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lilyloolv
작품등록일 :
2024.05.09 03:46
최근연재일 :
2024.09.20 17:40
연재수 :
133 회
조회수 :
6,014
추천수 :
120
글자수 :
714,358

작성
24.09.19 20:00
조회
4
추천
0
글자
12쪽

전지의 눈

DUMMY

“상태가 다들 심각하네.”

영양실조는 기본으로 갖고 있었고, 그중에는 이미 상할 대로 상해 평범한 음식은 소화시키지 못할 정도의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그런 상황까지 고려하여 오라클의 인력을 준비했고, 순식간에 지어진 임시 거주지 속에서 신속하게 치료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순순해서 당황스럽군.”

오는 동안 수인들이 거절하거나, 공격성을 보이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던 것이 무색하게 그들은 자발적으로 인원을 나누고, 상태가 심각한 인원들을 먼저 우리에게 보내주었다.

심지어 이미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세밀하게 분류된 인원표까지 제공하여 오라클이 행동하기 한결 편하게 만들었다.

“쯧, 어지간한 인간 놈들보다 백만배 낫구만.”

“흐하핫! 거기에 네놈도 포함되어 있겠지?”

까앙!

마력으로 만들어진 망치가 베르트의 머리를 내리쳤지만, 이번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방패를 들어 올려 막아내었다.

“쥐새끼 같은 녀석.”

“그러면 네놈은 고양이겠구만.”

싸우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치료 중인 마법사 근처로 다가갔고, 땀을 닦아내는 그에게 물병을 건네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염동력으로 가볍게 물을 받아 들어 마셨고,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이분들 몸은 괜찮은 건가요?”

“으음, 글쎄요. 젊은 수인들은 나쁘지 않지만, 노인이나 어린아이들이 문제입니다. 내부에 모래가 쌓여 제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은데, 이런 날씨에 계속 밖에 있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닌지라.”

한번 질문을 던지자 마법사답게 주절주절 말이 이어졌다. 뭐, 듣고 싶었던 대답이었기에 잠자코 들었다.

“다행히 오라클의 기술력은 세계 제일이기에 사망자 없이 치료를 할 수 있는 전망으로 보이며···”

그만···

슬쩍 내가 사라져도 모를 것 같은 느낌이었기에 몸을 비틀어 안쪽으로 향했고, 뒤에서는 계속해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윽.”

자리에 누워있는 수인들은 모두 어딘가에 붕대를 묶고, 힐링 마법이 쓰여진 스크롤을 붙인 채 요양을 하고 있었다.

쓰러진 채로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빛이 깃들어 있었다.

살아있다.

살 수 있다.

‘내일에 대한 희망.’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행복해한다.

따뜻한 장면이었고,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이 본다면 울음을 터트릴지도 몰랐다.

“···어떨까.”

가슴에 손을 올리고 진동을 확인했다. 과연 얼마나 빠르게 뛰고 있을까?

평온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바다의 잔잔한 물결이었다.

나쁘다, 좋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느껴지는 감정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튼, 그런 수인들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어딘가 흐뭇한 미소로 수인들을 지켜보고 있지만,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옅은 살기를 보이며 오라클의 헌터를 노리고 있었다.

‘저 사람이 리더다.’

난 경계를 하고 있는 그 사람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고, 바닥에 깔린 지푸라기를 툭툭 쳐서 털어내었다.

“···무슨 일이지?”

목소리에도 경계심이 잔뜩 깃들어 있었다. 아마 우리가 도와주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곧바로 주먹을 휘둘렀을지도 모르지.

“신연우라고 합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고, 사내는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잡았다.

“워든. 보다시피 늑대 인간이다.”

삐죽 튀어나와 있는 귀를 만지작거린 워든은 옆에 놓인 건조식량을 입에 털어 넣었다.

“뭔가 묻고 싶은 거라도 있나?”

“눈치가 빠르시네요.”

“부족을 이끌다 보면 알기 싫고, 보기 싫은 것들을 잔뜩 보고, 알게 되거든”

내가 무슨 질문을 하든지 대답은 해줄 생각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지만, 딱 거기까지가 호의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이도 필요 없지.’

나를 따르거나, 복종 같은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이 정도 거리면 충분했다.

“몇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알고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대답해 주지.”

“고향이 어디입니까?”

“수인의 세계. 히드리온이다.”

히드리온.

처음 듣는 이름이다.

이상할 것 없다. 사신은 명계, 드래곤들은 용계. 다들 각자의 세상이 있고, 이름이 있으니까.

