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제이큐브
작품등록일 :
2024.07.21 18:01
최근연재일 :
2024.09.13 13:15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308
추천수 :
48
글자수 :
245,447

작성
24.07.24 13:15
조회
184
추천
2
글자
13쪽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3)

DUMMY

태현은 아무 것도 걸고 싶지 않았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 소리쳤던 것도 아니며, 단지 삿갓 사내가 돌칼을 미끼로 취임에 반대를 하라 해서 반대한 것 뿐이었다. 

후회가, 또한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 밀려왔다.

하지만 모두의 눈이 반짝거리며 태현을 바로 보고 있는 지금, 사실은 옆에 있는 사람이 시켜서 그냥 해 본 소리였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개경의 온갖 비웃음을 독차지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특히 철진이 녀석은 태현이 죽는 날까지 이 일을 꺼내어 비웃을 것이 분명했다.

   

태현이 방금 삿갓 남자에게 받은 돌칼을 꺼내어 군중에게 보여 주었다.

“내 우리 조상들이 무려 800년전에 쓰시던 이 선묘한 반달돌칼을 걸겠소.

보시오. 이 아름다운 곡선을.

이 날카로운 칼날을.  

만약 이 귀한 것으로도 부족하다면 우리 조상들이 천이백년전에 사용하셨던 빗살로 무늬를 그려 장식한 토기 또한 걸겠소.

내가 그것을 구하느라 한성하고도 한수의 동쪽 끝에 있는 곳까지 가지 않았겠소.

그 곳 바위 절에서 부처님께 큰 공양을 드리고서야 가질 수 있던 보물이오.   

그 귀한 걸 내가 저 ‘만독보명단’이 가짜라는데 걸지요.“


이인암이 즐거움인지 분노인지 모를 기묘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네 놈이 가진 잡다한 쓰레기 따위가 우리 선묘단의 보물인 만독보명단과 비교가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냐?

네 놈의 하찮은 목숨이라도 걸어야 그나마 균형이 맞을 것이야.

목숨을 걸 수 있겠는가?“


비난과 놀림을 받을지언정 목숨을 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물러나기도 싫어 태현이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흰 수염 장로가 마치 공중에서 뜀박질을 하듯 날아와 태현 앞에 멈춰 섰다.

태현이 장로의 놀라운 경공술에 감탄하는 사이, 태현이 들고 있던 돌칼을 유심히 살피던 흰 수염 장로가 조용히 물었다.  

“이 돌칼은 분명 전임 단주가 개인적으로 아끼어 우리 장로들에게 자주 자랑하던 물건이 틀림없구려. 

단주가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쉬이 넘기는 사람이 아닐진대, 공자께서는 이 물건을 어디에서 어떻게 얻은 것이오?“


사실은 뒤에 있는 삿갓 남자가 주었다고 말하려 뒤를 돌아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삿갓 남자는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사라진 삿갓 남자 이야기를 해 봐야 의심만 더 살터이니, 차라리 그냥 거짓을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

“전임 단주께서 제게 직접 주신 물건입니다. 

이 물건을 주시면서 내게 선추에 있는 만독보명단이 가짜라는 걸 일러 주셨지요.

물론 단주께서 제게 이걸 주었다고 증언할 증인이나, 증좌가 없는 것은 사실이나, 소생 또한 거짓을 고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


흰 수염 장로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더니 눈을 번쩍 떴다.

“전임 단주가 공자와 교류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 공자에게 자신이 아끼던 물건을 주었다는 공자의 말을 믿기는 어렵소. 

하지만 공자의 말대로 믿지 못할 이유도 없겠군요.

보명단이 진품이 아니라는 걸 밝힌다고 해서 공자에게 사사로이 이득이 되는 것이 없을테니 말이오.

좋소. 공자의 말에 따라 시험을 해 보기로 합시다.

다른 장로님들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이인암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변할 정도로 화가 난듯 했으나, 나머지 두명의 장로가 동의를 하였기에 어쩔 수 없이 수락하였다.

흰 수염 장로의 지시에 따라 잠시 후 쥐 세 마리가 철사로 엮은 상자에 담겨 단위에 올려졌다.

“방금 총관의 곡식을 보관하는 광에서 잡아온 건강한 쥐 올시다.

마비산을 소량의 밥에 섞어 쥐에게 먹인 후 쥐들이 마비되었을 때 보명단 가루를 쥐들에게 먹여보겠소.

보명단이 가짜가 아니라면 당연히 쥐들은 건강을 회복할 것이오.“


군중들이 숨을 멈추고 쥐들과 장로들을 응시했다. 

하지만 가장 긴장되는 것은 역시 태현이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공자.

저 약은 가짜이니 공자의 이름에 누가 될 일은 없을 것이오. 

다만, 귀여운 쥐들만 하릴없이 죽게 생겼소.“

돌아보니 어느새 삿갓 남자가 태현의 뒤에서 싱그럽게 웃고 있었다.


밥을 먹은 쥐들은 금세 몸을 바르르 떨면서 쓰러졌다. 

