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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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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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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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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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DUMMY

이튿날.

저품격 토크쇼에 나갔는데, 스튜디오에는 이미 신선혜가 와 있었다.


‘‘와우! 신변!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잖아.’’

‘‘저는 오빠 이야기 듣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호호호.’’

‘‘그럼, 방송 끝나고 뒤풀이 회식, 콜?’’

‘‘코올!’’

‘‘내가 최근 발굴한 가성비 오마카세 집, 콜?’’

‘‘코올! 호호호.’’

‘‘신변이 오늘 다 쏘기, 코올?’’

‘‘......’’


방송이 시작되었다.

오늘 나의 방송 자리는 이전과 좀 달랐다.

MC 석이었다.


저품격 토크쇼 원래 MC 체제는 가운데 여자 MC 홍일점과 그 양 옆으로 개그맨인 남자 MC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은 남자 MC 두 명이 선데이 나잇 라이브쇼에 차출되어서 방송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장피디가 나를 홍일점 옆에 앉혀놓았다.


‘‘자! 오늘은 저와 대구 오빠 둘이 더블 엠씨 체제인데요. 어떠세요? 저와 이렇게 간만에 나란히 앉게 된 데에.’’


생긴 것도 둥글둥글 성격도 둥글둥글.

무슨 드립을 쳐도 잘 받아주는 홍일점이다.


‘‘예, 이전에도 몇 번 일점양 옆에 앉은 기억이 있는데 뭐랄까 오늘은 그때에 비해서 별로 기운이 안 나네요.’’

‘‘어머! 왜요? 전 간만에 오빠 옆에서 같이 방송하게 되어서 너무 설레이는데.’’

‘‘원래 사람이 원룸 살다가 아파트 16평 가 살라고 하면 룰루랄라 거리며 가 살 수 있지만, 25평에 있다가 16평에 옮겨가 살라고 하면 못 사는 법이잖아요.’’

‘‘에잉? 오프닝부터 그게 뭔 소리?’’

‘‘뭔 소리는. 나 이래 뵈도 지난주에 송주나 옆에서 방송 한 남자야!.’’


사람들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치잇! 오빠, 그거 하루 만에 잘려놓고서는.’’

‘‘어허! 속단은 금물! 사람 앞 일 모르는 법. 언제 다시 복귀할지 모르는데.’’


프롬프터를 통해 송주나의 진짜 속사정을 알게 된 나는 자신 있게 큰소리쳤다.


게스트들을 소개한 후 연예계 단신 소식 몇 가지를 다루었다.

그러다 오늘 가장 큰 화제거리에 다다랐다.

그것은 요 이틀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방송사 리얼리티 예능 조작 파문이었다.


결혼 준비하는 커플들 일상을 그리는 프로 ‘해피 웨딩’.

최근 결혼 발표를 하며 그 프로에 출연 중인 여가수 이초희와 남자 배우 김민훈.

그런데 지난주 그 프로에 잠깐 출연했던 한 일반인이 실상은 이초희와 김민훈에게 섭외되어 시나리오대로 연기한 것이었다고 커뮤니티에 폭로 글을 올린 것.

문제는 그 폭로 글이 말하는 정황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점이었다.


우선 그 일반인이 나오는 장면을 살펴보자.

이초희와 김민훈이 김민훈 집 지하주차장에서 막 차를 몰고 나오는 길이었고, 그 일반인은 배달 오토바이를 몰고 지나가다 주차장 입구에서 이초희가 운전하는 차에 살짝 부딪히게 되고 만다.

오토바이가 쓰러지게 되고, 차 조수석에서 급히 나온 김민훈이 잠깐 그 일반인 상태를 살펴보다가 딱히 크게 다친 곳이 없어 보여 연락처만 주고 헤어지는 걸로 끝이 나게 된다.


일반인 폭로 글에 따르면 원래 섭외할 때 액수가 120만원이었는데, 이초희 김민훈이 TV 방영 후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며 60만원 밖에 지불을 하지 않았다는 것.

원래대로라면 오토바이가 완전히 쓰러지고, 그 일반인이 아스팔트 바닥에 잠깐 뒹굴어야 그림이 사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저는 이 뉴스를 여기 와서 알았거든요.’’


내가 입을 열었다.

실지로 나는 인터넷에서 이 폭로 글이 그제 어제 종일 화제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러는데 잘 이해가 안 가네요. 우선 김민훈과 이초희가 그 분 오토바이가 바닥에 쓰러지는 사고가 나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그런 제의를 한 건지부터 의문이네요.’’


내 질문에 게스트로 나온 연예부 기자 오기자가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마당발로 소문난 여기자다.


