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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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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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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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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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DUMMY

솔직히 기대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초기에 우리의 목적이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헌터들에게서 승리하는 것이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투귀였으니까.

“흐으.”

투귀는 방금까지 진중하게 말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흥분한 모습으로 양손에 마나를 둘렀다.

“선공을 양보한다. 그런 걸 기대하지는 않았겠지?”

“주신다면 사양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럴 리가!”

쿠웅!

거칠게 발을 구른 투귀가 몸을 크게 젖히더니, 이내 당겨진 활시위처럼 순식간에 앞으로 돌진했다.

‘멧돼지?’

아무튼 짐승의 그것과 비슷한 몸놀림으로 달려왔고, 나도 곧바로 몸을 굽혀 투귀의 돌진을 받아냈다.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솔직히 궁금했다.

‘목표로 했었던 사람의 위치.’

꽈악.

부딪혀오는 투귀의 어깨를 잡아내었고, 멈추지 않을 것 같던 걸음이 순식간에 내 앞에서 끝나고 말았다.

“···흐흐, 역시 이 정도로는 부족한가 보군.”

손을 풀자 곧바로 몸을 뒤로 빼낸 뒤 잡혔던 어깨를 마사지했다.

“완력이 장난 아니야. 부서지는 줄 알았어.”

“···”

난 말 없이 아무런 충격도 없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분명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손이지만, 이전에 생겼던 굳은살이 촘촘히 박혀있을 뿐이었다.

“자, 이것도 받아봐라!”

이번에는 내 주변을 크게 돌기 시작했고, 한 걸음이 움직일 때마다 주먹은 두 번, 세 번이 날아왔다.

‘끝까지 받아보자.’

빛의 검 대신, 모든 것을 무투로 받아내었다.

투귀 또한 아낌없이 뿜어내었고, 땀까지 날려가며 거칠게 주먹과 발을 휘둘렀다.

드물게 머리까지 박아가며 몸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이어가는 투귀였다.

‘과거 하늘에 위치했던 사람과 싸우고 있다.’

그러니 어떠한 방심도 용납하지 않았다.

주먹을 휘두르면, 팔뚝을 쳐서 방향을 꺾어버린다.

발목을 노리는 로우킥이 날아오면, 곧바로 발을 들어 올려 타점을 바꾸고, 흔들린 몸체를 공격한다.

이판사판으로 찍는 박치기는 더 강한 힘으로 올려쳐 골을 뒤흔든다.

“크흣.”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낸 투귀는 활짝 웃고 있었다.

‘소름 돋는 모습이긴 하네.’

정말 싸움에 미친 사람인 듯한 모습이었고, 이렇게 모든 공격이 막히더라도 곧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정말, 강해졌군.”

“감사합니다.”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던 투귀였지만, 결국 손을 떨구었다.

“···?”

갑자기 사라진 투기에 내가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고, 투귀는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됐어. 충분히 알았다.”

손을 휘적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투귀에게 한설아가 찬물을 건네주었다.

“음, 고맙네.”

“뭘요.”

“···이제 내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군.”

단숨에 찬물을 들이킨 투귀는 씁쓸한 얼굴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해줄 말이 없다.’

여기서 내가 어떤 말을 하든지 투귀에겐 닿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말이야.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네?”

씨익.

경극을 하는 듯 얼굴이 순식간에 바뀐 투귀는 시원하고 멋진 미소를 지었다.

“뭐, 이미 하던 일이지만 말이야. 아무리 탑이 잘 나타나지 않다고 한들, 저쪽 시골에는 여전히 인력난이 극심하거든.”

“그럼 저도 같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를 도울 생각이었다.

“아니, 그러지 말게.”

“예?”

이것 또한 내가 예측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왜 거절하셨어요?”

한설아 또한 궁금한 얼굴로 투귀를 바라보았고, 투귀는 빙긋 웃으며 물잔을 흔들었다.

“신연우 그리고 한설아. 너희들에게는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일이 있을 거야.”

“···”

“내가 협회장에 있을 때 했던 일은 헌터와 길드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고, 개인으로 활동하는 헌터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을 진행했지. 그건 협회장밖에 하지 못하는 일이니까.”

훈련장 벽면에 놓인 사진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은 투귀였다.

“하지만 이렇게 일개 개인이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는 법이지 그렇지 않나?”

“···그, 그런가요?”

사실 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개인이라던가 높은 위치라던가.

난 어디에 가더라도 할 행동은 정해져 있으니까.

“후후, 넌 별로 욕심이 없나 보군.”

“전 제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살면, 그것으로 만족하거든요.”

“내 의견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게 옳은 방향이겠지. 하지만 말이야.”

투귀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건넸다.

“위치에 놓인 자에게는 결국 그 운명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절대 잊지 마라.”

“···명심하겠습니다.”

“읏차! 그러면 한 번 더 해볼까?”

아직 흐르는 피조차 제대로 닦지 않은 투귀였지만, 무언가 고민이 많아 보이는 한설아를 향해 구석에 놓여있던 검 한 자루를 던져주었다.

“엇?!”

“방금까지 움직이던 중년보다 체력이 안 좋지는 않겠지?”

“네, 네.”

당황한 듯한 모습으로 검을 고쳐 잡았고, 손에 검이 들어오자 방금까지 보였던 어벙한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역시 검사는 다르군.”

“···한 수 부탁드립니다.”

“오히려 내 쪽에서 부탁을 해야지.”

한설아는 초능력을 쓰는 대신, 유성검을 최대한 활용하며 현란하게 움직였다.

빛나는 검광에도 투귀는 당황하지 않고 자세를 유지했고, 검과 주먹이 부딪힐 때마다 파편이 사방으로 날리며 벽에 박혔다.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구경도 못할 싸움이네.’

