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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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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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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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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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4화

DUMMY

정말 최웅은 악마였다.

악마 그 자체였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런 아이디어는 애초 생각해내서도 생각해낼 수도 없는 것이었다.


‘‘푸하하하. 그래, 나 악마 맞아. 방송 악마, 푸하하하.’’

‘‘아이, 형님, 진짜 이건 아니잖아요.’’


사정해 봐도 이미 소용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았다.


‘‘나 진짜 앞으로 잘 할게. 무보수 3회 출연. 어때?’’

‘‘응. 아니야.’’

‘‘아이 진짜. 좋아, 좋아. 대신 내일 경찰 입회하에 방송하자. 안 그러면 나 진짜 방송 못해.’’

‘’응. 그것도 아니야.’’

‘‘아이, 진짜 이럴 거야. 우리가 무슨 조폭 양아치 너튜브도 아니고. 생방 중에 칼부림 나는 거 보고 싶은 거야?’’

‘‘그럼 빚 갚는 거지.’’

‘‘뭐, 뭐야? 그건 또 뭔 소리?’’

‘‘지난주 김용국 우진태 방송 조회수 반토막 났잖아. 칼부림 활극 벌어지면 그 빚 바로 갚아내 주는 거지, 뭐. 으하하하!’’

‘‘아아아!’’


지난주 비정치토론에 나온 김용국과 우진태 방송.

사실 방송 자체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밋밋했다.


원래 컨셉대로 정치 이야기를 안 하고 사는 이야기를 해도 뭐 어느 정도 자극적이고 강렬한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데.

무슨 쌍팔년도 신파 영화처럼 김용국은 자기 정치 인생에 상처받은 사람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우진태는 아내를 아끼는 말만 반복하면서 사랑꾼 면모만 보여주다 갔다.


그러다 보니 20대에서 40대가 주 시청자 층인 시청자 반응은 과히 좋지 않았다.

조회수도 최웅이 과장한 대로 반토막까지는 아니지만 평소보다 많이 안 나왔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방송 때보다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내 눈앞에 나타난 프롬프터에 따르면,


김용국의 사과의 말이 보통 정치인들이 하는 그런 의례적인 사과의 말이 아니라 정말 자기 정치 인생 전체를 걸고 한 진정성 넘치는 사과였고,

우진태의 아내를 사랑한다는 말은 몇 달 후 벌어지게 될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아내에게 진심으로 건네는 고백이었으니까.


‘‘아이, 진짜 답답해 죽겠네.’’

‘‘뭐가 인마!’’

‘‘지난주 우진태 김용국 방송 나만 알고 있는 게 좀 있어서.’’

‘‘응, 이미 흘러간 강물에는 관심 없고. 아무튼 내일 진짜 너 단단하게 갑옷 준비해야 될 거야. 방금 전 인터뷰 한 우리 작가 애들 말 들어보니까 방용섭 임민정 양 쪽 다 거의 무슨 전쟁터 나올 기세라고 하거든. 공개망신 준 너를 고꾸라뜨리지 않고서는 지네들 공천 받을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니 오죽 하겠냐고.’’

‘‘아이 진짜. 경찰 진짜 못 불러? 정 안되면 소방차나 구급차라도 부르자.’’

‘‘응. 아니야. 대신 내일 2부 의학 지식 코너에 약사 한 분 나오신다. 그 분한테 긴급처치는 이야기 해놓아 볼게.’’

‘‘아아아!’’


진짜 울고 싶은데, 최웅이 마침 뺨을 한 대 갈겼다.


‘‘참! 너 오늘 아침 일요토론 보니까 예상 의석수 오락가락하던데.’’

‘‘뭐, 뭐, 뭐야?’’

‘‘내일은 그렇게 치매 끼 보이면 안 된다. 알지?’’

‘‘이, 이 악마 새끼가 근데. 바, 방송 다 봤구나. 캐, 캠핑 간 거 다 뻥이었구나. 이 씹새 .....’’

‘‘끊는다. 캠핑은 얼어 죽을. 돈 벌어오는 가장이 일요일에도 못 쉬면 그게 사람 사는 거냐 ......’’


최웅이 한 편으로는 킥킥대며 또 한 편으로는 궁시렁 대면서 페이드아웃, 전화를 끊었다.