‘‘예, 커뮤니티에 그 일반인 분이 남긴 글에 따르면, 몇 번을 물어봤지만 그 점에 대해서 이초희 김민훈 커플이 제대로 설명을 안 해줬다고 하네요. 그냥 접촉사고 나는 설정대로 해달라고만 이야기 되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김민훈과 이초희 측에 연락을 시도해 봤는데요. 근데 두 사람 다 전화 안 받고 잠수 타고 있더라고요. 매일 업데이트하던 SNS에 글도 안 남기고 있고요.’’

‘‘어머! 오기자님. 그래서 그걸로 취재 끝이에요?’’

‘‘에이, 제가 누군데요? 오기로 버티는 오기자잖아요, 호호호? 그래서 대신 해피 웨딩 담당 피디등 제작진한테 연락해 보았죠.’’

‘‘그래서 그 쪽에서는 뭐라고 그러던가요?’’

‘‘자기네들은 그 오토바이가 섭외된 오토바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하네요. 촬영 중 잠깐 해프닝으로 원래는 편집하려고 했는데 김민훈과 이초희 측에서 시청자들 운전 경각심도 불러일으키고 그 일반인 분한테 다시금 사죄하는 의미로 장면 좀 살려달라고 간청했다고 해서 몇 컷 살렸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모로 예비 부부 커플의 행동이 수상한 상황이었다.

다시 오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음, 그럼, 당시 사고 과실은 누구 쪽에 더 많은 상황이죠?’’

‘‘예,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그 앞길이 일방통행 길이 아니라 딱히 오토바이가 잘못한 거라고 하기는 그렇고요. 또 원래 그런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는 거울이 있어야 하는데 그 건물 지하 주차장 입구에는 그게 미비되어 있었다고 하고요.’’

‘‘그럼, 이초희 김민훈 두 사람이 보험 등으로도 전혀 득 볼게 없는 상황 같은데. 자! 그러면 여기서 우리 프로 귀염둥이 신선혜 변호사의 법률 자문을 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신변?’’

‘‘예.’’

‘‘신변이 보기에 이게 보험 사기랑 관계있을 수 있을까요? 뭐 이런 류 사기사건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글쎄요. 보험빵 사기라고 해서 법규 위반 차량 노리고 오토바이가 뛰어드는 경우는 종종 있기는 한데. 이건 그거랑 정반대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그렇죠? 김민훈 이초희 두 사람이 사고 이력 생겨서 좋을 게 하나도 없고.’’

‘‘그리고 뭐 다른 뭔가를 꾀하려 했다 해도 몰래 하지 굳이 리얼리티 예능 프로에 대놓고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게. 어떤 음모를 꾸미려고 하는데 굳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에서 ......’’


그 순간, 내 눈앞에 또 프롬프터가 떴다.


‘‘오빠! 뭐해?’’


내가 프롬프터를 보느라 멘트를 하다 말자 홍일점이 옆구리를 꾹 찌르며 물었다.


‘‘아! 일점아! 뒤처리 좀 부탁.’’

‘‘어머머머머머! 이 오빠 봐. 내 토크하다가 뒤처리 부탁하는 건 첨 보네. 이러다 응가하다가 뒤처리 부탁할 날이 올 지도.’’


사람들이 빵, 터지는 사이에 나는 프롬프터를 읽어 내려가기 바빴다.


‘‘좋아요. 대구 오빠 눈을 부릅뜨고 또 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기 넘치는 오기자님!’’

‘‘예.’’

‘‘김민훈 이초희 커플에 대해 네티즌 반응은 어떤가요?’’

‘‘아주 싸늘하기 짝이 없죠.’’

‘‘아직 폭로 글에 대한 진위 여부가 안 밝혀졌는데도 그런가요.’’

‘‘예, 사실 두 커플은 그거 외에도 좀 이런 저런 문제가 많았잖아요.’’

‘‘음, 어떤 문제가 있었죠?’’

‘‘원래 연예인 커플이 결혼 발표하면 통과의례처럼 기다리는 게 있잖아요.’’

‘‘그게 뭐죠?’’

‘‘누가 아깝다 판별하는 거요.’’

‘‘하긴, 그런 거 많이 하죠.’’

‘‘두 사람이 결혼 발표했을 때 네티즌들 사이에 난리였잖아요. 이초희가 너무 아깝다고. 인기도 훨씬 많지만 김민훈이 폭력 전과가 있잖아요. 술집에서 술 마시고 폭행에 연루된 거. 그것도 세 번씩이나.’’

‘‘아! 그렇죠.’’

‘‘그래서 막 김민훈 집이 그렇게 돈이 많냐 하고 비아냥대는 네티즌들이 있기도 했고요.’’

