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5,208
추천수 :
63
글자수 :
241,478

작성
24.07.22 16:16
조회
140
추천
1
글자
12쪽

[ 10화. 회귀(4) ]

DUMMY


성현은 침을 꼴깍 삼키며 지만을 바라봤다.


나라에서는 당장에는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었다.


행정처리를 하는데 항상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지만까지 외면한다면 정말 길거리로 나앉아야 할 판이었다.


식구가 셋이라 고시원 등을 갈 수도 없었다.


‘찜질방도 이 돈으로 얼마 못 있을거고.’


정말 구명줄을 잡는 심정으로 성현이 지만을 보고 있는데.


성현의 말을 여태 경청하던 지만이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


“정말 힘들었겠구나.”


지만은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였다.


특히나 불쌍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보면.


자신의 과거가 생각난다면서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였다.


그는 보육원 출신이었는데.


워낙 어릴 적부터 세상에 홀로 남겨져 봐서.


돈 없고 갈 데 없는 것이 얼마나 비참하고 서러운지 잘 알았다.


그렇기에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을 보면 특히나 마음을 썼고.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며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였다.


그리고 성현역시 그러한 지만의 면모를 알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이용하는 거 같아서 마음 편치 않지만. 죄송합니다. 꼭 갚을게요.’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었다. 자신은 당장에 집없고 돈 없는 17살의 무력한 학생이었으니까.


그리고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사실을 말한 것뿐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냥 무작정 동정심을 사서 도움을 얻으려고 온 것은 아니었다.


성현은 아까 전 PC방에서 작업했던 기획서를 프린트한 것을 지만에게 내밀며 말했다.


“사장님. 그냥 저를 무작정 써달란 건 아니에요. 이걸 읽어주세요.”


“크흡. 이게 무엇이니.”


코를 삼키며 받아든 지만은 이게 무엇인가 싶어 넘겨보는데.


거기에는 지만의 국밥집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요인 분석들과.


새로운 요식업 아이템들에 관한 창업 제안서가 적혀 있었다.


“정말 이걸 다 학생이 만든거니?”


“네. 제가 생각해본 것들 대강 만들어본 거예요. 시간만 좀 더 있었으면. 더 세분화할 수 있어요.”


17살의 학생이 만들었다기엔 전혀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또한 매우 유용할법한 노하우들 또한 담겨있었다.


지만은 믿을 수 없어 자세하게 살펴봤다.


성현은 그런 지만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지안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만약 제 아이디어가 마음에 드신다면. 저는 사장님께 동업을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뭐어?”


지만의 눈이 커졌다.


처음보는 학생이 와서는 다짜고짜 직원으로 고용해달라하질않나.


동업을 제안한다고 하질 않나. 그의 입장에선 참 어이없는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이 제안서의 내용은 매우 솔깃하고 마음에 들었다.


흔들리는 지만의 표정에 성현은 또다시 그를 설득하듯 말했다.


“당장 답을 달라하는 건 아니에요. 천천히 생각해주세요.”


사실 이 내용들은 모두 지만과 함께 곱창집에서 오래도록 일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었다.


결국 미래의 지만에게서 배운 것을 과거의 지만에게 써먹는 꼴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만은 이 사실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었다.


‘미래의 당신에게서 배워온 거예요.’라며 말해봤자 믿지도 않을 테고.


지만에게 배운 것을 지만에게만 보이는 거니 딱히 상관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성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성현 자신이 만들어온 기획안을 읽는 지만의 표정은 다양했다.


뭐 그도 그럴만한 게 자신의 국밥집이 실패할 거라며 그 원인을 분석한 것을.


오목조목 담은 것을 보고 좋아할 사장님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한편, 새로운 가게 제안서 부분으로 넘어갈 때의 지만의 눈이 반짝였는데.


필시 유레카를 외치고도 남을 만한 것이었다.


성현은 지만에게 1인을 위한 스테이크 도시락을 제안했다,


그건 이 근방의 원룸과 주택가들이 많은 것을 고려한 것이었다.


연어와 전복, 조개관자와 목살 및 부채살로 이루어진 육해공 도시락들을 만들고.


혹은 먹고 싶은 것들로만 스테이크를 구성해 고급 도시락을 팔자는 것이었다.


2022년에는 이런 게 비교적 흔할 때이지만,


여기는 아직 2011년인 만큼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까운 주택가들은 직접 걸어서 배달하겠다며 성현은 자신을 고용해달라고 써놓았다.


마침 장사가 안 되고 있던 지만은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


“일단 학생 말은 잘 알겠고. 한번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볼게. 나에게도 시간을 좀 줘.”


성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여는데.


“그럼 사장님. 이런 부탁 염치없는 거 아는데요.”


갑자기 자신의 낡은 폴더 핸드폰을 내밀며 성현이 부탁하였다.


