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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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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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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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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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미스

DUMMY

“크악!”

꼬리에 매달린 채 데굴데굴 구르며 멋들어지게 난 수염이 전부 흐트러졌지만, 그럼에도 드워프는 자존심을 꺾지 않고 계속해서 외쳤다.

“가장 뜨거운 불! 당장 내 앞에 나와라!”

철푸덕!

“후후, 이런 불꽃은 어때?”

바닥으로 내리꽂은 뒤 앞으로 다가간 키츠네는 손바닥 위에 여우불을 소환했다.

“흥, 그런 애송이 불꽃으로는 아무것도 녹일 수 없다. 멍청한 여우야.”

빠직.

이마에 혈관이 올라온 키츠네는 몸을 돌려 우리를 바라보았다. 오로치는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고, 나도 별로 상관없었다.

“작은 불꽃이 뜨겁다는 말을 네 머리에 새겨주마. 어리석은 난쟁아.”

오랜만에 열이 올랐는지 키츠네의 몸 주변으로 동그란 구슬들이 떠올랐고, 불꽃이 붙으며 살벌한 기세를 풍겼다.

“어, 으음.”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했는지 드워프는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들었다.

“대, 대화를 하지 않겠는가?”

“문답무용.”

작은 구슬 하나를 드워프의 머리에 올리기 직전, 오랜만에 멀쩡한 모습으로 바깥에 나온 자드키엘이 키츠네의 손을 잡았다.

“에?”

“거기까지.”

“진짜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알고 있어. 그래도. 겁을 먹었잖아?”

단순히 드워프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된 수인들과 엘프들이 덜덜 떨며 키츠네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제야 머리를 긁적인 그녀는 꼬리를 살랑였다.

“치, 알았어.”

몸을 돌려 수인들 사이로 몸을 던진 키츠네는 몸을 비비며 자신이 무해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다.

다행히 키츠네 본인이 뿜어내는 생명의 기운 자체가 상당히 성스러운 힘인지라 얼마 안 가 경계심은 사라졌고, 원래부터 친구였다는 듯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눴다.

“커험!”

드워프는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처음 왔을 때처럼 무게를 잡기 위해 허리에 손을 올렸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그러나 그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옆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키츠네가 지그시 드워프를 바라보았고, 꼬리가 바람에 휘날리듯 흔들거렸다.

“···짓을 할 수도 있지. 하지만 조금은 자제를 해줬으면 하는군. 흠흠.”

“거기 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을걸~?”

마지막 경고를 남긴 키츠네는 눈치를 보는 수인들을 데리고 세계수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흐음, 숲의 귀족들이 다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죄다 여기 모여있었구만?”

모래가 사이사이 끼어 불편해 보이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에아르를 바라보았다.

“허구한 날 어머니만 찾던 놈들이 어째 여기 있는 걸 보니 그 세계수라는 것도 여기 있나 보지?”

사이가 좋지는 않은 듯 비꼬듯이 말했지만, 에아르는 굳이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역시 에아르.’

저런 얄팍한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아하하,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언제나처럼 활짝 웃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이어 그녀의 손에 들린 살벌한 도끼는 그런 생각을 무너뜨렸다.

“···에아르?”

“걱정마세요. 전 지금 매우 진지하니까. 실수할 일도 없어요.”

뭘 실수 안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았다.

“일단 저 머리털을 뜯거나, 거슬리는 턱수염을 잘라버리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요.”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할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어쩐지 그녀가 말하니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고 설득하게 되었다.

“자, 잠깐. 엘프는 분명 평화의 종족이고, 지금은 힘도 별로 없을···”

“그러니까. 약해 보여서 도발을 했다. 그렇게 이해해도 될까요?”

사악···

도끼날의 면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훑으며 나는 기분 좋은 소리가 드워프의 귓가 옆에서 울렸다.

“우리말로 하세.”

“그래요. 여기 훌륭한 대화 수단이 있으니까요.”

쿵!

드워프의 귀 옆을 아슬하게 지나가며 찍힌 도끼가 바닥에 깊게 박혀있었고, 에아르는 낑낑거리며 도끼를 다시 들어 올렸다.

“죄송해요. 오랜만에 휘두르는 거라 정신이 없네요. 자, 다시···”

“자, 잠깐!”

결국 먼저 손을 든 것은 드워프 쪽이었다.

“내, 내 소개부터 하겠네. 난 블랙 스미스의 베르트라고 하네. 아, 아니. 합니다.”

말을 계속해서 짧게 하는 것이 거슬렸는지 에아르가 어깨에 도끼를 툭 올려놓았고,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곧바로 말을 정정했다.

“블랙 스미스라면, 가장 유명한 대장장이 길드잖아?”

수많은 대장장이 길드가 있지만, 그중 당연히 첫손에 꼽히는 길드이며, 그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오직 드워프만으로 이뤄진 장인들.’

그들은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매번 최고의 대장장이를 선별하고, 길드 마스터이자 최고의 대장장이라는 명성을 얻은 드워프는 죽기 직전 최고의 역작을 남기며 안식에 든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불가능이었고, 그것보다 좋아하는 것은 바로 극복이었다.

‘도전에 조건은 없고, 성공에 불가능이란 없다. 라고 했었나?’

“우흐흐, 그렇지. 우리야말로 세계. 아니, 전 우주 최고의 대장장이 길드인 블랙 스미스다.”

내가 알아본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껄껄 웃으며 내게 다가오려고 했지만, 에아르가 침착하게 그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연유로 왔는지. 물어봤어요.”

“커험, 거 엄청나게 까탈스럽구만. 어련히 말할텐데 말이야.”

방금까지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정말 죽일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드워프는 수염 속을 뒤적이더니 편지 한장을 꺼냈다.

