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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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작품등록일 :
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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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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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보물, 환두대도

DUMMY

검은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임문유가 사라졌다.

냄새가 사라져 깨끗해진 시하가 말에 올라 타며 툴툴거렸다.

“난 저 치가 매우 싫소.

특히 이상하게 생긴 외모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소.

얼굴이 갸름하고 눈이 크며, 피부가 매끈한 것이 매우 잔혹한 놈이 분명한 듯 하오.

시하도 본능적으로 저 자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구려.“

태현은 문유와 닮은 듯한 시하가 임문유의 외모를 비하하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임문유의 말대로 향진방이 뒤를 봐주는 탓인지 이후로는 큰 어려움이 없는 여행길이 계속 되었다. 

태현이 감개가 무량하다는 표정으로 시하를 돌아보았다.

“이제 하루만 더 가면 동래항에 도착할 듯 하오.

태어나 가장 멀리 떠나온 여행이라 긴장했는데, 어느 덧 동래항까지 오게 되었소. 

내가 바다를 보는 것이 처음이라 심히 설레는구려.

바다에는 커다란 파도가 친다 하던데 나무로 판자를 만들어 파도 위에서 중심 잡기 놀이를 한다면 참으로 재미있을 것 같지 않소?“

“난 물이 싫소. 소금물은 더 싫소. 

쓸데없는 소리랑은 그만 하고, 오늘은 이곳 객잔에서 숙박을 하고 내일 일찍 김윤호의 집을 찾아가 봅시다.“


다음날 아침 시하가 여행을 하고 처음으로 여인의 복색을 하였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아 있으니 객잔 점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엊저녁에 불빛 아래로도 저 공자님이 미소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경국지색의 여인이었어.”

“주문은 제가 받아야겠습니다. 

저 소저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봐야 오늘 잠을 이룰 수 있을 듯 합니다.“


사람들의 대화가 둘에게도 들렸으나 시하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시하는 자신의 외모에 크게 놀라지 않는 태현의 반응을 더 궁금해 했다.

“사람들이 모두 시하의 얼굴을 보고 호들갑을 떠는데, 정작 가장 가까이에서 이리도 빤히 시하의 얼굴을 보고 있는 공자는 왜 반응이 뜨뜻미지근하오?

눈이 나쁘오?

아니면 여인에게는 관심이 없는게요?

그것도 아니면 관심이 없는 척 연기하는 거요?“


“모르겠소. 

내 눈에도 공자 아니 낭자의 모습이 아리따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근 보름간 우리가 합방을 하고 여행을 함께 하지 않았겠소?

그러니 내 눈에는 트름을 하던 공자의 모습, 씻지 않아 냄새가 나던 공자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 겹쳐 보이오.

허니 호들갑을 떨 이유도 없고 새삼스럽게 놀랄 이유도 없지 않겠소.

내게는 낭자가 아무래도 여자인 사람으로서의 벗과 같은 존재인가 보오. “


아침 식사 후 둘은 곧장 김윤호의 집에 도착했다.

눈빛이 날카로운 남자가 둘을 맞았다.

“저는 상단의 행수 정인후 올시다.

두분께서는 어인 연유로 저희 대방 어르신을 찾으시는지요?“

​“가서 선묘단의 정일안 단주의 여식 시하 낭자가 대방 어르신께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먼길을 찾아왔다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잠시 후 둘은 크고 화려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두 사람 앞에는 약과와 차가 놓여졌다.

시화가 약과를 보고 반색을 했다.

“이것은 약과가 아닌가?

그 귀한 밀가루에 참기름과 청주 그리고 생강즙을 넣은 후 꿀벌이 만든 꿀을 배합해 반죽하고, 밀대로 밀어 모양을 만든 후 기름에 튀기고 꿀을 발랐다는 그 약과란 말인가?“


태현이 시하의 반응을 보고는 웃었다.

“천천히 드시오. 

나는 약과가 너무 달아 먹지 않을테니 낭자가 다 드시구려.“

“공자는 이미 약과를 먹어 보았단 말이오?

아니 공자는 그리 부자라 자랑하면서 어찌 내게 그간 약과 한번을 사주지 않았소?“


“약과란 본디 왕실에서 제사를 지낼 때 고기를 올릴 수 없는 불교국에서 고기 대신 올린 것이오. 

그래서 귀한 밀가루와 꿀로 약과를 만드는 법인데 그걸 어찌 민가에서 구해 사준다는 말이오?

약과 대신 고기는 실컷 드시지 않았소?

이 곳 동래항은 외국과의 교역이 활발해 물자가 풍부하니 약과를 민간에서 만들어 먹는가 보오.

