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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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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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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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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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DUMMY

고민이라고 하기에 적당한 문제들을 생각했지만, 엘프들에게 세계수는 중대사항이었다.

“세계수가? 지금까지는 괜찮았잖아.”

“공청석유를 드시고 엄청나게 상태가 좋아지셨는데··· 최근에 생명력을 갑자기 흡수하시는 바람에.”

“생명력을 먹을 일이 있··· 아, 그 언데드 놈들.”

‘한국에만 유독 불사의 군단이 나오지 않은 이유가 혹시?’

세계수가 뿌리 깊게 파고들어, 안쪽에 있는 모든 언데드의 생명력을 흡수해서?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아니긴 한데.’

그러면 아마 세계수는 지금 포화 상태.

저 상태가 지속될 경우 높은 확률로 무리가 생길 것이다.

실제로 에아르는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몸을 꿈틀거렸지만, 그때마다 키츠네가 잡은 꼬리로 재차 잡아당겼다.

“우읏.”

“그냥 말해. 어차피.”

나와 눈이 마주친 키츠네는 위로 올라간 입꼬리로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여기 말 들어줄 사람은 차고 넘치잖아?”

“그, 그렇죠. 네··· 그러니까 세계수님의 지금 상태는.”

다들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는 듯싶었지만, 사실은 에아르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곳 전체를 감싸고 있는 숲이 세계수 그 자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혹시나 하는 심정을 다들 갖고 있다.

“···배탈이 나셨어요.”

쿵!

누군가 앞으로 고꾸라지는 소리가 나며 분위기는 환기되었지만, 키츠네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그게 큰일인 거야?”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키츠네의 말에 동의했지만, 정작 에아르는 심각한 모습이었다.

“지금이야 새싹으로 계시지만, 세계수님이 이 정도의 힘도 감당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중요해요.”

‘또 말이 그렇게 되나.’

결국 배탈이란 것은 소화를 제대로 시키지 못한 것이고, 그걸 힘이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위험하다고 생각할 만했다.

“그러면 세계수를 한번 살펴봐야겠네. 그렇지?”

마치 내가 따라가는 것은 기정사실인 듯 키츠네가 싱글거렸고, 하는 수 없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툭.

“어서 가보자고.”


* * *


“여기에요.”

숲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곳에는 작은 묘목이 세워져 있었다.

주변에는 달콤하고, 시원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흐르고 있었고, 작은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는 연주처럼 들렸다.

숲이라는 곳을 이상적으로 만든다면 탄생할 완벽한 공간. 그곳이 바로 세계수의 중심지였다.

‘아니, 오히려 세계수가 있기에 이런 환경이 조성된 건가?’

선후관계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세계수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음은 이견이 없을 터였다.

“세계수님을 이렇게 가까이서 만져보기는 처음인지라···”

굳이 따지자면 세계수는 엘프들의 신.

범접할 수 없는 존재에 닿는다는 것은 언제나 긴장되는 일이겠지.

“후우, 하겠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묘목의 땅 아래를 천천히 파기 시작했다. 그 손길은 아주 느릿했지만, 이미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 때문인지 재촉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땅을 판 끝에 뿌리의 끝자락을 발견했다. 잠시 그곳을 노려보던 에아르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했는지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없어요.”

“에?”

“과, 과실이. 세계수님의 중심에 있어야 할 그게.”

얼마나 당황했는지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과실? 그냥 과일 같은 거 아니야?”

“그, 그게 아니에요. 세계수님에게 과실이란 심장과도 같은 것. 저희가 심장을 통해 혈액을 공급하듯, 세계수님은 과육을 중심으로 마나를 공급하거든요.”

음, 그러면 배탈이 난 이유도 나름 짐작이 갔다.

‘막대한 마나를 얻었는데, 정작 그걸 사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거네.’

그래서 몸에 계속 마나가 쌓여만 갔고, 그게 배탈로 이어진 건가.

