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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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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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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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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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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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미스

DUMMY

‘음.’

당연한 일이겠지.

아무래도 저건 이곳의 보물이니 말이야.

“저건 우리 선조부터 내려온 보물 중의 보물! 오라클로 말하자면 전지의 눈과 같은 역할이다. 근원을 넘길 수는 없지!”

자신이 말하고도 괜찮은 대답이라고 생각했는지 뿌듯한 모습으로 날 바라보았다.

‘···글쎄.’

그러면 굳이 도와줘야 하나?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간 생각이 몸을 지배했고, 손에서 날 재촉하는 늑대를 다시 머리 위에 올려놨다.

“너, 너 지금 어디 가냐?”

“돌아가려고요.”

“저건 어쩌고?!”

“···딱히 생각 안 해봤는데요?”

어차피 내 일도 아니고.

“그런 무책임한?! 이걸 해결해 주러 온 것 아니었는가?”

“해결해 준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

이상했다.

이전이라면, 그냥 속는 셈 치고 해줬을 텐데.

지금은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 없이, 가볍게 거절하고 있었다.

“그, 그래 원하는 걸 말해봐라. 무엇이든 주지.”

원하는 것?

‘딱 하나 있지.’

“···저것만큼은.”

베르트도 더 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을 것임을 인지했는지 침울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고마웠네. 제단에 있는 이상 현상도 해결해 주고 말이야.”

“덕분에 좋은 친구를 얻었네요.”

머리를 꾹꾹 누르는 느낌이 이젠 꽤 기분 좋게 느껴졌다.

“저건 우리의 마지막 목표다. 저것이 없으면 우린 어떠한 목적도 없이 풀무질을 할 뿐이야.”

“그게 문제라면, 이런 건 어떤데요?”

언제나처럼 들고 다니던 보따리.

품속에 알맞은 크기로 들어와 안쪽에 이것저것 담고 다니기 편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전에 마녀가 주었던 선물 중 일부가 담겨있었고 말이다.

스윽.

안쪽에 있던 물건 중 광물 중 하나를 꺼내 베르트에게 내밀었다.

“이, 이건 환상의 금속이라 불리는 미스릴이 아닌가? 실존 여부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었는데!”

싸움 대상은 아마 오라클이었겠지.

‘둘이 사이가 안 좋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미스릴이라고 한들 안되는 것은 안 된다. 고작 이런 광물 하나에 넘어갈 수는 없···”

와르르!

“하, 한 무더기에는 넘어갈 수 없.”

“이런 녀석도 있던데. 전 이런 것들은 잘 몰라서 뭔지 모르지만, 베르트는 알고 있어 보이는데요?”

“오, 오리할콘! 이 고결한 무지갯빛을 갖고 있는 금속은 그것 하나밖에 없어!”

전설의 금속.

나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들이었고, 대장장이들에겐 목숨을 걸어서라도 얻어내야 할 물건들이었다.

“결정하시죠. 건드리지도 못하는 냉기의 금속이냐, 아니면.”

“크흠, 어쩔 수 없지.”

대답을 듣기도 전에 땅에 떨어진 금속들을 빠르게 줍는 모습은 냉기 속에서도 땀이 날 정도로 움직임이 빨랐다.

“···제가 챙겨드릴까요?”

품에 전부 담자 얼굴을 가려버릴 정도로 많은 양이었기에 말을 걸었지만, 베르트는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흥, 저 빌어먹을 냉기나 어서 없애버리라고.”

위엄 넘치는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쪽으로 서둘러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중간중간 무언가를 떨어뜨려서 경비병들에게 주우라는 괴성이 들려왔지만, 아무런 일도 없는 것 같았다.

“이걸 식히면 되는 건가?”

손을 올리기 좋게 놓여진 금속은 베르트가 사라졌어도, 여전히 엄청난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간다.”

어쩐지 혼잣말이 늘어나고 있는 느낌이었지만, 이전에 디아블로와 같이 지냈던 영향이겠거니 생각하며 금속 위에 손을 올렸다.

금속에 손이 올라간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흐르듯 짜릿한 느낌이 감돌았고, 안쪽으로 파고드는 어두운 냉기에 성화가 들고 일어섰다.

의외로 치열한 싸움은 아니었다.

냉기는 성화가 만들어낸 불길을 식히지 못했고, 오히려 내부에 있는 근원의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그극.

안쪽에서 무언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손을 떼려고 했지만, 찰싹 달라붙어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불의 정령 또한 손 위에서 나를 꾹 누르는 것이 그대로 진행해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치이익···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공간을 가득 채웠지만, 어차피 금속에 손을 올리고 있었기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쩌적!

‘갈라진다.’

안쪽에서 열이 가해지니 겉면에 실선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윽고 산산조각이 나며 얼음 파편 같은 것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낑.”

