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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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새싹
작품등록일 :
2024.06.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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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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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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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

DUMMY



세진과 하진이 돌아간 최회장의 병실에는 최회장과 성준만이 있었다.


신문을 보는 최회장과 커피를 마시는 성준이 대화 없이 있을 때 병실 문이 열리며 박비서가 들어왔다.


“간식은 잘 갔다 줬나?”


“네. 가져다주고 왔습니다. 서하진씨가 회장님께 잘 먹겠다고 대신 인사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뭘..좀 전에 인사하고 갔음 됐지. 하여튼 수고했네. 박비서도 그만 쉬어. 나도 들어가서 좀 누워야겠어.”


최회장이 일어나자 조용히 있던 성준이 지나가듯 물었다.


“아버지. 근데 황 이사님은 왜 오신 거예요?”


“황 이사? 네가 그게 왜 궁금해?”


“저도 회사 일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죠. 어쨌든 아버지 후계자가 저밖에 더 있어요?”


성준의 말에 최회장이 코웃음 쳤다.


“아이고~~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더니 딱 그 짝이 구만. 누가 너한테 물려준대?”


“에헤이~~또 왜 이러실까? 자식 달랑 나밖에 없으면서 그럼 누구한테 줄려 구요? 아님 지금이라도 어디 가서 자식 낳아 오시게 요?”


아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열불이 터지는 최회장이였다.


자신도 그렇고 죽은 아내도 점잖은 성격 이였는데 도대체 어디서 저런 놈이 나왔는지..


“야~! 넌 진짜 언제 철 들래? 네가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물려줄 생각이 안 드는 거야!”


“아이~참! 어쨌든 말이 샜는데 그래서 황 이사님은 무슨 일 이예요? 아까 새로운 리조트 부지 건 때문이라 던 데 뭐 문제 생겼어요?”


일어났던 최회장이 한숨을 쉬며 다시 쇼파에 주저앉았다.


“이번에 양평 쪽에 새로운 리조트 올리려는 건 알고 있지?”


“네. 골프장이랑 같이 건설 할려고 한다면서요?”


“거기에 파리떼가 붙었어.”


“파리떼요?”


“그래. 그쪽 땅 살려고 예전부터 공들였는데 땅 주인이 안 팔겠다고 계속 고집을 부렸거든. 근데 이번에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팔겠다고 해서 우리가 매입 할려고 준비 중 이였어.”


“근데요?”


“근데 어디서 소문이 샜는지 웬 투자 회사라는 놈들이 땅 주인한테 붙어서 지들이 더 비싼 가격에 매입하겠다고 했나 봐.”


최회장의 말에 성준이 턱을 긁으며 말했다.


“땅 주인은 그래서 그 투자 회사에 넘긴 대요?”


“뭐 돈 더 준다는 데 싫어하는 사람 있어?”


“우리가 가격을 더 쳐줄 생각은 없구요?”


아들의 말에 최회장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기에는 좀 아니지. 그 미친놈들이 우리보다 약간 가격을 올린 것도 아니고 3배 나 더 쳐준다고 했다는 데..”


“3배 나요?!”


성준이 놀라 물었다.


“그래. 거기가 입지가 좋긴 한데 그 정도 돈을 주고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커.”


“흐음..그래서 어떻게 하시기로 했어요?”


“포기하고 다른 곳 알아보라고 했어.”


“그럼 황 이사님은 그렇게 지시 받고 가신 건가요? 다른 쪽 땅 알아보는 걸로?”


“그래.”


“아버지가 공들였던 곳인데 놓쳐서 아쉽겠네요.”


“뭐 어쩔 수 있나? 예전처럼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회장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성준이 세진의 말을 떠올렸다.


‘흐음..세진이 말이 맞다면 황 이사가 뭔가를 꾸민 걸 수도 있겠네. 아님 지금부터 꾸밀려고 준비 중이거나..뒷조사 좀 해봐야겠어.’


그렇게 마음먹은 성준이 양복 단추를 잠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이만 가 볼께요. 아버지도 쉬세요. 뭐 저 보고 싶음 전화하시고요.”


“네가 보고 싶겠냐? 얼른 썩~~꺼져~!”


최회장이 화를 버럭 내고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은 성준은 회사에 가기 위해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불현듯 생각이 나서 박비서에게 물었다.


“박비서님. 아까 세진이랑 잠깐 얘기하다 보니 얼마 전에 세진이 병실에 누가 침입했다 경찰에 잡혀갔나요?”


