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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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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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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1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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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19 던전 (2)

DUMMY

Lv. 19 던전 (2)


정한은 벌써 두 번째 반사 보호막을 펼친 ‘붉은 심연의 나가’의 공격을 피해 이리저리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공격받은 데미지의 100%를 반사하는 보호막을 잘못 때렸다가 죽을뻔한 적이 벌써 열 번을 넘어선 참이었다.

물론, 덕분에 노랗게 변한 ‘이끼 낀 바위 정령’을 공격할 때 왜 그렇게 자신의 생명력이 닳아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쓰면서 알아낼 정도로 이유가 궁금하지도 않았다.


“키에에에엑!”


제 공격을 쥐새끼처럼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정한을 보며 잔뜩 약이 오른 붉은 나가가 고함을 내질렀다. 높게 들어 올린 팔 위로 커다란 삼지창 모양의 물방울이 생겨났다.


-쉬이이익!


거대한 창이 공기를 가르며 정한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나갔다.


‘온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절대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쏘아진 창이었지만, 민첩이 100이 넘어선 정한에게는 그저 어린아이들이 장난으로 던진 공 수준의 빠르기였다.

유난히 느리게 흘러가는 찰나의 순간에서 혼자만 제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 정한이 날아오는 창을 피해 붉은 나가를 향해 달려들었다.


게임에서나 현실에서나 몬스터들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움직였다. 붉은 나가의 경우 거대한 창을 던진 후에는 항상 반사 보호막이 사라졌다.


‘챙그랑’ 하는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붉은 나가를 감싸고 있던 투명한 막이 산산이 조각나며 흩어졌다.

어느새 붉은 나가의 코 앞까지 도달한 정한은 제 분신을 소환해 냈다. 붉은 녀석이 두 번째 반사 보호막을 펼치기 전에 녀석을 끝장낼 생각이었다.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오는 것처럼 정한의 몸에서 스르륵 튀어나온 그의 분신이 눈앞의 적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몰아치는 칼날에 나가의 마법이 연속적으로 취소되었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마법일수록 시전하는 속도가 느리고 중간에 공격을 받으면 마법이 취소된다는 것이 마법사의 가장 큰 단점이었고, 그것은 몬스터도 똑같았다.


결국 붉은 나가는 그 뒤로 몇 번 팔을 들어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더니 허무하게 바닥으로 쓰러졌다.


[인어와의 우호도가 10 상승합니다.]

[인어와의 관계는 중립입니다.]

[나가와의 우호도가 30 하락합니다.]

[나가와의 관계는 약간 적대적입니다.]


어느새 인어와의 관계가 개선될 만큼 나가를 죽이고 다니던 정한의 레벨은 두 단계나 올라 52가 되어있었고, 이제 곧 레벨 업을 앞둔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주르륵 떠오르는 평판 알림에 괜히 한 번씩 시선을 뺏기던 정한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평판만을 알려오는 알림창을 향해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확인, 확인. 이런 건 일일이 안 알려줘도 돼.’


[평판 알림을 해제하시겠습니까?]

[평판 알림을 해제할 시 평판 내용은 평판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평판 알림을 해제하여도 관계 변동 알림은 해제되지 않습니다.]


‘해제. 이런 게 있었으면 진즉 알려주지.’


[평판 알림이 해제되었습니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평판 알림이 해제되었다는 알림창을 쳐다보던 정한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어느새 오후 한 시를 넘어서 있었다.


‘어쩐지······. 배가 출출 하더라니···.’


동굴이라 해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던전 특유의 마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곳에 온 뒤로 시간 감각이 영 흐릿해져 있었다.


정한은 대충 초코바나 먹어서 허기를 잠재울 생각으로 인벤토리를 불러냈다. 그러나 각종 물고기로 가득 차 있는 제 인벤토리를 보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나 종류도 다양한지 거의 수산물 시장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결국 점심을 생선구이로 결정한 정한은 그나마 안전해 보이는 거대한 버섯나무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나가가 주는 물고기들은 다행스럽게도 시스템의 보정을 받은 건지, 그가 흔히 횟집이나 시장에서 봐 오던 익숙한 어종들이었다. 물론, 간혹가다가 정말 이건 먹으면 죽겠다 싶을 정도의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한 생김새의 물고기들이 한 마리씩 섞여 있었지만, 그것들마저도 요리 재료로 구분되어 있었다.


