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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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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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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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피해자들(5) ]

DUMMY


“다현아 혹시라도 무슨 일 있던 건 아니지?”


원래 다현은 자신과 대화를 피하는 터라 일상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다현이가 먼저 말도 해주고 메신저도 보내왔다.


그래서인지 아무런 대답도 없는 다현에 불길함이 먼저 엄습했다.


이유 모를 불안함은 점점 성현을 초조하게 만들었고.


성현은 방문을 계속 두드리며 물었다.


“다현아, 괜찮은 거 맞지? 응이라는 한마디만 해줄래?”


그러나 아무리 방문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고요한 정적만이 되돌아오고.


문 앞에 있던 성현이 더욱 보챘다.


“다현아, 걱정되어서 그러는데 뭐라고 반응 한 번만 해주지 않을래?”


원래 이쯤 되면 다현은 짧게 대답이라도 해주었다.


간혹 방에서 너무도 안 나오는 다현이 걱정되었던 성현은.


생존 신고 비슷하게 이런 식으로나마 다현의 무탈함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이에 성현의 불길한 예감은 증폭되어갔다.


오늘 하루는 전반적으로 성현에게 있어서 기적 같은 하루였건만.


일련의 희망의 빛줄기까지 품었던 즐거운 미래는. 점점 절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성현이 문을 쾅쾅 두드리며 소리쳤다.


“다현아 괜찮은 거 맞아? 너 무슨 일 있었어?”


한참을 두드리던 성현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스페어 키를 가져왔다.


월세계약으로 집을 옮겨 다니며 이사를 다니는 족족 다현에게 방을 제공하였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항상 다현의 방의 열쇠는 늘 지니고 있었던 터였다.


그도 그럴게. 다현이는... 많이 아팠으니 말이다.


“다현아 미안한데, 잠깐만 오빠가 문 좀 열고 들어갈게.”


그러나 이번에도 잠잠한 문 너머에.


결국 성현이 다현의 방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갔다.


“다현아...?”


어두컴컴한 방안에 성현이 불을 켜는 그 순간이었다.


“!!!”


침대에 쓰러진 채 거품을 물고 있는 다현의 모습이 들어왔고.


“다현아! 왜그래! 다현아!”


성현이 달려가선 다현을 흔들었지만. 의식이 없었다.


다현의 머리맡에는 뚜껑이 열린 채 빈 약통이 놓여있었는데.


다현이 이를 모두 한번에 삼킨 듯 했다.


“안돼. 제발... 다현아... ”


핸드폰을 꺼내든 성현이 119에 신고하려는데.


손이 덜덜 떨리며 계속 핸드폰을 놓쳤다.


“여기! 빨리좀 와주세요!!! 제 동생이 약을 먹고 쓰러졌어요. 의식이 없어요!!!”


그러다 정신을 애써 부여잡으며 겨우 성현이 119에 신고를 마쳤고.


계속 통화를 하면서 다현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데.


그런 다현의 옆으로 놓여있던 쪽지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거기엔 크고 또박한 글씨체로 몇 자 쓰여 있었는데.


‘오빠 잘못이 아니야. 그동안 고마웠어.’


다현의 마지막 유서였다.



***



“오전 2시 45분 54초경. 진다현님, 사망하셨습니다.”


아냐, 이건 말도 안 돼. 이거 아니잖아.


성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앞에 놓인 다현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이미 의사가 사망진단을 내린 후였지만.


성현은 그녀가 금방이라도 일어날 듯, 계속해서 다현을 흔들어 깨웠다.


“아니야, 아니야. 다현아 안 돼. 일어나 봐.”


“환자분. 진정하세요.”


“이미 사망하셨습니다...”


다현의 시체를 안고 심하게 울부짖는 성현에 간호사들이 옆에서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이건 악몽이야. 꿈이야. 나쁜 꿈. 다현이가 죽다니. 말도 안되잖아. 하하.”


을며 고함을 지르다 이내 현실을 부정하듯 헛웃음까지 치던 성현은.


분명 이건 악몽일거란 말만 계속 반복해서 되뇌었다.


“보호자 분, 그만 보내주시지요.”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는 성현에 의사가 점잖은 말투로 달래봤지만 소용없었다.


성현이 다현의 사체를 붙잡고선.


도무지 놔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울부짖기만 했다.


“보호자 분 밖으로 모셔.”


그런 성현을 보다 못한 간호사들이 저지하며 끌고 나갔고.


끌려가는 와중에도 그는 금방이라도 탈진할 것처럼 계속해서 통곡했다.


“안돼, 다현아. 오빠가 다 잘못했어. 미안해. 미안해. 제발 일어나.”


성현의 괴성은 점점 구슬픈 울음소리의 흐느낌으로 바뀌어 갔고.


“보내지 말았어야 해. 내보내지 말았어야 해.”


이는 곧 자책이 되었다.


“나 때문이야. 다 나 때문이야.”