“아. 네. VIP 병실로 옮긴 첫날 서하진씨에게 붙은 악질 기자가 취재하겠다고 세진이 혼자 있는 병실에 침입해서 아이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직후 바로 잡혀서 경찰에 넘겨졌구요.”


“흐음..큰일 날뻔했네요. 오늘 보니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긴 하던데..”


“네. 금방 제압 되어서 큰일로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사건 당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세진이가 실신하기는 했다고 하던데 지금 건강 상의 문제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네..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께요. 아버지 잘 부탁 드려요.”


“네. 들어 가십시요. 실장님.”

박비서에게 인사를 한 성준이 병실을 나섰다.


그리고 병실 문이 닫히자마자 능글 맞게 웃던 성준의 얼굴은 웃음기 하나 없이 차갑게 변했다.


겉으로는 허허실실 웃고 다니는 성준이지만 사실 속 알맹이는 최회장의 판박이였다.


본인의 선이 명확해서 그 선 안에 들어오는 사람에게는 잘하지만, 그 선 외의 사람에게는 가차 없었다.


평상시 웃고 다니며 가벼운 언행을 일삼는 것도 계산된 행동 이였다.


처음에는 조심하던 사람도 성준의 이런 모습에 어느 순간 긴장을 풀고 본인들의 본모습을 보이곤 했으니까..


병동을 가로질러 걸어간 성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차에 올라탄 성준은 바로 출발하지 않고 자신의 비서에게 전화를 했다.


“응. 나야. 지금 놀고 있는 애들이 몇 명이나 되지? 그래? 그럼 그 애들 지금부터 황 이사 뒤 좀 캐게 해. 누굴 만나며 어디서 뭘 하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확인하라고 해. 그리고 혹시 모르니 황 이사 가족이랑 친인척도 감시하고..그래. 내가 따로 지시할 때까지 계속 감시하고 매일 보고하도록. 우선 아버지 모르게 조심히 알아봐.”


그렇게 통화를 끝낸 성준은 핸드폰을 조수석에 던져 놓고 차를 출발해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세진은 그날 저녁 평상시와 다름없이 놀러 온 비원의 멤버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단 잠을 자고 일어나 늦은 저녁을 먹고 신나게 삼촌들과 한바탕 놀고 나니 아주 만족스러웠다.


‘역시 애들의 삶이 최고구나~~! 잘 먹고 잘 놀기만 해도 칭찬 받다니~~크~~’


쇼파에 늘어져 다리만 까딱거리고 있는 세진의 모습에 비원의 멤버들이 웃으며 쳐다보았다.


“하진아. 세진이 퇴원은 언제쯤이야?”


“아. 담주 월요일에 마지막 검사해보고 퇴원해도 될 것 같아.”


재원의 물음에 하진이 대답했다.


“그래? 그럼 월요일 오후에 퇴원하는 거야? 아님 화요일?”


“오전에 일찍 검사하고 결과 나오면 오후쯤에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던데.”


“그래? 야~~드디어 우리 세진이가 퇴원하는구나? 퇴원하면 퇴원 기념 파티 해야겠네.”


“오~~좋다 좋아. 맛있는 거 많이 준비해야겠다.”


로이가 신나서 말하자 환이 맞장구쳤다.


“세진이 방도 준비 다 됐어. 혹시 몰라서 요즘 환기하고 있는데, 담주에 오면 딱 맞겠다.”


“어? 벌써 다 끝났어?”


“응. 아주 예쁘게 꾸몄으니까 나중에 봐봐. 맘에 들 거야.”


주민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멤버들이 웃고 떠드는 걸 옆에서 듣던 철환이 하진에게 말했다.


“하진아. 세진이도 퇴원하고 괜찮으면 팬카페에 글이라도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아. 팬들이 네 걱정 많이 하고 있거든. 그전까지야 네가 하도 정신없고 그래서 말 안 했는데 팬들하고 소통을 안 한지 오래 됐잖아. 다른 애들도 요즘 가끔 글만 올리고 있고. 지금까지 기다려 준 팬들한테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지.”


“아...그렇지. 형. 고마워. 나도 정신이 없어서 생각도 못 하고 있었어. 진짜 팬들한테 너무 미안하네.”


“뭐. 네 사정 모르고 있는 팬들도 아니고 그냥 세진이 퇴원도 하니까..이참에 이제 너 많이 괜찮아졌다 알려주면 팬들이 좋아할 거야.”


철환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하진이 말했다.


“형. 나 모습 괜찮아? 그럼 팬카페에 손 편지 말고, 지금 유앱으로 팬들한테 직접 감사 인사 전하고 싶은데..”


