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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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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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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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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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0화

DUMMY

평소 크게 관심 없던 두 남녀 연예인 결혼.

그들이 기획한 다소 미스터리한 짜고 치기 시나리오.


프롬프터 덕에 그 내막을 알게 되었지만, 딱히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이유가 지극히 사적인 것이었으니까.


그런 내가 입장 선회를 하기로 한 데는 오기 넘치는 오기자가 전해 준 이초희의 네티즌 악플에 따른 심적 고통,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유가 있었다.


‘‘저기 .......’’


게스트 중에 한 사람, 가수 윤빈이 손을 들며 발언을 요청했다.


‘‘예, 윤빈씨.’’

‘‘저 사실 민훈이 형이랑 좀 친분이 있거든요.’’

‘‘아! 그래요?’’

‘‘예. 제가 조태원 형이랑 같은 소속사인데요. 태원이 형이 민훈이 형이랑 작년에 영화 같이 찍으면서 많이 친해져서요. 그래서 저도 같이 술자리에 몇 번 끼었었거든요.’’

‘‘그럼, 김민훈씨 술버릇 좀 알겠네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좀 가기 그랬거든요.’’

‘‘소문 때문에요?’’

‘‘예. 민훈이 형 생긴 것도 좀 무섭게 생긴데다가 신인 때부터 술 마시다 싸운 걸로 몇 번을 파출소 들락날락거린 거 아니까요. 근데 태원이 형이 걱정 말라고. 자기가 다 책임진다고. 그래서 몇 번 같이 마셔봤는데요 ......’’


나를 비롯해 다들 귀를 쫑긋 세웠다.


‘‘ ....... 근데 진짜 술버릇 좋았어요. 분위기도 잘 살리고 끝까지 흐트러진 분위기도 없고. 진짜 같은 남자가 봐도 상남자였어요.’’

‘‘아니 근데 왜 그렇게 과거에 사고를 쳤대요.’’

‘‘나이 먹고 개과천선하신 건가.’’

‘‘음 ...... 솔직히 그 폭력 사건 연루된 것들에 대해서도 민훈이 형이 이야기 해 준 게 있었는데.’’

‘‘그게 뭔데요?’’

‘‘말해 봐요.’’

‘‘되게 궁금하네.’’


좌중의 사람들이 더더욱 귀를 쫑긋 세웠다.


‘‘근데 이거 막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윤빈이 잠시 주저하는 빛을 보이자 다들 부추기기 바빴다.


‘‘에이, 나쁜 이야기는 아닐 거잖아요.’’

‘‘윤빈씨 음원 지금까지 나온 거 내 다 살게요.’’

‘‘특종 한 번 갑시다.’’

‘‘피디님이 여기 고정자리 준대요.’’


윤빈이 자리를 고쳐 앉더니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음 ...... 우선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이거 민훈이 형이 시킨 거 절대 아니고요. 그리고 요새 따로 그 형이랑 연락해 본 적도 없어요.’’

‘‘예, 알아요. 그러니까 어서요.’’

‘‘민훈이 형이 생긴 게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주로 악역으로 많이 나오고. 운동선수 출신이라 주로 액션영화에 많이 나오고. 그러니까 술자리에서 시비 거는 사람이 엄청 많아요. 저랑 술 마실 때도 서너 번 그랬어요. 그래서 계속 저희 자리 피해 옮겨 다니고 그랬었거든요.’’

‘‘음, 이건 연예인이라면 다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죠. 그럼, 그 사건들도 그런 것들이었나요?’’

‘‘예. 우선 첫 번째 사건은 민훈이 형 완전 쌩 신인 때였는데, 같이 아는 누나들이랑 술자리 하고 있었대요. 근데 남자들이 계속 와서 껄떡대더래요. 그러다 누나 하나 화장실 가는데 쫒아오기까지 해서 그래서 그거 말리다가 엮인 거였대요.’’

‘‘아이고야. 그건 좀 ......’’

‘‘근데 문제는 그리고 나서 좀 유명세를 타고 나니까 그게 일종의 족쇄가 된 거죠. 쟤 악역 자주 나오고 예전에 술 마시다가 사고 친 애 아니야. 뭐 이러면서 시비가 계속 들어오는 거예요. 두 번째는 정말 말 그대로 동네 양아치들이 시비 튼 거 였는 건데요. 다짜고짜 와서 뒤통수 때리더니 나가서 한 번 붙자. 막 이랬대요.’’

‘‘와우! 그럼, 그 상황에서 부처님 아닌 이상 몸싸움 하지 않기가 힘들겠네.’’

