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제이큐브
작품등록일 :
2024.07.21 18:01
최근연재일 :
2024.09.13 13:15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317
추천수 :
48
글자수 :
245,447

작성
24.07.28 13:15
조회
76
추천
1
글자
12쪽

첫 싸움 (2)

DUMMY

태현이 달디단 잠에 빠져 있는데 밖에서 조용히 부르는 소리가 났다. 

“공자님들. 

어서 기침하셔야 할 듯 합니다. 

어제 공자님들과 다툼이 있었던 무리가 공자님들에게 복수를 한답시고 사람을 모았다 합니다.

그러니 이른 새벽에 출발하시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일어나세요.“


태현이 어렵게 눈을 떴는데, 시하는 고양이가 기지개를 펴는 동작처럼 몸을 엎드린 채 팔을 앞으로 펴고 등을 활처럼 휘고 있었다.

또한 옆으로 누워 팔과 다리를 번갈아 쭉쭉 뻗는 모양이 꽤나 고혹적이었다. 

대놓고 바라 보기는 겸연쩍어 동작을 따라하며 슬쩍 슬쩍 엿보았다. 

정작 동작을 따라해 보았더니 몸의 근육들이 깨어나는 느낌이 들며 시원했다. 

“근육을 늘리고 뼈를 펴는 동작들이 매우 좋소.

이 동작들을 여러개 만들어 사람들에게 가르친다면 필경 돈을 내고서라도 배울 것 같소.“


​“어느 누가 기지개 펴는 방법을 돈 주고 배운다는 말이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하고 아침이나 먹으러 갑시다.”

​“아니, 공자.

어제 그 놈들이 우리를 노린다고 하지 않소?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아직 동트기 전에 빨리 이 고을을 빠져나가는 것이 나을 듯 싶소.

우선 안전을 확보한 후 식사를 하면 되지 않겠소?“


“나는 조반을 먹지 않고는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오.

고양이에게 식사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다는 말이오?

누가 쫓아오든 누가 기다리든 나는 든든히 먹고 갈테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공자에게 말하라 하였으니 나 대신 고기를 주문해 주시오.“


결국 국밥과 삶은 고기를 천천히 다 먹고 나서야 시하가 일어섰다. 

이미 해가 오른지 오래라 마을은 활기에 넘쳤다. 

인적이 드문 산길에 오르자 기다렸다는 듯 스무명 남짓한 남자들이 길을 막았다. 


누가 봐도 두목으로 보이는 험상궂고 단단하게 생긴 사내가 가까운 거리임에도 큰 소리로 외쳤다. 

“네 놈들이구나. 

어제 우리 서단산채의 아이들을 반병신으로 만든 것이.

우리 아이들이 크게 다쳐 약재값과 의원비가 많이 들었으니 너희에게 보상을 받아야겠다.“


태현이 답했다.

“거리가 가까워 작게 말해도 잘 들리오.

어제 그쪽의 늙은 아이들이 시비를 걸었고, 거듭 부탁하여 싸우게 되었으나 다쳤다 하니 우리가 보상하겠소. 

얼마면 되겠소?“ 


“네 놈이 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은가 보구나.

네 놈의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네 놈이 지닌 금자를 다 취해야 보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네 놈 옆에 있는 고운 놈은 내가 산채로 데려가 나의 시중을 들게 할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보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야.

얘들아. 저 예쁜 놈은 건드리지 말고, 말 많은 서생놈을 내 앞에 끌고 오너라.“


남자들이 제각기 몽둥이와 칼을 들고 우리에게 달려왔으며 동시에 시하가 말등에서 솟구쳐 올랐다.

맨 앞의 놈의 얼굴을 발로 차며 동시에 몸을 옆으로 회전하여 뒷놈의 얼굴을 밟으며 왼쪽 놈의 턱을 쳤다. 

놈들의 검과 몽둥이는 시하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허공을 맴도는 사이, 시하의 발과 손이 순식간에 여섯명의 얼굴을 강타했다. 

시하가 나무에 올라 깔깔대며 웃었다.

“공자. 나의 유려한 움직임을 보았소?

참으로 아침에 근육을 늘리고 뼈를 깨우기에 적절한 상대인 듯 하오. 

나는 어느 정도 놀았으니 나머지는 공자에게 양보하겠소.

공자도 몸을 푸시오.“


시하는 재미있었는지 몰라도 놈들은 진지하였다.

시하의 발차기가 놈들에게 큰 충격을 주지 않은 듯, 놈들을 각각 머리를 세차게 흔들거나, 제 머리를 주먹으로 때려 정신을 차리고는 아까보다 더 무섭게 달려 들었다. 

태현이 말에서 내려 말들을 옆 쪽으로 물러나게 한 후 앞으로 나섰다.

어릴 적 배웠던 보법과 장법이 머릿속에 선명히 떠올랐다.

첫발을 비스듬히 내밀고 몸을 반대로 꺽으며 왼 손바닥으로 맨 앞 사내의 가슴을 쳤다.

