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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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새싹
작품등록일 :
2024.06.09 21:15
최근연재일 :
2024.09.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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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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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회

DUMMY



침실로 들어온 성준이 세진을 침대 위에 앉히고, 의자를 끌고 와서 본인도 그 앞에 앉았다.


“자~대화를 해볼까?”


“쌈쫀! 아까 그 아찌 누구야?”


“응? 황 이사님?”


“웅!”


“허어~아니 여기까지 들어와서 황 이사님이 왜 궁금할까? 응?”


“빨리~”


세진의 재촉에 황당해 하면서도 성준이 대답해 주었다.


“할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는 아저씨야.”


“오래 일해쪄?”


“어? 한 20년 됐나? 아니..근데 넌 이게 왜 궁금한 거냐?”


“으음..”


해로운 사람이라면 경고를 해줘야겠단 생각에 성준을 방에 데리고 들어왔지만, 이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순간 막막했다.


‘하! 이거 뱀이 붙어 있으니 조심하라 할 수도 없고 어떻게 설명하지?’


잠시 고민해 봤지만 모든 걸 말할 수 없어 세진은 결국 약간의 진실과 함께 자신이 아이임을 내세워 억지를 부리기로 했다.


“쩌 아찌~ 기분 나빠!”


세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성준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할 것처럼 하더니 결국 한다는 소리가 저거라니..


‘원래 애들이 이런가? 애가 없으니 알 수가 있나? 이래서 친구 놈들이 술만 먹으면 결혼생활과 육아의 고통에 울부짖었나? 담에 만나면 잘해 줘야겠네.’


잠시 딴 생각에 빠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세진에게 집중했다.


“황 이사님이 기분 나쁘다고?”


“웅! 이케 이케~그 아찌 뒤로 나쁜 게 보였어!”


성준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점점 미궁에 빠지는 기분 이였다.


“음..황이사님 뒤편에 나쁜 게 보였다고? 울 조카가 잘못 본 게 아닐까? 뭐 그림자라던지..”


“아냐!! 쩌번에 내 병실에 뜨러온 나쁜 아찌한테도 뽀여써써! 그 아찌 뒤에도 막 껌은게 뽀였는데..그 아찌가 나한테 나쁜 짓 해써! 끄래서 경찰 아찌한테 자펴가써.”


“흐음..”


세진의 말에 성준이 고민에 빠졌다.


이게 그냥 애들의 상상인지..아님 진짜 세진이 뭔가 특별한 걸 보는지..


“울 조카..저번에 나쁜 아저씨한테 보인 검은 거랑 황 이사님한테 보인 거랑 같다고? 뭐가 어떻게 보이는데? 그림자랑 틀려?”


“웅! 나쁜 싸람들 한테만 이써! 뒤에 껌은 구름이.”


“검은 구름이라..뭐 검은 안개 같은 건가?”


어느 정도 성준이 귀 기울여 듣는 것 같자 세진은 좀 더 강하게 어필하기로 했다.


“차칸 싸람들한테는 업써..끈데 나쁜 싸람들한텐 그 껌정 구름이 있어..글구 더 나쁠쑤록 구름이 커!”


“그래? 그럼 저번 경찰 아저씨한테 잡혀갔던 사람이랑 지금 황 이사님이랑 누구 구름이 더 커?”


“황 이싸!”


“흐음..그래?”


“웅! 할부지한테 나쁜 찟 할꺼야! 쌈쫀이 떼끼 해줘~!”


“흐응~그래. 삼촌이 알아보고 혼내 줄께.”


“웅!”


“근데 울 조카는 그 검은 구름이 언제부터 보였어? 저기 밖에 외삼촌도 알아?”


“아니! 몰라! 글쿠 구름이 보인 건 아파서 깨고 난 따음부터!”


“그래? 외삼촌한테는 왜 얘기 안 했어?”


“쌈쫀 꺽정해.”


“그럼 난?”


“할부지 위험하니까!”


“흐흐..알았어. 어쨌든 외삼촌한테도 나중에 얘기해 줘. 삼촌한테 비밀로 하면 서운해 할 걸?”


“웅”


‘웬일로 정상적인 말을 하지?’


그렇게 대화가 끝나자 성준이 세준을 다시 안아 들고 응접실로 나갔다.


“저..세진이랑 무슨 얘기 하셨어요? 저희 세진이가 귀찮게 한 건 아닌가요?”


두 사람이 나오자 하진이 물었다.


“응? 아냐~ 그냥 남자 대 남자끼리 잠깐 얘기 좀 했어~~ 아주 즐거운 대화였으니 동생은 걱정 말고..근데 왜 이렇게 내외해? 형 동생 하기로 했음 말 편하게 해야지..자~~~형~~하고 불러봐.”