“이 핸드폰 맡길테니, 50만원만 빌려주세요. 몇 개월 안에 꼭 갚겠습니다.”


“음...”


지만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지만.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이내 대답했다.


“좋아.”


그러나 성현의 내민 핸드폰은 받지 않은 채 도로 돌려주는 그였다.


“핸드폰은 갖고 있어. 연락해서 빚 독촉 할 거니까.”


그리고는 품 안에서 돈이 담긴 봉투를 꺼내 성현에게 내밀었다.


“원래 다른데 쓸데 있어서 뽑아놨던 건데. 뭐, 급하다니까. 이사문제 잘 해결했으면 좋겠네. 그리고 기획안은.”


지만이 소중한 것을 품에 안 듯이 기획안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더 살펴볼게. 네 동업 제안까지도.”


“감사합니다, 사장님. 정말 감사드려요.”


“됐어. 뭘 감사까지야.”


지만은 과거나 미래나 지금이나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지만의 일관된 이타적인 태도는 늘 성현에게 따뜻하게 다가왔다.


아마 이런 지만이 있었기에.


성현이 그동안 세상을 비관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성현은 지만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나온 성현은 즉시 부동산으로 향했다.


“아까 전에 봐둔 햇빛 잘 드는 원룸으로 계약할게요.”


보증금 50/ 월세 25인 곳으로.


위치도 다현과 성현의 학교와도 멀지 않은 편이었다,


“알겠어, 학생. 그런데 보호자는?”


“할머니 모셔 올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할머니도 분명 마음에 들어하실 테고. 안심하실 것이었다.


더 이상 스스로의 자책을 멈추시길 성현은 바랬다.


세상이 가혹한 거지 열심히 산 할머니의 잘못은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위기는 넘겼고, 성현은 무사히 집을 구할 수 있게 된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솔직히 지만이 선뜻 돈을 빌려줄지는 몰랐다.


적은 돈도 아니고 큰 돈을 처음 보는 학생에게 내어주는 것도 지만이라서 가능했다.


성현은 회귀전이나 후나 지만을 인생에서 만나서 참 고맙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친형이 있었다면 그와 같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성현은 이번 생에는 꼭 성공해 그런 그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매번 자신에게 먹을 것을 사주고 용돈을 챙겨주고 하는 지만이었기에.


이번에는 자신도 그에게 받았던 거처럼 똑같이 돌려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더욱 열심히 살아서 미래를 바꿔가야 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성현은 중얼거리며 스스로에게 되뇌듯이 세뇌시켰다.


마인드 컨트롤처럼 계속해서 반복했고.


“나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진성현이 아니야. 나는 성인이고. 다 이겨낼 수 있어.”


그렇게 스스로에게 격려하듯이 한참을 중얼거린 성현이 뚜벅뚜벅 걸어갔다.


“엄마 저 형아 미쳤어. 혼자 막 말해.”


“쉬. 조용히 해.”


지나가던 모자가 성현을 이상하게 보며 수군거렸고.


성현은 이내 쪽팔린 듯 다시금 입을 닫고 집으로 향했다.


마침 지고 있던 노을빛이 거리를 걷던 성현을 내리쬐며 비쳤다.


눈부신 노을에 성현이 그쪽을 바라보는데.


짤랑.


성현의 발에 뭐가 채였고, 내려다보니 500원 짜리 동전이 보였다.


심봤다는 표정으로 성현은 동전을 주워 올리며 웃었다.


성현은 이 모든 것들이 뭔가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는 거 같아 뿌듯하였다.


비록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무언가 과거와는 달라졌고, 달라져갔다.


이는 자신과 다현, 그리고 할머니의 미래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로서 봐도 무방한 뜻이라고 믿기로 했다.



***



그리고 이러한 성현의 희망은 보란 듯이 다음 날 산산조각 나 듯 부서졌다.


성현은 앞으로 일어나게 될 미래의 사건들을 정리하며 등교하던 중이었다.


‘최대한 피해가는 게 좋아. 주윤석은 그냥 무시하자.’


생각에 깊게 빠진 탓에 앞을 보지 못한 성현은 그만 누군가와 부딪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누군가는 하필이면 윤석이었다.


“뭐야, 너? 기분 나쁘게.”


윤석은 표정을 잔뜩 구기고는 성현의 어깨를 툭 밀쳤고.


성현은 잔뜩 당황해선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마치 운명이 윤석과의 마찰은 피해갈 수 없다는 듯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건 윤석도 마찬가지였다.


원래라면 한 대 툭 쳐버리고 그냥 지나칠 거였는데.


이상하게 성현을 본 순간 기분이 더러워졌다.


“뒤질래? 사람 쳐놓고 사과도 안 해?”


성현은 자신과 부딪힌 상대가 윤석임을 알게 된 순간, 사과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


보통은 그냥 미안하다 한마디하고 얼른 가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앞에 선 건 윤석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속이 뒤틀리며 좋지 않았다.