‘마나 중독을 배탈이라고 표현하는 게 웃기긴 한데···’

웃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니 억지로 정색을 유지했다.

실제로 에아르를 따라온 몇몇 수인과 엘프들은 에아르와 기색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과실이 소실된 일은 처음이라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걸 엘더들의 지식에도 없던 내용인데.”

에아르 답지 않게 상당히 당황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무언가 대체 할 수 있는 것만 있다면.”

‘대체?’

그리고 과실.

문득, 제림닐이 두고 간 사과같이 생긴 근원이 머리에 떠올랐다.

‘혹시 가능할까?’

이미 세계수는 불사의 군단이 퍼트린 수많은 생명력을 손에 넣었다. 즉, 그곳에 적응했다는 뜻.

혹시 몰라 항상 근원은 내 몸에 챙기고 다녔다. 무슨 의도로 준 것인지 몰랐기에 언제나 경계했고, 잘못될 것 같으면 곧바로 터트려버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품에서 이상한 과일 같은 것을 꺼내자 에아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사과.”

“···이런 상황에서 농담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차가운 에아르의 목소리에 헛기침하며 잘 익은 근원을 내려보았다.

“제림닐이라는 존재의 근원이야. 뭐, 심장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고.”

“그런데 그걸 갑자기 왜 꺼내셨나요?”

“이걸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실이라는 것.”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근원에 집중했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음은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그런 말이 나오면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실제로 나도 위험할 것 같아서 항상 들고 다닌 것이었으니까.

‘하는 수 없나.’

다시 품에 근원을 집어넣으려고 했지만, 나뭇가지에 걸터앉아서 이곳을 구경하던 아리우스가 휙 하고 내려왔다.

“읏차.”

에아르는 지금까지 별말 없던 아리우스가 등장하자 의문이 담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리우스 님?”

“걱정하지 마시게나.”

에아르의 머리를 꾹 눌러준 아리우스는 내 손에 있던 근원을 살며시 건네받았다.

“아무런 문제 없네. 그건 피와 가장 가까운 존재인 진혈의 뱀파이어 아리우스가 인증하지.”

“그, 그렇지만.”:

“애초에 자네도 알고 있을 테지. 지금 세계수가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

그렇다.

에아르는 초창기 세계수가 깨어나면 수인들과 엘프가 온전한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었고, 세계수를 심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금 세계수가 심어졌음에도 세상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세계수에 이끌린 몇몇 엘프와 수인들이 찾아왔을 뿐이었다.

“이유는 당연하지만, 과실이 없어서 원래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네. 그리고 이 사과 같이 생긴 놈은.”

아리우스가 살짝 손에 힘을 쥐자 안쪽에서 빛이 터져 나왔고, 주변을 가득 채운 생명의 기운은 순식간에 풀을 키웠다.

발밑에 깔려있던 잔디가 발목을 덮을 정도로 급성장했고, 꽃들 또한 몇번이고 피어나고 저물기를 반복했다.

“적어도 세계수의 이름에 걸맞은 위력을 지니고 있지.”

“하지만 그럼에도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세계수의 부활.”

아리우스는 에아르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엘더인 자네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지.”

“···”

“아니면 혹, 자네 엘프들의 리더로 남고 싶은 게인가? 세계수가 없으면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테니.”

아리우스의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에아르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저었다.

“어찌 그런 불경한 생각을 했겠어요! 절대 아닙니다!”

“후후,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니 더욱 의심스러운···”

“자, 거기까지 하시고.”

아리우스가 오랜만에 건수를 잡은 듯 에아르를 놀리고 있었지만, 그의 손 위에 있는 근원을 가볍게 빼앗으며 상황을 끝냈다.

“우으···”

실제로 에아르는 울기 직전의 상황이었고, 주변의 사람들이 다가와 위로를 해주고 있었다.

‘마이너스 백점.’

저런 놈에게 연아를 보낼 수 없지. 음.

