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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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oo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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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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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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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미스

DUMMY

뒤에서 베르트의 절규가 들려오는 것과는 반대로, 내 예측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제단이 크게 흔들렸다.

‘···무너지지는 않겠지?’

쩌적!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제단이 반으로 갈라지며 안쪽에서 불꽃의 형체를 가진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저, 저건?!”

베르트의 절규를 듣고 달려온 야장의 대장장이들은 제단에서 빠져나온 불꽃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제, 제단에 저런 게 있었다고?”

“오오, 불이시여!”

각기 다른 반응이 보였지만, 중요한 것은 제단에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게 군단의 신호라면.’

어쩌면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먼지가 걷히기를 기다렸고, 서서히 안쪽에서 거대한 늑대 같은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불로 만들어진 늑대.”

저런건 듣도보도 못했다.

옛날에 나름 몬스터에 대해 많이 찾아봤다고 생각했는데, 저건 그냥 불꽃으로 빚어낸 생명체와 다름이 없었다.

“저, 정령이다!”

“정령?”

···옛날에 봤던 정령이랑은 너무 큰 차이가 있는데?

‘거기에 저렇게 확실한 형체를 갖고있지도 않았고.’

늑대는 거친 울음 소리를 내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고, 그 시선의 끝에는 내 손에 있는 성화가 있었다.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공격성을 보이고 있지만, 주변의 드워프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자 늑대는 천천히 걸음을 뒤로 물렸다.

“···너무 순순히 물러나는 느낌이.”

피싯.

잠시 눈을 깜빡한 순간, 늑대가 사라졌다. 그리고 한 드워프의 머리 위에 등장하더니 거대한 앞발을 크게 들어올렸다.

“위, 위험하다!”

정신을 놓고 있던 베르트가 곧장 달려와 짤막한 발로 드워프를 발로 차버렸고, 앞발은 허공을 갈랐다.

화륵!

발톱에서 일어난 불꽃이 허공을 갈랐고, 불똥이 옷에 닿자 곧장 찢어 번지는 것을 막았다.

“다들 정신 차리고 뒤로 물러나라!”

베르트가 곧바로 대장장이들을 일으켜 야장의 뒷편으로 물러섰고, 자연스레 나와 늑대만이 남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될 일이었나 싶네.”

생각보다 마음은 담담했다.

눈 앞에서 드워프가 죽을 뻔했고, 그들의 제단을 단숨에 박살내었다.

아마, 이 늑대와 싸우다보면 이 야장은 무너질 수도 있겠지.

‘그런데 왜이렇게.’

심장은 너무나도 조용하다.

단순히 싸움이 흥분되지 않거나, 긴장하지 않았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단지, 그냥 평범했다.

‘늑대에 집중하자.’

늑대는 울음 소리를 내며 주변을 배회했고, 은근슬쩍 드워프들을 향해 발을 내밀기도 했다.

“어딜.”

팍!

그럴때마다 장인들이 급히 오느라 들고왔던 미완성의 검들을 사방으로 던지며 늑대의 행동을 막았다.

“아이고!”

그럴 때마다 어딘가에서 통곡이 들려왔지만, 가볍게 무시하기로 했다.

“혹시 부, 불의 신이신가?”

늑대를 바라보며 덜덜 떠는 목소리로 누군가 외쳤지만, 베르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 없다. 우리가 따르는 신성한 불은 저렇지 않아.”

오직 태우고, 녹인다.

대장장이의 불꽃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그 말 뜻은 곧.

‘나한테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거지.’

솔직히 불의 제단에서 나온 존재였기에 드워프들에게 중요하지 않을까 했지만, 베르트가 곧바로 부정했으니 망설일 것은 없었다.

“간다.”

툭.

땅에 떨어진 검 한자루를 발로 차서 손으로 가져왔다.

평범한 검이라면 성화를 못버티고 곧바로 깨져버리겠지만, 나름 드워프들이 만든 물건이니 다르지 않을까?

“캬악!”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늑대는 양 발톱에 불꽃을 두르고 내 머리를 내리찍었다.

콰직.