‘하지만 거기에 살던 존재들이 갑자기 왜?’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엔 침략. 즉, 우리의 세상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찾아왔었다. 그러나 이들의 행색을 보면 그 생각에 딱히 설득력은 없었다.

침략은 고사하고 제 앞가림 하나 힘드니 말이다.

‘이런 게 전략이고 연기라면, 속아줘야지.’

그만큼 열악한 상황이었고, 만약 우리가 우연히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대로 사막의 모래 속으로 사라졌을 사람들이었다.

“무슨 연유로 여기서 방황하고 있죠?”

사막에서 부족 단위로 돌아다니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것이 수인들이라면 더더욱.

“···우리도 모른다. 인도받았을 뿐이야.”

“누구한테?”

“가장 낮은 곳에 계시는 어머니께.”

이것도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세계수의 이름이라도 나왔으면 납득을 했을 텐데.’

정말 뜬금없고, 모르는 이름이 나오니 반응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면 목적이 뭐지?”

“세계수 님을 뵙는 것.”

이번에도 거침없이 나온 대답이었고, 그나마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지금도 여실히 느껴진다. 그분의 생명력이 이 세상에서 용솟음치는 것이.”

워든은 깊게 숨을 들이켜 그 내음을 즐기는 듯 눈을 감았지만,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군. 그 어느 때보다 세계수 님의 기운이 가까이에서 느껴진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는데.”

눈을 감고 코를 킁킁거리며 주변을 돌아다녔고, 천막을 한 바퀴를 크게 돌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느꼈던 세계수 님과의 거리는 엄청난 거리였는데, 이렇게 가까워 질리가.”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은 나의 눈앞이었다.

“···좀 떨어지시죠?”

게다가 손등에 자꾸 달라붙으려는 것을 억지로 밀어내었고, 워든은 감은 눈을 뜨더니 담담한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너에게서 세계수 님의 향기가 진하게 나고 있다.”

“그야, 내가 사는 곳에 세계수가 있으니까.”

움찔.

처음으로 얼굴에 큰 변화가 생긴 워든이었고,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농담도 수준급이군. 세계수 님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곳에서 자라난다. 인간이 사는 곳에 세계수 님이 계실리가.”

“뭐, 믿고 안 믿고는 당신의 자유니까.”

그 이후로도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고,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도 성실히 대답해 주었다.

“질문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자 워든이 나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세계수 님이 그곳에. 네가 사는 곳에 있다는 것이 사실이냐?”

“거짓말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면 말이다. 혹시,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가 줄 수 있겠나?”

무리한 부탁이라고 생각했는지 워든은 한참이나 망설이며 말했지만, 그에 비해 난 손쉽게 대답했다.

“얼마든지요.”

누군가를 구한다.

내가 겪었던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인간에게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해서, 차별을 두면 안 되겠지.’

이미 프레키나 아카의 경우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일단 몸부터 추슬러야 합니다.”

“그것도 그렇군. 나는 괜찮지만.”

오라클의 마법사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부족민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오라클에 말을 해두겠습니다. 부담 없이 치료받으시고 찾아오세요.”

“···고맙다.”

고개를 푹 숙이는 워든이었고, 그 모습에 대답이나 위로를 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돌려 천막 밖으로 나왔다.

“정보는 많이 캐냈냐?”

나오자마자 보인 것은 지팡이가 모래에 박혀 툴툴거리고 있는 한상배의 모습이었다.

“얻을 만큼은 얻어낸 것 같네요.”

“그러면 됐다. 무언가 바라고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좋은 법이니.”

거칠게 지팡이를 휘둘러 바닥에서 뽑아낸 한상배는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이 녀석들은 전부 네놈이 있는 곳으로 보내주마.”

“다 들으셨나 보네요?”

“그렇게 시끄럽게 떠드는데 못 들을 리가 있나. 다음부터는 장막이라도 세운 뒤에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라.”

딱히 숨길 말이 없었기에 그렇게 했던 거지만, 한상배 나름의 충고였기에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읏차, 전지의 눈이 활성화된 바람에 너무 큰 충격이 있었어. 이제 돌아가서 세상 어딘가에 생겼을지 모르는 균열을 찾아봐야지.”

가뿐한 걸음으로 돌아가려는 한상배의 어깨를 붙잡았다.

“으응?”

고개를 돌린 그의 얼굴에는 귀찮음과 짜증이 있었지만, 그 사이에 어딘가 불안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난 말 없이 빙긋 웃어 보일 뿐이었다.

