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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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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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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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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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DUMMY

송주나 방송에서의 설화 파문.

시사팩폭쇼 게스트들을 둘러싼 판단 착오.

마지막으로 아버님 생신 날 고모할머니로부터 거하게 당한 팩트폭행까지.


한 주 동안 슬럼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반등의 기미가 안 보이는 건 아니었다.


오늘은 수요일.

중구난방 녹화날이다.


지난 주 프롬프터 덕에 나는 동서고금 토론프로 사상 전대미문의 사죄 큰 절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그걸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내게 가장 큰 소득은 뭐니뭐니해도 정원택, 김여중, 김피디의 태도 변화였다.

내가 자기네들 몰카 짬짜미 계획을 간파한 후 오히려 역몰카한 것을 알아차리게 된 세 사람.


그로부터 그들은 나에 대해 두 가지 새로운 판단을 하게 된 것 같다.

한 편으로는 나를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면서,

또 한 편으로는 내가 지금 중구난방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


실지로 2주 연속 중구난방 시청률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래서 경쟁 방송국의 다크호스 드라마 추격세를 꺾는 동시에 거의 리즈 시절 시청률을 따라잡으며 제 2의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아이고! 일주일동안 잘 지내셨소, 강소장.’’


정원택이 난생 처음 내게 존댓말에 가까운 인사말과 함께 가벼운 포옹까지 한 것이 가장 단적인 변화였다.


‘‘자! 드디어 이제 본격적인 총선 정국에 들어서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오늘 이 시간에는 초반 판세 점검을 할 필요가 있어 보여서요. 그래서 중구난방 총선 특집 우리 세 패널들이 각자 이번 총선 의석수를 미리 예측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겠습니다.’’


작가가 써 온 오프닝 멘트를 내 입으로 읽어내려 가면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직 각 당이 공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한 상태.

그냥 몇몇 후보들이 험지 자진 출마나 전략지역 공천만 이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선수단 구성 자체가 아직 전혀 안된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시점에서 벌써부터 몇 대 몇으로 어느 진영이 이길 거라는 예측을 하라니.


그런데 또 이 총선 판세 예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꼭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시사프로들이 경쟁적으로 벌써 하기 시작했고

이 아이템만큼 시사프로 시청률을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아이템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또 시사 프로 패널 입장에서 만에 하나 근접하게 맞히기라도 하게 되면 ‘ㅇㅇ 대 총선 결과 정확히 맞춘 인물’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과 함께 꽤나 몸값이 올라가게 된다.

물론 너무 어이없게 틀리면 펠레 소리를 듣게 되는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자! 그러면 어떤 분부터 하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여당 쪽부터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선생님? 먼저 하시죠.’’

‘‘아이고야.’’


정원택이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부터 만지는 포즈를 취해보였다.

현 정국 구도 상 그럴 만 했다.


‘‘원래 총선이라는 게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시기가 참 중요한 법이거든요. 대통령 선거 막 이기고 대통령이 힘 제일 받고 있을 때, 그때 하는 총선은 거의 여당이 이깁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정국 운영 잘 하도록 힘 좀 실어주자 뭐 이런 심리가 발동하니까요. 반면 중반 지나가서 하는 총선은 정반대로 정부 여당에게 대개는 불리하죠. 그동안 실행한 정부 정책이나 개혁의 부작용, 불만 등이 한참 증폭될 시기니까요. 그래서 생각지도 않은 호재, 예를 들어 남북문제나 엄청난 수주 계약을 따오거나 하는 게 발생하지 않는 한 이 시점의 선거에서 정부 여당이 이기는 건 그리 쉽지 않죠.’’

‘‘정선생님 설명에 동감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은 보수 진영으로서는 큰 기대를 하지 못하고 있겠군요.’’


정원택의 분석을 토대로 김여중이 말했다.


