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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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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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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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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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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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DUMMY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었다. 그야, 어지간한 것은 전부 바뀌어 있었으니까.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여긴 일 년 만에 이렇게 변했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다.

“다들 웃고 있어.”

즉, 평화롭다.

위기도 없고, 위험도 없다.

“조용하네.”

주변은 나는 일상적인 소음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한설아가 말하는 조용함이 무엇인지 나도 이해하고 있기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에 원래 우리가 자주 가던 카페가 있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며 추억에 빠진다. 이런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에도 힐링을 얻어가니, 우리가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길드 마크들은 대부분 사라졌네.”

이런 번화한 곳.

특히 협회 주변에는 길드 마크나 유명한 헌터들의 사진 등을 파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길거리에서 노점상을 하는 사람들은 길거리 음식 등을 팔고 있었고, 주변에는 골든 코인의 심볼이 이곳저곳에 그려져 있었다.

“저번에 무광이 한번 난리 치고 난 뒤에 완전히 장악했다고 하네. 뇌신 님도 사후 처리에 엄청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하고.”

확실히 그래 보였다.

이전에 협회가 장악하고 있을 때도 이 정도의 평화는 느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냥 내가 강해져서 그런가?’

마음속에 있는 불안감과 걱정이 어느 정도 사라지니 여유가 생겼을지도.

“그러고 보니 유독 한국이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어.”

“응?”

“생각해 봐. 엄청난 사건이 연달아 있었는데, 정작 한국은 무광을 제외하면 별다른 일이 없었잖아?”

“···그 무광이 엄청난 사건이긴 했었지만 말이야.”

물론, 한설아의 말대로 무광이 거의 모든 길드를 해체시키고 지배하려는 야욕을 부린 사건이 있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일은 어느 곳을 가나 있었다.

특히, 중국과 유럽은 일반인들의 피해도 극심했다고 하니까.

“그래도. 그러게.”

한설아는 잠시 눈을 감고, 공원 한가운데에 깊게 숨을 들이켰다.

“응, 평화로워.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말하면, 믿지 못할 정도로.”

그러던 와중 공원 한쪽에서 한 가족이 밝게 웃으며 지나갔고, 한설아와 내 시선은 거기에 쭉 머물렀다.

셋이 손을 잡고, 어떤 고민이나 걱정 없이 지금의 행복을 즐기는 모습.

‘틀리지 않았어.’

만약 사신의 강림이 성공하여 세상 전체에 죽음이 내려왔다면?

제림닐이 바깥으로 뛰쳐나와 모두를 언데드로 만들었다면?

이런 모습은 절대 볼 수 없었겠지.

그러니, 누구도 나와 같은 일을 겪게 만들지 않는다.

“다행이네. 그렇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빙긋 웃는 한설아였고, 나 또한 마주 웃어주었다.

“···커피나 마실래?”

“내가 살게.”

자주 가던 집은 문을 닫았지만, 어차피 열걸음을 가기도 전에 놓인 것이 커피 가게였다. 대충 이름이 있는 곳들 중 하나를 정해 들어가서 적당한 커피를 하나씩 산 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쪼옥.”

빨대를 입술에 물고, 가볍게 들이키자 시원하고, 씁쓸하면서도 살짝은 달콤한 커피가 몸에 들어왔다. 덕분에 순간 몸이 오들오들 떨렸고, 시린 이빨 탓에 저절로 입술이 다시 열렸다.

그러나 이 일련의 과정은 내게 매우 중요했다.

아직 내가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고 일깨워주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뭔가 점점 인간에게서 멀어지는 느낌이야.’

연아도 이런 과정을 겪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커피의 씁쓸함보다 더욱 아찔한 내음이 몸에 감돌았다.

“어, 저기는···”

“혈화가 무너졌던 곳이네.”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혈화의 길드장이 난리를 부렸던 곳이다.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쳐다보니 새삼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재차 상기하게 되었다.

“충격 때문에 아무도 안 올 줄 알았는데.”

“많네. 놀러 온 사람들도.”

그때의 끔찍했던 기억은 이미 잊혔는지 가족단위로 찾아와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직도 지우지 못한 은은한 혈향이 남아있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살짝 손을 뻗어 혈기들을 정화시켰고, 흐르는 공기가 좀 더 맑아졌다.

“쓰으읍! 후우, 뭔가 더 시원해진 느낌인데?”

“쉬는 날이라 그냥 기분 좋은 거야!”

예민한 사람이라면 살짝은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기에 몸이 더 가벼워진 사람들은 더 힘차게 놀기 시작했다.

“친절하네.”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치운 것뿐이야.”

“그게 친절한 거지.”

그런가.

착하냐 안착하느냐로 싸우는 것만큼 의미 없는 일은 없기에 곧바로 입을 다물었고, 한설아는 활짝 웃으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때 엄청나게 걱정했었거든. 아리우스 씨와 싸울 때 말이야.”

“으음.”

연아의 원수라고 확정한 상태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덤볐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마 아리우스가 전력으로 덤볐으면 상당히 위험했겠지.

“그래도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야.”

“···어, 저건?”

익숙한 모양의 아이스크림 가게.

되돌아 생각해 보면, 맛은 그냥 그랬었던 것 같다. 분위기 때문에 더욱 맛있게 느껴질 뿐.

발걸음을 살짝 돌려 가게로 향했고, 아이스크림을 두 개 구매했다.

“갑자기?”

“그냥, 그때 생각나지 않아?”

의아하다는 눈으로 날 바라보던 한설아는 아이스크림을 잠시 바라보더니, 그때가 생각난 듯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입으로 가져갔다.

“맛있다.”

