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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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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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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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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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이야기

DUMMY

“나 왔··· 뭐야, 우리 집 왜이래?”

집에 도착하자 볼 수 있던 것은 사방에 박혀있는 해골들이었다.

심지어 나무에 꽂힌 것도 있었고, 그곳에서 새어 나오는 죽음의 기운이 나무의 생명을 갉아 먹고 있었다.

“헥헥, 힘들어라.”

저 멀리서 남도현이 해골을 뽑아서 한군데에 모으고 있었고, 이서후가 모은 뼈들을 얼렸다. 그런 뒤 연아가 주먹으로 내려쳐 가루로 만드는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저게 뭐 하는 짓이래?”

“이, 이게?!”

뽁!

나무에 박혀있던 뼈가 금시향이 가볍게 휘두른 손에 의해 빠져나왔지만, 뼈는 빠져나온 즉시 바로 아래에 있는 나를 노리며 떨어졌다.

“이익! 감히 내 힘에 반항을 해?!”

평소의 차분한 모습과는 달리 땀에 젖은 모습으로 화를 내는 금시향이었고, 곧바로 손에 번개를 쥔 뒤 뼈를 향해 날렸다.

“꿰뚫어라. 번개의 창이여!”

심지어 마법의 위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창을 길게 늘여 위력을 극대화한 금시향이었고, 내 머리에 닿기 직전 번개가 뼈를 먼저 박살 냈다.

“후후, 별 것도 아닌게. 어?”

그제야 나를 발견한 것인지 금시향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조금 전의 자기 모습을 떠올리고는 머쓱하게 웃었다.

“그, 어, 내가 평소에는 안 그러잖아. 그치?”

“···못 본 거로 해줄게.”

순간 놀리기 위한 수십 개의 방법이 머리에 떠올랐지만, 살벌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 마음이 쏙 들어가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무슨 일이 있었고, 너희는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으음, 말하자면 긴데 말이야.”

열심히 뼈를 뽑아내고 있는 세 명의 눈치를 보더니 씨익 웃으며 나를 그쪽으로 끌고 갔다.

“연우왔다!”

“오빠다!”

“새로운 노예다!”

“···으어어.”

‘얼마 전까지 좀비를 상대하고 왔는데, 여기에도 한 마리가 더 있네.’

남도현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나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 몸을 밀쳐내며 연아가 달려왔다.

“몸은? 싸움은? 다친 곳은?”

걱정어린 시선을 받는 것도 오랜만이었기에 나름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제 나에 대한 소문이 어느 정도 돌아서 그런지, 더 이상 나를 걱정하기보다는 믿고 맡긴다는 시선이 더 많았으니까.

“그런데 여긴 도대체 왜 이런 거야?”

연아는 옆에서 싱글싱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가 말해줄게.”


* * *


호들갑을 떨며 활약을 전하는 연아 대신, 상황을 나름 깔끔하게 정리해 준 금시향이었다.

“다 좋은데 말이야.”

난 그 시간에도 열심히 뼈다귀를 나르는 남도현을 가리켰다.

“···쟤는 왜 아직도 저러고 있고, 정리를 왜 너희가 하고 있는 거야?”

“하아.”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잡은 금시향이었고, 마침 옆을 지나가고 있던 남도현이 몸을 움찔하더니 머쓱하게 웃었다.

“가위바위보를 져서.”

“응?”

“청소를 누가 하느냐로 내기를 했었거든. 운이 좋으면 드래곤들에게 청소를 시킬 수 있는 기회였는데.”

상황을 보니 대충 이해가 갔다.

‘쟤가 대표로 나섰고, 졌네.’

“응, 바로 그거야!”

연아가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 봐야겠네.”

“앗, 안 도와주는 거야?”

“···수고해.”

뒤에서 어깨를 치는 귀여운 감각은 무시한 채 곧장 집으로 향했다. 어차피 뼈다귀 정리는 거의 다 된 것 같았으니 딱히 도움은 필요 없어 보였다.