늑대는 곧바로 내 뒤에 숨으며 파편을 피했고, 내 주변으로 다가오는 파편들은 불에 녹아 사라졌다.

“···이건가?”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작은 큐브 같은 모양을 가진 금속.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으며 더 이상 냉기는 뿜어내고 있지 않았지만, 그 안쪽에 담긴 힘은 빛의 검이 비견될만했다.

‘전력이 아니었나.’

살짝 얼얼한 손바닥을 쥐었다 피며 큐브를 노려봤지만,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을 꽉 채우고 있던 냉기는 사라졌고, 천장에 걸려있는 고드름 따위가 이곳의 온도를 증명하고 있었다.

‘저것도 곧 사라지겠지.’

냉기 때문에 잘 안 느껴져서 그렇지 여기의 온도도 무지막지하게 뜨거운 편이었다.

“올라갈까?”

“월!”

난 품으로 집어넣은 큐브의 시원함을 느끼며 위층으로 향했다.


* * *


“커험!”

방으로 들어서자 그 자리에는 베르트가 내가 줬던 금속들 일부를 탁자에 올려놓은 채 헛기침을 뱉고 있었고, 그 옆에는 익숙한 얼굴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대현자?”

“쯧, 이제야 본 거냐?”

평소와같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투로 말을 걸었지만, 어쩐지 평소보다 불만이 많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뭐,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야 보는 사이겠냐.”

‘···그렇지 않나?’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고, 그것조차 서로 필요에 의해 만났던 것이니 친하다고 말하기엔 좀 어색하지.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만, 오늘은 봐주도록 하지.”

“아, 예.”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린 대현자는 옆에서 머쓱하게 서있는 베르트를 가리켰다.

“저 땅딸보는 또 뭐야?”

“이잉? 내가 나이를 먹었으면 수십살은 더 먹었다 이 버릇없는 꼬맹아!”

어르신들끼리 싸우는 대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유치한 대화였고, 직위를 생각하면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한쪽은 오라클의 대현자, 한쪽은 블랙 스미스의 최고 대장장이.’

한숨이 절로 나오는 라인업이지만,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의 싸움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여긴 우리 길드다 멍청한 현자놈아. 네놈이 불청객이라는 뜻이지.”

“범죄자에게 길드가 허용된 전적이 있던가?”

“하, 웃기는 소리. 우린 어디까지나 우리의 가치를 적절하게 쳐주는 곳에만 물건을 제공했을 뿐이다.”

그 목소리에는 장인의 자부심이 포함되어 있어 언뜻 듣기에는 누구나 납득할 만한 말이었다.

“글쎄, 너희가 암시장과 거래를 했다는 증거가 널리 있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면 니드호그의 이빨인지 발톱인지로 만든 검이 암시장에서 나왔었지?’

블랙스미스의 최고 대장장이가 만들었다고 하니 그 사람은 아마도.

“···뭘 그런 눈으로 보고 있어?”

내가 지긋이 바라보자 찔리는 것이 있긴 한지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끄응, 직접 제공한 적은 없다. 중간 상인을 통해 흘러갔을 뿐이야.”

그런 변명에도 한상배는 혀를 끌끌 찼고,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고작 그런 변명을···”

“어차피 암시장은 없잖습니까.”

“으음.”

“커흠.”

이 둘에게는 그리 놀라운 정보는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확신이 없었을 뿐.

“요즘 거래량이 좀 줄어든 것 같기도 한데.”

“범죄자가 갑자기 많아진 것도 그 영향일 수도 있겠어.”

곧바로 상황을 파악한 한상배는 턱을 쓰다듬으며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했고, 이윽고 손을 내밀었다.

“암시장이 사라졌다면, 앞으로 문제를 일으킬 일은 없겠지?”

“커험! 그것도 딱히 우리 잘못은 아니었겠지만 말이야.”

끝까지 기 싸움을 끝내지 않았지만, 먼저 자존심을 내려놨으니 베르트도 딱히 더 말을 붙이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말이야. 대현자. 당신은 여기 왜 온 거야? 우리한테 시비를 걸러 온 것은 아닐 테고.”

“응? 당연히 신연우를 보러 온 거지.”

“나를요?”

내 물음에 한상배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설아와 맺어지게 되면 당연히 내가 장인어른이 될 텐데 오히려 네놈이 날 찾아와야 하는 거 아니냐?”

···이 양반은 도대체 어디까지 보고 있는 거야?

“그러는 넌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냐? 이 땅딸보··· 가 아니라, 드워프들은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을 텐데.”

그러는 본인은 너무 쉽게 들어온 감이 있었지만, 아마 무력으로 통과했겠지.

“베르트가 저한테 주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했거든요.”

