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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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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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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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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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DUMMY

‘잊히지 않아.’

그 짜릿한 감각.

단 한 번의 내지름이지만, 뒤의 공간이 무너지며 그 여파가 온몸을 휩쓸어 신체에 대한 주도권을 잃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재차 자세를 잡는 그 과정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이겼음을 깨닫게 되는 그 순간.

최후까지 살아있는 것은 나였고, 그 전장에서 유일하게 두 발로 서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음을 깨달았을 때의 그 쾌감.

‘···물론, 혼자 서있지는 않았지만.’

감각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진다.

세상에는 오직 적과 나밖에 없으며 서로를 죽이기 위한 공격은 한편의 무도회처럼 느껴진다.

그 종장에는 분명히 누군가는 죽을 것이며, 막을 장식하는 것은 언제나 나겠지.

그런 쓸데없는 망상이 이어졌고, 결국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생각을 털어냈다.

‘하아.’

벨름이라 불린 해골과 부딪혔던 주먹이 아직도 떨려온다.

심장은 그때를 잊지 못한 듯 폭발적으로 뛰고 있었고, 얼른 새로운 상대를 찾으라며 나를 협박했다.

안 그러면 멈출 것이라고.

‘그러니까 이건, 그거네?’

몸이 근질거린다.

아팠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었기에 오히려 신기했다. 이런 감각도 있을 수 있다니.

“안 되겠어!”

평소라면 언니랑 차를 마시던가, 산책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집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이곳을 소개시켜 주거나.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참을 수가 없어!”

이렇게 소리를 치니 한층 더 감각이 증폭되었다. 피를 공급하는 심장의 박동과 흥분된 감각에 따라 흐르는 피의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몸이 달아올랐다.

‘세상이 신기하게 보여.’

모든 것이 느릿하고, 천천히 보인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눈에 훤히 보였고,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뭐 하고 있으려나?”

바깥을 바라보니 해는 이미 하늘에 걸려 있었다. 점심시간은 이미 좀 지났으니, 아마 다들 모여서 훈련을 하고 있겠지?

“나가자.”

언니는 오랜만에 곤히 낮잠을 자고 있었기에 굳이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대련이라던가 뭔가 하려고 하면 자기가 상대해 주겠다고 하니까.’

물론, 언니와 대련은 분명 얻어가는 것은 많았다. 하지만 보통 일방적인 구타에 가까웠고, 언니의 뒤를 쫓는 술래잡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게 재미없는 건 아니지만··· 난 힘과 힘이 부딪히는 그런 싸움이 하고 싶단 말이야!’

혹시나 깰까 봐 몸을 조심히 일으켰고, 눈앞에서 손을 몇번이나 흔들고 나서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쉬잇···”

방금전에 소리를 친 게 생각나서 이번에는 최대한 조용히 바깥으로 향했고, 뒤에서는 여전히 새근거리는 귀여운 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올게요.’

자드키엘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인 후 곧바로 집을 빠져나왔다.

역시나 멀리서 몇몇이 힘차게 함성을 외치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엔 익숙한 목소리들이 섞여 있었다.

“나도 할래!”

이전에 연우 오빠는 내가 아팠던 기억 때문인지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치, 이제 안 아픈데.’

몸이 찌뿌둥한 것이 이젠 너무 건강해서 문제인 것 같았다. 이렇게 말하면 아직도 부족하다며 한 소리를 듣겠지만.

“으으, 모르겠다!”

평소에 얌전히 있는 모습만 보여줘서 그런지 나를 너무 과보호 하는 경향이 있었다.

저번에 언니가 한마디를 한 이후에는 그런 모습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리우스 씨를 견제하는 모습이라던가, 지우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둘이서 뭐 하세요?”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아카와 프레키였다. 둘은 언제나 꼭 붙어 다녔는데, 오빠의 친구들을 훈련시켜 줄 때가 아니면 이렇게 숲의 구석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으헉, 여길 어떻게?”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는 아카였지만, 여긴 이미 모두에게 알려진 장소였다. 키츠네가 이리저리 알려주고 다니는 바람에.

‘이건 말하지 말라고 했었나?’

“무슨 일입니까?”