‘시작한 일은 자기들이 마무리 지어야겠지.’

집 근처로 가자 휴양을 온 듯 편히 쉬고 있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오, 자네 왔는가?”

그중 하나는 아리우스였고, 그 옆에서 유리잔에 붉은빛의 액체를 가득 담아 놓은 뒤 마시고 있는 자드키엘도 있었다.

“잘 끝났나 봐?”

“응.”

자드키엘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고, 그 시선을 더 깊숙이 따라가면 빛의 검이 머무르고 있는 곳에 멈춰있었다.

“그것도 눈치챈 것 같고.”

“너무 많이 받아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

빙긋 웃은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였기에 가능했던 거야. 다른 사람이라면 의미 없었어.”

“아, 연아에게 들었는가? 그 아이, 생각보다 잘 싸우더군.”

어느 정도 과장이 섞여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리우스는 기본적으로 연아를 편애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내가 의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자드키엘이 한숨을 내쉬며 손을 저었다.

“저번에도 말했잖아? 연아는 네 도움만 받아야 하는 약한 존재가 더 이상 아니라고.”

“그건 그런데.”

“그것보다. 우린 나눠야 할 말이 많잖아?”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그 사내의 세계.

그 사내는 누구인가.

자드키엘의 정체는 무엇이지?

그리고··· 이외에도 수십 가지의 물음.

“정신차려. 아직 군단은 둘이나 남았어.”

“으음.”

“물론,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도 이야기해 줄 거야. 걱정마.”

“이번에 온 녀석들을 보고 느꼈네. 뒤에 올 존재들은 아마,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놈들이 오겠지.”

아리우스조차 걱정을 하고 있었다. 슬쩍 집 안쪽을 바라보았지만, 아카나 프레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둘에겐 이미 물어봤어. 나머지 둘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다네.”

“실질적인 행동은 파멸, 불사, 불멸. 이 세 곳에서 담당했다고 하더군.”

“지금까지는 정보가 있어서 예측할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정말 미지의 영역이야.”

하지만 자드키엘은 이전과는 달리 긴장한 모습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믿는다는 듯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할 수 있지?”

“해야지.”

“후후, 본인도 얼마든지 도와드리지.”

벌써 세 개.

가장 큰 위협은 둘 정도 남은 건가.

‘파멸의 군단은 사실상 나에게 흡수되었으니 문제없고.’

불사의 군단과 불멸의 군단은 군단장에게 모든 힘이 집결된 형태이니 자연스레 무너졌다.

그러나 나머지 둘은.

‘무언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띠딕!

“으응?”

갑작스레 뒤에서 울린 소리에 몸을 돌리자, 집 안에서 키츠네가 허공에 화면 하나를 띄운 채 다가왔다.

“어, 오랜만이네!”

이번엔 그렇게까지 오래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그냥 입에 붙어버려서 내뱉는 느낌도 있었다.

“···그, 그래. 근데 그건 뭐야?”

“아, 전화 왔어. 원래라면 언니가 매번 받던 건데.”

“연우에게 줘.”

“응!”

꼬리를 방방 휘두르며 다가온 키츠네가 건넨 전화를 받자 건너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쪽은 상황이 괜찮나요? ]

“천미령?”

[ 어, 당신이 왜 거기 계시죠? ]

“···집이니까?”

[ 호호, 그렇죠. 매번 없으셔서 다른 곳에서 사나 싶었답니다. ]

어딘가 살을 찌르는 듯한 말에 곧바로 말을 넘겼다.

“왜 연락한 거지?”

[ 저희 쪽으로 언데드 하나가 급습했었거든요. 다행히 맹주분들이 막아내셨는데, 혹시 다른 곳도 같나 해서요. ]

자드키엘을 바라보자 그녀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마음대로 하라는 뜻으로 인식하고 들었던 상황을 전해주었다.

이후로는 가벼운 안부 인사가 지나갔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추가로 연락을 바란다고 하며 연락을 끊었다.

