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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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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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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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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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DUMMY

시사팩폭쇼에서 맹활약을 한 여진이 있어서 원래 이번 회차 중구난방에서는 좀 쉬어가는 타이밍으로 삼으려고 했다.

그래서 정원택과 김여중에게 최대한 발언권을 넘기고자 했다.


최근 글로벌적으로 확산되는 정치테러 문제에 대해 두 사람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지 자신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는 미처 내가 생각지 못한 지점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정치 테러가 이렇게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보다도 양극화현상에 있죠.’’

‘‘동의해요, 김선생. 근데 갈수록 양극화가 벌어지는 그 원인은 또 어디에 있다고 봐요?’’

‘‘그야 쌍방향 소통시대가 너무 선을 넘었기 때문이죠.’’

‘‘맞아요! 바로 그거에요! 참여 민주주의가 세상을 망치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그냥 원래 민주주의로 돌아가야 돼요.’’


참여 민주주의와 그냥 민주주의가 차이가 있나.

그들 워딩이 잘 이해가 안 갔다.


‘‘저기, 선생님들. 참여 민주주의와 민주주의가 차이가 있나요? 그냥 오십보백보 같은 말 아닌가요?’’

‘‘아니지. 엄연히 다른 말이지. 참여 민주주의라는 건 단지 투표를 넘어서 정책수립 같은 거에도 시민들이 깊숙이 관여한다는 거 아닌가.’’

‘‘예, 그렇죠. 기존 민주주의가 보다 진화하는 형태 아닌가요?’’

‘‘민주주의가 진화하기는 무슨. 오히려 왜곡되고 있지.’’


나의 질문에 정원택이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그 사이 김여중이 부연설명에 나섰다.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참여를 하면 참여 민주주의가 나쁠 게 없죠. 아니 오히려 권장할만 하죠. 근데 어디 그럴 수 있나요? 먹고 살기 바빠 시간이 없거나 애초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도 엄청 많잖아요? 참여 민주주의라는 게 결국 그런 사람들은 빠지고 정치에 관심 많은 고관여층만 목소리를 높이는 게 문제라는 거죠. 그 정치 고관여층 대부분은 각 진영 강경파들이니까요. 그러니 갈수록 양극화가 벌어질 수밖에요.’’

‘‘아하!’’


확실히 두 양반 짬밥이나 구력은 무시못하겠다.

요즘 좀 떴다지만 솔직히 나는 이 정도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다.


‘‘강소장, 내가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 해 줄게. 예전에는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서 대차게 싸우고 나서도 다 끝나고 나면 여의도 부근 식당이나 술집에서 회식하는 일이 아주 비일비재했지. 낮에는 그렇게 싸우다가도 저녁에는 술 마시고 그러면서 화해도 하고 협의도 하고 합의도 보고 그러는 게 의원들 일상이었지. 근데 지금은 여야 의원들이 절대로 같이 식당이나 술집에서 모이지를 못한다고 해요. 왜 그런지 알아요?’’

‘‘왜요?’’

‘‘각 진영 강성파 시민들한테 사진 찍혀서 인터넷에 올라가면 바로 사쿠라 소리 듣거든.’’

‘‘아하!’’

‘‘또 그래서 그나마 요즘 여야 의원들이 모여 내밀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인줄 알아요?’’

‘‘어디요?’’

‘‘절대 사진 찍힐 염려 없는 곳.’’

‘‘예?’’

‘‘국회 목욕탕이라고 하더군.’’

‘‘아하! 하하하, 하하하 ......’’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이어서 너튜브 같은 1인 시사 방송 인기도 무시못하죠. 우리 중구난방처럼 이렇게 양 진영 사람들이 서로 토론하고 대화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각 진영 사람들끼리 모여서 상대 진영을 향해 쌍욕 하고 뒷담화하고 그러니까요. 생산적인 담론은 안 나오고 그저 소모적인 카타르시스 밖에 안 남는 게 무슨 시사방송들이라고, 쯧쯧.’’

‘‘맞아요. 김선생. 거기 놈들 최대한 자극적으로 말해야 또 돈이 들어오니까 아주 경쟁적으로 선동적인 말만 하죠. 우리 강소장이 며칠 전 처단한 방용섭도 그런 부류고요.’’