어색한 모습으로 옷을 고쳐 입은 프레키였고, 대충 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타이밍이 나빴네.’

“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주십시오. 신하 된 자로서 충실히 이행하겠습니다.”

“저랑 대련해 주세요!”

움찔.

굳이 뒤로 물러서며 말할 필요가 없었기에 곧바로 말을 이었고, 그 모습에 프레키가 살짝 눈치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당연히 그 정도 부탁은 해드릴 수 있습니다.”

“와?! 그럼 지금 여기서.”

“하지만 오늘은 조금 때가 안 좋군요. 제가 몸이 안 좋은지라.”

“프레키?! 너 아픈 거였어?”

푸악!

눈치 없이 끼어드는 아카의 머리를 후려친 프레키는 앞으로 고꾸라진 아카의 목덜미를 잡았다.

“부디 양해해주시길.”

“어, 으응.”

아무리 봐도 힘이 넘치는 것 같았지만, 저렇게까지 하니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았다.

“그,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는지 알아?”

“아마 평소처럼 훈련장에 있을 겁니다. 오늘은 군주의 친우분들이 쉬는 날이니 좋은 구경을 하실 수도 있겠군요.”

“그래, 몸조심하고!”

“감사드립니다.”

살짝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서둘러 훈련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엘프와 수인들에게 티타임을 갖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바쁜 일이 있다며 거절했다.

‘응, 이건 바쁜 일이지.’

도착한 훈련장에서는 니드호그와 해룡이 부딪히고 있었다.

“키힛!”

니드호그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거칠게 몸을 날렸다. 양손에 쥐어진 쌍검은 잘 다듬지 않은 듯 이리저리 녹이 슬어 있었지만, 오히려 니드호그에겐 더욱 잘 어울리는 검이었다.

“들어와라.”

해룡은 맨손이었지만, 잠시 눈을 깜빡한 사이 손바닥 위에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이전에 보여줬던 것만큼 거대하진 않았지만, 이전보다 더욱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을 알고 있나?”

“죽을 때까지 베다 보면, 결국 죽는다!”

대화가 이어지는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둘의 싸움은 이곳 전체를 진동시키기 충분했다.

소용돌이를 베어낼 때마다 니드호그의 검에 묻은 독들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흩어진 독을 이용해 사각에서 공격을 가한다.

“음흉하군.”

“최고의 칭찬이지.”

‘···의외로 잘 어울릴지도?’

거기다 이전에 해룡은 무언가 고민이 많아 보였고, 제자를 가르치는 것을 제외하면 언제나 멍해 보였었다.

그러나 오빠와 같이 어딘가를 다녀온 이후,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지내기 시작했다. 그 불편한 분위기 덕에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하나둘 가까워지고 있었다.

“흐읍!”

서로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 해룡은 손바닥 위에 있던 소용돌이를 길게 늘여 어깨까지 감싸 안았다.

“하, 외팔이가 됐어?”

한쪽 팔 전체에 푸른색 소용돌이가 생긴 탓에 팔이 사라진 듯한 착각이 일어났고, 해룡 또한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적이나 할 걸 그랬어.”

“되지도 않는 농담하지 말고. 받아라!”

니드호그의 쌍검에 모인 위험한 역병은 녹색처럼 보이다 못해 이제는 거뭇하게 보일 정도였다.

“뒤져라!”

“정화되어라!”

쿠웅─

짧은 폭음이 스쳐 지나가며 옅은 무지개가 옆을 스쳐 지나갔다.

독기와 물이 부딪히며 생긴 꼬릿한 악취가 주변을 장악했지만, 이 정도는 버틸만했다.

아니, 이 정도도 없으면 오히려 싸움이라 부르기 어려울지도?

‘···그러면 슬슬?’

자리에 쓰러져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해룡과 니드호그였고, 뒤에는 익숙한 얼굴의 구경꾼들이 있었다.

“마지막 공격은 꽤 위협적이었어.”

“헤에, 그래도 내 구슬 몇 개 던지면 살아날 수 있을걸?”

“···생명의 구슬을 받기 전에 심장이 녹아버릴 거다.”

“엣?! 진짜?!”