“블랙 스미스의 최고 대장장이이며 위대한 불에게 선택받은 합당한 지도자 베르트가 가장 뜨거운 불을 초대한다!”

“···그게 무슨 말인데?”

나름대로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외친 것에 비해 달리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뻘쭘한 상황 속에서도 베르트는 가슴을 활짝 펴고 당당히 나섰다.

“불꽃을 따르는 드워프들에게 가장 뜨거운 불이란 곧 정체성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우리보다 더 뜨거운 불을 가진 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

“···설마 그거.”

나인가?

“중국과 유럽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였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그러니 어서 나와 이 초대장을 받아라.”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딱히 갈 이유도 없지 않나?’

그곳에 간다고 해서 딱히 이득이 될 만한 것도 없었고,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거절하기 위해 손을 올렸지만, 조용히 있던 자드키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녀와.”

“응?”

“···어차피 이젠 능력이 거의 사라져서 별로 믿음직스럽지는 못하지만.”

자드키엘이 손바닥 위에 작은 빛을 소환했고, 반딧불이처럼 날아올라 내 주변을 맴돌았다.

“그냥, 느낌이 묘해. 이렇게 말하면 믿어주려나?”

그녀답지 않게 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저 말은 즉, 진짜 감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가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갈게.”

“···고마워.”

“별것도 아닌 거로 감동을 받네.”

그녀에게 받은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모자라지.

“흠흠, 그러면 너를 블랙 스미스로 초대하지. 일단 초대장을 받고.”

베르트의 손에 있을 때는 커다랗게 보였는데, 정작 내 손에 들리자 그렇게 큰 사이즈는 아니었다.

“이동 수단도 우리 쪽에서 준비했어. 그러니 당장 바로 출발하기만 하면 된다.”

“잠깐만 기다려.”

짤막한 다리로 뛰어가려는 베르트가 내 목소리에 멈칫했다. 당장 출발하라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많이 컸네.”

자드키엘이 피식 웃으며 한쪽 방향을 가리켰고, 그곳에는 맨발로 걸어오고 있는 설아가 보였다.

“이따 보자고 말했었는데, 나중에 보자. 로 바뀔 줄은 몰랐네.”

이미 이야기는 다 들었는지 한소리를 하며 등장했다.

“하고 싶은 일인 거지?”

“···뭐, 일단은?”

반쯤은 자드키엘의 말을 듣고 가는 거였지만, 나머지 절반은 궁금한 마음을 갖고 있기도 했다.

‘블랙 스미스에는 도대체 뭐가 있을까?’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 길드가 숨기고 있는 병기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신검이나 마검 같은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던 초월적인 무기.

‘있을 수도 있잖아.’

일단 블랙 스미스로 간다고 결정하니, 묘한 기대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으음, 그러면 말이야.”

한설아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뽑아낸 뒤 옷자락으로 보석을 몇 번 닦아내었다.

“후후.”

바람까지 불어 먼지를 전부 털어내었고, 반지를 내게 건넸다.

“···이건, 현자의 보석?”

이전에 마녀가 줬던 보따리 속에 있던 보석이었고, 오라클에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했었다.

“갑자기 이걸 왜?”

“음, 나도 너에 대한 미래는 못 보거든. 그러니까.”

살짝 얼굴을 붉히며 내 손가락을 잡더니, 반지를 넣어주었다.

“···혹시 도움이 될지 모르잖아?”

‘음.’

갑작스레 조용해진 주위.

모두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와 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이거 완전···’

그리고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그렇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누구의 귀에든 들릴 수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결혼식이네?”


* * *


블랙 스미스의 본부에 도착하자, 베르트는 자신이 줬던 초대장을 꺼내보라고 말했다.

‘이런 게 있었지?’

겉에 묻은 양초를 뜯어낸 뒤 안쪽에 있는 종이를 꺼냈고, 그건 말이 초대장이지 안에 적힌 내용은 초대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 위대한 불꽃에 선택받은··· ]

앞에는 이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이 적혀있었고, 그 뒤로는 블랙 스미스의 연혁과 역대 마스터들의 업적이 길게 적혀있었다.

편지의 끝자락에 도착해서야 겨우 이들이 내게 요구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 오만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불꽃이라 자신하는 그대에게 블랙 스미스가 도전을 신청한다. 그 무엇이든 녹이는 신성한 용광로를 이겨보아라! ]

‘싸우자는 거야 뭐야.’

아니, 싸우자는 게 맞았다.

내가 블랙 스미스에 도전하라고 적혀있었으니까.

편지를 다 읽고 고개를 들자, 뿌듯한 모습의 베르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어.”

“···뭐가요?”

“네가 그 도전을 받을 것을 말이야! 음하하!”

여기까지 왔으니 거절하지는 않겠다만···

“뭐로 승부를 보는 거죠?”

결국 무언가를 두고 겨루는 것인데, 무엇으로 겨룰 것인지 정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런 걱정하지 마라. 이미 정해놨으니 말이야.”

‘그 정도 생각은 있는 건가.’

막무가내로 집에 쳐들어왔을 때만 해도 별 생각 없이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계획이 있었을지도.

“그건 바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강철을 녹이는 시합이지!”

“···그냥 당신들도 못 녹이고 있어서 대신 녹여줄 사람을 찾는 거 아닙니까?”

움찔.

베르트는 연신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회피했다.

“크흠! 그렇지 않다. 이건 어디까지나 신성한 시합이며, 서로의 불꽃이 얼마나 그 순수함에 가까운지 시험하는 자리이니 말이지.”

“뭐, 그렇다고 하죠.”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은근히 말을 넘기자 수염을 만지작거리던 베르트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 다 말해주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다들 추석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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