“유성광천!”

박혀있던 파편들이 한설아의 검에 반응하여 이리저리 흔들렸고, 투귀가 공격을 위해 발을 떼어내는 순간 그의 등 뒤를 노리며 날아왔다.

“큭.”

피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몸으로 받아낸 투귀는 오히려 반동을 이용해 한설아에게 달려들었다.

“유성만만.”

검을 동그란 모양으로 돌리며 검막을 펼쳐낸 한설아였고, 그것을 부수기 위해 더욱 거세게 몸을 들이밀었다.

콰앙!

거친 폭음이 들려오며 사방으로 먼지와 마나의 파편이 휘날렸다. 그 사이로 보이는 것은 멀쩡히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으음, 바닥이.”

상당히 튼튼하게 만들어졌지만, 방금 충격은 견딜 수 없나 본 지 거대한 구멍이 파여 있었다.

“괜찮다. 오히려 이 정도밖에 안 무너진 게 기적이라고 볼 수 있겠어.”

상당히 긍정적인 모습으로 싸움을 마무리한 투귀는 그대로 몸을 바닥에 눕혔다.

“끄으응, 이젠 몸이 버텨주질 않는구만.”

앓는 소리를 내며 몸 이곳저곳을 두드린 투귀였고, 땀을 닦아내고 있는 한설아에게 슬쩍 시선을 보냈다.

“그래서, 좀 진정은 됐나?”

“···어, 그게.”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니 여전히 고민이 깊어 보였고, 투귀는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별로 도움이 안 되었나 보군. 이거 땀만 빼게 된 것 같아 미안하다.”

“아, 아니에요. 도움이 됐어요. 그냥···”

“그냥?”

“···저 밖에 할 수 없는 일인데, 하지 못했다면. 그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좀 고민이.”

“호오?”

저건 한설아가 진작부터 하고 있던 고민이었다.

정작, 난 별로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말이로군. 너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

턱을 쓰다듬으며 그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한 투귀였고,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야. 절대 맹신하지 말고, 이것을 토대로 너만의 신념을 쌓아가라.”

“네, 경청하겠습니다.”

잠시 헛기침을 하며 목을 관리한 투귀였고, 또 표정이 일변하여 과거 협회장 때와 같은 모습으로 조언을 해주었다.

“너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

“···네?”

“만약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오만이다.”

“하지만 방금까지 투귀 님이 하신 말씀은···”

무언가를 말하려던 한설아의 말을 끊은 투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할 수 있는 일에 대하여 말한 것 뿐이다. 그 자리에 누가 들어가든 상관 없어.”

“···네에.”

의기소침해진 한설아였지만, 투귀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내가 협회장에서 했던 일은 다른 누군가가 협회장이 되더라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이곳에서 하는 사소한 구호 활동도 좀 과하지만, 너희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 하지만.”

중간에 말을 끊으며 한설아의 시선을 주목시킨 투귀였고, 한설아가 고개를 올려 눈을 마주치자 그제야 말을 이었다.

“넌, 그 누구도 대체하지 못할 일을 본인이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나 보군.”

“···”

“난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는 것도 네 입장에선 멋도 모르는 놈의 헛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

이전처럼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한설아였지만, 무언가 생각이 있는 듯 손이 떨리고, 눈동자 또한 제대로 투귀를 바라보고 있지 못했다.

“위치에 도달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행동에는 어떠한 강제력도 없지.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안 해도 된다고요?”

투귀는 씨익 웃으며 끄덕여주었다.

“그래, 네가 부담을 가질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나처럼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뿐이지.”

그 말에 한설아는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멈칫했지만,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너희끼리도 잠시 대화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자리에서 훌쩍 일어난 투귀는 옷을 갈아입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후우.”

옅은 한숨을 내쉬며 가슴에 손을 올린 한설아였고, 진정이 되었는지 나를 바라보며 볼을 긁적였다.

“투귀 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받은 것 같네.”

“다행이네.”

아무래도 이전부터 한설아가 고민이 많아 보였고, 조언을 해주고 싶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도 딱히 없었다.

그래서 걱정만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우연히 만난 투귀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러고 보니 놀러 온 건데, 또 훈련을 해버렸네.”

내가 미안하다는 듯 말을 걸었지만, 한설아는 개의치 않은 듯했다.

“괜찮아. 우리에겐 데이트 같은 것보다 이런 게 더 어울리니까.”

한설아.

아니, 설아.

‘비록, 지금은 말 못하지만.’

이런 것이 더는 어울리지 않게 되는 그때.

‘···놀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된다면.’

만약에 그런 날이 온다면.

“응, 알겠어.”

움찔.

별 말은 하지 않고 그냥 무표정하게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한설아가 방긋 웃는 모습으로 대답하는 것을 보니 역시 다 티가 나는 모양이었다.

“쩝···”

직접 양손으로 볼을 만지며 확인을 해봤지만, 내가 느끼기엔 별 차이가 없었다.

“글쎄, 표정에서 보인다기보다는··· 뭐랄까? 그냥 눈에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거야 말로 초능력이네.”

“후후, 그러게 말이야.”

설아는 오랜만에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옷을 갈아입은 투귀가 다시 등장했다.

“으음, 분위기가 보기 좋군.”

답지 않게 농담까지 하며 등장한 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건?”

“내가 조사를 하며 알아낸 정보다. 뭐, 딱히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도움이 됐으면 하여 가져왔지.”

손에서 펄럭이는 종이들 속에는 투귀가 적은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 반듯한 글씨들이 적혀있었다.

“실례로군. 나름 협회장까지 했던 사람인데 글씨가 개차반이어야 쓰겠나?”

“···죄송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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