정한은 챙겨온 버너와 프라이팬 위에 가장 익숙한 어종인 고등어와 삼치를 올려 구웠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를 보고 있자니 따뜻한 쌀밥이 절로 생각났지만, 던전에서 쌀밥을 해 먹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쉬운 대로 두툼한 살점을 가득 집어 입에 넣었다.

간을 따로 하지 않아서 그런지, 싱겁기는 해도 담백한 게 꽤 먹을 만했다.


정한이 두 마리의 생선구이를 거의 다 먹었을 무렵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보조 기술 ‘초급 요리’를 습득합니다.]

[스킬 ‘모닥불 피우기’를 습득합니다.]

[조리법 ‘고등어구이’, ‘삼치구이’, ‘슬라임 젤리’를 습득합니다.]

[음식을 먹어 배가 부릅니다. 포만감의 효과로 생명력 및 마나 회복 속도가 10% 증가합니다.]

[포만감 효과는 30분 동안 유지됩니다.]

[고등어구이의 효과로 30분 동안 생명력이 100 증가합니다.]

[삼치구이의 효과로 30분 동안 공격력이 5 증가합니다.]


정한은 주변을 정리할 새도 없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음식의 효과가 떨어지기 전에 최대한 많은 몬스터들을 사냥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까지 게임과 비슷한 시스템을 구현해 놓을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일단 생겨난 이로운 효과는 최대로 누리는 게 바로 바람직한 플레이어의 자세라고 생각한 그는 두 자루의 검을 불러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푸른 심연의 나가’에게 섬광처럼 튀어 나간 정한이 칼날을 길게 횡으로 그었다.

가슴팍이 깊게 베인 나가의 푸른 피가 허공으로 튀어 오르고 높게 치켜든 삼지창이 정한을 향해 날아왔다.

부웅!

정한의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진 삼지창을 다리를 굽히는 것으로 가볍게 피해낸 그가 이번엔 나가의 등 뒤로 재빠르게 이동해 검을 박아 넣었다.

등 뒤에서 공격의 받은 나가의 허리가 활처럼 휘고 하늘을 향해 치켜든 머리에서는 비명도 포효도 아닌 괴상한 소리가 한데 뒤엉켜 터져 나왔다.


“쿠에에에엑!”


재빨리 제 분신을 소환해 낸 정한이 나가의 앞에 서자 그의 분신이 나가의 뒤에 자리했다. 앞뒤로 빠르게 쏟아지는 단검에 난자된 나가의 온몸이 찢어졌다.

푸른 나가가 쓰러짐과 동시에 바로 다음 타겟을 향해 총알처럼 튀어 나간 정한과 그의 분신이 두 번째 나가를 학살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0초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의 곁에 서 있는 세 번째 나가를 향해 정한과 분신이 칼날을 번뜩였다.


정한은 52레벨이 되는 동안 던전에서 제법 협조적으로 구는 분신에게 두 개의 스킬 포인트를 더 투자해 분신의 유지 시간은 이제 55초였다.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지금처럼 세 마리까지 상대가 가능한 시간이었다.


순식간에 세 마리의 나가를 해치움과 동시에 정한의 머리 위로 레벨업을 알리는 반가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Level up. 축하합니다. 모험가님은 Lv. 53 이(가) 되었습니다.]


정한은 바로 분신에게 스킬 포인트를 투자했다. 이로써 분신의 유지 시간은 1분.

사용 대기시간이 10분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포인트를 투자해 시간을 줄여나간다면 끊김이 없이 분신을 소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51레벨부터는 스킬 포인트가 두 개씩 지급돼서 꾸준히 다른 스킬들의 단계도 올리면서 분신에게도 포인트를 투자할 수 있었다.


정한은 연기처럼 흩어지는 분신의 신형을 아쉬운 눈으로 한번 쳐다봐 주고는 검을 고쳐 쥐었다. 아직 음식의 효과가 남아있었기에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음식 버프가 남은 시간까지 8분여가량.

정한은 거의 집착에 가까운 집념으로 저 멀리 서서 멍청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나가를 향해 달려갔다.