‘‘그렇죠. 뭐 지금 대통령 지지도가 갈수록 하락세. 이제 곧 레임덕 온다는 말도 있고. 게다가 이제 집권 후반기. 특히 글로벌 불경기에 다른 경제지표 악화, 연금 개혁 지지 부진에 대통령실 수석 비리와 그걸 쉴드 친다고 하다가 비서실장이 망언한 것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이니까요. 대신 호재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안 보이죠. 총선 한 복판에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가는데 거기서 뭐 엄청난 방산, 자원, 건설 수주 계약을 따오지 않는 한 말이죠.’’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 보수 진영에서 어느 정도로 질 것 같으신가요?’‘’

‘‘저는 내일 당장 투표 하면 우리 보수 쪽이 백 석도 못 건질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이, 그건 아니죠, 정선생님.’’


방송 전에 이미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보수 진보 양 진영을 대표하는 정원택과 김여중이 경쟁적으로 엄살을 부릴 줄.


‘‘뭐가 아니요, 김선생?’’

‘‘제가 대충 계산 해보니까 영남, 강남 양남에다가 경기 북부, 분당, 과천, 충청도 등등 하면 100석은 충분히 넘깁니다. 그리고 의외로 수도권 다른 지역에서도 먹힐 수 있어요. 만약 지난 대선처럼 보수당이 전략적으로 MZ세대 남녀 갈라치기 잘 하면요, 하하하.’’


김여중 답게 칭찬과 비아냥 사이 어중간하게 멘트를 남겼다.


‘‘그럼, 김선생 생각에는 진보 쪽이 얼마나 가져갈 거라고 생각하는 데요?’’

‘‘저는 과반 150석 이상을 목표로 보고 있는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왜요?’’

‘‘두 가지 이유에서죠.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쳤다는 여론 조사 업체 말이 있어요. 선거 정국이 본격화되면 여당 프리미엄으로 각종 공약을 내세우면서 반등을 꾀하겠죠. 또 한 가지 선대위원장에 선거의 귀재라고 할 수 있는 김종환 전 대표와 윤일준 이사장을 투톱으로 내세우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아니, 그 두 분은 완전 흘러간 물인데 무슨. 차라리 참신한 젊은 피를 수혈하면 해야지. ’’

‘‘에이, 무슨 말씀입니까? 그 분들이 직업이 비대위원장이신 분들인데. 지금까지 위기에 빠진 정당 구원해 내는 데 그 두 분만큼의 능력자가 있습니까?’’

‘‘하하하!’’


정원택이 의미심장한 표정과 함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으세요, 정선생님?’’

‘‘김선생,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깅여중이 애써 고개를 갸웃거려 보지만, 입가에 저절로 새어나오는 자기 웃음을 막지는 못했다.


‘‘예? 뭐가요? 하하.’’


제 3자인 내가 봐도 김여중은 지금 엄청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차기 총선 범 진보계 완승은 따 놓은 당상.


그의 말과는 달리 150석은 기본이요 행여 200석에 육박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성급하게 개헌 탄핵 가능한 200석을 노린다느니 설레발치다가 진보 진영에게는 방심을, 보수 진영에게는 결집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책략인 것이다.


‘‘됐어요. 뭐 나나 김선생이나 우리 둘 다 자기 진영 위해서 전략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까. 자! 그러면 이번에는 중도를 자처하는 우리 강소장님 의견 들어봅시다.’’


어제 저녁, 작가로부터 오늘 주제를 전달받자마자 나는 일찌감치 지금 이 장면을 가지고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해버렸다.

정원택 김여중 둘 다 자기 진영 예상 의석수를 최소화하려고 잠시 둘이 옥신각신하다가 종국에는 나에게 최종 판결을 맡겨버리는 이 장면 말이다.


어제 밤 침대에 누워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할까 잠시 고심했었던 나.

첫 번째 옵션은 진보 보수 둘 다 150석 150석 사이좋게 동점을 이룰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너무 일반론적이고 도식적이라서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지난주에 그렇게 스펙터클하게 재미있게 했었는데, 이번 주에는 그렇게 또 미적지근하게 해 버리면 시청률 상승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두 번째 옵션을 선택하기로 했다.

두 번째 옵션은 현재 정국 구도 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진보 진영이 이 여세를 그대로 몰아 대승을 한다는 것.