“네? 어? 어..형..형님.”


“아니! 무슨 조선 시대야? 아님 내가 무슨 조폭이야? 형님이라니? 그냥 형이라고 편하게 불러..반말해도 돼. 아까도 말했지만 나 오픈마인드라니까?”


“아니예요! 말은 그냥 존댓말 할께요..그게 편합니다.”


“그래? 그럼 뭐 그건 그렇게 하고..호칭은 형으로 통일하자고. 알겠지? 동생?”


“어..네..형.”


성준과의 정신 없는 대화에 아까 일은 잊은 듯한 삼촌의 모습에 세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 삼촌이 저러는게 도움이 되네.’


성준이 황 이사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알아서 처리할 테니 세진은 아까 먹다 만 디저트에 다시 집중하기로 했다.


세진이 초코와 각종 견과류가 들어간 손바닥 만 한 쿠키 하나를 집어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호오~~초콜렛이 평상시 먹던 거랑 다르네. 엄청 진하고 고급스런 맛이 나. 거기다 많이 달지도 않고. 견과류가 많이 들어 있어서 인지 식감도 좋고 더 고소하네.’


쿠키 맛에 감탄을 하던 세진이 하나를 더 집어 들어 하진에게 내밀었다.


“쌈쫀~~이거 머거. 마시쩌.”


“응? 삼촌 주는 거야? 고마워~~.”


세진의 볼을 한번 쓰다듬은 하진이 쿠키를 받아들고 먹었다.


“이야~~세진아! 외삼촌만 챙기고 나는 안 챙겨줘? 이 삼촌 섭섭한데..”


성준이 세진에게 투정을 부렸다.


“에휴~~쌈쫀! 자~!”


‘삼촌이 아니라 애 구만.’


그 모습에 한숨을 쉰 세진이 쿠키 하나를 더 집어 성준에게 주었다.


“흐흐..고마워~~조카~~”


만족스럽게 쿠키를 챙긴 성준이 맛있게 먹기 시작했댜.


그렇게 세 사람이 쿠키를 먹고 있던 중, 드디어 최회장과 황 이사가 방에서 나왔다.


“회장님.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보고 드린 대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만 가보게.”


황 이사가 최회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 후 병실에서 나갔다.


그 모습을 조용히 쳐다보던 세진과 성준이 고개를 돌리던 중 서로 눈이 마주쳤다.


‘새로 생긴 삼촌! 내가 한 말 잊지 말아요!’


‘그래. 새로 생긴 조카야. 이 삼촌이 알아보고 처리하마. 이 삼촌이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서로 눈빛으로 그런 대화를 하며..


과연 두 사람이 서로의 속마음을 알아 들었을진 모르지만, 어쨌든 뜻은 통한 듯했다.


비장하게 눈이 마주치고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였으니..아마 통했을 거다.


최회장이 다시 오고 서로 얘기를 이어 가다 하진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저..오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온 지도 오래 됐는데 회장님도 쉬셔야 하니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이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우리 세진이랑 하진군 때문에 내가 아주 오랜만에 즐거웠어.”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즐거웠습니다. 다과도 너무 많이 준비해 주셔서 저희 세진이가 아주 포식 했는걸요.”


“허허~~아이 때는 이것 저것 잘 먹어야지. 남은 건 포장해서 박비서 통해 병실로 보내주겠네.”


“네. 감사합니다. 저희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세진아~ 할아버지랑 삼촌, 비서님께 인사해야지?”


“녜~~할부지~쌈쫀~비서아찌~ 오늘 재미써써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함다. 글쿠 과자 다 마시써서요.”


세진이 배꼽에 손을 올리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허허~ 그래 세진이도 가서 잘 쉬고 담에 또 놀러 오거라. 알겠지?”


“녜~~!”


하진이 세진의 손을 잡고 인사하고 병실을 나오자 성준이 따라 나왔다.


“하진아. 이름 불러도 되지?”


“네..형.”


“그래. 가기 전에 연락처 좀 알려줘.”


성준이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받아든 하진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해 저장 후 돌려주었다.


성준이 하진의 번호로 전화를 걸며 말했다.


“이게 내 번호니까 저장해 두고, 우리 담에 또 보자구. 연락할게.”


“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래. 울 조카도 잘 가고~”


성준이 세진에게 눈을 찡긋 하며 아까 일은 걱정 말라는 표시를 했다.