그래도 그 값이 상당할텐데 이처럼 손님 상에까지 내어주는 것을 보니 김윤호 대방의 부가 엄청나긴 한가보오.

훗날 밀가루가 많이 나는 나라와 교역을 하고, 꿀 대신에 사용할 저가의 감미료가 개발이 되면 그 때는 약과의 가격도 크게 내려 평민들도 약과를 즐겨 먹는 날이 꼭 올것이오.“

“그리 비싼 약과를 어찌 평민들이 먹을 수 있단 말이오?

실없는 소리 좀 하지 마시구려.“


태현과 시하가 티격거리는 사이 얼핏 보기에도 기품이 넘치는 남자가 헛기침을 하며  방에 들어섰다.

“이 곳 상단을 운영하고 있는 대방 김윤호라 하네.

내 정단주의 소식은 들었으나, 길이 멀어 차마 문상을 하지 못했네.

이곳에서나마 삼가 명복을 빌었다네.

그건 그렇고 정단주의 여식께서 이 곳까지 어찌 오신 것인가?“

​“내 묻고 싶은 것이 있어 왔지. 

정단주가 백제의 환두대도를 빌려주지 않았더냐?“


말을 놓는 시하의 입을 태현이 서둘러 막았다.

“대방 어른. 용서해 주십시오.

시하 낭자가 갑자기 부친을 잃은 슬픔이 너무 커 언어의 사용에 장애가 생겼습니다.

하여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제가 대신 말씀 드리겠습니다.

돌아가신 정단주께서 대방 어르신께 백제의 환두대도를 빌려주셨다 들었습니다. 

그 환두대도를 저희가 좀 살펴 보아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김윤호는 시하의 반말에 슬핏 당황한 것처럼 보였으나, 거대 상단의 대방답게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물론이네.

내가 빌린 것이나 원래의 임자가 잠시 보자는 청을 어찌 거절하겠는가?

그나저나 부친를 잃은 슬픔이 얼마나 컸으면. 쯧쯧.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곧 가져오겠네.“


잠시 후 김윤호가 한자반이 넘는 나무 보합을 가지고 나타났다.

태현이 상자를 여는 순간 다섯명의 무사가 방으로 들어와 태현에게 칼을 겨눴다.

언뜻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가진 무사들이었다.

하지만 시하는 무사들을 개의치 않고 환두대도를 살폈다. 

열려진 보합에서는 둥근 고리가 금과 은으로 장식된 한척 반짜리 칼이 빛났다.

시하가 대도를 꺼내려하자 태현의 목에 무사들의 칼날 두개가 들어왔다.


김윤호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이 물건은 내가 정단주께 빌린 것이나 그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지.

이를 찾는 목적이 무엇인가?

대답에 한치의 거짓도 없어야 할 것이네. 

공자 또한 무공의 수준이 낮지 않은 듯 하나, 공자의 목을 겨누고 있는 자들은 우리 상단에서 무예로 손에 꼽히는 자들이니 조심하셔야 할 것이야. “


태현이 답했다.

“저희는 선묘단의 만독보명단을 찾고 있습니다.

대방께서도 들으셨겠지만, 보명단을 선묘단의 귀중한 보물이라 이를 찾을 때까지 신임 단주의 봉정식이 연기되었습니다. 

또한, 선묘단의 창고인 선묘고의 개방 방법 또한 단주의 죽음으로 사라진 바, 이에 대한 단서도 찾고 있습니다.

혹여 단주가 빌려드린 환두대도에 이 둘에 대한 단서가 있지 않을까 하여 살펴 보기를 청한 것 뿐입니다. “


“정녕 그것 뿐인가?

만독보명단은 당연히 내게 없네.

또한 선묘고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네.

그러니 이제 환두대도를 놔두고 돌아가겠는가?“

“저희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니 부디 관련하여 아시는 것이 있다면 뭐라도 좋으니 알려주십시오.”


“연관된 단서 또한 내게 없다네. 

또한 알고 있다하더라도 내가 왜 자네들에게 그것을 알려주어야 하는지 모르겠네.

이제 돌아가시게.“


침묵하던 시하가 입을 떼었다. 

“보명단이나 선묘고의 개방법을 찾아야 단주가 될 수 있다.

나는 그를 찾아 정단주의 조카인 정진해에게 주어 그를 단주로 만들고자 한다.

정단주가 선묘단을 운영하는 진짜 이유에 동감하고, 그의 유지를 받들 이가 정재해인 까닭이다.

정단주의 유지는...“


시하의 말을 끊고 김윤호가 외쳤다.

“닥쳐라. 이들을 포박하라.”


태현이 어릴적 배웠던 탄지신통을 떠올렸다.

양손의 손가락이 검날을 가볍게 튕겨내자 오른 쪽의 검이 부러지고 왼쪽의 검은 튕겨져 나갔다.