‘‘아무튼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안 그렇고 계속 이대로 내버려 두면, 어쩌면 민주주의가 완전히 정착되어 있다는 선진국들도 내전으로까지 비화될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그러게 말이에요. 누군가 유권자들이 투표 이상으로 정당 정책에 참여 못하도록 막는 법안이랑 개인 시사방송은 우리 중구난방처럼 진보 보수 양 진영이 모여서만 할 수 있는 법안 같은 거 만드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인데. 아직 후보 등록 신청 기간 남았으니까 내가 한 번 출마할까나.’’


정원택의 말에 나와 김여중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내 눈앞에 다시 또 프롬프터가 떴다.


헉! 이번에도 며칠 전 시사팩폭쇼에서처럼 미래에 관한 내용이었다.

임민정, 방용섭이 공천에 실패하고 감옥에 가고 뭐 그런 내용들처럼.

왜냐면 선거 운동 기간에 벌어질 정치 테러들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프롬프터가 준 정보를 요약해 보면,

갈수록 양극화 되고 있는 정치 지형상 이번 우리나라 총선에서도 이런 저런 사고들이 잇따르게 된다.

개 중에 상당수는 굳이 내가 개입할 필요가 없는 사건이었다.

가령 크게 인명 피해가 없는 지지자들끼리 패싸움 같은 거,


하지만 두어 개 정도 사건은 내가 꼭 막아야 하는 사건들이 있었다.

진보 보수 이념 문제가 아니었다.

한 후보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또 한 후보자 임산부 아내는 유산을 하게 되고, 그런 사건들은 내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얼른 프롬프터에 나와 있는 사건 날짜를 메모했다.



+++



‘‘아니, 오빠, 웬일이세요?’’


중구난방 방송을 마치자마자 나는 자동차에 가서 핸드폰 통화를 시도했다.

상대는 아프리카에서 남편 사업을 돕고 있는 후배 미영이다.


‘‘야! 심미영, 몇 년 만이냐?’’

‘‘그러게요. 참! 오빠, 여전히 요즘도 방송해요?’’


확실히 멀리 살다 보니 요즘 내 활약상을 잘 모르는 듯 했다.


‘‘음, 여전히 하고는 있어. 근데 돈 벌이는 잘 안 되네. 더 늦기 전에 전업을 하던가 고민 중이야, 하하하.’’


인간이란 원래 못 나가고 있을 때 잘난 척을 하고 싶고, 잘 나갈 때 못 나가는 척을 한다.

그래서 내 인생에 이렇게 못 나가는 척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문 일이다.


‘‘에이? 오빠, 아직 젊은데 계속 해 봐요. 언젠가 볕 뜰 날이 오겠죠.’’

‘‘하하하. 그래야겠지?’’


미영은 요새 아주 샛노란 햇볕이 직각으로 내 인생에 내리꽂고 있는 걸 정말 모르고 있는 모양새다.


‘‘그건 그렇고, 미영이 너희 부군 사업은 어떻게, 잘 되고 있니?’’

‘‘잘 되기는요, 다 접고 한국 돌아갈까 생각 중인데. 쌀 살 돈도 없어 맨날 싸우고 있어요.’’

‘‘정말?’’

‘‘예, 농담 아니에요.’’

‘‘음, 마침 잘 됐네. 그럼, 내가 쌀을 좀 보내줘야겠군.’’

‘‘예?’’

‘‘참! 내가 갑자기 연락한 이유가 있거든.’’

‘‘그렇겠죠. 그거 아니면 오빠가 굳이 저한테 ......’’

‘‘응, 맞아. 내가 굳이 몇 년 만에 미영이 너한테 안부 전화할 이유도 없을 테고, 하하하. 미영아! 너희 거기 사는 동네도 커피숍에서 공용 인터넷 되지?

‘‘어머! 저희 동네 무시하는 거예요?’’

‘‘아이, 그건 아니고. 너 사는 그 도시는 뭐 유럽이랑 물가 큰 차이 없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그럼요. 아무래도 치안 때문에라도 활동반경이 좀 여기서는 고급스런 데만 돌아다니게 되다보니까 한국이랑 생활비 큰 차이 없어요.’’

‘‘그래, 그럼, 거기 커피숍에 CCTV들도 다 있지?’’

‘‘아이, 정말,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하하, 미안해. 참! 그리고 한국 말 좀 하는 아프리카 현지 직원들 몇 명 되지?’‘’

‘‘예. 오빠, 대체 또 무슨 계략을 꾸미기에.’’