그때, 문득 성현의 머릿속으로 아까의 길거리에서의 여성 두 명의 잔상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 누군가와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 듯 주윤석의 무리들 중 다현과 같은 나이었던 가연과 서영이 떠올랐고.


성현이 울다 말고 일어나선 밖으로 뛰쳐나갔다.


“보호자 분, 어디 가세요! 보호자 분!”


그런 성현에 간호사들이 당황해서는 그를 부르며 쫓아갔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성현이 곧장 병원 밖으로 향해선 택시를 잡아타고 말했다.


“주안사거리 편의점이요.”


다현이 알바를 갔던 편의점이었다.


주먹을 꽉 쥔 성현의 손톱에 파묻힌 손바닥에서는 피가 나기 시작했다.


성현은 아까의 여자 둘의 외모를 떠올린다.


분명 성형으로 얼굴을 다 뜯어고치기는 했지만.


과거의 보았던 가연과 서영의 모습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느 정도 남아있었다.


그들은 윤석의 무리로서 동조하며, 다현이를 끊임없이 못살게 군 이들 중 하나였다.


추측이 맞다하면. 어쩌면 자신의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간 건 그 둘과 관련 있을지도 몰랐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눈이 뒤집힌 성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만약 정말이라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울컥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성현이 몸을 떨었다.


감정을 애써 누르는 사이. 택시는 편의점 앞에 도착했고.


마침 일을 하고 있던 사장에게 사정사정해선.


겨우 CCTV를 돌려보는 데 허락을 구했다.


CCTV 화면 속에는 인수인계 겸 옆에서 일을 배우는 다현의 모습이 보였는데.


손님이 올 때마다 매우 불안한 행동을 보이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힘을 내는 다현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런 다현을 보면서 성현의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다.


이렇게나 다시금 세상과 소통하려고 용기내고 노력했던 아이인데.


도대체 무엇이 갑자기 동생을 죽고자 마음먹게 한 것이란 말인지.


그게 어떤 이유건 도무지 용서가 되지 않을 듯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죽는 순간에는 또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


성현은 외롭고 쓸쓸하게 죽어간 다현이 가여워서,


그녀가 겪어야만 했던 모든 고통들에 마음이 아파 가슴을 툭툭 쳤다.


자신은 정말 최악의 오빠이자 가족이었다.


다현의 죽음으로 성현이 삶을 지탱하고 있던 모든 이유가 무너졌다.


아마 이제는 성현 역시 제대로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다현의 죽음의 원인을 제대로 알아내야만 했다.


성현이 빠르게 CCTV를 뒤로 넘겨보고 있는데.


화면 속에선 잠시 인수인계를 해주던 다른 알바생이 자리를 비운 터였다.


매우 불안해하며 다현이 서 있는 찰나.


마침 아까 전의 가연과 서영이라 추측되는 여성 두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보였다.


이에 성현은 화면에 더욱 얼굴을 가까이 대고선 유심히 살폈다.


소리 녹음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답답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보고 있는데.


마침 다현을 알아보는 화면 속 여성 두 명이었고.


다현 역시 그들을 알아봤는지 표정이 굳어졌다.


여성 두 명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으며 다현에게 한참동안 뭐라 말을 걸었고.


다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갑자기 가게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여성 두 명도 당황했는지 다현이 뛰쳐나간 방향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가.


이내 다시금 자지러지듯 웃어재끼다 담배를 집어 들고 편의점을 나갔다.


아마 영상 속의 가연과 서영으로 추측되는 여성 두 명은.


추억을 회상하듯 대수롭지 않게 던지듯 말을 꺼냈을 것이었다.


다현과 관련된 어떠한 과거 속의 이야기를 말이다.


하지만 다현은 아직도 과거의 끔찍한 기억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아이였다.


그야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만한 잔인한 아픔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는 다현이 아닌 그 누구라도 쉽게 헤어 나오지 못했을 만한 고통이었다.


이를 직접 겪어보지 않은 가해자들은 이러한 아픔 따윈 평생 모를 것이다.


아마 알려고도 하지 않겠지.


그래서 저렇듯 가볍게 웃으면서 던질 수 있는 것일 거다.


그리고 이들의 저러한 태도는 다현을 두 번 죽였을 테고.


결국 저들은 다현을 죽음으로 내몬 살인자였다.


“모르면 알게 해줘야지. 똑같이 고통 받도록.”


성현이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찬 두 눈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이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잃게 될 것도 없었다.


간신히 붙들며 남아있던 것조차 빼앗아 간 쪽은 저들이었다.


성현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저들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하였다.


세상에 권선징악의 결말이 없다면, 자신이 그 심판자가 되리라.


그렇게 성현은 일주일이란 시간을 윤석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며 고통 속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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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10화. 회귀(4) ] 24.07.22 141 1 12쪽
9 [ 9화. 회귀(3) ] 24.07.22 13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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