“그러게.”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혀를 타고 입 안을 가득 채웠고, 달콤한 감각이 자고 있던 감각들을 일깨웠다.

“여기는 대충 다 봤고, 저쪽으로 가볼래?”

한설아가 가리키는 방향은 협회였다.

다만, 이곳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었던 협회 본부가 사라지며 이정표가 없어진 것은 흠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으니까.”

최근 들어 탑이 나타나는 횟수도 급감하고 있었다.

추측하기로는 제림닐이 무리하게 탑을 소환한 영향이라고 보고 있지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다.

생각보다 큰 아이스크림을 다 먹을 때쯤이 되어서야 협회가 있던 장소에 도착했다.

“···썰렁하네.”

“그래도 관리는 계속하고 있나 봐.”

협회 건물은 완전히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는 다른 건물이 들어서지 않았다.

대신이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꽃 몇송이가 놓여있는 모습이 어딘가 익숙했다.

‘사신···이 이긴 미래였나?’

하지만 그때와 달랐다.

몇몇 사람들이 찾아와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고, 아이들이 묻는 말에 부모들은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적어도 한국에서 협회는 여전히 그 위상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앞에서 우리가 처음 만났었지?”

“혈화에게 곤란을 겪고 있었잖아.”

“후후, 기억하고 있네? 그때는 검성 님을 제외하면 딱히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거든. 그래서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웠어.”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나한테는 그대로인 것 같긴 한데?’

“협회가 사라진 건 아쉽네.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냈던 장소였는데.”

아쉬운 듯 입을 삐죽 내민 한설아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땅히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돌아갈까.’

아직 해가 높게 떠 있었지만, 볼만한 곳은 전부 들렸으니까.

“이제 슬슬···”

“···흐음?”

한설아에게 말을 걸기 위해 몸을 돌리자 눈에 보인 것은 꽃다발을 들고 있는 거대한 사내였다.

“김목화 회장?”

“그 명칭으로는 너무 오랜만에 불려서 어색하군. 그냥 투귀라고 불러라.”

“당신이 왜 여기에?”

“이상한 질문이로군. 내가 여기 오는 것이 금지된 것도 아닌데 말이지.”

그렇게 말하니 딱히 할 말이 없긴 하네.

“···시간이 나면 매번 방문하는 편이다.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지.”

투귀는 시든 꽃들을 치워낸 뒤 가지고 온 꽃다발을 평평한 돌 위에 올려놓았다.

“너희는 무슨 용무로 여길 찾아온 거지?”

“딱히 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닙니다.”

“좋은 일이지. 너희 같은 헌터들이 무슨 일이 생겨서 온다면, 그거야말로 위기일 테니까.”

“그것도 그렇네요.”

우리가 직접 움직여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라면, 이미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뜻일 테니까.

‘뭐, 사전에 예방하는 게 제일이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군.”

투귀는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솥뚜껑 같은 손을 꽉 잡았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아.”

겉으로 보기엔 투귀도 딱히 그때와 달라진 점은 없었다.

‘좀 더 거칠어졌나?’

협회장이라는 직위를 내려놓으니 본래 갖고 있던 야성이 깨어난 듯했고, 진중한 신사 같던 면모보다는 오히려 야수에 가까운 느낌을 주었다.

‘하긴, 원래 투귀라고 불리던 양반이 그렇게 얌전했던 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시간이 괜찮으면, 좀 어울려 주겠는가?”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던 찰나에 온 권유였지만,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옆에 있는 한설아는 조금 기대하고 있는 눈치이기도 했다.

“상관없지만,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대화라도 나누자는 거네.”

그 말을 하면서도 나와 잡았던 손을 바라본 투귀는 살벌한 미소를 보였다.

“몸도 풀면서 말이야.”

‘···투귀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구만.’


* * *


투귀와 함께 향한 곳은 그의 집이었다. 생각보다 크기가 컸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협회와 비슷한 모양의 훈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이게 익숙해서 말이야.”

담담히 말하는 그의 모습에는 협회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있어 보였다.

“물이라도 마시겠나?”

“아뇨, 이미 커피를 마셔서.”

커피가 담긴 컵을 흔들자 투귀는 자신의 앞에만 물잔을 내려놓았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무광이 길드를 무너뜨렸고, 그 자리를 골든 코인이 차지했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는 협회의 붕괴가 있었고.

‘함초월이 투귀를 쓰러뜨리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

“그 녀석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이후 난 지명수배당했다. 팔자에도 없는 범죄자가 되어 이곳저곳을 떠돌게 되었지. 다행히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쓸쓸하지는 않았다만.”

“···그야 투귀 님은 사람들을 많이 돕고 다녔으니까요. 덕을 본 분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웃기는 말이군. 협회장을 하던 시절에는 그게 당연한 거다. 그걸 위해 협회장에 자원했고 말이지.”

그것 외에 무엇이 필요하다는 듯한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저런 모습이었기에 사람들이 끝까지 믿고 따랐던 것이겠지.

“협회가 무너지고, 협회장이라는 직위가 의미 없이 변했다. 하지만 내 할 일은 정해져 있지.”

“···할 일?”

“구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말이야.”

그동안 협회장이라는 위치에서 구하지 못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

“언제나 그들이 마음에 쓰였지. 난 오히려 이 자리가 더욱 마음에 든다. 시선을 내려야지만 보이는 것들이 있는 법이거든.”

외견은 딱히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았지만, 하는 말들을 듣고 있다면, 어딘가 현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말이 너무 길었군.”

물잔을 내려놓은 투귀는 몸을 풀더니, 나에게 손짓을 했다.

“들어와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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