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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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작품등록일 :
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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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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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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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싸움 (1)

DUMMY

근육질 남자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는 히죽 웃었다.

그리고는 자기의 일행 쪽을 향해 소리쳤다.

“이보게들, 여기 이 왼쪽의 공자님의 미색이 범석이 자네 마누라보다 열 등급은 위네. 

그리고 여기 이 오른쪽 공자님은 공자님이 아니네.

이 피부며 눈망울, 그리고 이 콧날은 남자의 것일 수가 없어.  

이 분이 사내가 아닌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것에 내가 오늘 술 값을 걸지.“


남자가 고개를 다시 돌려 시하의 얼굴에 바짝 들이 대었다.

“공자님, 아니 소저께서는 무슨 연유로 남장을 하셨소?

그런 정도의 남장으로는 소저의 미모를 감출 수가 없는데 말이오.

미모가 송곳처럼 남장을 마구 뚫고 나오는구려

내가 술 값 내기를 했으니 시원하게 성별을 알려주시오.“


태현이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섰다. 

“어찌 이리 무례할 수가 있는 것인가?

죽으려고 환장을 한 것이냐?

속히 사과하고 자리로 돌아가거라.“


그러자 남자의 무리들이 박장대소했다.

“저 공자님이 여인의 앞이라고 남자 행세를 하시는구나.

어디 죽인다니 한번 죽어보세나.“


시하 또한 태현을 만류했다. 

“나보고 예쁘다는데 무얼 그리 화를 내시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딱히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소.

쓸데없는 싸움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오.“


시하의 말에 따라 태현이 자리에 앉자 근육질의 남자가 히죽거렸다.

“백면서생이라 그런지 여인의 말을 잘 듣는구려.

댁 같은 사람이 밖에 나가서 덜 맞으려면 여인의 말을 잘 들어야 할거요.

소저, 이제 여인임을 속시원히 밝혀 보시오.“


남자의 왼 손이 시하의 얼굴로 향하자 시하가 남자의 손을 쳐내는가 싶더니 손가락으로 팔꿈치를 찔렀다.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중국의 팔괘장과 유사한 움직임이었으며 그 빠르기가 놀라웠다.

남자는 팔을 부여잡고 고통에 가득한 신음을 뱉었다. 

“오호라, 네놈들이 무공을 조금 연마한 모양이구나. 

그래서 이리도 까불었던 것이냐?

그 어줍잖은 무공 덕분에 오늘 죽게 되는 것이니 스스로를 원망해라.“


남자의 오른 주먹이 태현의 얼굴로 향했다. 

태현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가볍게 튕겨내고는 왼손 검지로 팔꿈치를 찍었다.

남자가 팔꿈치를 끌어 안고 바닥을 굴렀다.

조금 과장되어 보였으나 방금 전 시하가 했던 동작과 아주 비슷한 권법이었다.

시하가 흥미롭다는 듯 방긋 웃었다.

“공자는 동작 흉내를 아주 잘 하시는구려. 

눈썰미가 놀랍소.“


근육 남자의 좌석에서 세명의 남자들이 다가와 쓰러진 남자를 일으켜 세웠다.

“우리가 조금 무례했다고는 하나, 사람을 이리 팔병신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참을 수가 없지.

안에서 싸우면 주점의 기물이 파손될 터이니 밖으로 나오시게.

얼마나 강한지 봅시다.“


태현이 일어나며 시하에게 말했다.

“나갑시다. 

저자들은 우리에게 모욕감을 주었소.

쓸데없는 싸움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 했지만, 걸어오는 싸움을 마다할 수는 없지 않겠소.“


시하가 고개를 저었다

“공자가 혼자 다녀오시구려.

둘 다 나가야할만큼 강한 사람들도 아니고, 나는 무엇보다 고기를 좀 더 먹어야겠소.

한접시 더 시킬터이니 빨리 다녀오시오.“


남자들은 같은 무공을 익힌 듯 유사한 자세를 취하였다.

또한 몸을 단련하는 외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듯 하나같이 가슴과 팔이 두텁고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명망 높은 무예가들에게 배우고 익혔으며 이제는 기혈이 뚫려 내공마저 운용할 수 있게 된 태현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날아오는 주먹과 다리를 가볍게 피하고, 어릴 적 배웠던 권법과 장법을 시험해 보았다.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무예의 기술들이 예상보다 실전에 잘 적용되어 남자들이 맥없이 넘어갔다. 

다만 태현은 사람을 처음 가격하였으므로, 그 세기를 조절하지 못하여 남자들 중 하나가 가슴에 일장을 맞고는 쓰러져 숨을 쉬지 못했다.

태현은 자기가 사람을 죽게 한 것이라 생각하여 놀라 겁을 먹고 쓰러진 남자를 연신 흔들어 대었다.

“여보시오. 좀 일어나 보시오.