“뭐? 지금? 괜찮겠어?”


“응. 지금까지 기다려준 팬들한테 직접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안될까? 회사에서 싫어할까?”


“회사에서 싫어할 일이 뭐가 있어. 다만 유앱 방송되면 그걸로 기자들이 기사 엄청 쓸텐데..네가 괜찮은지가 문제지?”


“나쁜 일도 아니고 팬분들께 감사 인사하는 건데 뭐..그리고 계속 숨어 있을 수는 없잖아. 세진이 퇴원하고 나면 어떻게든 사진 찍힐 텐데.”


하진의 말에 철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외출할 때마다 관심 집중될 거야. 근데 오늘 방송 하면 너랑 세진이 관련해서 예전 일까지 다시 들춰지며 시끄러울텐데 괜찮겠어? 너야 어른이지만 세진이는 아이라서 걱정이네.”


옆에서 듣던 멤버들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하진이 혼자 하지 말고 우리도 다 같이 방송하자. 그게 좋을 것 같아. 그럼 관심이 좀 분산 되지 않을까?”


“그래. 우리도 유앱 안 켠지 오래됐잖아.”


“팬분들 좋아하겠네.”


“그리고 우리 팬분들 착해서 세진이에 대한 관심 자제해 달라고 하면 도와주실 거야.”


“맞아. 너랑 세진이 걱정되서 혹시 사진 찍어도 올리지 말라고 서로 당부하던데.”


“응. 아예 팬카페에 공지로 올라와 있더라구.”


“우리랑 살다 보면 세진이가 언론에 안 알려질 수는 없을 거야. 괜히 추측성 기사 나고 할 바에는 우리가 먼저 오픈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봐.”


“조심한다고 해도 퇴원할 때 사진 찍힐 수도 있는데 그때 세진이 모습이 처음 공개되면 더 난리일 수도 있겠다. 그냥 오늘 방송으로 세진이에 대해 조금 언급만 해 놔도 다음에 덜 시끄럽지 않을까?”


“그래. 지금부터 기사 나가고 하다 보면 퇴원할 때 잠깐 시끄럽긴 하겠지만 기자들도 금방 흥미를 잃을 거야. 오히려 퇴원 전에 기사 나가고 하는 게 세진이한테 더 나을 수도 있겠어.”


“맞아. 그리고 내가 봤을 때 우리 세진이는 사람들 관심에 겁먹을 애가 아니야. 오히려 좋아하면 좋아했지~ 하하.”


“그건 맞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아주 자연스럽게 포즈 취하는 게 끼가 있어.”


그런 형들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하진이 세진을 불렀다.


“세진아.”


“웅?”


“지금부터 삼촌이 하는 말 잘 들어. 삼촌이 저기 TV에 나와서 노래 부르고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했었지? 저기 삼촌들도 그렇고.”


“웅! 아라! 그룹 삐원!”


“하하. 그래. 삼촌들이 저기 TV에 나오는 연예인이라 삼촌들 좋아해 주는 분들이 아주 많거든?”


“웅..끈데?”


“세진이 며칠 있음 퇴원하잖아. 그럼 이제 삼촌들이랑 살면서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은 모르는 사람들이 막 관심 가져서 세진이한테 말 걸고 사진 찍고 그럴 수 있거든. 그렇게 되면 우리 세진이 안 무섭겠어?”


하진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던 세진이 대답했다.


“우응..난 쪼아~나도 나중에 쩌기 나올꺼야. 쌈쫀들처럼!”


“응? 세진이도 TV 나오고 싶어?”


하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웅! 나 쩌기 나와서 막 이르케 연기 할끄야.”


“오~우리 세진이 연기하고 싶어?”


“어쩐지 드라마를 너무 열심히 보더라..그게 막장 드라마여서 문제지~ 하하.”


“하긴 우리 세진이가 워낙 예쁘게 생겨서 지금 바로 아역 배우 해도 탑 먹을 것 같은데.”


“철환이형~ 세진이도 우리 소속사에서 계약하면 되겠다~ 아하하.”


세진의 대답에 멤버들이 더 신나서 얘기를 했다.


생각도 못한 조카의 장래 희망에 당황했지만 생각해 보니 그런 낌새는 있었다.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대사를 따라 하기도 했고 멤버 형들과 칼 싸움을 하면서 놀 때도 꽤나 진지하게 배역에 몰입했었다.


그냥 그 모습들을 귀엽게 만 봤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였었나 보다.


어쨌든 세진이 괜찮다고 하니 어느 정도 인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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