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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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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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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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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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1화

DUMMY

이초희 김민훈 커플이 왜 일반인 오토바이 운전사를 섭외해 주작을 시도했느냐에 관한 나의 추리는 곧바로 괜찮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네티즌들 역시 저품격 토크쇼 출연진들이 그러했듯 충분히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이초희 김민훈의 그 행동에 대해서는 의견이 확연히 갈렸다.

어떤 이는 오죽 네티즌 악플에 고통 받았으면 저런 주작까지 시도했겠느냐며 동정심을 보였고,

또 어떤 이는 아무리 그래도 예능 리얼리티 프로에서 저런 주작을 하면 어떡하냐, 라며 여전히 그들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


‘‘어머! 오빠, 오빠! 드디어 이초희 SNS 반응 떴어요, 어머머머머!’’


저품격 토크쇼 방송이 끝나고 선약한 대로 신선혜 변호사와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조수석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신선혜가 운전 중인 나를 툭 치기, 까지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 뭐래?’’

‘’어머머머머!’’

‘‘응? 왜 그래?’’

‘‘와! 진짜 ......’’

‘‘응? 뭐가?’’


태연한 척 나는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아이, 차선 좀 지키지. 저기서 들어오냐, 쯧쯧. 아무튼 언제쯤 울 사회에 제대로 된 교통문화가 정착될 런지. 다음 방송에서 이 부분 툭 좀 또 쳐 줘야 .....’’

‘‘오빠! 오빠!’’

‘‘아참! 이초희가 글 남겼다고 그랬지? 그래. 이초희가 뭐래?’’

‘‘오빠가 아까 전 방송에서 추측한 게 거의 다 맞대요.’’

‘‘아이고야! 야! 오늘 또 로또 사야겠네.’’

‘‘진짜 대단하세요, 오빠.’’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지요, 하하하.’’

‘‘제가 이초희 쓴 거 고대로 다 읽어드릴게요. 이초희입니다. 조금 전 모 방송에서 어떤 유명 시사평론가 분이 ......’’

‘‘아이고. 유명은요 무슨. 그저 소생 요즘 막 이름 좀 알리고 있는 뎁쇼, 하하하’’

‘‘ ...... 하신 말씀 상당부분 다 맞습니다. 저희 결혼에 워낙 스트레스가 많이 생겨서 그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네요. 팬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그런데 저희도 잘 한 건 없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에 대해 악플을 남기는 네티즌 문화도 하루바삐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번 일로 해피 웨딩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두 사람 동행하는 길에는 아무 문제없으니 앞으로도 계속 저희 예쁜 사랑 지켜 봐주셨으면 합니다. 참! 그리고 그 유명 시사평론가 분이 추리하신 부분 중에 틀린 부분이 있어 정정합니다. 저희 부모님이 그 문제로 싸우신 적은 없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이혼한 부모님과 소식 끊긴 지 거의 20년 가까이 다 되어가거든요. 외할머니가 민훈씨에 관한 주위 사람들 말에 많이 상심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민훈씨 찾아오면 자리도 피하실 정도에요. 사실 제가 처음 이 시나리오를 쓴 건 네티즌들보다 할머니 마음 돌리려고 한 게 더 컸구요 ......’’


물론 내가 본 프롬프터에도 부모님이 아니라 할머니가 많이 상심한다고 정확하게 적시되어 있었었다.

다시 말해, 이번에도 너무 다 맞추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일부러 부모님으로 수정해서 말했던 것이다.


‘‘댓글 반응은 어때?’’

‘‘되게 이초희한테 우호적인데요. 힘내세요, 용기내세요, 예쁜 사랑 하세요, 그동안 너무 마음고생 많으셨겠네요. 그리고 결손가정에서 자란 거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나 봐요. 할머니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시네요. 이러면서 감동받은 사람들 꽤 많네요.’’


+++



마침내 신선혜와 예약한 식당에 도착했다.

복고풍 느낌을 주는 경양식 집이었다.


‘‘오빠! 저에게 오늘 해주겠다는 이야기 뭐에요?’’


주문을 끝내자마자 신선혜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평소 나를 무한 신봉하는 데다가 방금 전 또 내가 한 건 한 걸 눈으로 여실히 목격했으니 당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어험! 우선 연극배우 김승재 성폭행 건에 대해 내가 조언을 좀 해 준다고 했었지?’’