‘‘예, 그렇죠. 세 번째는 뭐 고등학생인지 재수생인지 아무튼 조카뻘 되는 애들인데 밥 먹는데 계속 와서 사인 해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처음에 몇 번 해 주는데 알고 봤더니 애들이 그형 밥 먹는데 귀찮게 하고 못 먹게 하려고 일부러 지들끼리 낄낄거리며 장난친 거였대요. 그래서 훈계를 했더니 애들이 다구리로 달려 들더래요.’’

‘‘와! 그 상황도 열라 억울하겠네.’’

‘‘대강 그림이 그려진다.’’


윤빈이 고개를 두 어번 끄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연예인이 술자리에서 먼저 시비 틀 일 거의 없잖아요. 술버릇이 진짜 좋지 않거나 필름이 끊기지 않는 한.’’

‘‘그렇죠. 활동중단이나 퇴출 등 잃을 게 훨씬 많으니까.’’

‘‘같이 마셔보니까 민훈이 형 술 진짜 세고 매너도 엄청 좋은데, 그렇게 이전에 몇 번이나 사고를 쳤다는 게 이상하다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직접 그 형 설명 다 들으니까 납득이 다 가더라고요. 뭐 그렇다고 민훈이 형 잘못이 영 없는 건 또 아닌 게, 그 형스스로 그때는 너무 어려서 순간 욱, 하는 걸 잘 못 다스렸다고 스스로 반성하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이제는 나이 먹고 그래서 그럴 일 없을 거라고 하면서요.’’


가수 윤빈의 동료 연예인 김민훈 변호는 꽤나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실제 변호사인 신선혜도 수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나 요즘 영화감독으로 데뷔해 볼까 하거든.’’


내가 간만에 입을 뗐다.


‘‘아이, 이 오빠는 아까부터 왜 자꾸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해? 그러니 송주나 언니 방송에서도 짤렸지.’’


옆에 있던 홍일점이 귀엽게 미간을 찌푸리며 딴지를 놓았다.


‘‘뭔 봉창을 두드려. 지들이 지금까지 봉창 두드려 놓고서.’’

‘‘우리가 뭔 봉창?’’

‘‘원래 이 사건 본질이 뭐야? 이초희와 김민훈이 왜 오토바이 기사한테 주작 시나리오를 시켰냐 잖아.’’

‘‘그렇지.’’

‘‘근데 뭔 네티즌 악플로 이초희 마음 고생하는 거니 김민훈이 과거 술 마시다 폭행사건 엮인 이야기나 하고 자빠져 있냐고.’’

‘‘듣고 보니 그건 또 그러네.’’


옆에 있던 홍일점에게 시원한 타박 한 번 시전하고 나서 나는 신선혜에게 시선을 돌렸다.


‘‘음, 신변!’’

‘‘예.’‘’

‘‘나 근사한 법정 미스터리 스릴러물 하나 만드려고 하는데 한 번 신경 써서 봐 줄련?’’

‘‘예에? 예, 뭐, 그럴게요.’’


신선혜가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영겁 결에 대답했다.


‘‘자! 그러면 제가 여기 두 분에게 롤을 부여하도록 하죠. 우선 오기 넘치는 오기자님!’’

‘‘예? 저요?’’

‘‘이초희씨에 대해 여기서 제일 잘 아시는 분이시니까 이초희씨 대리인 역할 맡아 주시고요.’’

‘‘그게 무슨 말씀 .....’’

‘‘그리고 가수 윤빈씨!’’

‘‘예? 예.’’

‘‘김민훈씨에 대해 잘 아니까 김민훈씨 대리인 역할 맡아 주시면 될 것 같네요.’’

‘‘대체 뭘 하시려고 그러는 건데요?’’


오기자나 윤빈이나 내가 무얼 꾀하려고 하는지 전혀 눈치 못 채는 기색이었다.

물론 홍일점이나 신선혜나 그 밖의 다른 게스트들 모두 그러했다.


‘‘자! 그럼, 우선 이초희 대리인!’’


내가 오기자를 향해 말했다.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뭘 대리인 하라는 거예요?’’

‘‘법정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라고 했으니까요. 자! 이초희 측 대리인. 그동안 예비 신랑인 김민훈씨에 대한 네티즌들 공격 때문에 마음고생 심한 거 맞으시죠?’’

‘‘예? 예.’’

‘‘실지 김민훈씨 성격은 사귀어보니까 어떻던가요?’’

‘‘내가 어떻게 알아요? 이초희도 아니고.’’

‘‘아니. 이초희씨랑 그렇게 사적으로 만나고 그랬으니 어느 정도는 알 거 아니에요? 아까는 사적으로도 만나는 사이라고 하셨잖아요. 들은 대로 좀 협조 해주시죠. 중학교 직속 후배한테 해 끼칠 일은 절대 아니니까.’’

‘‘아니, 당연히 나한테는 김민훈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했죠. 자기 신랑 될 사람인데.’’

‘‘그렇겠죠. 그럼, 구체적으로 뭐라고 그러던가요?’’

