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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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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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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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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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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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DUMMY

방용섭이 여전히 여유 넘치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우선 그 협박 및 위증교사 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 이야기 잠깐 하고 지나갈게요.’’

‘‘어떤 이야기요?’’

‘‘저 얼마 전에 세례 받고 정식으로 기독교에 귀의했습니다. 제 처가 쪽에 목사님이 계시고 제 아내도 신실한 신자라서 그동안 수도 없이 권유가 있었는데 저는 그냥 자유롭게 종교 없이 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정말 신비스런 경험을 했거든요.’’

‘‘어떤 신비스런 경험이요?’’

‘‘그냥 길을 가다가 어떤 음성을 들었어요.’’

‘‘음성이요?’’

‘‘예. 근데 그게 뭐랄까, 어떻게 말로 정의할 수 없는 음성이었죠. 그래서 제가 나름 내린 결론이 뭐냐면, 하나님 음성이라는 거였습니다.’’

‘‘음, 그냥 환청이나 이명인데, 방시장님 혹시 또 오버하시는 건 아닐까요? 하하하.’’


최웅이 과열된 분위기도 가라앉힐 겸 슬쩍 개그를 쳤다.


‘‘아닙니다. 환청이나 이명이기에 뭐랄까, 그 느낌이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이건 정말 인간이나 동물의 목소리 영역이 아니었어요. 방금 말한 대로 어떻게 언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성질의 목소리였다니까요.’’

‘‘근데 갑자기 종교 이야기는 왜요? 저도 교회 다니기는 하지만 말이죠.’’


한소라가 물었다.


‘‘솔직히 제가 저희 채널 운영하면서 오버를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악명도 높았고요. 근데 이제 저도 종교에 귀의하고 나니까 책임감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뭐랄까, 한 마디 한 마디 이제 좀 이전보다 더 신경 쓰고 조심해서 해야겠다고. 그래서 요즘 제 방송에 대해서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되게 유해졌다 이런 댓글도 많이 달리고 있는 실정이죠.’’

‘‘오늘 보니, 별로 달라진 거 모르겠는데, 하하하.’’


최웅이 다시 또 슬쩍 개그를 쳤다.


‘‘만약 그렇다면 제가 아직 하나님을 제대로 섬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아무튼 저 그 협박 및 위증교사 건에 대해서도 하나님 앞에 맹세 드리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이 말을 하려고 앞에 기독교 귀의 어쩌고 빌드업도 한 거고요. 솔직히 정치자금 돈 받은 것도 제 의지가 아니었어요. 정치하는 사람이면 지금 제가 무슨 말 하는 건 지 알 텐데, 가끔 정말 구제불능에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있어요. 사무실에 들어와서 나나 직원들 몰래 뭐 놓고 가는 사람. 그리고 나서 뒤늦게 연락해서 거기에 뭐 두고 왔으니 알아서 쓰라고. 제가 정치자금 엮인 게 바로 그 케이스였어요. 돈 돌려주려고 했는데 그때 타이밍을 제가 좀 놓쳤어요. 급히 돈 나갈 게 있어서 우선 그 돈을 썼어요. 그건 제가 잘못 인정을 해요. 아무튼 그래서 내가 그때 그 돈 심부름 온 사람한테 그랬죠. 그때 허락 없이 돈 놓고 간 거 사실대로만 검찰에서 증언해 달라고. 그런데 당시 진보 정권 내에서 제가 워낙 이런 저런 걸로 대차게 개기다가 핵심 인사들한테 찍혀 있었잖아요. 그러니 검찰도 오더를 받고 저를 죽이려고 작정을 한 거였죠. 그래서 그 돈 심부름꾼한테 사실대로만 이야기 해달라 부탁한 걸 어처구니없게도 협박 및 위증교사로 무리하게 엮으려 든 거였어요. 결국 그 부분은 법정에서 다행히 무죄 판정을 받게 되었죠. 결론적으로 저 협박 및 위증교사 판결 나온 건 전혀 사실무근인 이야기다, 이 이야기 제가 믿기 시작한 하느님을 걸고 분명하게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방용섭의 마치 일장연설처럼 긴 이야기가 마침내 끝이 났다.

마지막에 하나님을 걸고, 라고 말할 때의 그의 목소리는 비장함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제기랄.

역공이 전혀 안 먹혔다.

여기서 저 인간이 하나님까지 들고 나올 줄은 몰랐다.


동서고금 사람들이 가장 민감해지는 두 가지.