‘‘근데 김민훈씨 집에 돈 정말 많아요?’’

‘‘제가 알기로는 오히려 편모 슬하에서 좀 불우하게 자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김민훈씨는 조연급인데 반해 이초희 씨는 앨범 두 개가 연속으로 대박 친 가수인데.’’

‘‘누가 봐도 현 수입도 이초희씨가 더 많은 상태죠?’’

‘‘예, 아무튼 이초희씨는 몰라도 김민훈씨 경우 평소 이미지가 별로 안 좋은 데다가 이번 폭로까지 겹치니까 더더욱 좀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아직 정확히 자초지종은 모르겠지만 이초희씨가 너무 순진해서 김민훈한테 가스라이팅 당해 이번 조작 파문에도 엮인 거라는 여론이 지배적인 상황이죠.’’


내가 계속 프롬프터를 보고 있는 사이 홍일점과 다른 게스트들이 이번 사건을 취재한 오기자와 문답 형식으로 한참 대화를 이끌어갔다.


‘‘아이고, 이걸 어쩌나.’’

‘‘뭐? 오빠, 뭐라고?


프롬프터를 다 확인하고 난 내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홍일점이 물었다.


‘‘으응?’’

‘‘방금 뭐라고 중얼거렸잖아.’’

‘‘아! 내가 그랬었어?’’

‘‘와! 오빠, 요즘 공중파 좀 탄다고 너무 티 내네. 방송에 집중을 안 하네. 인터넷 방송이라고 우리 무시하는 거야, 뭐야?’’


홍일점의 투덜거림에 신선혜도 싱긋 웃으며 한 마디 거들었다.


‘‘맞아요. 강소장님, 사람이 요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 같아요, 호호호.’’


사실 내가 프롬프터를 다 읽고도 딴 생각에 빠진 이유가 있었다.

이걸 어떻게 밝혀야 하나.

아니, 그 전에 굳이 이걸 밝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랑 일면식도 없는 연예인들의 개인 사생활의 진실.

솔직히 이 지극히 사적인 사건 진실을 밝힌다 해서 우리 사회에 뭐 얼마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

괜히 드립 잘못 쳤다가 프롬프터 존재나 발각될지 모른다 싶었다.

딱히 크게 관심도 없는 연예인들이기도 하고.

그리하여 나는 입을 다물기로 최종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오기 넘치는 오기자님.’’


사이, 홍일점과 다른 게스트들이 계속해서 오기자와 문제의 사건에 관한 문답을 진행한다.


‘‘예.’’

‘‘마당발로 유명하니까 개인적으로 이초희씨나 김민훈씨랑 좀 아세요?’’

‘‘이초희씨랑은 친분이 꽤 있습니다.’’

‘‘아! 그래요?

‘‘예. 아주 착한 친구에요. 티비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아니, 그럼, 그런 분이 왜 이미지 별로인 김민훈하고 결혼을.’’

‘‘글쎄, 남녀 간에 콩깍지 끼워지면 뭐.’’

‘‘그건 그렇긴 한데. 그래서 오기 넘치는 오기자님 최근 초희씨 본 적 있나요?’’

‘‘예. 결혼발표 후에도 몇 번 봤어요. 취재도 하고 사적으로 밥도 같이 먹었고.’’

‘‘와! 정말 친한 사이구나.’’

‘‘예,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중학교 직속 후배기도 해서요.’’

‘‘그럼, 이런 질문 드려서 좀 그렇지만, 이초희씨도 혹시 네티즌들이 이렇게 두 사람 결혼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거 알고 계시나요?’’

‘‘그럼요. 초희도 너무나 잘 알고 있죠.’’


오기자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방송에서 이런 말하기 좀 그런데, 저한테도 초희가 하소연을 참 많이 했거든요.’’

‘‘뭐라고요?’’

‘‘민훈씨에 대해서 기사 좀 좋게 써 달라고요. 자기한테 그렇게 김민훈씨 욕하는 디엠이 많이 온대요. 언니! 누나! 초희씨! 하면서 김민훈은 아니라고. 심지어 김민훈 XX 하며 자기한테 별의별 욕설까지 보내온다고 하더라고요.’’


오기자의 증언에 홍일점을 비롯해 게스트 입에서 이구동성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이고, 저런!’’

‘‘야! 그건 좀 너무 했네.’’

‘‘아이, 보나마나 초딩 새끼들이네.’’

‘‘할 말 못 할 말이 따로 있지.’’

‘‘아무리 남의 결혼이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렇지.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는 건데.’’


이번만큼은 프롬프터를 가지고 개입하지 않으려 했건만.

서서히 나도 좀 동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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