정신을 좀 차리란 말이오.“

   

어둠 속에서 검은 도포를 입은 남자가 날듯이 다가오더니 남자를 뒤집어 등에 몇차례 점혈했다.

남자가 수차례 기침을 뱉어 내더니 다시 숨쉬기 시작했다.

​검은 도포의 남자까지 나타나자 주점의 남자들은 쓰러졌던 남자를 부축하고는 어둠 속으로 서둘러 사라지며 한마디를 남겼다.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우리 술값은 네놈들이 계산해라.

잘 먹었다. 이 공자놈들아.”

 

검은 도포 남자가 태현을 보고는 싱긋 웃었다.

“사람을 해하였을까 걱정하셨나 봅니다.

저자는 숨을 쉴 때마다 고통을 느끼겠지만 며칠 있으면 나을 겁니다.

제가 위에서 공자께서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뭐랄까, 공자께서는 마치 무예를 책이나 이론으로만 배운 사람 같습니다.

기초를 잘 익힌듯 하나 처음인듯 어설프고, 힘은 있는 듯 하나 경험이 없어 조절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또한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시고 있으십니다.

제가 볼 때는 몇차례의 경험이 쌓인다면 충분히 저와 합을 겨루실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몇차례 경험하시는 동안 돌아가시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약간의 비아냥이 섞여있는 듯한 남자의 말에도 태현은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까 그 남자가 죽는 줄알고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실전 경험이 없는 것 같다는 공자의 말씀은 맞습니다.

제가 큰 은혜를 입었으니 술과 고기라도 대접하겠습니다.

같이 들어가서 합석하시지요.“


남자와 같이 주점에 들어가자 주점 안의 모든 사람들의 눈이 태현에게로 아니 정확히는 검은 도포남자에게로 향했다.

밝은 곳에서 도포 남자를 보니 도포 남자 또한 용모가 수려하고 피부가 도자기같이 맑았다.

도포 남자가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 시하가 물었다.

“당신이 전국 최고의 정보 집단이라는 향진방의 소방주 임문유인가?

그 나이 또래에서는 전국 상위 열명에 꼽힐 정도의 무공을 지녔지만, 그 잔혹함이 끝을 모른다는?“


“소생의 허명이 공자에게까지 전해진 줄 몰랐습니다.

영광이올시다. “


“아니, 그저 나는 옆 좌석에서 속닥거리는 말을 들었을 뿐이라네.

내가 귀가 좋은 편이라서. 

내 먹을 것을 함부로 나누어 먹는 사람이 아니니, 자네의 것을 따로 시키도록 하게.“


당환한 것은 태현이었다.

“왜 그러오? 공자.

이리 야박한 이가 아니었지 않았소?

나누어 먹지 않겠다는 것은 무엇이고, 또 갑자기 처음보는 분께 말을 놓는 것은 무슨 연유요?“


그러나 오히려 임문유는 개의치 않았다. 

“오늘은 그저 두 분께 인사를 드리러 온 것이니 음식을 나누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희 향진방은 정단주가 가지고 있는 책을 한 권 찾고 있습니다. 

정 단주가 사망한 후 사방팔방 알아보았으나 책이 보이지 않았기에 단원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정 단주가 공자와 친분이 깊어 보물을 맡긴데다가 공자께서 개경을 멀리 떠나는 듯 하여, 혹여 두분을 쫓으면 책의 향방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하여 몰래 따르게 되었습니다.“


태현이 손사래를 쳤다.

“단주께서는 제게 책은 주지 않으셨습니다. 

혹시 시하 공자께서 가지고 계시오?“

시하가 생각에 잠겨있다가 고개를 들며 임문유에게 물었다.

“책이라...

그런데 그 책의 제목이 무엇이더냐?“


“두분이 가지고 계시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객잔의 점원이 행낭을 살펴보고, 술 취한 노인이 공자의 몸에 지닌 물건들을 확인했으니까요. 

다만 두분를 따르다보면 단서를 찾지 않을까 하여 따르는 것입니다. 

책은 ‘만류귀심경’이라 합니다.

들어보셨습니까?“


태현이 고개를 젖자 임문유가 설명을 계속 했다.

“중국 송나라 개국 초기에 항마공으로 유명한 절산마제 흑요충이라는 무인이 있었다 합니다.

당대 열명의 절세고수들이 있었는데 그 중 흑요충이 제일이라고 알려졌지요.

사실 그는 중원의 무인 중에는 드물게 고려인이며 본명은 서대황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모든 무공에 조예가 깊고 특히 장법과 심법이 심묘했으며, 노년에 그 둘을 하나로 결합하는 방법을 알아내어 책으로 역었다 하는군요.

그 책이 바로 ‘만류귀심경’입니다.

이 비급을 손에 넣고 십년을 수련하면 바로 흑요충의 무공에 다다를 수 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였다는군요.. 

