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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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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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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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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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의 군단

DUMMY

두 눈이 감기고, 죽음이 가까워졌다 생각한 천미령이었다.

그러나 무언가 터지는 소리만 귀를 채울 뿐, 몸에는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죽음이라고 생각한 천미령은 무심코 자신의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어라?”

거침없이 뛰고 있고, 조금만 더 빠르게 뛴다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직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이었다.

“으흐흐, 이젠 제 몫 정도는 하는구나.”

그녀의 귓가에 울린 것은 천금호.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너무 늦었잖아요.”

후계자가 되어 단 한 번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었고, 지금도 절대 흘리지 않기 위해 숨을 억지로 삼켰다.

“으하하! 저 녀석과 합류해서 오려고 늦었지 뭐냐.”

그 말에 시선을 돌리자 루크의 등 뒤에서 검을 휘두르는 남궁성이 있었다.

“죽어라.”

피싯.

소리조차 가르는 빠른 검격에 루크의 몸이 거세게 흔들렸다.

“음.”

신음조차 짧은 루크였지만, 충격을 받았는지 머리를 몇 번 흔들었다.

“목표.”

“우리를 죽이러 온 모양이로군.”

남궁성이 참격을 막아낸 뒤 딸과 놀고 있는 천금호를 바라보았고, 그제야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들이 여기까지 해줬는데, 우리가 나서야지.”

“자느라 연락을 못 본 네놈이 할 말은 아니다만.”

“아, 아버지?”

“···크흠, 그건 말 안 하기로 했는데.”

천미령의 당황한 얼굴을 애써 무시하며 한걸음 나선 천금호는 주먹을 마주치더니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크하하! 몸에 힘이 넘치는구나!”

‘도망.’

루크는 곧바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간 이동은 사용이 불가능했다. 애초에 벨름만 가능한 기술이기도 했고, 여기서 그걸 사용한다면 제림닐의 강림은 불가능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부하.’

그리고 두고 갈 수 없는 존재들이 있었다. 판단을 마친 루크는 몸을 추스른 후 어둠이 벗겨진 검날을 손으로 거칠게 쓸었다.

끼이이익!

“큭, 기분 나쁜 녀석.”

귀를 찌르는 듯한 비명이 울리며 루크의 주변으로 재차 어둠이 몰려들었다.

“마무리.”

“아, 그래. 어차피 피차 전력을 다하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이니 말이야.”

쿠웅.

자신들의 어둠조차 가져가려는 것을 발로 땅을 내려찍으며 몰아낸 뒤 천금호가 슬쩍 남궁성을 바라보았다.

“아니면, 네가?”

“···마무리하겠다.”

‘시간.’

루크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시간이 후회되었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사람.’

제림닐은 언젠가 자신들이 사람이 될 것이라 말했다.

어둠에서 태어났고, 평생을 쓰레기통에서 살았기에 그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죽음이 눈앞에 놓인 이 순간, 시간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본인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아주 작은 변화.

“···군주여.”

그런 루크의 변화와 상관없이 남궁성의 검은 천장을 향해 치솟았다.

“이게 오래전 잊힌, 남궁의 검이다.”

어둠조차 잡아먹는 셀 수 없는 숫자의 검 그림자.

작은 그림자들이 모여 마치 거대한 검을 만들었고, 그 검의 그림자는 세상을 전부 덮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하게 느껴졌다.

“검영만리.”

그것은 처음으로 창궁무애검을 마주한 자에 대한 예의였으며, 루크 또한 남궁성의 감정을 이해했다.

“와라.”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거대한 검 그림자.

그 안에 담긴 기운은 루크 본인은 물론이고, 벨름조차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마주하는 것 또한. 검사의 숙명이다.”

남궁성의 검에 비해 초라하고, 별것 없어 보이는 모습.

그러나 루크는 두근거리는 가슴과 함께 어둠의 검을 휘둘렀다.

“모든 것을 걸고.”

투구가 갈라지고, 갑옷이 갈라진다.

평생을 두르고 있던 어둠이 사라지며, 그제야 세상을 온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씨익.

입가에 미소를 보인 루크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검에 몸을 맡겼다.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이며, 최후에 어울리는 것임을 깨달았기에.

“···와.”

남궁천명이 멍하니 아버지의 검을 바라보았고, 천미령 또한 입에서 침이 흐르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었다.

“어, 언제 저렇게 강해진 거지?”

천금호조차 예상하지 못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당황하고 있었다.

“···터무니 없는 짓들을 하고 있었군.”

남궁성은 반으로 갈라져 빛 속으로 사라진 루크를 잠시 노려보았고, 이내 몸을 돌려 둘에게 다가갔다.

“네, 네?”

“감당할 수 없는 적을 만나면 내가 죽으라고 가르쳤나?”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도. 라는 말은 없다.”

남궁성의 손이 하늘로 올라가자 남궁천명이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느껴지는 충격은 없었고, 오히려 따스하고 거친 손이 머리 위로 올라왔다.

“그럼에도. 잘 버텨줬다.”

“···네.”

부자가 잘 정리된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천미령은 은근슬쩍 손을 내미는 천금호의 손을 쳐낸 뒤 쑥대밭이 된 동굴을 둘러보았다.

‘···우리에게만 있는 일은 아닐 테지.’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다른 사건이, 부디 잘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아무튼 지켜보고 있을 누군가를 향하여.


* * *


에블의 과거를 보았고, 그걸 오라클에게 바로 전달하기는 했다.

하지만 바로 복귀는 하지 않았다. 기억이란 애초에 소멸하기 마련이었고, 특히 과거나 미래에 관한 내용은 금방이라도 잊을 듯 가물가물했다.