흰 수염 노인이 보명단의 표면을 칼로 긁어 얻은 가루를 손가락에 묻혀 쥐들의 입가에 발라 주었다.

그러나 쥐들의 마비는 결국 풀리지 않았고 결국 세마리 모두 부들부들 떨다가 떨림이 멈추는 순간 죽어 버렸다.

 

단상에 있던 단원들은 물론 모여 있던 군중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총관을 뒤덮었다.

​”저 백면서생이 말한 대로 만독보명단이 가짜였어.”

“이인암 장로가 단주를 해한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가짜 약인 줄도 모르고 탐미선을 받았단 말인가?”

“애시당초 만독보명단이라는 것이 약효가 없는 가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제대로 약효를 본 사람이 있던가?

약효에 관한 소문들은 선묘단이 스스로 낸 소문일 수도 있지 않은가?


이인암과 흰수염장로가 나머지 장로와 호법과 함께 긴 논의를 하였다.

마침내 상의를 마쳤는지 흰 수염 장로가 단 위에 올랐다. 

“본 장로가 이미 약속하였듯 신임 단주 후보께서 꺼낸 것이 진짜 만독 보명단이 아니므로 신임 단주의 취임식은 오늘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만독보명단은 우리 선묘단의 중요한 보물일 뿐 아니라 단주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니 만큼 지금부터 우리 선묘단원 모두는 앞으로 일년간 보명단의 위치를 알아 내는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또한, 보명단의 제조 방법은 물론 본 단의 중요 보물들이 보관되어 있는 선묘고의 개방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할 것이오.  


하여 선묘단은 향후 일년간 모든 공식적 행사를 갖지 않는 대신 단원 모두 보명단과 선묘고의 개방법을 찾을 것이오. 

그리고 보명단을 찾아 오거나, 선묘고의 개방법을 찾아오는 단원은 단주가 될 수 있는 후보 자격을 주겠소.

또한 이인암 장로가 선추에서 꺼낸 것이 보명단이 아님은 밝혀졌으나, 그것이 이 장로가 거짓말을 했다는 증좌는 되지 못하오.

그러니 이 장로의 단주 대행 자격은 앞으로 일년간 유지하도록 하겠소.

만약 보명단이나 선묘고의 개방법을 찾는 선묘단원이 나타난다면, 현재 단주 후보인 이 장로를 포함한 단주 후보군 등 중에서 신임 단주를 선발하도록 할 것이며, 선발 방법은 장로들이 상의하여 추후 결정할 것이오. 

다만, 일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보명단이나 개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이 장로가 선임 단주의 유지를 받은 것으로 결정하여 신임 장로로 봉정하겠소.

이상이외다.“


흰 수염 장로가 태현에게로 천천히 걸어왔다. 

“공자께서는 우리 선묘단이 큰 실수를 범해 웃음거리가 될 뻔한 것을 구해 주신 셈입니다.

설사 훗날 이인암 장로가 단주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단주의 자리에 대해 심사 숙고할 기회를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보답할 방법을 생각하다 어제 공자께서 선묘단 입단 심사를 받았다는 말을 들어 공자께 그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합격 패를 드릴 것이며, 일년 간 임시 단원으로서 다른 단원과 동일하게 대우하겠소.

즉 공자가 보명단이나 선묘고의 개방법을 찾게 된다면 단주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말이오.

허나 찾지 못한다면 일년 후 합격패를 받은 다른 후보들과 함께 품평회를 거쳐 정식 단원 자격 여부를 심사할 것이오. 

어찌 본 단의 제의를 받아 들이시겠습니까?“


태현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생은 감사한 마음으로 제안을 수락하고 싶습니다.” 

흰 수염 장로가 흡족한 웃음을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임시 단원으로 입단을 허하며, 유태현 도제라 칭하겠네.

다른 단원들처럼 보명단과 선묘고의 개방법을 찾는데 집중해 주시게.

보명단이 진짜가 아님을 밝혀 내었으니 보명단을 찾는데도 유 도제의 공이 클 것이라 기대하겠네.“


흰 수염 장로가 몸을 돌려 호법에게 신호를 주자, 호법이 단상으로 올랐다. 

“방금 중앙 장로께서 말씀드렸듯 신임 단주의 취임식은 연기되었습니다.

또한 취임을 기념하여 예정되었던 신입 단원의 선발 또한 연기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제 합격패를 받은 여섯분께서는 일년 후 신임단주의 취임식에 다시 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하면 그 중 두분을 선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 곳까지 와주신 모든 분들께 본 단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취임식은 연기되었으나, 술과 음식은 충분히 준비하였으니 양껏 드시며 본 단의 전임 단주의 영면을 기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멍하게 서 있는 태현 앞으로 수십명이 모여 들었다.

일부는 축하 인사를 전했고, 일부는 호기심을 드러냈다. 

“사제. 나는 서경에서 온 정지상이네. 

앞으로 나를 사형이라 부르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편히 물어 보시게.“

“자네가 가져온 돌칼이 정말 전임 단주께서 아끼시던 것인가?

아니 그저 돌을 갈아 만들어 날카롭지도 않은 평이한 돌칼이 아닌가?