“뭣이?! 언제 내가 준다고 했어?!”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 탓에 떨어진 오리할콘과 미스릴을 내려다보자 머리를 긁적였다.

“···뭐,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버리긴 했다만, 문제는 없었겠지?”

“내려가 보면 엄청나게 더울 겁니다.”

“···너 설마. 블랙스미스의 유물을 준거냐?”

손을 부들거리는 대현자의 모습에 베르트는 코를 후비적거렸다.

“그거야 네가 관여할 내용은 아니지. 모든 권한은 마스터인 나에게 있으니까.”

“오라클이 요구할 때는 돌조각 하나조차 보여주지 못한다고 했을 텐데?”

“그거야 그때 네놈들이 우릴 쥐잡듯이 취조했으니까. 아니, 그보다 그때는 정말로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이 정도면 사실 둘은 친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때쯤, 베르트가 삿대질을 하며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너희는 전지의 눈을 우리에게 안 보여주지 않았더냐!”

“전지의 눈?”

내가 의아한 얼굴로 돌아보자 한상배는 끌끌거리며 지팡이를 쓰다듬었다.

“그때도 설명했을 텐데? 전지의 눈은 함부로 보여줄 수 없는 물건이라고.”

“헹, 그거야말로 내 변명과 다를 바 없구만.”

“세상의 어느 곳이든 볼 수 있으며, 어디든 간섭할 수 있는 힘이 허투루 보이더냐. 그깟 냉기를 뿜어내는 금속과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다.”

“뭣이?!”

‘전지의 눈.’

그리고 품속에 있는 이름 모를 큐브.

‘무언가 연관이 있다.’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별로 없는 짐을 대충 싸서 어깨에 짊어졌다.

“지금 뭐 하냐?”

베르트가 한상배의 머리를 붙잡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지만, 둘의 체면을 위해 무시해 주기로 했다.

“오라클로 갑니다.”

“···오호, 그거 좋구만.”

내 생각이 무엇인지 깨달았는지 베르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상배의 품에서 벗어났다.

“어이, 애늙은이. 어서 일어나라.”

“잉?”

구겨진 옷을 정리하던 한상배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우릴 바라봤고, 천천히 상황을 파악했다.

“전지의 눈이 보고 싶은 게냐?”

“보고 싶다. 정도로만 끝났으면 좋겠네요.”

“···미리 말하겠는데, 그건 단순히 줄 수 있다는 수준을 넘어선 물건이다. 아주 오래전에 발굴한 물건이고, 현재까지도 그 성분이 무엇인지 밝혀내지 못했어.”

“그러니 우리에게 준다면!”

“자기들이 갖고 있던 유물의 정체도 못 알아낸 녀석들에게 줄 것은 하나도 없다.”

한손 거드려던 베르트를 가볍게 몰아낸 한상배는 진지한 얼굴을 한 채 말을 이었다.

“거기에 전지의 눈은 활성화된 횟수는 손에 꼽는다. 엄청난 마나 소모량 덕분에 오라클의 모든 마법사가 동원되어도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

“···”

“그 위험한 물건이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거냐?”

모른다.

지금 이 큐브도 늑대가 아니었다면 딱히 가져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끌리고 있어.’

알 수 없는 의지 혹은 힘.

‘그것도 아니라면, 육감?’

“자자, 여기서 떠들고 있으면 시간이 아까우니 일단 오라클로 출발하자고! 그 비밀의 길드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구만!”

분위기를 풀어주는 베르트의 쾌활한 목소리가 울리며, 일단 오라클로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연휴에 맛있는 것도 많이 드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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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블랙스미스 24.09.15 5 0 12쪽
127 블랙스미스 24.09.14 7 0 12쪽
126 블랙스미스 24.09.13 5 0 12쪽
125 데이트? 24.09.12 5 0 12쪽
124 데이트? 24.09.11 6 0 11쪽
123 데이트? 24.09.10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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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데이트? 24.09.08 6 0 12쪽
120 세계수 24.09.07 7 0 11쪽
119 세계수 24.09.06 6 0 12쪽
118 세계수 24.09.05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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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누군가의 이야기 24.09.03 7 0 13쪽
115 누군가의 이야기 24.09.02 6 0 12쪽
114 누군가의 이야기 24.09.01 6 0 12쪽
113 누군가의 이야기 24.08.31 7 0 11쪽
112 불사의 군단 24.08.30 8 0 11쪽
111 불사의 군단 24.08.29 5 0 11쪽
110 불사의 군단 24.08.28 7 0 11쪽
109 불사의 군단 24.08.27 8 0 11쪽
108 불사의 군단 24.08.26 6 0 13쪽
107 불사의 군단 24.08.25 6 0 13쪽
106 불사의 군단 24.08.24 8 0 11쪽
105 불사의 군단 24.08.23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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