그동안 자신과 다현이 당한 일이 겹쳐 보이면서 증오가 무럭무럭 올라왔다.


자꾸만 윤석을 보고 표정관리가 안 되며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지는 성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뭐냐, 너. 한숨 쉰거냐? 이새끼가.”


“...”


“야, 사람 쳐놓고 사과도 안하냐고. 이 새끼야.”


회귀 전엔 자신이 왜 이딴 녀석을 무서워하며 질질 끌려 다녔는지 모르겠다.


지금 성현의 앞에 서있는 것은 그저 17살의 어린 애새끼일 뿐이었다.


실수로 부딪쳤다고 마음껏 성질이나 패악을 부리는.


그러나 성현에게는 윤석에 대한 학습된 공포의 기억이 남아있었고.


이는 쉽게 지워질 수는 없는 듯 했다.


머리로는 무섭지 않은데, 몸은 자꾸만 두려운지 움찔거렸다.


그런 성현을 보고는 윤석이 픽 비웃는 게 느껴졌다.


뭐라고 대꾸해야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성현은 윤석을 향한 두려움의 감정을 지워보려고 생각을 계속 반복했다.


‘나는 28살이고. 쟤는 17살이야. 내가 인생을 살아도 쟤보다 11년은 더 살았어. 쫄지 마, 진성

현. 여기서 쫄면 더 만만하게 본다.’


성현은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했다.


윤석을 놓고서 그가 약해진 순간이나 추한 모습 등을 말이다.


가령 센 척은 다해놓고 뒤에 가서 엄마와 아빠에게 안겨 칭얼대는 윤석이라던가.


좌변식에 앉아서 똥을 싸다가 발이 빠지면서 잔뜩 오물을 뒤집어썼다던가.


사실은 자신의 앞에 있는 게 알몸의 윤석이라던가 하는.


한창 그러고 있는데 윤석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했는지 성현을 발로 툭툭 쳤다.


“야, 이새끼야. 사람 무시하냐 지금? 뒤질래?”


“너는 새끼 새끼밖에 할 말 없냐. 욕 짓거리 말고는 어휘가 딸리는구나.”


“뭐, 뭐라고? 아니거든?”


순간 성현의 어이없는 반격에 윤석이 당황하였고.


“이, 이 새끼가!!! 뒤질라고!!!”


또다시 위협하려 드는 윤석의 모습이 성현의 눈엔 참 어리게 비쳐 보였다.


이와 동시에 윤석을 향한 성현의 두려움이 점점 지워져갔고.


어쩐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윤석이 우스워졌다.


윤석은 17살의 철없는 애새끼일뿐이었고.


성현은 갖은 고생을 겪은 28살의 성인이고 어른이었다.


방금전까지 이런 애새끼앞에서 겁먹었던 스스로가 어이없어진 성현이 대꾸했다.


“뒤져? 죽이기라도 하게? 그리고. 너는 왜 사과 안 하는데. 서로 부딪힌 거잖아.”


처음 해보았다. 늘 공포의 대상이던 윤석에게 자신의 의사를 또렷히 밝힌 것이 말이다.


“뭐라고? 이 새끼가?”


그러나 이런 성현의 자세는 그를 자극했고.


잔뜩 화가 난 윤석이 성현을 노려보며 멱살을 쥐고 달려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 써가는 인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 19화. 회귀(13) ] 24.07.22 124 2 11쪽
18 [ 18화. 회귀(12) ] 24.07.22 114 2 11쪽
17 [ 17화. 회귀(11) ] 24.07.22 112 2 9쪽
16 [ 16화. 회귀(10) ] 24.07.22 129 2 9쪽
15 [ 15화. 회귀(9) ] 24.07.22 131 2 10쪽
14 [ 14화. 회귀(8) ] 24.07.22 132 1 13쪽
13 [ 13화. 회귀(7) ] 24.07.22 130 1 10쪽
12 [ 12화. 회귀(6) ] +1 24.07.22 141 1 13쪽
11 [ 11화. 회귀(5) ] 24.07.22 140 1 12쪽
» [ 10화. 회귀(4) ] 24.07.22 141 1 12쪽
9 [ 9화. 회귀(3) ] 24.07.22 137 1 10쪽
8 [ 8화. 회귀(2) ] 24.07.22 141 1 10쪽
7 [ 7화. 회귀(1) ] 24.07.22 155 1 11쪽
6 [ 6화. 피해자들(6) ] 24.07.22 142 1 11쪽
5 [ 5화. 피해자들(5) ] 24.07.22 139 1 9쪽
4 [ 4화. 피해자들(4) ] 24.07.22 140 1 14쪽
3 [ 3화. 피해자들(3) ] 24.07.22 164 1 11쪽
2 [ 2화. 피해자들(2) ] 24.07.22 180 2 12쪽
1 [ 1화. 피해자들(1) ] 24.07.22 249 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