‘‘이건 사람이 아니야. 악마야. 진짜 악마 그 자체야. 악마, 악마 ......’’



+++



최웅과 전화를 끊은 시각이 정확히 일요일 밤 10시 36분.

평소라면 다음 주 스케줄을 대충 살펴 본 후 영화나 드라마 한 편 때린 후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할 시각.


하지만 오늘은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일 맞서 싸울 임민정과 방용섭 정보를 최대한 취합해야 한다.


물론 내게는 비장의 무기 프롬프터가 있다지만 절대 안심할 수가 없는 노릇인 게,

분명 악에 받혀 있는 두 인간이 나에 대해 지금 이런 저런 정보를 취합해 전방위 공격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과거 방송에서 했던 이런 저런 막말, 거짓말, 음담패설 뭐 이런 것들을 지금 뭐 빠지게 검색하고 정리해서 심지어 프리젠테이션 자료로까지 만들어 놓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두 인간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들이다.


먼저 임민정.

이 여교수 토론 스타일은 한 마디로 이거다.

논리로 상대방을 설복시키는 스타일이 아니라 상대방을 짜증나게 하고 스트레스 쌓이게 해서 이기는 스타일.


토론이 아니라 그냥 일상에서도 새침데기 얌체 스타일 인간 형 있지 않은가.

학교 교수 중에 학기 내내 수업 내내 깐깐하고 비호감 스타일 교수 있지 않은가.

이 여자가 전형적인 그런 스타일이다.


매번 무슨 문제든 간에 우리 진보 진영도 반성해야 할 점이 없지 않지만, 너네 보수 진영이 우리보다 몇 배 더 심하다, 이 논리뿐이다.

오로지 그 논리뿐이다.


상대방을 찌푸리게 하는 썩소와 어휘를 적기에 시전하는 스킬에도 일가견이 있다.

결국 토론 중반전 이후에 대부분 상대 논객들이 얼굴도 보기 싫게 만들고 대꾸도 하기 싫게 만드는 스타일.


임민정은 그래도 무지막지한 인파이팅 스타일이 아니니 내가 어느 정도 컨트롤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방용섭, 이 쓰레기 인간과 내가 같이 토론을 하게 될 줄이야.


30대 젊은 나이에 경상도 쪽 중소도시 시장에 선출되며 전도유망한 정치인을 꿈꾸던 그는 정치자금 위반 혐의로 잡혀갔다 나온 후 극우 너튜버로 변신하게 된다.

그런데 그의 방송이 보수 쪽에 인기몰이를 하게 된 건 다른 게 아니다.


그의 너튜브 이름이 시사 흥신소다.

무슨 뜻인지 벌써부터 느낌이 딱 오지 않는가?

좌파 혹은 지에게 딴지를 건다 싶으면 뭐 정치인뿐 아니라 기업인, 연예인, 운동선수, 심지어 일반인까지도 사설 흥신소처럼 뒷조사하고 부풀리고 폭로하고 그들 가족까지 부관참시를 시도하면서다.


참! 생각해 보니 이 방용섭이 중구난방에서 내가 지를 깐 이후, 나뿐 아니라 지금 우리 시골집 과수원이나 내 여동생 주화 년 것도 다 털고 있지 않을까?

이 비열한 인간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음, 나는 잠시 검색을 멈춘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거 설령 프롬프터 도움을 받아 막판 역전승 한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그들에게 치명적 역공을 가하기 전에, 그 전에 내 치부들이 먼저 탈탈 털리면?

그리고 나서 이기면 뭐 하나?


안 되겠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지만 최웅에게 문자를 보내야겠다.


그냥 일신상의 이유로 나 내일 빠지겠다고.

나 없이 진행하라고.

나 씹어도 할 말 없다고.

아무래도 면전에 있을 때보다 없으면 조금이라도 덜 까겠지.

김이 샐 테니까.

또 앞담화가 아닌 뒷담화 너무 까는 모습 보이면 사람이 좀 없어 보이니까.

알아서 멈추고 나 아닌 다른 주제 이야기 하겠지.


그렇게 결심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최웅에게 문자를 보내기 전에 오늘 하루 동안 온 문자를 잠시 살펴보는데 ......

개 중에 중구난방 김피디 문자 한 통이 섞여 있었다.


