간 남자와 일탈을 한 전력이 있었고,

지랄 맞은 성격에 달콤한 연애 같은 것과는 애초 그림이 안 그려질 것 같던 고연아는 생각지도 않은 순애보의 주인공이었다고 한다.


그것 역시 세상에 드러난 것 중 팩트는 한줌에 불과하다는 팩트를 절감하게 해 주는 사건이었다.



+++



지난 주 내가 했던 방송이 진실과 다소 거리가 있던 방송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시점에서,

별로 내키지 않은 게스트들까지 초대되었다니 솔직히 발걸음이 좀 무거웠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 코너 진행할 강대구 소장이라고 합니다. ’’


대기실에 이미 김용국과 우진태가 일찌감치 도착해서는 차를 한잔씩들 하고 있었다.

사실상 은퇴한 입장인 두 사람 다 집에서 마누라한테 삼식이 소리 듣기 싫어서 일까?


‘‘아이고! 요즘 중구난방 잘 보고 있습니다.’’

‘‘활약이 대단하시더군요.’’


좀 의외였다.

두 사람 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냥 앉은 채로 반말로 인사해도 별로 놀랄 일 없던 나로서는 약간은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80이 넘은 김용국과 70이 거의 다 되어가는 우진태.

게다가 보수 꼴통, 진보 꼰대로 유명한 두 사람이니.


‘‘혹시 두 선생님, 저희 코너 컨셉은 좀 아시고 오셨나요?’’

‘‘예, 대충이요.’’

‘‘작가한테 전화로도 듣고, 와서도 듣고.’’


두 사람 다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저희 코너 이름이 비정치토론입니다. 그러니까 총선 앞두고 정치인을 불러다가, 아니 모셔놓고서는 정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컨셉이죠. 인터넷 방송이 원래 이런 마이너한 컨셉으로 먹고 사는 거거든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재미있겠네.’’


두 사람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두 분은 이미 정계에서 은퇴하신 분이니까요. 총선 정국이고 하니 조금 정치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거든요. 사실 저희 이 코너 아직 자리를 못 잡고 있어서요. 언제든지 변환 가능하답니다, 하하하.’’


내가 머쓱하게 웃어보였지만, 두 사람은 손사래 치기 바빴다.


‘‘에이, 우리는 정치 이야기 안 해.’’

‘‘그래요. 뭣 하러 골치 아프게 여기까지 와서 정치 이야기를 해요.’‘’

‘‘다른 데서 총선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우리는 그냥 라이트하게 사는 이야기나 좀 하다 갑시다.’’

‘‘나나 김의원님이나 정치 이야기 하는 거면 안 나왔지. 원래 다른 데서도 섭외들 많이 들어오는데 일부러 정치 이야기 안 하려고 다 거절하고 여기 나온 건데. 최웅씨가 내 아들 친한 선배이기도 해서.’’


두 사람 다 지금으로서는 농으로 하는 말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과연 가능할까?


뭐가 뭐를 못 끊는다고.

조금이라도 틈만 보이면 정치 이야기 나오고 꼴통 같은 이야기 꼰대 같은 이야기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뭐요?’’

‘‘혹시 두 분 저희 프로 이전에 보신 적 있으신가요?’’

‘‘난 워낙 인기 있다고 해서 시사팩폭쇼 이름은 들었는데, 마음잡고 본 적은 솔직히 없어요. 짧은 거, 그 뭐야, 쇼츠로는 몇 장면 본 것 같고.’’


김용국이 먼저 대답했다.


‘‘난 아까도 말했지만 최웅이 내 아들 친한 선배라서. 자주 봤어요. 진짜 방송 재미있게 잘 하더라고.’’

‘‘아! 그러시군요. 그럼, 이 말씀 좀 미리 드릴게요. 저희 주 시청자 층이 20대부터 40대까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좀 자유롭고 격의 없는 분위기에서 입을 터는, 아니 말을 하는 그런 프로거든요. 그래서 .......’’


내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두 사람이 손사래를 또 쳤다.


‘’무슨 말인지 알아요, 알아. 아이, 우리가 무슨 노친네라고 무시하는 건가. 인터넷 방송 분위기 어떤 건지 대충은 알아요.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에이, 나도 그런 분위기가 좋아서 나온 거라니까 그러네. 우리 둘 다 은퇴했으니까 편하게 갑시다, 편하게.’’


이것 역시 말들은 이렇게들 하고 있지만 과연 그대로 될까?

내가 자유롭고 격의 없게 하겠다는 건 그들이 생각하는 선을 훌쩍 넘는 것일 텐데.

좀만 선을 넘으려 들면 바로 태클 들어오고 버럭 소리 지르고 꾸중하고 설교하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


프롬프터야, 어째 이번에 진짜 니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것 같다.

좀 내가 쫄릴 것 같으면, 얼른 저 두 양반 캐비닛 좀 열어줄래?



+++



‘‘자! 시사팩폭쇼 지난 주 대박 난 코너죠? 방송 중 게스트가 뛰쳐나간 코너. 총선 정국에 정치인 보고 정치 이야기 하지 말라고 반 고문하는 코너. 비정치토론. 오늘은 정말 어마 무시한 두 분을 모셨는데요? 강대구 정치연구소 소장님!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최웅의 오프닝 멘트를 받아 내가 입을 열었다.


‘‘예, 오늘 두 분은 간만에 모시게 된 분인데요. 간만이지만 그렇다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그리워하지는 않으실 것 같은 두 분입니다, 하하하.’’


나름 유머라고 치면서 슬쩍 김용국 우진태 눈치를 살폈다.

그들 입가에 은은하게 배어있는 미소, 저게 과연 오늘 방송 끝까지 남아있을 수 있을까?


‘‘김용국 우진태, 우진태 김용국 두 전직 의원님을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하하하.’’


두 의원이 카메라를 향해 꾸벅 인사를 건넸다.

아직까지는 다른 젊은 출연자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우선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요. 김용국 의원께서는 뭐 정계 은퇴하신 지 벌써 10년이 넘었으니까 확실히 은퇴하신 거 확인이 되었는데요. 반면 우진태 의원님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하면서 정계 은퇴를 하셨는데, 진짜 정계은퇴를 하신 건지. 아니면 정치인들 흔히 하는 그거 있잖습니까, 더 멀리 뛰기 위해 반보 뒤로 가서 움츠리기. 그걸 실행하고 계신 건 아니신지 대답부터 좀 듣고 싶은데요?’’


내 첫 질문에 우진태가 즉각적으로 답했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 보고 다음 지자체 선거에 나가려고 그러냐느니 아니면 국회 사무총장 자리나 다른 좋은 기관장 자리 낙점 받아서 그러냐는 거니 말들도 많고 의혹의 시선들도 많은데요. 전부 아닙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만약 혹시 오보라도 그런 뉴스 나오면 저 혀 깨물고 바로 자살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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