어찌 그런 것을 아끼셨단 말인지. 원.“

“내 어제 사제가 가져온 토기를 보고 자네의 식견을 이미 알아챘네. 

그런데 사제는 어찌 보명단을 찾을 생각인가?

내 지리에 밝고 경험이 풍부하니 나와 같이 찾으면 어떻겠나?“


비슷한 소개와 인사에 지쳐갈 때 누군가 뒤에서 소매를 잡아 끌었다. 

만척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삿갓 사내였다. 

“공자. 나도 축하하오.

임시라고는 해도 그리 바라던 신입 단원이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소만, 남들보다 빨리 보명단을 찾으려면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지 않겠소?

단원들은 단주가 되고 싶어 보명단을 찾겠지만, 전국에 독으로 인해 몸이 상한 사람들도 눈에 불을 켤 것이오.

또한  보명단은 큰 돈이 될 것이니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보명단을 찾아 헤멜 것이란 말이오지  

그러니 우리도 인사는 그만 하고 이제라도 만독보명단을 찾으러 출발 합시다.“


태현이 삿갓 사내의 손에 이끌려 총관을 빠져나가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 이보시오.

보명단이 아무리 명약이라 하나, 크기로 따지면 염소똥 보다 조금 클 뿐인데 그걸 무작정 찾아 나선다고 찾을 수 있겠소?

기존 단원들이야 총관을 뒤지든, 단주님의 집을 샅샅히 수색하든, 단주님과 평소 교류가 있었던 지인들을 탐문하든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제 겨우 도제가 된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소.

지나간 일들을 마치 꿈과 같은 영상으로 기록하고 다시 재생할 수 있는 장치라도 있지 않는 한 내게 무슨 방법이 있겠소?

나는 그냥 예전처럼 살까하오.

일년 안에 누군가 진짜 보명단을 찾아 온다면 그 때 신임 단주에게 애걸복걸 부탁해서 보명단의 일부라도 얻어 보려하오.

그래서 얻으면 생을 연장하는 것이고, 못 얻는다면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면 되지 않겠나 싶소.“


삿갓 남자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내가 아무렴 대책도 없이 무작정 찾으러 가자 하였겠소?

전임 단주는 평소 신기한 물건들을 많이 수집하였으며, 이를 전국 각지의 수집가들에게 잠시 빌려 주었다오. 

내 전임 단주의 임대 증서들을 가지고 있소.

거기에는 누구에게 무엇을 빌려주었는지 적혀 있다오.

물론 보명단을 빌려주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친밀히 교류를 하던 사람들이라면 보명단이나 선묘고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을 수도 있지 않겠소?

그러니 내 생각에는 임대인들에게 묻는 것으로 시작하면 보명단의 행방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소. 

수집가들은 전국에 퍼져 있으니 이를 다 돌아보려면 시간이 빠듯할 것이오.

어찌, 나와 함께 동행할 준비가 되었소?“


“그렇다면야 마다할 이유가 없소.

전임 단주가 전국의 수집가들에게 임대하였다면 그 또한 선묘한 물건들이 아니겠소?

돈을 주고도 보기 어려운 그런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데 어찌 마다하겠소.

내 공자와 길을 나서리다.

그런데, 그 전에 우리가 긴 여행을 하려면 서로 인사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싶소만.

난 아직 공자의 성함도 못들은 것 같소.“


“당연히 그게 바른 순서겠군.

가십시다. 공자의 집으로. 

오늘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알아 봅시다.

내가 할 이야기가 조금 있소.

또한 내일부터 긴 여행길을 같이 하려면 동무가 되어야 하지 않겠소.

거기다 여행을 위한 행장도 꾸려야 할 것이니 서두릅시다.“


집에 도착한 태현이 삿갓과 술상을 마주보고 앉았다. 

“내 오늘 그토록 바라던 선묘단에 입단하였으니, 공자에게 좋은 술을 대접하리다. 

내가 입단하게 된 데에는 공자의 공이 매우 크지 않았겠소.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 봅시다.

그런데, 그 전에 알고 싶은 것이 있소.

공자는 대체 누구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악인은 일격즉살해야 제맛 (2) 24.08.06 69 1 13쪽
14 악인은 일격즉살해야 제맛 (1) 24.08.05 69 1 12쪽
13 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3) 24.08.03 58 1 12쪽
12 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2) 24.08.02 69 1 12쪽
11 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1) 24.08.01 76 1 11쪽
10 왜구 토벌 (2) 24.07.31 73 1 12쪽
9 왜구 토벌 (1) 24.07.30 72 1 14쪽
8 백제의 보물, 환두대도 24.07.29 94 1 12쪽
7 첫 싸움 (2) 24.07.28 76 1 12쪽
6 첫 싸움 (1) 24.07.27 102 1 12쪽
5 삿갓을 쓴 남자는? (2) 24.07.26 131 2 14쪽
4 삿갓을 쓴 남자는? (1) 24.07.25 163 2 14쪽
»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3) 24.07.24 185 2 13쪽
2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2) 24.07.23 217 1 12쪽
1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1) 24.07.22 393 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