그렇기에 이 기억이 사라지기 전 최대한 정보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 공간에는 쉽게 접근할 수는 없을 거야.’

그러면 분명 무언가 트리거가 있다고 판단했고, 에블이 다녔던 온갖 묘지나 광산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이동 수단은 오라클을 통해 지원을 받았기에 다니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에블이 찾아갔던 곳은 대부분 증거인멸을 위해 쑥대밭이 된 상태라 다른 정보를 얻기는 어려웠다.

“하아, 피곤하네.”

아무리 초인과 같은 육신을 갖고 있다고 한들, 정신까지 인간을 초월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정보를 얻기 위해 아주 잠깐씩 과거를 보는 것도 충격이 누적되어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할아버지가 알면 화내시겠네.’

머쓱한 웃음을 지었지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는 것이 맞았다.

‘연우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그 사람의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중증인 것 같았다.

정작, 본인은 바빠서 나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언젠가 서로가 바라볼 일이 생긴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쿠우웅···

“도착했습니다!”

“고마워요.”

“으하하! 대현자께 안부도 좀 전해주십쇼!”

배를 운전해 준 분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인 뒤 휑한 느낌의 항구로 들어섰다.

항구에는 그나마 어부를 하는 듯한 사람들의 배가 몇 개가 놓여있었고, 거대한 배가 들어오기엔 크기가 작았다.

거기에 이곳의 위치도 그리 좋지 않았는데, 나야 오라클의 도움으로 찾아온 곳이니 문제없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 찾아오기엔 상당한 외지였다.

‘···여길 마지막으로 해야겠네.’

어차피 더 이상 몸이 버텨주지 않을 테니 좋든 싫든 여기가 종착지였다.

“여기가 으음, 과거 해룡을 숭배했던 곳이라고 했지?”

마을에 대한 정보가 적힌 책을 오는 동안 뒤적거렸지만, 역시 평범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에블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도 딱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활기차네.”

마을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지만, 거기에 혐오나 반감 같은 것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왜 여기에 왔지? 라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리고 평화로워.’

나중에 헌터를 그만둔다면,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동상 같은 것도 아직 남아있고.”

마을의 중앙에는 적당히 관리가 된 해룡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듯한 모습에 그 아래에는 신선해 보이는 과일과 생선이 놓여있었다.

“외지인이신가?”

해룡의 동상 앞에서 멍하니 서 있던 나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근처에 있는 것은 알았지만, 굳이 말을 걸 줄은 몰랐다.

“네.”

“호오, 여긴 찾아오기도 힘든 곳인데 말이야.”

“···그러게요.”

“이분은 아주 오래전, 우리 마을을 지켜주었던 수호신이라네. 덕분에 몬스터들의 공격에도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지.”

해룡에 대해선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에 대충은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전하는 대신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나 어느 날 갑작스레 모습을 감추셨네. 아마 우리의 실수에 많이 실망할 탓이겠지. 우리는 그분이 언젠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네.”

“으음, 그래요?”

어째선지 그때 들었던 내용과는 조금 다른 듯싶었지만, 전설이나 신화는 시간이 지나면 바뀌기 마련이니까.

“아차, 내 이야기만 하고 말았구먼. 뭐 찾는 것이라도 있는가?”

“아, 그게··· 마을 좀 구경해도 될까요?”

“안될 게 뭐가 있나. 별로 크지도 않으니 하루면 전부 볼 수 있을걸세.”

그 말을 남긴 채 할아버지는 해룡의 동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시선은 이상한 사람을 보는 것보다는, 어딘가 측은함을 담고 있었다.

‘뭔가 있는 모양이네.’

어차피 마을을 조사하다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테니 일단 돌아다니기로 결정했다.


* * *


“으아아···”

할아버지의 말대로 마을을 둘러보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딱히 건질 것은 없었다.

말 그대로 힐링은 제대로 했지만, 애초에 목적은 상실이 된 느낌이었다.

“돌아가야 하나.”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아이들 무리가 주변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고, 밝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평화롭네.’

“잊힌 곳에 있을 거라네!”

“환상 같은 공간이!”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으응?”

그냥 듣고 있으면 편한 노래라 아무런 생각 없이 있었지만, 정작 노래 가사를 곱씹자 이상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왜 저런 노래가 남아있는 거지?’

무엇을 전하고, 남기기 위해 저런 것이 남아있을까.

“외지인. 저번에 찾아왔던 사람들이랑은 다르겠지?”

불안한 감정이 담겨있는 목소리에 몸을 돌리자 그곳엔 어딘가 두려워하는 모습의 사람이 있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이전에 왔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에블일테지. 그 사람이 지금까지 다녀온 행적을 생각하면, 여기서도 상당한 행패를 부렸을 것이 분명했다.

‘에블의 목표는 결국 광산이나 무덤을 도굴하는 거야.’

그러면 이 마을에도 비슷한 장소가 있다는 말이었다.

“···더 조사해 봐야겠는데?”

적어도 지금까지 조사한 곳에는 무덤이나 광산과 비슷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새로운 목표가 생기니 몸에 힘이 나는 듯했고, 곧바로 장소를 찾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둘러보고 있는겐가?"

"아, 네에."

동상에서 기도를 올리고있던 할아버지가 또 내 옆에 걸터 앉았고, 살짝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무언가를 찾는 모양이로구먼?"

"···전 다를거에요."

에블의 일 때문에 긴장한 것처럼 보였고, 곧바로 해명을 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산 쪽으로 올라가보게. 그러면 찾는 것이 있을테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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