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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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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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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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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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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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의 군단

DUMMY

“묘지.”

최근까지도 관리한 듯 풀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박혀있는 비석도 은은한 불빛을 받아 반사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따뜻해.”

보통 묘지나 골목길의 기운은 차갑고, 우울하다. 그런 곳에 발을 딛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점점 몸이 약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 묘지에는 사람이 많이 오는지, 아니면 찾아오는 사람이 갖고 있는 진심이 얼마나 강렬한지 따스한 아침 햇살과 같은 기운이 묘지에 감돌고 있었다.

“이건?”

주변을 둘러보던 중 무덤가 근처에 석판이 놓인 것을 발견했다. 그곳엔 이해할 수 없는 글자들이 적혀있었는데, 누군가 훼손했는지 주먹 같은 것으로 내려친 흔적이 있었다.

“···뭐, 에블 짓이겠지.”

행패를 부렸다는 것에 이런 행동까지 포함되어 있을 것이 뻔했기에 담담히 석판 위에 손을 올렸다.

‘읽어보면 되겠지.’

요즘 들어 너무 능력을 막 쓰는 감이 있었지만, 어차피 이번 일이 끝나면 당분간 쉴 생각이었기에 아낌없이 소모하기로 했다.

‘여기 있는 묘비의 주인들은···’

과거의 헌터들.

그러니까 헌터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도 전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수호자로 추앙받으며 해룡이 떠난 마을을 수호했고, 그 힘은 현대의 헌터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뛰어난 부분도 있었어.”

지금보다 기술이 부족하긴 했다.

하지만 더 공격적이고, 야성이 깃들어 있었다.

‘헌터라는 시스템 안에서 힘을 기른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들.’

몬스터를 죽이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이빨로 물어뜯고, 입에 들어가 천장을 찢는다. 지금 보면 야만하다며 한 소리를 들을 행동이지만, 이보다 효율적인 행동은 없었다.

“이런 사람들이 어째서 전부 죽게 된 거지?”

더, 더 봐야 했다.

‘여기에 무언가 이유가··· 힌트가.’

눈을 감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이곳에 찾아온 한 여인.

눈에서 피를 흘리며 등에는 얼굴을 알 수 없는 남자를 업고 있었다.

그녀는 분노해 있었고, 그 파괴욕을 충족시킬 공간이 필요했다.

“···!”

마을 사람들을 향해 울부짖은 여인은 당황하며 무기를 들어올리는 헌터를 향해 손가락을 겨눴다.

그대로 펑.

머리가 터지고, 거기서 나온 육편이 다시 폭발하며 학살이 이어졌다. 여인은 살육의 현장 속에서도 웃지 않았다.

등 뒤에 있는 남성은 여인의 몸이 흔들릴 때마다 손끝이 움직일 뿐,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여인의 학살이 끝난 것은 모든 수호자를 죽여 마을을 지킬 사람이 없어졌을 때였다.

“···너희도 겪어봐. 우리의 고통을.”

여인은 그 말을 남긴 채 마을을 떠났다.

마을에 남은 것은 수많은 시체와 가족을 잃은 사람들뿐.

그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고, 사라져가던 해룡의 존재를 재차 찾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저 여자는 누구고, 어째서 여기서 학살극을 벌였을까.

그리고 복수를 했음에도 어째서 얼굴에는 고통 어린 눈만이 남아있을까.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무언가가 가로막는 듯 여인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전에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던 것처럼.

“일단 앞으로 가자.”

살짝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무덤의 중심지로 가자 가장 큰 비석이 놓여 있었다.

“···여기는가 보네.”

깔끔하게 정리한 듯싶었지만, 누군가 강제로 땅을 뒤집은 흔적은 완전히 지울 수 없었다.

“이렇게 살짝만.”

가볍게 땅을 움직이자 안쪽에 남아있는 구덩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것만 해결하고, 바로 치워드릴게요.”

마을 쪽을 향해 사과의 인사를 올린 뒤 가볍게 구덩이를 향해 뛰어들기 위해 몸을 풀었다.

그리고 몸을 던지기 직전, 누군가 어깨를 붙잡았다.

“잠깐만 기다려볼래??”