“다른 곳이랑도 연락을 꾸준히 하나 봐?”

“네가 여러 곳에 인연을 뿌려놓았더라고. 그걸 이용하는 것뿐이야.”

“일본의 호노 신사랑도 연락하고 있어!”

“···그런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과 계속해서 엮이고 있다.

연아만을 바라봤던 세상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과.

가슴에 손을 올리자, 성화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불꽃을 피우고 있었다. 덕분에 흑염은 불쾌하다는 듯 몸을 비틀었지만, 성화가 떼쓰는 아이를 만져주는 듯 쓰다듬었다.

띠딕!

“으응?”

또 연락이 왔는지 다시 허공에 화면이 생겨났고, 그곳엔 오라클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랑도?”

“음, 자주 연락이 오는 곳은 아니긴 한데.”

[ 혹시 거기에 설아가 있나? ]

다짜고짜 본론부터 말하는 것이 역시 마법사 같네. 라고 생각했지만, 그 안에 담긴 다급함에 나도 모르게 곧바로 대답해 주었다.

“없는데요.”

[ ···그럴 리가 없는데. 바로 오라클로 출발했다고. ]

불안한 모습으로 이마를 쓸어내린 한상배였다.

[ 그러면 혹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더냐. ]

“···연락이 끊겼나요? 검성 님과 같이 있을 수도.”

[ 아니, 그 녀석은 내 옆에 있다. 연락이 끊긴 것은 설아 뿐이야. ]

“마지막으로 가려고 했던 곳은?”

[ 무언가 보았고, 그걸 찾으러 간다고 말을 했다. 해룡 마을이라는 곳에서 마지막 연락이 왔지. ]

“해룡 마을?”

[ 아, 과거에 해룡이 지켜줬던 마을이라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아무튼,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마을이 상당히 외진 곳에 있다는 사실이지. 거기에 우리는 지금 몸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다. ]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라고요?”

짜증을 부리는 듯 머리를 벅벅 긁은 한상배는 화면을 돌려 밖을 보여주었다.

“···몬스터들?”

[ 어떤 미친놈이 몬스터를 풀었다. 암시장인지, 탑을 방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

대충 누가 범인인지는 예상이 간다.

‘당연히 제림닐이겠지.’

이미 죽었으니, 죗값을 치렀다고 봐야 할까.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 으응? 넌 해룡 마을이 어딘지도 모르잖냐. ]

“전 모르지만.”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용 한 마리.

해룡 마을과 관련되어선,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보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아, 오랜만이군. 그런데 왜 그런 눈으로···?”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 * *


신룡은 언제나처럼 천지 속에 가라앉아 눈을 감고, 세상을 관조했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흐름이었고, 굳이 세상을 내려다보지 않아도 세상을 읽어낼 수 있었다.

가끔 흐름을 거스르는 역천의 존재가 나타나곤 했으나, 금방 진압당해 흐름은 본래의 것으로 돌아가기 마련이었다.

‘역천.’

말 그대로 하늘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신룡은 역천을 딱히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굳이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그저, 세상에 새로운 물결을 가져오는 것이기에 방해하지 않았다.

그런 신룡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한 존재를 바라보았다.

‘신연우.’

처음 도착했을 때는 자격을 갖추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빠르게 영웅으로 성장해 나갔고, 이는 신룡의 예상 밖이었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힘.”

몇가지 우연과 필연이 겹치며, 역천의 존재가 탄생했다.

최초의 영웅이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기회를 얻었다면, 저 존재는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조차 세상이 의도한 바일 테니 신룡이 신경을 쓸 것은 못 되었다.

“넌 이곳까지 올라올 수 있겠느냐.”

어디론가 떠나는 신연우.

자신보다 먼저 하지는 못했으나, 언젠가 자신을 추월할 존재를 바라보며 신룡은 천천히 생각에 잠겼다.

오래전, 자신의 도움으로 기회를 만들어낸 첫 번째 존재를 떠올리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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