혼자서 여섯 마리의 나가를 추가로 처치한 정한은 내팽개치고 온 버너와 프라이팬을 챙기기 위해 거대한 버섯나무 뒤쪽으로 걸어갔다.


‘음식물쓰레기를 담을만한 봉투가 있던가······?’


던전 안에서까지 지나치게 현실적인 고민을 하며 제가 식사를 하던 곳에 도착한 정한은 분명 남아있어야 할 생선 대가리와 가시들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프라이팬을 집어 들었다.


제가 아무리 굶주려서 정신을 놓고 열심히 먹었다고 해도 생선을 구울 때 나오는 기름까지 핥아먹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손에 들린 프라이팬은 마치 갓 설거지를 끝낸 프라이팬처럼 깨끗했다.


정한은 여전히 남아있는 포만감 효과를 보며 제가 방금 생선구이를 먹은 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야 할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한동안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던 정한의 시야 끝에 그의 눈을 피해 버너 뒤쪽에 몸을 숨기고 있던 작은 생명체들이 조심조심 움직이는 것이 포착됐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생명체들은 푸른색으로 투명한 몸체에, 생긴 건 꼭 사람 모양으로 만들다 만 찰흙 덩어리처럼 동그란 머리와 몸통에 가느다란 팔다리가 달려있었다.


몬스터인가 싶어 정한이 다가가자, 녀석들은 근처에 있던 산호초로 숨어들었다.

산호초 사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녀석들을 살펴보니 1레벨의 ‘플랑크톤’이라는 이름을 가진 몬스터였다.


생명력도 낮고 공격력도 거의 없다시피 한 몬스터들.

게임에서도 종종 이런 부류의 몬스터들이 존재했는데, 플레이어에게는 해를 가하지 않고 그냥 자연물처럼 저들끼리 생활을 하는 녀석들이었다.

이 녀석들이 ‘플랑크톤’이라는 이름답게 제가 남기고 간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 준 것이었다.


‘몇 마리 데리고 가서 키우고 싶어질 정도인데?’


친환경 미생물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에 식기 세척기의 기능을 추가해 놓은 것 같은 획기적인 녀석들의 성능이 못내 아쉬웠던 정한은 녀석들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한의 머리 위로 알림창이 떡 하니 떠올랐다.


[‘플랑크톤’과 교류를 시도하시겠습니까?]


안 그래도 플랑크톤을 데려가고 싶었던 정한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플랑크톤’과 교류를 시도합니다.]

[‘플랑크톤’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플랑크톤’은 지금부터 모험가님을 호기심 넘치는 시선으로 관찰합니다.]


알림창의 말대로 녀석들은 이제 산호초에서 거의 몸을 반쯤 내민 채 정한을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도움말 : 상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우호적인 관계가 생겨난다는 것은 반대로, 적대적인 관계 또한 생겨날 수 있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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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Lv. 13 솔로 플레이어 (1) +1 24.06.08 589 18 11쪽
13 Lv. 12 정식 서비스 오픈 (4) 24.06.07 586 19 12쪽
12 Lv. 11 정식 서비스 오픈 (3) +1 24.06.07 574 20 12쪽
11 Lv. 10 정식 서비스 오픈 (2) 24.06.06 597 19 11쪽
10 Lv. 9 정식 서비스 오픈 (1) +1 24.06.06 605 21 11쪽
9 Lv. 8 레이드 헤딩 파티 (4) 24.06.05 600 19 11쪽
8 Lv. 7 레이드 헤딩 파티 (3) 24.06.05 604 18 11쪽
7 Lv. 6 레이드 헤딩 파티 (2) 24.06.04 640 17 11쪽
6 Lv. 5 레이드 헤딩 파티 (1) 24.06.04 682 21 11쪽
5 Lv. 4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서 (2) 24.06.03 717 21 12쪽
4 Lv. 3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서 (1) +1 24.06.03 787 20 11쪽
3 Lv. 2 GAME START (3) +1 24.06.02 884 22 11쪽
2 Lv. 1 GAME START (2) +1 24.06.02 930 24 11쪽
1 Lv. 0 GAME START (1) +2 24.06.01 1,265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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