그것도 보통 대승이라고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 이왕 쓰는 거 화끈하게 200석을 넘는 역대급 대승을 한다는 것.


아까도 말했지만, 공천 결과가 아직 나오고 있지 않은 지금 시점 선거 결과 예측은 어차피 정확성에 큰 의미가 없는 것.

그냥 현재 정부와 여당 호감도를 살펴보고 선거 구도를 간 보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앞으로 공천이 마무리 지어질 즈음 한 번, 또 선거 운동이 한 창 진행 될 때쯤 또 한 번, 커다란 선거 이슈가 터질 때 또 한 번, 그렇게 서너 번 정도 더 판세 예측할 기회가 올 것이다.


그러니 부담 없이 내지르면 된다.

지금은 어차피 맞추면 실력보다 운이 좋다는 소리 들을 타이밍이니까.


‘‘하하하, 그러니까 지금 이 질문을 좀 풀어서 이야기하면, 저 보고 두 선생님 중 누가 더 엄살 부리고 있느냐 그 질문에 답하라는 말씀인 거죠?’’

‘‘하하하. 역시나 강소장 유머 감각 하나는.’’


정원택이 나에게 엄지 척을 해 보였다.

김여중도 따라서 나에게 방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말싸움, 아니 자칫 몸싸움으로까지 비화될 뻔한 사이였었는데.

확실히 지난 주 사건으로 중구난방에서 나의 입지는 어느 정도 굳혀진 듯싶다.


그러니 다시 또 호쾌한 웃음과 함께


‘‘하하하. 예, 제 생각에는 김여중 선생님이 엄살을 좀 많이 부리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누가 봐도 그렇지. 아이, 김선생 진짜 그러지 맙시다. 이렇게 간접 선거 운동 한다고 그 짝에서 김선생한테 이번에 비례대표 자리 하나 주는 것도 아니고.’’


나와 정원택의 협공 아닌 협공에 김여중이 장난스럽게 이맛살을 찌푸리며 반박에 나섰다.


‘‘에이,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앞으로 선거에 얼마나 많은 변수들이 남아 있는데. 잘 아시잖아요? 공천 파동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고. 또 선거 운동 기간에 어떤 막말이나 폭행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고. 그리고 지금 이 양극화된 정치 지형에서 선거가 종반으로 치 닫으면 치 닫을수록 각 세력이 결집에 나서서 격차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건데.’’

‘‘됐어요, 김선생. 아주 이번 기회에 아주 우리 보수 진영을 궤멸시키려고 작정을 했나 보네. 자! 강소장!’’


정원택이 더 이상 김여중 멘트를 들어봤자 이번 선거에서 자기 진영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듯 나에게 다시 또 마이크를 들이 밀었다.


‘‘예.’’

‘‘방금 김여중 선생 엄살이 심하다고 했지? 어느 정도 심하다고 생각해? 다시 말해 진보 진영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이길 것 같아 보여?’’

‘‘이 추세대로라면 말입니까?’’

‘‘응. 이 추세대로라면?’’

‘‘이 추세대로라면, 방금 정선생님 말씀만큼 이길 것 같습니다.’’

‘‘내 말만큼?’’

‘‘예. 보수 진영이 궤멸될 정도로요.’’

‘‘뭐라고? 하하하, 하하하.’’


정원택은 오히려 내 발언에 흡족해 했다.

자기 진영에 최대한 위기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발언이니까.

정말 제대로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번 선거에서 개망신 당할 거라는 맵기 그지 없는 회초리니까.


‘‘그럼, 우리 진보 쪽이 정확히 몇 석 정도 얻을 것 같은데요, 강소장?’’


김여중이 마뜩지 않은 표정으로 내게 묻고 난 바로 순간이었다.


‘‘예, 200석을 훌쩍 넘는 정도로 대승 ...... 어? 근데 지금은 굳이 뜰 필요 없는데 ......’’

‘‘응? 강소장, 그게 뭔 소리야?’’


지금은 굳이 뜰 필요 없는 프롬프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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