검을 비껴들며 발톱을 막아냈지만, 스멀스멀 뱀처럼 기어 오는 늑대의 불꽃이 팔을 감싸 안았다.

“크륵.”

기묘한 웃음소리를 남긴 늑대는 승리를 자축하는 미소를 지었지만, 글쎄.

“이 정도 불꽃은 딱히 감흥이 없네.”

가볍게 손을 털어내는 정도로 사라진 자신의 불꽃을 바라보며 늑대는 뒤로 물러서기 위해 발톱을 회수했다.

“일단 정보를 캐내야 하니까.”

빼려는 발을 꽉 붙잡자 늑대는 온몸을 비틀었지만,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했다.

“불의 정령을 맨손으로 잡고 있다고?”

옆에서 경악하는 베르트의 모습을 보니 뭔가 대단한 것을 하는 듯한 감각이 들었지만, 딱히 흥분되지는 않았다.

여기서 흑염을 주입하면, 그대로 죽어버릴 나약한 존재니까.

‘···아니지. 왜 그런 생각을.’

고개를 절레절레 털어서 잡생각을 내보낸 뒤, 늑대를 그대로 엎어뜨렸다.

콰앙!

“콜록!”

“아이고, 우리의 아이들이! 야장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이 아니라 물건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장인이라는 칭호는 아무나 받는 게 아니네.

“낑!”

바닥에 쓰러져 배를 까뒤집고 있는 늑대는 여전히 눈에 독기가 가득했다.

‘여차하면 물어버릴 기세네.’

쨍그랑!

다시 한번 성화를 피워 올려 검에 두르자 검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파편이 휘날렸다.

“으아악!”

분명 파편에 맞을까 봐 내는 비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단 한명의 드워프만 저러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이 검의 주인이 아닐까?

‘미안합니다.’

굳이 빛의 검을 꺼내지 않았던 이유는 드워프들의 실력이 궁금했던 것도 있었다.

‘이 정도는 버틸 줄 알았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각인되어 있는 빛의 검을 꺼내 들었다.

“오, 오오!”

“어찌 저런 황홀한 자태가.”

빛의 검이 칭찬을 받으니 어쩐지 나도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저 늑대였으니 그 기분은 뒤로 넘기기로 했다.

“끼잉···”

기세가 바뀌자 늑대의 눈에서 서서히 독기가 빠졌고, 혀를 내밀어 성화를 머금은 검을 핥았다.

“이건 뭐··· 복종이라고 봐도 되나?”

“월!”

이게 개야 늑대야.

“정령이 완전히 굴복한 것 같군. 역시 내가 선택한 사람이야. 으하하!”

베르트는 통통 뛰어와 내게 어깨동무를 걸쳤고, 발아래에서 낑낑거리는 늑대를 바라보았다.

“저놈은 어떻게 할 건가?”

“딱히 생각한 건 없는데.”

늑대의 크기가 서서히 작아지고, 손바닥 정도의 크기가 되자 손을 타고 머리에 안착했다.

“이놈도 네가 마음에 든 모양이고 말이야.”

“···그런데 정령이 왜 여기 있던 겁니까?”

“끄응, 그러게 말이야. 정령은 신이 아닌데 말이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딱히 정해지는 것은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너 그 검··· 어라, 어디 갔지?”

베르트는 뜨거운 눈으로 내 손을 바라보았고, 시선이 내려가 옆구리로 옮겨갔다.

“검?”

“그래, 그토록 아리따운 여인은 내 인생 속에서 본 적이 없어. 아아, 그 검신을 매만지면 얼마나 보드라울지. 으흐흐···”

지금까지는 손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던 빛의 검이었지만, 베르트의 소름 돋는 이야기를 듣자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걱정마. 절대 안 넘길 테니.’

옆에서 다른 드워프들도 빛의 검을 노리고 있는지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꿈 깨시죠.”

“이잉. 그냥 한번 보여달라는 건데 그것도 못 해주나?”

“뭐, 이 아이가 싫다고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끄응, 아쉬운데.”

검이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하면 보통은 미쳤냐고 말하겠지만, 드워프들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도 아니고 말이지.’