남매의 짧은 만담이 지나가고, 오랜만에 훈련장으로 찾아온 에아르도 빙긋 웃으며 박수를 쳤다.

“역시 대단해요. 두 분의 싸움을 보고 있으니, 저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됩니다.”

평소 같으면 도시락을 가져와 모두에게 선물을 해줬을 테지만, 오늘은 달랐다.

에아르는 옅게 한숨을 내쉬더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에?’

그건, 평소 온화하고 따뜻한 에아르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무기였다.

날이 날카롭게 갈려 살짝이라도 닿는 순간 모든 것을 베어버리고, 나무의 밑동을 그대로 날려버릴 것만 같은 위협적인 자태.

“도끼?”

“아하하! 엘프랑 정말 안 어울리는 무기야!”

“실례다.”

“음, 그치만 오빠도 웃고 있는걸?”

“···”

다들 살짝 놀란 모습이었고, 에아르 또한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머니께 직접 선사 받은 무기였기에···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나무 수호자라는 이름의 무기이고, 직접 의지를 갖고 나무를 베지 않는 이상 스스로 나무를 베는 것을 거부하는 무기니까요.”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꺼낼 때는 너무 가볍게 꺼내서 몰랐는데, 바깥으로 나온 도끼의 크기는 에아르의 몸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의 크기를 지니고 있었다.

저런 걸 가볍게 들고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딘가 섬뜩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공포 장르에 나올 것 같은데?’

하지만 이렇게 뒤에만 있으면 차례가 오지 않는다.

키츠네와 오로치가 서로 나가라며 옥신각신하는 사이. 내가 에아르의 앞으로 달려갔다.

“어? 연아 님. 오늘은 자드키엘 님과 쉰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언니가 피곤해서 잔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편히 자라고 나왔어요.”

“아하, 그런데 갑자기 제 앞에는 왜···?”

난 허리에 손을 올리고 당당히 외쳤다.

“당연히 싸우기 위해서죠!”

“···엣.”

“어.”

“음.”

이렇게 세 명의 반응.

“난 씻으러 가야겠군.”

“킷, 같이 가자고.”

바로 전에 싸웠던 둘은 재빨리 아래로 내려갔다.

“하, 하하··· 오늘은 그냥 가볍게 몸만 풀러 온 거라서요. 도, 도끼도 만져본 지 오래되었고.”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도끼를 작은 나뭇가지의 형태로 되돌려 품에 집어넣은 에아르였고, 그 모습을 보던 키츠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오로치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나 오늘 달콤한 게 당기는데?”

“···먼저 돌아가지.”

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향해 달려갔다.

‘···힝.’

모를 수가 없었다.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주고, 잘 대해주고 있지만, 그게 온전히 선의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님을.

결국 이 집의 핵심은 연우 오빠와 자드키엘 언니 그리고 아리우스 씨였고, 난 모두에게 아낌 혹은 보호를 받고 있으니까.

‘저런 반응도··· 당연한 거지만.’

혹시라도 내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최대한 조심하는 것이겠지.

그러나 섭섭하고 슬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느새 모두가 사라진 훈련장.

그곳 가운데에서 가볍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이 기분이 해소될 것 같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온 힘을 다해 바닥을 내려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손만 살짝 비비며 터덜터덜 훈련장을 내려갔다.

‘왜 이렇게 멀어.’

올라올 때는 순식간이었는데, 정작 무거운 발걸음은 집에 닿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울적한 기분으로 내려간 끝에, 집 앞에 도착했다.

끼익···

자드키엘 언니가 깰 수도 있으니 조심히 문을 열자 안쪽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엣?”

나를 아끼는 세 사람.

흔치 않게도,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끼어들 만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매일 어려운 이야기만 하니 따라가기도 어려웠고, 결국 바깥으로 나가 다른 사람들과 산책을 하고는 했다.

“오늘은 산책이 길었네?”

옅은 하품을 내쉬며 나에게 손짓하는 자드키엘 언니.

“후후, 햇빛을 받으니 피부가 더욱 빛나는 것 같군요.”

언제나처럼 느끼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아리우스 씨.

“어, 왔어?”

그리고 항상. 언제나. 언제까지고.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나를 반겨주었다.

“···응!”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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