“웃기만 하지 말고 바라는 게 있으면 말을 해라.”

“알고 계시잖아요?”

“끄응···”

전지의 눈.

처음부터 내가 요구한 것은 그거 하나였다.

“비록 사용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겐 그것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베르트의 입에는 식량으로 가져온 반건조 과일이 물려있었다.

“잉,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심각하게 하고 계시나?”

“쯧, 귀한 음식이 거렁뱅이 입으로 들어가고 있군.”

“크하핫! 설마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양손에 잔뜩 들려있는 과일 뭉치를 보며 눈을 질끈 감은 한상배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전지의 눈은 그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면 안 된다. 파괴시키기 위해 수도 없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전부 실패하고 말았지.”

“그런 귀한 것을 부수려고 했다고?! 미쳤구만, 미쳤어!”

옆에서 자꾸 한마디씩 끼어드는 베르트의 머리를 지팡이로 찍었지만, 익숙한 듯 막아내었다.

“오라클의 위치가 비밀로 가려진 것은 그 영향도 있다. 전지의 눈은, 존재하면 안 되는 물건이다.”

그것은 대현자로서의 선언이었고, 다른 누군가에게 절대 넘기지 않는다는 외침이기도 했다.

그런 모습에 베르트조차 장난기를 거두고 눈을 찌푸렸다.

“···그럼에도 그것을 가져가려고 한다면.”

한상배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이자 주변의 마력이 크게 요동쳤다.

“네가 그것을 지킬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증명해야만 할 것이다.”

“글쎄요. 그 자격을 대현자가 줄 수 있는지 의문이긴 합니다만.”

꿈틀.

한상배의 이마에 혈관이 올라왔고, 요동치는 마력들이 지팡이를 통해 한점에 모여들었다.

“재밌는 말이로군. 내가 한물 가긴 했다만, 어디가서 무시를 당하지 않는데 말이야.”

쩌적!

갑작스레 불어온 차가운 바람.

그 속에서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날붙이처럼 날렸다.

“···”

어떻게 해결할까.

‘반으로 가를까?’

아니면 성화를 일으켜서 전부 녹여버릴까.

어느 것도 너무 쉬운 일이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

오직 이 공간만 시간이 멈춘 듯 정지해 있었다.

“자, 들어와라!”

불어오는 바람에 거칠게 옷이 흔들린 한상배가 지팡이를 손에 놓았고, 혼자 떠오른 지팡이가 허공에서 엄청난 속도로 돌기 시작했다.

“내가 왜 대현자라 불리는지 보여주마.”

이글거리는 눈으로 내려다보는 한상배를 향해 조용히 검을 들어 올렸다.

‘해야만 한다면.’

망설이지 않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군주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8/11~8/15 24.08.09 15 0 -
133 전지의 눈 NEW 4시간 전 2 0 12쪽
» 전지의 눈 24.09.19 5 0 12쪽
131 전지의 눈 24.09.18 6 0 12쪽
130 블랙스미스 24.09.17 7 0 12쪽
129 블랙스미스 24.09.16 6 0 11쪽
128 블랙스미스 24.09.15 6 0 12쪽
127 블랙스미스 24.09.14 8 0 12쪽
126 블랙스미스 24.09.13 5 0 12쪽
125 데이트? 24.09.12 6 0 12쪽
124 데이트? 24.09.11 7 0 11쪽
123 데이트? 24.09.10 7 0 11쪽
122 데이트? 24.09.09 6 0 11쪽
121 데이트? 24.09.08 6 0 12쪽
120 세계수 24.09.07 7 0 11쪽
119 세계수 24.09.06 7 0 12쪽
118 세계수 24.09.05 6 0 12쪽
117 누군가의 이야기 24.09.04 7 0 12쪽
116 누군가의 이야기 24.09.03 7 0 13쪽
115 누군가의 이야기 24.09.02 7 0 12쪽
114 누군가의 이야기 24.09.01 6 0 12쪽
113 누군가의 이야기 24.08.31 8 0 11쪽
112 불사의 군단 24.08.30 8 0 11쪽
111 불사의 군단 24.08.29 5 0 11쪽
110 불사의 군단 24.08.28 7 0 11쪽
109 불사의 군단 24.08.27 8 0 11쪽
108 불사의 군단 24.08.26 7 0 13쪽
107 불사의 군단 24.08.25 6 0 13쪽
106 불사의 군단 24.08.24 9 0 11쪽
105 불사의 군단 24.08.23 10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