태현이 바닥을 양손으로 때리며 솟구쳐 오르더니 오른쪽 무사의 손목을 낚아 채 칼을 떨구고 동시에 왼쪽 무사의 손을 발로 찼다.

무사들이 검을 세우고 다시 공격하려는데 김윤호가 낮은 목소리로 명했다.

“모두 멈추시게.

너희들이 상대할 분들이 아니니 너희는 물러가 있거라.”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김윤호가 태현을 바라보았다.

“공자의 무공이 이리 강할 줄은 미처 가늠하지 못하였네. 

기혈이 많이 막혀 있어 제대로 내공을 사용하기 어려울 텐데 그 정도 실력을 갖추었다니 참으로 재능이 많은가 보군.“


다시 시하를 보고 말을 이었다.

“아까는 낭자가 왠지 사람들이 들어서는 아니 될 말을 할 듯 싶었다네.

또한 두분의 실력을 보고 싶어 공격을 하게 하여 낭자의 말을 막은거였지.

이제 모두 물렀으니 말해 보게.

낭자의 아비이신 정단주의 유지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시하가 낮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대원항쟁, 복원제위.

원과 싸워 고려 황제의 위엄을 회복하겠다는 것 아닌가?”


김윤호의 얼굴에 인자한 미소가 번졌다.

“어리고 고운 낭자가 참으로 위험한 말을 정녕 서슴없이 하는구려.

맞네. 선묘단은 신기한 물건을 구하여 품평한다는 구실로 실은 서역의 무기를 구하여 몽고를 몰아내기 위한 싸움을 준비하는 단체지.

단원들 중 일부만이 그 것을 알고 있고 행동하고 있는 비밀 조직이라네.


나는 선묘단의 일원은 아니나 고려인으로로서 정단주의 뜻을 알게 된 후 함께 일을 도모하였지.

이 환두대도는 옛 백제의 후손들인 해양도인들이 결집시키는데 활용하기 위해 단주가 내게 빌려준 것이네. 

해양도민들은 옛 백제의 후손임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고, 계백장군의 기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지. 

그런 그들에게 백제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환두대도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네. 

말은 빌린 것이나 원을 물리칠 때까지 빌린다하였으니 영구 임대한 것이나 다름없겠지만 말이네.

자, 이제 내가 아는 이야기는 다 했네.

이제 환두대도를 보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를 해보구려.

단주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 


시하가 대답 대신 칼을 들어 칼자루를 이리 저리 비틀었다. 

칼자루가 툭하며 빠지더니 칼자루의 빈 공간에서 글자가 적인 종이가 떨어졌다. 

태현이 종이를 집어 읽었다. 

朋友要靠近,敌人更要靠近 (붕우요고근 적인갱요고근)

“친구는 가까이 두어야 하며, 적은 더 가까이 두어야 한다?

이는 손자병법 33계인 반간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요?

이것이 대체 무슨 의미입니까?“


김윤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내 대도를 가지고 있은지 오랜 시간이 되었는데, 이런 글귀가 여기 들어 있는 줄 몰랐다네.

나도 이 글귀의 의미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네.

낭자는 알 수 있겠는가?“


시하도 생각에 잠겨 있다가 태현을 보고 이야기 했다.

“나는 이 칼자루에 선묘고의 개패방법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했소.

그래서 첫번째로 동래현에 온 것인데, 아무래도 나의 짐작이 틀렸나보오.

하지만 단주가 허투로 글귀를 넣어 놓지는 않았을 것이고, 다른 임대품목에도 비슷한 글귀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을 듯 하오.

그러니 어서 다른 임대품목도 살펴 보고 글귀들을 연결해 단주의 함의를 짐작해 봅시다. 

그런데, 환두대도를 빌리는 대신 정단주에게 무엇을 주지는 않았는지 대방에게 질문을 좀 해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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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악인은 일격즉살해야 제맛 (1) 24.08.05 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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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2) 24.08.02 69 1 12쪽
11 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1) 24.08.01 76 1 11쪽
10 왜구 토벌 (2) 24.07.31 73 1 12쪽
9 왜구 토벌 (1) 24.07.30 72 1 14쪽
» 백제의 보물, 환두대도 24.07.29 94 1 12쪽
7 첫 싸움 (2) 24.07.28 76 1 12쪽
6 첫 싸움 (1) 24.07.27 102 1 12쪽
5 삿갓을 쓴 남자는? (2) 24.07.26 131 2 14쪽
4 삿갓을 쓴 남자는? (1) 24.07.25 163 2 14쪽
3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3) 24.07.24 184 2 13쪽
2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2) 24.07.23 217 1 12쪽
1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1) 24.07.22 39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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