“···자네, 뭔가 표정이 불안한데 내 착각이겠지?”

“아닐걸?”

깜짝 놀란 아리우스가 무어라 횡설수설 말을 시작했지만, 그쪽 귀는 가볍게 닫으며 에아르에게 근원을 넘겨주었다.

“세계수가 부활하면 생기는 일. 난 그런 거 하나도 모르고, 딱히 궁금하지도 않아.”

“연우 님···”

“하지만 너희 엘프들. 그리고 수인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일이겠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엔 엘프와 수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세계수를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네, 엘프들은 한곳에 집결할 테고, 수인들은 지금까지 사용하지 못했던 진짜 야성을 깨울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러면.”

툭.

내 손에는 딱히 크지 않았지만, 에아르의 손에 올라가니 한손으로 받치기 어려울 정도의 크기였다.

이리저리 흔들리다 떨어질 뻔한 것을 곧바로 양손으로 쥐며 잡아낸 에아르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맞아요. 아리우스 님의 말씀처럼, 제가 욕심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크흠. 농담이었다네. 그렇게 또 언급할 필요는···”

“아뇨, 그 말씀이 맞아요. 이제야 깨달았어요.”

“아, 아니.”

모두의 눈치를 보던 아리우스는 포기했는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푹 주저앉았다.

“이것을 받게 된 것 또한 결국 세계수님의 뜻이겠죠. 네, 맞습니다.”

확신이 섰는지 근원을 굳게 쥔 에아르였고, 묘목의 뿌리에 근원을 살며시 가져갔다.

그리고 세계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근원을 잡아챘다.

“앗!”

그 강렬한 힘에 끌려갈 뻔한 것을 팔을 잡아 꺼내주었고, 긴장한 듯한 얼굴의 에아르는 바닥에 넘어진 채 상황을 지켜보았다.

“제발, 제발···”

그녀의 기도가 닿아서일까.

근원은 세계수에 문제없이 닿았고, 천천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과실이 되어 지금까지 응축되어 있던 세계수가 피어났다.

“아, 아아.”

감격스러운 얼굴로 숫제 눈물까지 흘리는 에아르였고, 주변에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피해야 하나?’

세계수의 성장은 거침없었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크기를 키웠다.

가만히 둔다면 하늘에 닿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방금까지 작은 묘목이었던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같이 들었다.

그러나 기도를 올리는 이들은 절대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마치 그것이 자신들의 사명이라도 되는 듯.

‘혹시 모르니 도망칠 준비도 해야겠네.’

슬쩍 아리우스를 바라보았고, 그 또한 내 눈빛을 이해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빛이라고 해야 하나?”

세계수에는 실체가 없었다.

정확히는 황금빛 환영이 마치 세계수가 된 듯 세상을 가득 채웠다.

그 크기는 작은 섬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했다.

‘아름답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은 마치 하늘에 걸린 별이 땅에 떨어진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신의 불길한 검은 빛의 달빛과 별빛과는 차원이 다른, 말 그대로 희망을 상징하는 느낌.

‘닿기만 해도 몸이 따뜻해진다.’

주변에 사람들은 이미 그것을 눈치챘는지 눈을 감고, 온전히 세계수를 느끼고 있었다.

이윽고, 세계수의 불빛이 사라졌다.

황금빛은 한점에 모여 아주 작은 구체가 되었고, 서서히 내려와 묘목에 닿았다.

“어머니께서···”

“돌아오셨다.”

별다른 변화는 느끼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변화를 의미했다.

‘이 정도의 기운이 터졌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을 리가.’

쏴아아···

“비?”

“평범한 비가 아니다. 이건···”

산 쪽을 바라본 아리우스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 신룡조차 축하하는 것인가.”

─ 쿠우우우···

신룡의 외침이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협박이나 경고의 의미가 아닌, 축복과 환영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일주일을 끝맺는 금요일, 다들 편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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