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lilyloolv
작품등록일 :
2024.05.09 03:46
최근연재일 :
2024.09.20 17:40
연재수 :
133 회
조회수 :
6,044
추천수 :
120
글자수 :
714,358

작성
24.09.15 19:36
조회
6
추천
0
글자
12쪽

블랙스미스

DUMMY

블랙 스미스.

그들은 모든 것은 양보해도, 단 한자리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그것은 가장 뜨거운 불꽃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철을 다루는 것이 드워프의 근본이었기에 다른 것은 몰라도 불꽃의 위력은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그 탓에 마법사들과 마찰이 잦았으며, 초능력자들을 깎아내리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그러나 승자는 언제나 블랙 스미스였다.

그야, 그들은 전 세계에 장비를 보급하는 최고의 대장장이 길드였으니까.

“우리는 언제나 더욱 강한 금속을 찾아다녔다.”

녹이면, 다음 금속으로.

또 녹이면, 또 다른 금속으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해 나갔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당연히 영원히 꺼지지 않는 그들의 용광로가 있었다.

“우리는 불에 타 죽는 것조차 영광이라 여긴다. 어느 장인의 꿈은 자신이 용광로 속에서 풀무질하다 죽는 것이라 말했으니까.”

베르트는 옆구리에 걸린 망치를 두드리며 호쾌하게 웃었다.

“크하하! 그 무엇이 문제겠는가. 우리는 세계 최고. 아니, 전 우주 최고의 대장장이다!”

껄껄거리며 웃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못했다. 한참을 웃고 나서야 한숨을 뱉은 베르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우리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베르트의 뒤를 쫓아 블랙 스미스의 지하로 향했다.

가는 길 중간중간 몇번의 검사가 있었고, 길드 마스터인 베르트의 몸도 샅샅이 뒤졌기에 나 또한 검사를 피하지 않았다.

“양해 부탁하지. 여긴 우리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라서 말이야.”

“그래 보이네요.”

지하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느껴지는 화끈거리는 열기가 차올랐다.

경비를 서는 드워프들은 얼음팩을 하나씩 머리에 올리고 있었고, 그럼에도 땀을 잔뜩 흘리는 것이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이 신성한 불꽃과 함께라면 우린 무엇이든 가능했다. 그래, 가능했었다.”

타오르는 불꽃 문양 속에 망치가 그려진 블랙 스미스의 심볼이 그려진 거대한 문을 보니 여기가 마지막 관문이라고 직감했다.

“여긴 경비가 없네요?”

“그래, 더 이상 경비가 필요 없는 곳이기 때문이지.”

베르트는 언제 챙겼을지 모르는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입 안에서 씹어가며 더위를 버티고 있었다.

“근데 넌 안 덥냐? 어떻게 땀 한 방울을 안 흘려.”

“뭐, 이 정도야.”

지금 안쪽에 이 정도 더위는 고작으로 만들 불꽃이 타오르고 있으니까.

“이 길은 오직 이 신성한 불꽃이 담긴 횃불··· 으응?”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베르트는 당황한 모습으로 양손을 움직였다.

“어, 음. 이 횃불로.”

횡설수설하며 이제는 얼굴까지 박아가며 가방을 뒤졌지만, 안쪽에서 나온 것은 더 많은 얼음물뿐이었다..

“···흠.”

사뭇 진지한 태도로 턱수염을 쓰다듬던 베르트는 날 바라보더니 경건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시험이다. 네가 아무리 강대한 불꽃을 갖고 있다고 한들 그 힘에 악의가 담겨있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냥 놓고 와서 변명하는 거 아니야?’

“그러니 너의 불꽃으로 이 문을 열 수 있음을 증명해라. 그렇게 하여 우리의 도전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보여보아라!”

그러는 와중에도 땀이 잔뜩 흘러서 온몸이 축축하게 젖은 베르트였고, 옆에 쏟아놓은 얼음물 하나를 그대로 머리 위에 쏟아버렸다.

“어려운 일은 아니니 하긴 하는데, 다음부터는 잘 좀 갖고 다니세요.”

“어흠, 내가 뭐라고 했나?”

당당한 태도로 저렇게 나서니 할 말도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하는 수 없이 심장에서 조용히 자고 있던 성화를 조금씩 건드렸고, 마나와 함께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와라.’

불꽃은 멈추지 않고 타오른다.

장작으로 들어가는 마나는 끊이질 않았고, 의지를 갖고 있는 성화는 나의 뜻에 따라 세상으로 튀어나왔다.

툭.

가볍게 손바닥을 문 위에 올린 뒤 새어 나오는 성화를 각인된 블랙 스미스의 심볼을 따라 뿜어내었다.