다시 몸을 뒤집어 오른 주먹으로 또다른 사내의 복부를 가격하고, 양 손바닥으로 다른 놈둘의 가슴을 밀어내었다.


크헉 소리와 함께 남자 넷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동시에 나무 위에서 시하가 소리쳤다. 

“잘 한다. 멋지구나.”


사내들이 긴장했는지 달려오는 대신 보법을 밟으며 천천히 전진했다.

태현이 다시 사내들 속으로 파고 들었다. 

‘아까는 너무 세게 쳐서 사람들을 해할 뻔 했다. 

나의 힘을 낮추어야겠다.‘

태현이 권과 장에 힘을 조절하여 다섯명을 쳤다.

하지만 놈들은 겨우 두세걸음 뒤로 물러날뿐 다시 소리를 지르며 달려 들었다.


‘아뿔사, 이번에는 너무 약했구나.’

태현이 다시 힘을 넣어 놈들 사이로 파고들자 다시 다섯놈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다시 힘을 빼고 쳐보고, 힘을 더 주어 쳐보고, 그렇게 몇차례를 반복하니 어느 정도로 힘을 주어야 놈들에게 일어나기 어려운 타격을 주면서도 피까지 토하지는 않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알아 내었다.

그리고 이제는 산채의 두목만 남았다. 

산채의 두목이 찌렁찌렁한 목소리로 사과했다.

“살려만 주십시오. 공자님.”

태현이 소은병 하나를 던져주었다.

“살려는 드리리다.

당분간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터이니 산채 식구들 치료에 보태 쓰시오.”


놀란 말을 진정시켜 길을 출발하는데 시하가 물었다.

“산채 놈들이면 도둑놈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소?

게다가 우리를 해햐려 한 자들인데 뭐하러 은자까지 챙겨 주었소?

공자는 돈이 많소?“


“모르셨소? 난 당연히 공자가 나의 재력을 보고 나를 선택했다 생각했소.

돈이 없고서야 어찌 천하의 선묘한 것들을 보고 모을 수 있겠소?

우리 부모님은 한성의 소문난 거부였소.

어느날 알지 못하는 놈들에게 부모님게서 죽임을 당하셨고, 나는 맹독에 중독되었소.

하여 부모님의 재산은 고스란히 나에게로 왔지 뭐요.

또한 독에 중독된 나는 스물다섯을 넘기기 힘들터이니 저 많은 돈을 어찌 한단 말이오.

그러니 열심히 쓰고 죽어야 덜 억울하지 않겠소?


시하의 눈이 물기를 먹은 듯 반짝거렸다.

“내 역시 공자를 잘 고른 듯 하오.

열심히 도울테니 공자는 꼭 오래 살아서 나를 오랫동안 봉양하고 공양하시오.

설사 오래 살지 못하더라도 믿을만한 이에게 유지와 돈을 남겨 나를 봉양하도록 하면 되겠소.“


길을 평탄했고, 시하와 함께 하는 시간은 나쁘지 않았다.

저녁이 되면 주점에 들러 저녁을 먹었고, 한방에서 잠을 잤다.

아침에 시하의 몸짓을 따라 정성들여 다양한 방식으로 기지개를 펴며 몸을 풀었고, 항상 매 끼니를 든든히 챙겨 먹었다.


사흘째 되는 날 태현은 시하에게서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공자의 행낭이나 말에서 쉰 냄새가 나는 듯 하오. 

이 냄새는 마치 오래 씻지 않은 걸인들에게서 나는 냄새와 비슷한데, 공자는 매일같이 시간을 들여 씼었으니 공자에게서 나는 냄새가 아님은 확실한데.

이따가 쉴 때 확인해 봅시다.“


냄새의 원천은 시하였다.

적잖이 당황한 태현이 물었다.

“아니, 매일같이 씻지 않았소?

어찌 몸에서 이리 쉰내가 나는게요?

그 동안 목간에서 무얼 한거요?“


시하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당당히 답했다.

“나는 물을 싫어하오. 

물은 차갑고, 털을 젖게 하며, 살갖에 닿는 느낌도 이상하오.

그래서 우리는 물로 씻지 않소.

다만 우리는 청결을 중히 여기므로 혀를 사용하여 몸단장을 한다오.

하지만 인간의 몸을 갖게 된 이후 혀가 닿지 않는 곳이 많으며, 혀로 핥아도 예전과 달리 잘 씻기지 않는데다가 침에서는 이상한 냄새까지 나는 듯 하오. “


결국 물에 들어가는 대신 매일 몸에 물을 끼얹거나, 물에 적신 천으로 몸 전체를 닦아 내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시하는 합의를 하였으니 오늘 저녁부터 씻겠다고 강력히 주장하였으나, 저녁에 생선과 고기를 사는 것으로 유혹하여 당장 계곡에서 씻고 출발하기로 했다.


“알았소. 공자가 이리도 간절히 애원하니 내가 물로 닦아내 보겠소. 

저녁에 생선과 고기를 함께 주문하겠다는 약속은 꼭 지키시오.