상대가 가족과 종교 들고 나올 때 아닌가.


‘‘자! 그러면 다시 또 강소장님 이야기로 돌아가서요 ......’’


이 상황에서 이제 믿을 거라고는 정말 프롬프터 밖에 없다.


‘‘ ....... 첫 번째 학폭 문제 이야기는 뭐 저는 이 이상 더 덧붙일 말이 없고요 ......’’


그런데 프롬프터라는 게 내가 원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 강소장님도 역시 더 이상 덧붙일 말씀 없는 것 같은데 ......’’


느닷없이 지 맘대로 불쑥 나타나는 게 프롬프터다.

어쨌든 이제껏 이렇게 내가 그를 간절하게 갈구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내게는 프롬프터가 지금 하나님 같은 존재다.


‘‘...... 그럼, 이제 학폭 문제에 이어 빚투 문제로 넘어갈까요?’’


잠깐만, 근데 빚투?

학폭과 마찬가지다.

내가 누군가한테 빚을 지고 갚지 않았다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마 또 무슨 이십여 년 전 중고등학교 때 누군가에게 깜박 잊고 못 갚은 일이만원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가?

우선 들어보자.


‘‘강소장님, 혹시 남의 돈 빌려갔다가 안 갚은 거 기억나는 거 있으세요? 우선 자진 납세할 기회 드릴게요.’’


방용섭이 또 다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아니, 뭐 살다 보면 친구 돈 빌렸다가 소액이면 깜박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러다 또 세월이 한참 흐르면서 자칫 망각하며 살 수도 있는 거고요. 설마 무슨 방금 전 학폭처럼 25년 전 중학교 때 이야기 하려는 건 아니죠?’’


내가 다소 언성을 높이며 따지듯이 물었다.


‘‘하하, 소액이 아닙니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흐른 것도 아니에요. 고작 5,6년 전 일이니까요.’’


5,6년 전에 소액이 아닌 거액의 돈?

아! 5,6년 전 전세집 이사 때문에?

맞아, 차도 그때쯤 바꿨었지?


근데 그때 내가 돈을 누구한테 빌렸었나?

아닌데, 은행 대출을 받았었는데?

아니, 큰돈이 그렇게 들어가다 보니 순간 텀이 생기고 그래서 생활비가 좀 부족해서 몇몇한테 손을 벌렸던 적은 있었던 것 같은데.

근데 거액은 아니었을 텐데.

맞아! 그때, 간만에 삘 받아서 고딩 동창 놈들하고 2차 3차에 이어 단란 갔다가 뿜빠이 하기로 한 돈 내가 쌩 깐 적 ......


‘‘근데 강소장님 이야기가 아니고요. 가족 이야기입니다.’’


가, 가족?

아이 또 주화년 이게 또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어디서 돈 빌렸다가 ......


‘‘강소장님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요.’’

‘‘뭐, 뭐라고요? 하하하.’’


부모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냐하면, 울 아부지 어머니는 아주 위급한 상황 옆집에 5만원 정도면 모를까 그 이상은 절대 남에게 돈을 빌리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농협에서 해주겠다는 영농대출 자금도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던 양반들이다.


이유가 있었다.

옛날 옛적 도박에 심취했던 할아버지가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빚쟁이들이 집에 수시로 쳐들어오고 그것에 이력이 난 할머니가 자식들한테는 차라리 몇 끼 굶는 한이 있어도 절대 어디 가서 돈 빌리지 말고 살라고,

마치 그것을 가훈처럼 가르치며 키웠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야 뭐 아버지가 그렇다면 그렇다는 양반이고.

그런데 뭐? 우리 부모님이 돈을 빌려서 안 갚고 있다고?


‘‘사실, 제보자에 따르면 엄밀히 말해서 강소장님 부모님이 빚을 진 게 아니라 ......’’


으잉? 또 이건 무슨 소리야.

방금 전에는 울 부모님이 빚 졌다면서 금방 지금 와서는 울 부모님이 빚 진 게 아니라니.


‘‘엄밀히 말하면, 강소장님 할아버지가 빚지신 겁니다.’’

‘‘뭐, 뭐라고요?’’