‘성화는 괜찮은데 말이야.’

아직도 흑염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뭐, 앞에서 베르트가 악의가 담겨있으면 안된다고 했으니 흑염을 사용하지는 않았겠지만.

그극···

성화를 잔뜩 머금은 문의 안쪽에서 무언가 뒤틀리는 소리가 났고, 육중한 문이 서서히 안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 오오!”

설마하니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과격한 반응을 보인 베르트는 방방 뛰는 걸음으로 내게 달려왔다.

“크하하! 대단하구만. 실수로 방 안에 횃불을 두고 왔는데 말이야. 덕분에 수고를 덜었어!”

“···아, 예.”

이제야 이실직고 했지만, 잘 해결되었으니 뭐가 문제냐는 듯한 모습이었다.

“으휴, 잘 생각해 봐. 그 귀찮은 과정을 또 안겪어도 되니 말이야.”

‘···의외로 설득력이 있긴 하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을 다시 하라고 하면,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고 말지.

“우리가 왜 그렇게 뜨거운 불꽃을 찾아다녔는지, 그 이유가 여기 있네.”

안쪽으로 발을 옮기자 제일 먼저 느낀 것은 한기였다.

“···왜?”

바로 문 앞까지만 하더라도 뜨거운 열기에 드워프들조차 힘들어했지만, 이곳에 들어오니 오히려 오들오들 떨릴 정도로 거친 냉기가 몰아치고 있었다.

‘이서후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얼음 계열에서는 최상위 초능력인 이서후를 뛰어넘는 무언가.

“에취!”

콧물이 흐르면 그대로 얼어버렸고, 콧물에 젖은 수염이 부서지는 해괴한 현상이 눈앞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끄응, 여긴 올 때마다 이런다니까.”

코를 훌쩍이며 안쪽으로 들어서자 냉기는 더욱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이에 성화가 일어날 때 조용히 있던 흑염도 슬쩍 고개를 들어 혈관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너도 느껴지긴 하나보네.’

“가장 뜨거운 곳이었던 곳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전부 우리의 욕심인 것을.”

오들오들 떨며 슬쩍 곁에 붙는 베르트였고, 손가락을 살짝 이마에 올려 온기를 전해주었다.

“으으, 좀 낫구만.”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우리 블랙 스미스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었네.”

옛날이야기가 지나간다.

‘음, 그랬군.’

딱 이 정도로 들을 정도의 이야기였고, 본인이 지칠 때쯤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되어 우리 블랙 스미스는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저 금속을 중심으로. 언젠가 저것을 녹일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하며.”

사방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열기 속에서도 고고하게 그 모습을 유지하는 청록색의 금속.

크기는 고작해야 팔뚝 정도의 크기였지만,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었다.

“확신이 없을 때는 절대 만지지 말라는 선조들의 말을 무시하고, 우린 저 금속에 손을 대었다.”

‘그 결과가 이것.’

블랙 스미스의 심장이 얼어버렸다.

“평범한 사람이고 뭐고, 이건 어지간한 고위 헌터도 못 견딜 냉기인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곳이니 내가 확인해야지. 그게 마스터의 역할이니 말이야.”

코를 훌쩍이는 모습에서는 딱히 위엄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목숨을 불사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은 상당히 멋있었다.

“저게 뭔지는 확인했습니까?”

“적어도 이 세상에는 저것 단 하나밖에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오라클에게 물어는 봤고요?”

“그쪽이랑은 사이가 별로 안 좋아서.”

말끝을 흐리는 모습과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고드름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보통 안 좋은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보다시피, 저게 중화가 된 상태다. 저런 물건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더라도 절대 반출시켜서는 안 돼.”

자신들의 만족감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대장장이조차 두려움을 떨게 만드는 금속.

‘···그런데 뭐지?’

금속을 보자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익숙하다 못해 저걸 가져가야만 한다는 충동이 생겼다.

‘왜?’

조금씩 올라가려는 손을 억지로 붙잡으며, 얼어붙는 머리를 성화로 깨끗하게 정화시켰다.

“후우.”

“응? 무슨 일 있나?”

내가 한숨을 내쉬자 걱정이 섞인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 베르트였고, 난 말 없이 몸을 돌렸다.

“가려는 겐가?”

아쉬움이 섞인 목소리였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이런 마음으로 저걸 만졌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끄응, 그래. 오늘은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자고.”

어지간히도 추운지 빠르게 뛰어나간 베르트가 문밖에서 손을 흔들었다.

“굼벵아! 빨리 나와라!”

“아, 예.”