“?!”

갑작스럽게 느껴진 감각에 곧바로 뒤로 물러섰고, 어깨를 잡고 있던 손도 손쉽게 떼어냈다.

‘아니, 일부러 빼준 거야.’

어깨에 들어갔던 힘을 생각하면 내가 도망가는 타이밍에 강제로 끌어당길 수도 있었다.

“우리 초면인가?”

눈앞에 있는 여인은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었고, 옆구리에 걸린 검에선 짙은 혈향이 풍기고 있었다.

또한 발걸음이 닿는 곳엔 붉은색 기운이 피어오르며 풀을 날카롭게 잘랐다.

“···슈라.”

수도 없이 들었던 이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 특이한 외형 때문인지 보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게. 우린 만난 적이 없지만, 서로 수도 없이 들었을 거야. 그치?”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군주께 계시받았어. 누군가 자신을 훔쳐봤다고. 아마도 너겠지?”

‘일단 기세는 없어.’

그렇지만 고작 대화를 하자고 찾아온 것은 아닐 것이다.

“네 능력에 대해서는 좀 찾아봤어. 네가 살아있으면, 군단의. 아니, 우리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거야. 네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그걸 증명하고 있지.”

툭.

슈라의 손이 검집으로 옮겨간다. 가볍게 쥐어진 손가락이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는 듯 감미롭게 움직였다.

“널 걱정하는 것이기도 해. 거길 내려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거든.”

빙긋 웃는 슈라의 미소 속에는 어떠한 가식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무서웠다.

‘저 순수한 미소가. 정말로 군주라는 존재를 믿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니까.’

어떤 존재길래 저렇게 믿고 따를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어두침침한 곳보다는 이곳에서. 나와 끝을 보는 건 어때?”

스릉.

칼에 담긴 혈향이 주변을 가득 채웠고, 풀들이 썩어갔다.

코를 막는 끔찍한 냄새에 눈이 찡그러졌지만, 절대 슈라에게서 시선을 놓지 않았다.

“나는 멸망한 세계의 마지막 기사.”

검을 앞에 곧게 세운 채 작게 심호흡을 한 슈라였고,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나에게 동료란 배신자들이며 충성을 보냈던 왕은 겁쟁이였다.”

검날에 손을 가져가자 피가 밖으로 흘렀고, 곧이어 슈라의 손을 타고 몸을 적셨다.

“내 검은 더 이상 누군가를 지키지 못하며, 타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살검이 되었지.”

검의 외형이 변한다.

가시가 돋아나고, 덩쿨이 치솟아 난다.

“또 이용당할지라도. 난 그 사람을 믿을 거야.”

“장미?”

“그래, 난 사냥개. 더 이상 고귀한 기사도 아니며, 명예로운 전사도 아니야.”

고요함이 감돈다. 폭풍이 몰아치기 전 아주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 듯 슈라의 몸 근처에는 썩은 장미꽃이 피어올랐다.

“돌아갈 기회를 줄게.”

한없이 따뜻한 목소리였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친구가 되자고 먼저 손을 뻗었을지 모르는 그런 봄과 같은 존재.

“그럴 수 없어.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래, 아니. 오히려 그렇게 말 안 했으면 실망했겠지.”

‘저 눈.’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듯 빛나지만, 그렇기에 언제든 꺼질 수 있는 촛불이었다.

즉.

“너, 죽으려고 하는 거지?”

“항상 그래왔고.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일 뿐이야.”

검성 님이 나에게 해줬던 말이 있다.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존재는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잃는 것을 두려워하니까.

‘진짜 무서운 것은.’

─ 잃을 것이 없는 존재들은 언제나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 그러니 명심하거라.

“호오?”

내 기세가 바뀐 것을 눈치챈 것인지 슈라는 앞에 세웠던 검을 천천히 내려, 나에게 겨누었다.

─ 상대가 모든 것을 걸었다면.

“···나도 모든 것을 걸어라.”

몸이 피곤하다고, 정신력이 떨어졌다고. 그런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유성검, 대지 조작, 미래 예지.

“사냥개 걸음.”

지그재그로 걸음이 꺾이며, 눈앞에 도착한 순간 검을 휘두른다.