시하는 공자에게 알몸 보이기를 부끄러워하는 듯 하니 훔쳐보지 말고 멀찍이서 기다리시오.“

“내가 옷이나 훔치는 나뭇꾼인줄 아시오?

걱정 마시오.“


태현은 계곡 위쪽 나무 그늘에 가부좌를 틀고 심결을 읊으며 내공을 살짝 운신해보았다. 

기가 온몽을 흘러 온 몸을 충만히 하는 즐거움에 취해있는데,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태현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남자들이 시키지도 않은 제 소개를 했다

“우리는 흑도쌍제다. 

우리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갖가지 악행을 취미삼아 자행하는 잔혹한 살수 형제지.

네 놈들이 산채 도둑놈들을 상대할 때부터 기회를 노렸다. 

이제 한 놈은 한가로이 목욕을 하고, 네 놈은 편안히 쉬고 있으니 이 때가 바로 네 놈들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기 적당한 때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어릴 적부터 무공을 조기 교육 받아 산채 놈들과는 그 수준이 판이하니 조심해야 할 것이야.“


말이 많은 놈이 검을, 말을 안하는 놈이 도끼를 꺼내어 태현에게 겨눴다. 

태현이 예전에 귀결로만 익혔던 항마장을 떠올렸다.

악행을 자행하는 것을 자랑처럼 떠드는 놈들이니 ‘마’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두놈이 검과 도끼를 휘둘렀는데 그 빠르기가 산채 남자들의 두배였고, 그 힘은 세배는 되는 듯 싶었다.

몸을 회전하여 피하고 손으로 검과 도끼 자루를 막아내었다.

허나 그뿐이었다.

이론과 실전을 달랐고 방어하기에 급급하여 공격의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왼발을 더 앞으로 뻗으시오.

공격할 때 그 오른손을 주춤하는 버릇을 버리시오. 

손속에 사정을 두고 있나본데, 그 놈들을 그렇게 대하다가는 오늘 해가 넘어갈 때까지 싸우게 될터이니 일단 후일을 생각지 말고 강하게 때리시오.“

태현이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나무 가지 위에 검은 도포의 임문유가 앉아 태현을 응원하고 있었다.

임문유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싸움에 임했다.

“오른발의 각을 더 바깥쪽으로 돌리시오.”

“방금 그 장법을 사용할 때는 허리를 더 회전해야 하오.”

“무릎을 더 낮추시고, 머리를 제발 좀 고정하라니까...”

“척주의 각을 유지하고 골반의 힘을 사용하라고.”


어느 새 반말로 바뀐 임문유의 지적은 날카로워서 태현의 공격력이 배가되었다. 

결국 사십여합 만에 자칭 흑도쌍제가 입과 코에서 피를 쏟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나무에서 내려온 암문유가 맥을 살폈다.

“죽으면 제가 대신 처리해 주려했는데, 죽지는 않았습니다.

한 시진 정도 쓰러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고통스러워 하겠지요.

내상이 깊으니 고통이 한달은 족히 갈 듯 하군요.“


감사 인사를 하려는데 풀을 헤치며 시하가 깨끗하고 맑은 얼굴을 드러냈다. 

시하와 임문유의 눈빛이 허공에서 소리없이 얽혔다.

“저 자는 왜 또 나타난게요?

그리고 이 따위 놈들을 상대하는데 어찌 저자의 도움을 받았단 말이오?“


임문유가 묘한 웃음을 흘렸다.

“제가 분명 또 만나게 될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여러분들이 비급을 먼저 손에 넣거나, 비급의 향방에 대한 단서를 알아내시고 함구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두 분께서 비급에 욕심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한분께서는 아름다운 것들을 감상하거나 독을 치료는 것 외에는 여념이 없으시고, 또 한분께서는 경공술만 대단하시고 권과 장, 도와 검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시니 말이지요.

지금처럼 계속 여행하시면서 보명단도 찾고 비급도 찾으시면 됩니다.

저희가 뒤를 봐 드릴테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악인은 일격즉살해야 제맛 (2) 24.08.06 69 1 13쪽
14 악인은 일격즉살해야 제맛 (1) 24.08.05 69 1 12쪽
13 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3) 24.08.03 58 1 12쪽
12 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2) 24.08.02 69 1 12쪽
11 신라의 보물을 훔쳐라 (1) 24.08.01 77 1 11쪽
10 왜구 토벌 (2) 24.07.31 74 1 12쪽
9 왜구 토벌 (1) 24.07.30 72 1 14쪽
8 백제의 보물, 환두대도 24.07.29 94 1 12쪽
» 첫 싸움 (2) 24.07.28 77 1 12쪽
6 첫 싸움 (1) 24.07.27 102 1 12쪽
5 삿갓을 쓴 남자는? (2) 24.07.26 131 2 14쪽
4 삿갓을 쓴 남자는? (1) 24.07.25 163 2 14쪽
3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3) 24.07.24 185 2 13쪽
2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2) 24.07.23 217 1 12쪽
1 신입 단원이 되어야겠다 (1) 24.07.22 394 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