근원을 따지자면, 빛의 검은 자드키엘의 분신이나 다름없으니까.

“그, 그러면 이건 어떤가. 우리의 보물 창고를 보여주지.”

순순히 굽힐 생각은 없는 듯 장인들이 하나둘 손을 들었다.

“그래! 그 두부 같은 자태를 한 번이라도 만질 수 있다면 내 모든 것을 주도록 하지!”

“아니, 난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가만히 두면 싸움이 날 것 같은 분위기에도 베르트는 씨익 웃으며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안 막습니까?”

“내가 왜? 장인들의 호기심은 당연한 거다.”

뭐, 그렇게 말하니 딱히 할 말은 없긴 한데.

머리 위에서 몸을 흔들고 있던 늑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드워프들을 노려보았다.

“읏.”

그 모습에 잠시 주춤한 드워프들이지만, 그들에겐 목숨보다 위대한 업적이 더 중요했다.

“자자. 다들 진정하고, 넌 그냥 구경한다는 느낌으로 따라와라. 굳이 그 검을 보여줄 필요는 없으니.”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 걱정되네요.”

“으하하! 우리들은 단순해서 그런 것 따위 설계할지 모르지. 안그런래?!”

“우오!”

···자랑은 아닌 것 같은데.


* * *


드워프의 보물창고까지 한바탕 구경하고 나서야 풀려났고, 빛의 검을 보여달라는 사람들을 뿌리치며 도망쳤다.

그리고 곧바로 금속이 있는 지하로 향했다.

“후우, 힘들었네.”

“으하핫! 그래도 고맙다. 장인들이 하는 자랑을 전부 들어줘서 말이지.”

그들은 자신이 만든 무구를 가져와 내게 내밀었고, 어떠한 부분이 대단했는지 소개했다.

“평소에 자랑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말이야. 다들 이런 날을 기다리고 있었지.”

“나름 재미는 있었네요.”

“그렇게 생각해 주면 다행이고 말이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지만, 결국 목표는 차가운 금속이었다.

“너, 할 수 있겠냐?”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베르트의 모습이었고, 머리 위에 있는 늑대도 오들오들 떠는 모습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여기서 기다릴래?”

“끼잉.”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어 거부 의사를 표한 늑대였고, 난 차분히 벽면에 손을 올렸다.

“말해두겠는데, 그걸 건드리고 난 뒤에 벌어질 일들에는 난 책임을 지지 않을 거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없었다.

“어차피 시간을 끌어봤자 성공 확률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오히려 실패 확률은 올라갈 수도 있지. 저 미친놈의 금속은 갈수록 차가워지니 말이야.”

그극.

어제와 똑같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따라올 생각이죠?”

“내가 안 가면 누가 따라가겠나?”

씨익.

멋들어진 미소를 보인 베르트가 앞장서서 걸어갔다.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한기 때문에 앞이 흐릿했지만, 한번 걸어봤던 탓인지 문제는 없었다.

“크륵.”

금속을 바라본 늑대가 옅은 울음소리를 내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발톱은 없었기에 딱히 아프지는 않았지만, 무언가를 원하는 것은 있는 것 같았다.

“저거?”

끄덕끄덕.

머리에서 툭 내려와 손바닥에 자리를 잡은 늑대는 금속을 가리켰다.

“···가져가라고?”

끄덕끄덕.

“으음, 무게는 둘째치더라도, 저 냉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데.”

성화로 한 바퀴 두른다고 한들, 저 냉기가 완전히 잠재워질까?

‘하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지.’

화르륵!

늑대가 손에 있었지만, 불의 정령이니 상관 없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성화를 일깨웠고, 역시나 화들짝 놀랄 뿐 별달리 아픔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가져간다. 라.”

눈앞에 놓인 금속.

그렇게 무거워 보이지는 않았고, 팔뚝 정도의 크기이니 들고 가려면 무리 없이 가져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될까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몸을 돌려 베르트를 바라보았다.

“으하하!”

활짝 웃는 모습으로 날 바라보던 그는 한순간 정색을 했다.

“절대 안 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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