‘‘예, 그랬었죠.’’

‘’상황은 여전히 변한 거 없고?’’

‘‘예, 저희 쪽 의뢰인 김승재는 여전히 무고라 주장하고 있고, 고소인은 성폭행이라 주장하고 있고 ......’’

‘‘중간에 신변한테 제보해 준 그 고소인 여자 친구는 여전히 자기 친구가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예, 그랬죠. 자기한테 분명히 같이 소장용으로 촬영하고 있다고 했었다고 하면서.’’

‘‘그에 대해 고소인은 자기 친구가 원래 그 김승재를 먼저 좋아했고 그래서 질투하고 있던 중 이참에 자기를 음해하는 거라 다시 재반박하는 거고?’’

‘‘예, 맞아요.’’


전식으로 스프가 나왔지만, 신선혜는 스푼을 들지도 않고 계속 내 입만 주시했다.


‘‘오빠! 제 건도 벌써 추리가 되었죠?’’

‘‘아이, 당연히 되었지. 안 그러면 내가 오늘 이렇게 오붓하게 단 둘이 같이 밥 먹자고 했겠나, 하하하.’’

‘‘어머! 무슨 소리에요, 오빠. 우리 단 둘이 밥 못 먹을 사이에요. 앞으로도 우리 자주 이런 자리 만들어요, 호호호.’’

‘’하하하, 그럴까? 하하하, 하하하.’’


내가 활기찬 웃음을 터뜨리는 사이에도, 신선혜는 나의 입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마치 9회말 만루 투스트라이크 스리볼이나 인저리 타임이 다 지나간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보는 관중처럼 잔뜩 긴장된 표정이었다.


‘‘신변!’’

‘‘예? 예’’

‘‘우선 이거 하나만 가르쳐줄래?’’

‘‘뭐요?’’

‘‘김승재 그 사람은 검색하면 이미지가 뜨는데, 그 고소인 여자는 이미지가 안 뜨거든.’’

‘‘그야 당연하죠. 일반인인데.’’

‘‘신변은 그 여자 이미지 가지고 있지?’’

‘‘예?’’

‘‘그 여자 사진 가지고 있는 거 잠깐 좀 보여줘.’’

‘‘음 .......’’

‘‘에이, 증거자료로 가지고 있잖아.’’

‘‘글쎄, 그건 좀 ......’’


신선혜가 주저하는 빛을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방금 전까지 일방적으로 내가 갑이었고 그녀가 을이었던 관계가 일거에 역전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안 돼요. 그런 자료 함부로 유출되면 안 되니까요. 죄송해요, 오빠.’’

‘‘아니, 내가 뭐 복사하거나 그럴려고 그러는 게 전혀 아니야. 그런 걱정은 일절 말고, 잠깐 캡쳐 사진 한 장만 같이 봤으면 하는데. 그것도 안 될까?’’

‘‘글쎄, 안 돼요. 접속기록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남게 되면 저 징계 먹을 수 있어요.’’

‘‘에이, 무슨 호기심에 그러는 것도 아니고 사건 해결을 위해서 그러는 건데.’’

‘‘죄송해요, 오빠. 이것만은.’’


음, 우선 역전된 갑을 관계부터 다시 재역전 시키는 게 시급해 보인다.


‘‘신변!’’

‘‘예.’‘

‘‘사실 내가 아까 저품격 토크쇼에서 이초희 김민훈 건 어떻게 추리해냈는 지 알아?’’

‘‘예? 어떻게요?’’

‘‘궁금해?’’

‘‘예. 그럼, 그거 순전히 추리력으로 알아내신 게 아니었어요?’’

‘‘에이. 당연히 아니지. 내가 무슨 프로파일러도 아니고.’’

‘‘그럼, 뭐에요?’’

‘‘궁금해?’’

‘‘그럼요, 뭔데요?’’

‘‘아이, 이거 일등 영업 비밀 중 하나인데요.’’

‘‘에이, 그러지 말고 가르쳐주세요.’’‘


얼추 다시 나와 그녀 사이 역학 관계가 이전으로 복원되어 간다.


‘‘그럼, 내가 가르쳐줄 테니까 신변도 내가 아까 말한 그 여자 사진 보여줄 수 있지?’’

‘‘예?’’

‘‘사실 내가 그 여자 사진 보여 달라고 하는 건 지금 내 이 일급 영업 비밀과도 깊은 관계가 있거든.’’