[강소장님! 일요토론 잘 봤습니다. 왜 출연한다고 말씀 안 하셨어요? 섭섭하네요 ㅎㅎ 아무튼 이번 주 저희 프로에서도 활약 기대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그냥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요토론에 내가 출연한 걸 뒤늦게 알고 보내온 평범한 안부 인사였다.

그런데 그 문자를 보면서 나는 다시 또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지난주 중구난방 출연 후 문창섭 부분을 덜어내 달라 부탁했을 때, 김피디가 흔쾌히 승낙하면서 내게 했던 말들이 생생히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시사 방송 패널하면서 한 당에 편파적인 발언만 일삼다가 그 당에 비례대표 신청한 임민정 교수나 자신의 1인 시사 방송을 가지고 공천 받으려고 온갖 협잡 짓을 하고 있는 방용섭 전 시장. 문창섭 차장 부분을 들어내면 이런 사람들 까는 부분을 더 늘일 수 있으니 저한테도 대단한 이득이죠. 제가 이래뵈도 시사 프로 12년차 피디인데 이런 시사 방송 부조리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나요?’’


시발, 하필 김피디 괜히 쓸 데 없는 문자는 보내와서 지 생각 하게 만들어.


음 ......

음 ......

음 ......


아이 시발, 그래, 나 이래 뵈도 중구난방, 일요토론에 출연하는 1티어 시사 평론가야.이런 사이비 시정잡배 년놈들 부조리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냐.

그래, 시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함 세게 붙어보는 거야.

파이팅, 시발.



+++




불가피하게 이럴 수밖에 없었다.

시사팩폭쇼 오프닝 시간에 딱 맞춰 혹은 약간 늦게 스튜디오에 도착하기.


처음에는 다른 옵션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오히려 30분 전 쯤 일찍 스튜디오에 도착해서 임민정과 방용섭과 인사를 나눈 후

잠깐 차를 한 잔 하면서 중구난방에서 내 언사를 사과하고 화해 무드에서 방송을 하는 것.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제작진들이 보내 온 문자 내용은 내 기대를 완전히 어그러뜨리고 있었다.

둘 다 아주 전의에 가득 차 있다고.

눈에 불을 켜고 나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결국 스튜디오 근처 피씨방에서 30분 시간을 허비하다가 막 오프닝이 시작할 즈음 스튜디오에 모습을 드러냈다.


‘‘ ...... 예상대로 강대구 소장, 오늘 게스트 분이랑 대기실에서 안 마주치려고 일부러 늦게 나타났네요.’’


예상대로 최웅이 막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나를 가리키며 짓궂은 멘트를 남겼다.

나는 영겁결인 척 하며 임민정과 방용섭에 눈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 반응은 조금 달랐다.

임민정은 기분 나쁜 눈빛과 썩소를 보내온 데 반해

방용섭은 뭔가 의기양양한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확실히 임민정보다 방용섭이 부담스러웠다.

뭔가 나에 대해 엄청난 약점을 잡아 가지고 온 건 아닐까.


지금까지 마흔 가까이 살아오면서 전과도 없고

사기나 뒤통수, 배신도 당했으면 당했지 딱히 친 적도 없고

여자도 4,5년에 한 번 사귈까 말까 하니 불가피하게 깨끗한 편이기는 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마음먹고 허물 캔다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 없는 게 인간 이지 않나.

더군다나 방용섭이면 자그마한 허물도 침소봉대해서 인간 말종 만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니.


‘‘자! 오늘 정말 이를 갈고 나오신 두 분, 방용섭과 임민정씨. 직접 눈앞에서 철천지 원수를 보게 된 첫 느낌 어떠신지요?’’


처음부터 너무 살얼음판을 걷는다는 느낌이 들었던지 한소라가 최웅을 툭, 쳤다.

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최웅이 멘트를 이어갔다.


‘‘참고로 잘 모르시는 시청자분들을 위해 부연설명을 드리면, 강대구 저 인간이 지난 주 다른 프로, 중구난방에서 여기 이 두 분을 그야말로 난도질을 했거든요. 제 3자인 제가 봐도 손이 벌벌 떨리던데 당사자들은 오죽 하시겠습니까? 하하하, 자! 두 분 중 누가 먼저 말씀하시겠습니까? 예?’’


오로지 머릿속에 조회수만을 생각하는 악마 방송인, 최웅, 저 개새끼 진짜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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