‘‘그러게. 내가 원래 한 계략 하지. 자! 그러면 내 계략을 이제부터 설명할 게.’’


내가 미영에게 부탁하려는 계략은 대충 이런 것이다.

미영이 사는 동네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 커피숍에 현지 직원 하나가 간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한국 익명 커뮤니티에 접속해서 글을 남긴다.


글 내용은 다름 아닌 테러 예고 글.

그러니까 프롬프터에서 내가 본 후보자 의식불명 사건과 후보자 부인 폭행 유산 사건 바로 전날, 그에 대한 테러 예고 글을 올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역설적으로 테러를 예고해서 그 테러를 막는 계략인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테러 예고 글 올리면 요즘에는 바로 경찰이 출동한다.

하지만 외국은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 올려도 잡지 못한다.

게다가 아프리카 커피숍 공용 인터넷으로 올리면 더더욱 잡힐 일이 없다.


문제는 딱 하나.

내가 고용한 행동대원이 보안을 지켜주느냐는 것이다.

보안을 지키게 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당근이 당근이지.


‘‘오빠! 애들도 아니고 이런 장난을 왜 해요?’’

‘‘원래 정치판이 애들 장난 같잖아.’’

‘‘아이, 진짜 장난 하지 말고. 이거 해서 뭐 하려고요?’’

‘‘미영아!’’

‘‘예.’’

‘‘내가 굳이 몇 년 만에 너한테 연락해서 왜 이런 부탁을 하는 지 알아?’’

‘‘모르지. 하필 왜 나에요.’’

‘‘이유는 두 가지지. 첫째, 아프리카가 그래도 울 나라랑 제일 멀잖아. 꼭 지리적 거리뿐 아니라 심정적 거리로’’

‘‘둘째로?’’

‘‘둘째로는 미영이 니 스타일을 잘 아니까.’’

‘‘내 스타일? 내 스타일이 뭔 데?’’

‘‘너 학교 다닐 때 맨날 니 입으로 그랬잖아. 자기는 대놓고 속물이라고. 남자도 외모 절대 안 본다고. 소개팅에서도 무조건 돈을 제일 먼저 본다고.’’

‘‘그랬었지. 근데 완전 사기당해서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지.’’

‘‘응, 원래 이론과 실기가 잘 안 맞는 거에 인생의 묘미가 있는 법이지.’’

‘‘아이 씨이. 오빠!’’

‘‘미안, 미안. 그래서 그러는데 미영이 너 지금 필요한 거 뭐야? 외국 교포한테 생필품 보내주는 전문 사이트도 있던데 거기서 골라볼래? 아니면 그냥 현금으로 보내줄까?

‘‘오빠!’’

‘‘맥시멈 50만원. 아니 100? 그래, 현지 직원한테도 한 턱 써야 하니까 100까지 쓸 수 있어.’’

‘‘아니, 이유라도 좀 ......’’

‘‘미영아!’’

‘‘응?’’

‘‘이유 안 묻는 조건에 150으로 딜 치자. 어때?’’

‘‘...... 200. 진짜 쌀 다 떨어졌어.’’



+++



200이면 나한테도 큰돈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200이면 3,4달 생활비다.


그러니 미영과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또 다른 계략을 구상해야 했다.

아직 월세 집에 사는 주제에 남의 일 때문에 200을 꽁으로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 내 덕분에 테러 위기에서 모면할 두 의원 측은 엄청난 병원비를 굳는 것일 테니, 그들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내 태도가 어처구니없는 행태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무슨 수로 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하지?

자칫 서투른 처신을 경우 오히려 협박범으로 몰릴 우려가 있다.


미영과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아이디어를 구하느라 꽤나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하지만 좀처럼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미영에게 전화해서 아까 했던 이야기 무르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 사람을 의식불명에 빠지게 할 수도, 또 뱃속에 있는 새로운 생명을 아예 꽃피우지 못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아! 프롬프터가 다시 또 나타나서 해답을 주었으면 좋겠건만,

하는 그 순간이었다.


정말로 프롬프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게 뭐야?


[그동안 강대구, 프롬프터 덕에 무형 유형 엄청난 수익을 올렸음. 하지만 지금까지 강대구, 사회에 기부나 봉사 활동 제대로 한적 한 번 본 적이 없음.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듯]


으응? ...... 에이,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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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2화 +1 24.07.18 130 5 12쪽
72 71화 +1 24.07.17 13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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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6화 24.07.12 17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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