“녜~ 쌈쫀 빠빠이~~”


하진의 손을 잡고 걸어가며 성준에게 손을 흔들어준 세진은 곧 자신의 병실에 도착했다.


“세진이 재밌게 놀다 왔어?”


“녜~~!”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이 문을 열어주며 세진에게 인사했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간병인도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머~ 이제 와요? 재밌게 놀았어요?”


“네..이모님도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호호~~나야 맛있게 먹고 산책까지 한 바퀴 돌고 올라왔지.”


“잘하셨어요.”


하진이 간병인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며 세진을 욕실로 데려갔다.


“자..세진이 아까 손으로 이것 저것 집어 먹던데 손 좀 씻자. 샤워는 이따 잠자기 전에 하고. 아! 이빨도 닦자. 단 거 많이 먹어서 닦아야겠다.”


“웅”


손과 이빨을 닦고 나오지 마침 박비서가 손에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이거 저희 회장님이 가져다 드리라고 해서 왔습니다. 아까 세진이가 먹고 남은 디저트인데 냉장고에 넣어두고 드시면 될 겁니다.”


박비서가 말하며 봉투를 응접실 테이블 위에 놓았다.


“아~감사합니다. 회장님께 정말 잘 먹겠다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쉬십시오.”


“아찌~~빠빠이~”


박비서가 인사 후 병실을 나가자 간병인이 다가와서 봉투를 확인했다.


“아니..뭐가 이렇게 많대?”


“아까 초대해 주셨을 때 내주신 디저트인데 많이 준비하셨다고 남은 거 세진이 먹으라고 보내주셨어요.”


“아이고..먹고 남은 게 이렇게 많다구요?”


“하하..네. 좀 많이 준비 하셨더라 구요. 많으니 이따 이모님도 집에 가실 때 좀 가져가세요.”


“아유~ 아니예요. 냉장고에 넣어두고 세진이 간식으로 하나씩 주면 되겠구만 뭘. 나 단 거 별로 안 좋아하니 괜찮아요.”


“저도 아까 먹어봤는데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많이 안 달고 맛있더라 구요. 어차피 너무 많아서 세진이 혼자 다 못 먹어요. 제가 이따 좀 챙겨 드릴께요.”


하진과 간병인의 대화에 세진이 끼여 들었다.


“할무이~~이거 마시쩌! 이따 할무이 가져가요~나 다 못 머거.”


“보세요. 세진이도 그러라고 하잖아요. 부담 갖지 말고 좀 가져가세요.”


“아유..그럼 고맙게 받을게요. 많이 주지는 말고 조금만 챙겨줘요. 어차피 집에 가도 먹을 사람 없어.”


“네. 그럴께요.”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 될 쯤 세진이 하품을 하였다.


그 모습을 본 하진이 세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세진이 피곤해?”


“웅..졸려.”


“하긴 오늘 낮잠 시간에 놀러 간 거니 졸릴 만 하네. 근데 1시간 쯤 후에 저녁 시간인데 밥 안 먹을 거야?”


“나 배불러. 빱 이따 머글래.”


“하긴..아까 정신없이 간식이랑 음료수 먹더라. 그럼 좀만 자고 일어나서 저녁 먹자. 알았지?”


“웅..하아암~~”


크게 하품을 하며 대답하는 세진의 모습에 결국 웃음을 터트린 하진이 세진을 안아 들어 침실로 데려갔다.


침대에 누이고 이불을 꼼꼼하게 덮어주자 세진이 졸린 눈으로 말했다.


“쌈쫀..곰돌이도.”


“응? 곰돌이랑 같이 잘 거야?”


“웅”


“그래. 알았어. 잠깐만 있어. 삼촌이 가져올게.”


낮에 세진이 응접실에서 곰돌이와 놀던 모습이 생각나 하진이 응접실로 나갔다.


응접실 쇼파에 있는 곰돌이를 챙긴 하진이 다시 세진에게 돌아갔다.


침대 가까이 다가가니 조카는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다.


그 모습에 하진은 이불을 조심히 들춰서 세진의 품에 곰돌이를 안겨주었다.


곰돌이를 품에 꼭 안고 더 깊은 잠에 빠져드는 조카의 모습에 미소 지은 하진은 세진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이렇게 조카가 잠든 모습 이라던지 재잘 대며 말하는 모습 등을 볼 때마다 하진은 가슴이 벅차 올랐다.


가끔은 꿈일까 싶어 볼을 꼬집을 때도 있었다.


슬프고 힘든 일이 많았지만 조카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점차 가슴이 치유되는 게 느껴졌다.


자신의 눈앞에 기적이 있었다.


그렇게 하진은 세진의 곁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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