‘‘할아버지가 미처 안 갚고 돌아가신 돈이 있어서 아버님께서 구두로 갚기로 했는데, 글쎄 5,6년 전에 그 채권자가 돌아가신 겁니다. 그런데 그러자마자 강소장님 아버님이 입을 딱 씻고 내가 울 아버지 빚 갚겠다고 한 증거 있냐 뻐기면서 여태껏 안 갚고 있는 거죠. 50만원 돈이지만, 할아버지가 그 돈을 빌렸을 때는 90년대였으니까 복리로 이자 계산하면 지금 얼마 쯤 될까요? 어쩌면 기천만원도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 참나.’’


나는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강소장님은 전혀 모르고 계셨나요?’’

‘‘당연히 모르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내가 역정을 내듯 말했지만 방용섭은 여유만만했다.


‘‘무조건 모르고 있다고 책임이 면피되는 건 아니죠. 그동안 연예인들 빚투도 대부분 당사자는 모르고 부모들이 사고 친 거였는데. 그래도 연대 책임은 져야 하지 않겠어요?’’


방용섭이 또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번에는 마치 무슨 싱크로율을 하듯 옆에 있던 임민정도 동시에 비슷한 뉘앙스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강소장님!’’


그때였다.

한소라가 안쓰러운 표정과 함께 나를 불렀다.


‘‘혹시 지금 집에 전화를 해 봐서 확실히 알아보는 건 어떨까?’’


음 ......

나름 그녀가 나를 생각해 제의한 거지만,


‘‘아니요. 저희 부모님이 방송 출연 이런 건 정말 질색인 양반들이라서.’’


사실 내 말은 거짓말이었다.

아버지는 별로 관심 없어도 어머니는 되게 좋아하신다.

한 번 인터넷 방송 중 돌발상황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 어머니는 아예 자기 목소리 나오는 장면을 파일로 만들어서 한 동안 수시로 들으신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여기서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표명한 것은 지금 방용섭의 폭로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었다.

내 유년 시절 기억을 더듬어 봐도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사이가 별로 안 좋았다.


할아버지가 워낙 술을 좋아하고 앞 서 말한 대로 도박등 이런 저런 잡기에 능하신 바람에 할머니가 고생하셨고 맏아들인 아버지도 그 때문에 할아버지를 꽤나 경원시 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일하면서 할아버지 몇 가지 사건 사고 뒤처리를 했던 기억도 났다.


그렇다면 충분히 이 빚투 이야기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걸 만 천하에 공개하게 만든다면?

집안 망신으로 나는 아마도 당신들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이 아니라 웬수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저희 부모님이 금시초문이라고 하셔도 그렇다고 바로 저희 부모님 결백이 증명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테니까요. 보나마나 진실 게임 진흙탕 싸움이 될 우려가 있으니까요. 방용섭 씨 시사흥신소에서 폭로하는 내용이 다들 그런 식으로 전개되잖아요. 그러다 정 안 되면 소송까지 들어가고. 하지만 제가 분명히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제가 방용섭씨처럼 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하나님은 못 걸겠지만, 대신 하늘을 우러러 한 말씀 드리자면, 평소 저희 부모님 남에게 빚지고 이러는 거 체질적으로 정말 싫어하시는 분들이시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희 남매한테도 항상 남에게 신세지지 말고 살라는 말씀 입버릇처럼 하시는 분들입니다.’’


내가 잔뜩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나에 대해 최근 어느 정도 이성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한소라는 연민의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고,

오늘 이 코너를 처음 기획한 최웅도 나에게 미안한 가득한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반면 치밀하게 오늘의 복수혈전을 준비해 온 방용섭과 임민정은 벌써부터 승리 분위기에 잔뜩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알겠습니다. 혹시 부모님 입장 나오는 게 있으시면 저한테 따로 메시지 주세요. 저한테 제보하신 분한테 대신 물어봐 드릴 테니까요 ......’’


이제 정말로 내가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비책은 프롬프터뿐이다.


‘‘....... 참고로 제보자 분은 공개할 수 없는 점 이해하시죠, 강소장님? ......’’


혹시나 하나님이 프롬프터를 나오게 해주신다면 나도 바로 교회 나가고 기도드릴 요량이 있을 정도다.


‘‘ ....... 참고로 제보자 분은 강소장님 네 고향 사람인 건 대충 눈치채셨겠구요? ......’’


제발 부탁이다, 프롬프터야.

나 이렇게 먼저 너 나와 달라고 부탁한 적 없었잖아.


‘‘...... 자! 그러면 세 번째 의혹. 미투 의혹입니다. 강소장님한테 미투 의혹을 제기해 온 사람은 다름 아닌 강소장님 여동생 분입니다 ......’’


뭐, 뭐, 뭐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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