‘‘세상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엄청나게 세심하고 배려심 깊다고요. 남자답게 박력있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평소에는 그렇게 젠틀하고 참할 수 없다고.’’

‘‘좋아요. 평소 연예인들이 악플에 대해 이런 말을 많이 하죠. 차라리 자기는 괜찮은데 가족들이 보고 상심하는 거가 진짜 참지 못하겠다고. 이초희 대리인?’’

‘‘예.’’

‘‘아무래도 이초희 측 부모님들도 예비 사위에 대한 악플들을 보았겠죠?’’

‘‘뭐 잘 모르지만, 당연히 그랬겠지 않았을까요?’’

‘‘그럼, 보고서 많이 상심하셨겠죠?’’

‘’당연하죠. 자기 딸이랑 예비 사위 악플 보고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자! 좋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이초희 씨와 결혼 예정인 김민훈 측 대리인?


내가 이번에는 가수 윤빈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예? 예.’’

‘‘김민훈 씨도 약혼녀 초희씨가 악플들에 가슴 아파하는 거 알고 계셨죠?’’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 ......’’

‘‘이보세요! 대리인!’’


내가 장난스럽게 호통을 쳐댔다.


‘‘김민훈씨한테 직접 못 들었다 쳐도 지금 여기서 우리가 나눈 이야기 처음부터 쭉 듣다 보면 대충 짐작해서 답할 수 있는 질문이잖아요?’’

‘‘예? 그, 그건 그렇죠.’’

‘‘그래서 이초희씨가 민훈씨에게 어느 날 제의 하나를 해오죠? 그렇죠?’’

‘‘예? 무슨 제의요?’’

‘‘어허. 이 양반, 자꾸 남 이야기 하듯이 할래요. 제의 해 왔어요, 안 해왔어요?’’

‘‘예? 아! 예, 해왔다고 치죠.’’


이제부터 나는 프롬프터에서 본 내용을 본격적으로 발설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번 우리 출연한 리얼 예능에서 미담 한 번 제대로 만들어보자. 내가 운전한 차가 지하 주차장을 막 나오려는데 오토바이가 지나가다가 접촉사고가 나는 거야. 근데 나는 차 안에서 시발시발 저기서 니가 왜 튀어나와 하면서 막 쌍욕하고 있는데, 민훈씨가 나를 진정시키더니 차에서 나가서 오토바이 운전사를 일으켜 세우고 사과하고 뭐 그런 걸로 미담 시나리오 한 번 짜보자고. 네티즌도 네티즌들이지만 지금 울 부모님 자꾸 나보고 결혼 정말 강행할 거냐. 소문이 너무 안 좋다.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봐라. 자꾸 그러시거든. 심지어 어제는 두 분이 그 문제 가지고 내 앞에서 대판 싸우기도 했거든, 흑흑흑 .......’’


짝짝짝.


좌중에서 박수 소리 터져 나왔다.

나의 영원한 추종자 신선혜 변호사였다.


‘‘와우! 이게 이렇게 연결되다니. 오빠! 이거 꽤 그럴 듯 한 시나리오인데요.’’


신선혜가 물꼬를 트자 곳곳에서 동조자들이 나타났다.


‘‘그러게요. 그러니까 오토바이 운전사보고 덜 다쳤기에 오히려 돈을 덜 준다는 것도 이제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네요.’’

‘‘맞아요. 그래도 어느 정도 다쳐야 김민훈 배려가 빛을 보지. 즉시 앰블런스 부르고 같이 병원까지 가거나 뭐 그런 거 짰을 지도.’’

‘‘요즘 강오빠,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아니, 왜 이렇게 방송을 공격적으로 잘 해? 예전에는 그냥 당하거나 좀 컨디션 좋은 날은 주워먹기나 하는 게 오빠 정체성이었잖아, 호호호.’’


홍일점에 이어 이초희 대리인 역의 오기 넘치는 기자 오기자와 김민훈 대리인 역의 가수 윤빈이 대미를 장식했다.


‘‘초희 대리인으로서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는 안 해 봤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 같아요. 네티즌 여러분들, 우리 이초희씨나 김민훈씨 너무 안 좋게만 보지 말고 예쁜 사랑 하도록 지켜봐 주세요.’’

‘‘김민훈씨 측 대리인입니다. 저희도 한 말씀 드리자면, 꼭 그렇게 짜고 치는 상황이 아니라 실지로도 그런 접촉사고가 벌어졌다면, 제가 아는 김민훈씨라면 잘잘못 따지기 이전에 무엇보다 먼저 오토바이 운전자 분 몸 상태 확인하고 좀 문제 있어 보이면 같이 응급실까지 따라 갈 정도의 인성 갖춘 분이라는 거, 제 이름을 걸고 확실하게 보장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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