‘방향은?’

“흐읍!”

거친 호흡과 함께 땅바닥에 수십 개의 발자국이 찍혔고, 눈 깜짝하는 순간 앞에 도착했다.

“왼쪽!”

빠른 속도와 비례한 강한 힘이 목을 노리고 날아온다. 몸을 틀어서 피하는 대신, 검을 맞대어 슈라의 힘을 판단해 보기로 했다.

샤악.

서로의 검이 닿는 순간 장미 덩쿨이 검과 검을 이었고, 슈라의 왼쪽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여기까지는 봤어.’

곧바로 검을 놓고 날아오는 팔목을 양손으로 잡은 뒤 그대로 몸을 엎어뜨렸다.

쿠웅!

곧바로 땅에서 검을 뽑아낸 뒤 목을 향해 검을 내려찍었다.

“···판단이 빠르네. 미리 준비한 것처럼.”

그러나 먼지가 가시고 보인 것은 손으로 내려오는 검을 막아낸 뒤 흐르는 피로 몸을 적신 슈라의 모습이었다.

“읏차.”

손에서 검을 뽑아낸 뒤 아무는 상처를 바라본 슈라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널 조금 무시했을지도 모르겠네.”

타닥.

또 이상한 발걸음이 이어지며 빠르게 뒤로 물러난다. 어느새 손에는 장미로 뒤덮인 검이 들려 있었다.

“기습은 의미가 없으니. 이런 건 어때?”

슈욱!

정면으로 그대로 부딪쳐온다.

검과 검이 맞닿으며 마나와 장미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철이 부딪히며 불똥이 튀었다.

“숙련된 검사. 려나?”

위에서 내려찍으면 아래에서 올리며 방어하고, 자세가 무너진 적에게는 곧바로 몸 안쪽으로 파고든다.

짜기라도 한 듯한 정석적인 교환이 이어졌고, 이후의 공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때에 미래를 보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모든 것은 준비가 된 행동이었고, 상대도 규칙을 철저히 지키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실례.”

파악!

순간 슈라의 발이 땅을 걷어차며 흙먼지가 얼굴로 튀어 올랐다.

‘이런 것쯤은.’

어차피 이런 흙이나 돌멩이는 나에게 가장 친숙한 것들이었기에 곧바로 걷어낸 뒤 뒤로 몇걸음 물러선 슈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검 끝이 땅에 닿을 정도로 낮게 내린 뒤 다시 한번 흙먼지를 흩뿌렸다.

“사냥개 이빨.”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거친 공격. 들개가 물면 놔주지 않는 것처럼 진득하고,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유성 상승!”

위에서 아래면, 아래에서 위로.

별빛이 감도는 검을 위로 흔들자 근처에 떨어져 있던 돌멩이가 호응하며 이빨을 박살 냈다.

“별이라. 우리에겐 너무 먼 곳에 있는 녀석이잖아.”

하늘에서 가볍게 착지한 슈라는 날아오는 돌멩이 하나를 잡아냈다.

“도대체 능력을 몇 개나 타고난 거야?”

“···바라던 힘은 아니었어요.”

“알아. 원치 않는 힘은 저주나 다름없으니까.”

그녀는 날 이해한다는 듯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검에는 가시가 돋아난 검에 거대한 마나가 응집되고 있었다.

“오래 싸우고 싶지 않겠지?”

“맞아요. 전 이 아래로 내려가고 싶으니까.”

“걱정마. 나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아.”

슈라의 모인 검의 기운.

그건 몸에 담긴 모든 근원을 끌어당기는 힘이었고, 그와 동시에 주변에 썩은 장미들이 수도없이 피어올랐다.

“장미 왕국의 마지막 검을 네게 보여줄게.”

등 뒤에 마치 거대한 장미가 피어오른 듯한 착각.

그곳에 올라온 가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거대했고, 그 끝에서는 독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러면 전 별의 힘을 보여드릴게요.”

유성검.

검성 님의 비전 검술이며, 동시에 나에게만 전수해 준 세상의 단둘뿐인 검이었다.

‘여기서 지면, 뵐 낯이 없어.’

슈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모든 것을 걸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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