* * *


다음날 일찍 일어난 나에게 찾아온 베르트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잠도 덜 깬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갑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의 작업장을 안 보면 섭섭하지!”

“작업장이요?”

“그래, 영광이라고 생각하라고. 외부인에게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곳이니 말이야!”

아니, 딱히 볼 생각은 없는데.

하지만 신나서 달려가는 베르트를 보니 오히려 외부인에게 처음 보여준다는 기대감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그래요. 뭐, 한번 봅시다.”

한참을 뛰어간 끝에 도착한 곳은 거대한 야장이었다. 그곳에서는 수많은 드워프들이 숯검댕이를 묻히고, 땀을 흘려가며 무언가를 주조하고 있었다.

까앙!

무언가를 거세게 내려치는 소리가 들리며 불똥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신경 쓰지 않는 듯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요?”

보통 이런 일은 혼자서 집중해서 하지 않나.

치이익!

금속을 찬물에 넣으며 나는 증기가 뿌옇게 공간을 가득 채우자 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여전히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음, 그야 여기가 바로 블랙 스미스의 중심부니까.”

“심장이 두 개 시네요.”

“으하하! 그거 재미있는 표현이구만.”

껄껄 웃으며 야장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하자, 그곳에 보인 것은 거대한 제단이었다.

“이건 또 뭐야.”

“불을 모시는 곳이지.”

방금까지 보이던 경박한 태도는 사라지고, 위대한 불을 따르는 한 명의 드워프가 된 베르트는 천천히 제단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베르트였고, 그걸 방해할 생각은 없었기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니 여기도 좀 뭔가.’

피부를 콕콕 찌르는 듯한 감각에 계속해서 주변을 경계했지만, 딱히 무언가가 보이지는 않았다.

“쓰읍,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옆에서 기도가 끝났는지 일어난 베르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날 올려보았다.

“잉, 무슨 일 있는가?”

“잠시만 기다려봐요.”

드워프의 크기에 비하면 거대한 크기의 제단.

그 코앞까지 도달하자 확실히 기운이 느껴졌다.

“나와라.”

“지금 뭐 하는 건가?!”

흥분한 듯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하긴, 베르트의 입장에서는 내가 엄청난 무례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분명 뭔가 있어.’

지금은 침묵하고 있으나, 무언가 계기만 있으면 곧바로 깨어날 것 같은 느낌.

‘여긴 불의 제단··· 그러면 필요한 것은?’

너무 당연했다.

화륵!

양손에 성화가 일어났고, 뒤에 있는 베르트의 눈치를 살짝 보았다.

“그, 그러지 마라.”

내가 무엇을 할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나는 최대한 웃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왜 그런 표정을 짓냐. 무섭게.”

‘···무서운 얼굴이었나?’

내 얼굴은 스스로 볼 수 없으니 별달리 해줄 말은 없었다.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하겠습니다.”

성화를 머금은 양손으로 제단을 내리찍었다.

“안돼애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군주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8/11~8/15 24.08.09 16 0 -
133 전지의 눈 NEW 6시간 전 3 0 12쪽
132 전지의 눈 24.09.19 6 0 12쪽
131 전지의 눈 24.09.18 7 0 12쪽
130 블랙스미스 24.09.17 7 0 12쪽
129 블랙스미스 24.09.16 7 0 11쪽
» 블랙스미스 24.09.15 7 0 12쪽
127 블랙스미스 24.09.14 9 0 12쪽
126 블랙스미스 24.09.13 5 0 12쪽
125 데이트? 24.09.12 7 0 12쪽
124 데이트? 24.09.11 7 0 11쪽
123 데이트? 24.09.10 7 0 11쪽
122 데이트? 24.09.09 6 0 11쪽
121 데이트? 24.09.08 6 0 12쪽
120 세계수 24.09.07 7 0 11쪽
119 세계수 24.09.06 8 0 12쪽
118 세계수 24.09.05 7 0 12쪽
117 누군가의 이야기 24.09.04 8 0 12쪽
116 누군가의 이야기 24.09.03 9 0 13쪽
115 누군가의 이야기 24.09.02 8 0 12쪽
114 누군가의 이야기 24.09.01 6 0 12쪽
113 누군가의 이야기 24.08.31 9 0 11쪽
112 불사의 군단 24.08.30 9 0 11쪽
111 불사의 군단 24.08.29 5 0 11쪽
110 불사의 군단 24.08.28 7 0 11쪽
109 불사의 군단 24.08.27 8 0 11쪽
108 불사의 군단 24.08.26 8 0 13쪽
107 불사의 군단 24.08.25 6 0 13쪽
106 불사의 군단 24.08.24 9 0 11쪽
105 불사의 군단 24.08.23 11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