그러니 천하 호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이 절대무공비급과 흑요충을 찾았으나 강호에서 영영 사라졌다 합니다.

항간에는 흑요충이 고향인 고려로 건너와 여생을 보낸 탓에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지요. 

헌데 몇백년전 사라졌던 그 책이 얼마 전 정열안 단주에게 있다는 소문이 있어 이렇게 확인하는 것입니다.

두 분께 책의 이름과 그 중요함을 이리도 자세히 알려드리는 까닭은 혹여 그 책을 보게 되면 욕심이 차오르더라도 꼭꼭 누르시고 저에게 알려주십사 부탁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낭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향진방은 정보 수집에 능하지만 암살에도 매우 능한 집단입니다.  

절대고수가 되는 것도 좋지만 죽어서야 꿈을 이룰 수 없지 않습니까?“


임문유가 온화한 얼굴로 협박의 말을 뱉어 내더니 포권을 하고 인사했다.

“우리는 아마 자주, 계속 보게 될 것입니다.

두 분이 저를 ‘만류귀심경’에 안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욕심만 내지 않으시면 두분에게는 어떤 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 편안한 저녁을 보내시기를...“ 


태현이 임문유가 사라진 곳을 보며 중얼거렸다.

“말은 저렇게 험하게 해도 나는 저 공자가 썩 싫지 않소.

개경 권문세가의 공자들이나 신진사대부들 모두 나를 가여워 하거나 무시하였소.

놀란 나를 도와주고, 또 나에게 강하다고 말해준 이는 저 공자가 처음이었소.

아니 시하 공자는 제외하고 말이오.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시하 공자는 저 이가 마음에 들지 않나 보오.

식탁에 앉지도 못하게 타박을 하고, 반말을 하였잖소.“


“아까 저자가 노인의 분장을 하고 공자의 몸을 여기저기 더듬었는데 어찌 마음에 들 수 있겠소?

또한 고양이는 음식을 함부로 나누지 않는 법이오.

그리고, 우월한 존재인 고양이가 어찌 평범한 인간에게 말을 높이겠소?

몸의 주인인 시하가 공자에게 예를 갖추려하기에 어쩔 수 없이 공자에게는 하대하지 않는거요.”

 

“아, 반말이 공자의 습성이라면 앞으로 공자는 나 이외의 사람에게는 말을 하지 마시오.

괜히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을 했다가는 동래현까지 가기 전에 맞아 죽겠소.

할 말이 있거든 나에게 시키시오.” 

 

“알았소. 나도 모르는 존재와 말을 섞기에는 낯을 가리는 편이오.

그나저나 아까 그 책 말이오. 

정단주가 정녕 가지고 있었다면 내가 모를 리 없을텐데.

그래서 궁금하기는 하오.

뭐 천천히 알아보면 되니까 오늘은 이제 좀 잡시다.“


방을 두 개 잡자니 사내 둘이 방을 따로 쓴다고 의심받을 듯 했고, 시하도 같은 방에서 자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었다.

“같은 방에 있어야 나를 봉양하기에 편하지 않겠소?”

결국 같은 방에서 떨어져 자기로 했다.

태현은 여인과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이 처음이었다.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여 시하를 힐끔 거리며 보다가 시하와 눈이 마주쳤다.


“내 몸이 아니니 훔쳐보지 말고 대놓고 보아도 난 상관없소.

시하는 짐짓 부끄러운 듯 하다만 자는데 자기가 어찌 알겠소?

하지만 자고 있는 나를 건드리지는 마시오.

내 께어 있을 때는 귀와 귀 사이나 목을 만져주는 것을 좋아하나, 잘 때 방해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를 것이오.“

시하는 곧장 잠에 빠져들었으며 태현도 잠시 몸을 뒤척이다 긴 여행의 피로에 스르륵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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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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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악인은 일격즉살해야 제맛 (2) 24.08.06 69 1 13쪽
14 악인은 일격즉살해야 제맛 (1) 24.08.05 69 1 12쪽
13 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3) 24.08.03 58 1 12쪽
12 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2) 24.08.02 69 1 12쪽
11 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1) 24.08.01 76 1 11쪽
10 왜구 토벌 (2) 24.07.31 72 1 12쪽
9 왜구 토벌 (1) 24.07.30 72 1 14쪽
8 백제의 보물, 환두대도 24.07.29 93 1 12쪽
7 첫 싸움 (2) 24.07.28 76 1 12쪽
» 첫 싸움 (1) 24.07.27 102 1 12쪽
5 삿갓을 쓴 남자는? (2) 24.07.26 131 2 14쪽
4 삿갓을 쓴 남자는? (1) 24.07.25 163 2 14쪽
3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3) 24.07.24 184 2 13쪽
2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2) 24.07.23 217 1 12쪽
1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1) 24.07.22 39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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