‘‘대체 오빠 그 일급 영업 비밀이 뭔데요?’’

‘‘음 ...... 관상.’’

‘‘관상이요?’’

‘‘응. 온갖 잡기에 능한 내가 심지어 관상에까지도 조예가 깊거든. 내가 사실 이초희 김민훈을 잘 몰랐어. 그래서 아까 잠깐 사람들 떠들 때 그 둘 사진 검색해서 제대로 관상을 좀 훑어보는 시간을 가져 봤었지. 그랬더니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지더라고. 왜 그 둘이 그런 주작을 시도했는지 말이야.’’

‘‘어머머머머머나!’’


나는 지금까지 신선혜의 승소율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나와 있을 때 그녀 모습을 짐작컨대 승소율이 맥시멈 20프로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내가 내뱉으면서도 이건 여중생한테도 잘 안 먹힐 것 같은 드립을 그녀는 순순히 이렇게 믿어주는 것인가.

내 눈에는 변호사는커녕 사기나 보이스 피싱 피해자로 법정에 출석해야 마땅해 보이는 애이거늘.


‘‘저, 정말이에요, 오빠? 와! 진짜 대박! 관상이 그렇게 용할 수 있어요? 오빠, 어디서 배우셨어요? 학원에요, 아니면 책에요? 사실 법 공부 하는 사람 중에 의외로 주역이니 그 쪽에 관심 많은 사람 많거든요. 저도 언제 한 번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데. 오빠, 저 시간 되시면 개인 과외 콜?’’


음, 이 정도면 그냥 아이돌에 미쳐서 사리판단 능력을 잠시 상실한 사생팬 수준이라 잠정 결론 내리는 게 나도 마음 편할 것 같다.


‘‘음, 그래서 사진 잠깐 보여줄 수 있지?’’

‘‘그럼요. 잠시 만요. 이왕이면 우리 컴퓨터 큰 화면으로 봐요.’’


그녀가 경양식 집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펼쳐 들기까지 했다.

이 정도까지 집중하고자 하는 건 아니었는데.


‘‘음 ......’’


노트북 화면에서는 연극배우 김승재와 그를 성폭행 건으로 고소한 여자가 다정히 찍은 사진 몇 장이 파노라마로 이어졌다.


‘‘여자만 확대 사진으로 보실래요?’’

‘‘아니야.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

‘‘어머! 그럼 ......’’

‘‘이것도 그림이 그냥 나오네.’’

‘‘정말이요?’’

‘‘응. 사실 김승재 관상 보고도 대충 그림이 나왔었거든. 근데 아무래도 크로스 체크를 하면 보다 확실해지니까.’’

‘‘당연히 그렇겠죠.’’

‘‘음 .....’’


약간의 시간 지연을 더 한 후, 마침내 내가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다시 입을 열었다.


‘‘신변!’’

‘‘예.’‘’

‘‘정답 궁금해?’’

‘‘그럼요.’’


그 사이 나온 메인 요리 그릇을 그녀가 아예 옆으로 치우기까지 했다.

이거 완전 갑을 관계 재역전 수준이 아니라 그냥 갑을 관계가 평생 보장 평생 고정되는 듯한 순간이었다.


‘‘신변!’’

‘‘예.’’

‘‘이번에 중간에 잘못 코 꿰여서 투입되었다는 이 사건 말이야.’’

‘‘예.’’

‘‘아무래도 신변은 아무 핑계나 대고 중도하차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예? 왜요? 어머! 설마 ......’’

‘‘신변 쪽 의뢰인 김승재 말은 믿을 게 못 돼. 다시 말해 고소인인 사진 속 이 여자 말이 더 진실에 가까워.’’

‘‘어머! 정말이요?’’

‘‘응. 유감스럽게도 사실이 그래.’’

‘‘대체 무슨 근거로 ......’’

‘‘그걸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줄게. 자! 여기 우선 이 김승재 이 양반 눈을 좀 봐 ......’’


참고로, 나는 관상에 대해 공부한 것은 재작년인가 시사팩폭쇼에서 관상 보는 사람 하나가 출연해서 귀동냥으로 듣고 이후 관련 동영상 몇 개 찾아보고 책 두어 권 사 본 게 전부였다.

다시 말해 지금부터 신선혜에게 떠벌리고 있는 이야기는 대부분 별 근거 없는 말들이라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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