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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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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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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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회귀(3) ]

DUMMY


“뭐?”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놀란 할머니와 다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성현에게 되물었지만.


성현이 집주인을 보며 추궁하듯 말했다.


“말 그대로에요. 이 집 시공사에 넘겼잖아요, 당신.”


당황한 집주인이 눈을 피하였고,


큼큼 거리며 목에 낀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변명했다.


“아, 알면 됐네. 아무튼 집 빼라고 난 분명히 고지했어요.”


“고지? 3일전에 통보해놓고 고지? 당신 일부러 우편도 누락 시킨거지?”


“누, 누락이라니 누가.”


“우편 받은 적 없어. 우리는.”


“너, 너는 근데 아까부터 어른한테 반말이니? 쥐콩 만한 게.”


“어른이 어른다워야 어른대접을 해주지. 없는 사람들 사기 쳐서 쌀 한 톨까지도 털어먹으려는 게 어른이야?”


성현이 비꼬듯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집주인을 쏘아봤다.


“아, 아무튼. 용건 끝났으니 이만.”


저도 찔리기는 한 모양이었다.


성현의 문초에 집주인은 도망치듯이 자리를 벗어났다.


그 뒤로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며 인상을 구기는 성현이 중얼거렸다.


“하. 진짜. 세상에는 분리수거도 안 되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


집주인과 성현의 대화를 듣자마자 할머니는 정신이 나간 듯 보였다.


아까부터 넋 나간 사람처럼 그저 바닥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할머니였다.


성현은 그런 할머니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할머니는 한참 후에야 겨우 입을 벌려 대답했다.


“안 괜찮다. 사람 참 못된 사람이었네. 성현이 너 아니었으면 정말 큰 일 날 뻔 했어. 이 할미가 무지해서 너랑 다현이 길바닥에 내몰 뻔했어.”


할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며 신세한탄 하듯이 중얼거렸다.


“아이고. 이제 우린 어떡하냐. 당장 어디로 가야해. 이집은 그나마 보증금이 없어서 살 수 있었던 건데. 집을 구할 수나 있을런지. 재건축은 대체 왜 하는겨.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당장 어디로 가라고.”


너무 막막해서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듯 할머니의 혼잣말이 계속되었고.


옆에 있던 다현은 말없이 그런 할머니를 꼭 껴안아 줄 뿐이었다.


성현 역시 애써 그런 할머니의 어깨를 다독였다.


늘 강인하게 성현과 다현을 키워왔던 할머니였건만.


이런 일이 생기면 사람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고.


그것은 나이가 적든 많든 똑같았다.


특히나 알던 사람이 좋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말이다.


할머니는 지금 집주인에게서 느낌 배신감과 상처를 쏟아내는 중이었고.


하마터면 어린 손주들을 길거리에 내몰 뻔한 자책을 하고 있었다.


사실 말은 안했지만 성현과 다현도 막막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해야만 했다.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성현이 이윽고 할머니를 향해 물었다.


“할머니, 지금 돈 얼마나 있어요? 총 재산이요.”


할머니는 곧 장롱으로 가더니 옷 깊숙한 곳에 넣어둔 봉투를 가져왔다.


봉투 안에는 꼬깃꼬깃한 지폐를 모아둔 50만원이 들어있었다. 아마 이번 달 생활비겠지.


이 돈은 새벽부터 밤까지 할머니가 폐휴지를 주워서 모아놓은 것이었고.


세상 그 무엇보다도 힘들게 번 값지고 귀한 돈이었다.


그래서인지 성현은 봉투를 건네받을 때 마음에 찡함을 느꼈다.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할머니가 자신들을 키워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녀의 사랑을 느끼며 말이다.


“일단 집은 제가 알아봐볼게요. 할머니는 다현이랑 같이 이삿짐 싸고 계세요.”


“아이고, 할 수 있겠냐. 아직 너도 학생인데. 이 할미가 면목이 읎다.”


할머니의 걱정 어린 표정에, 성현은 손을 꼭 맞잡고 안심시켰다.


“할머니 저 애 아니에요. 걱정 마세요. 그리고 이렇게 키워주신 것만으로 감사해요. 오히려 면

목은 저희가 없는 거죠.”


“그런 말 마라. 내 소중한 새끼들.”


할머니가 성현과 다현의 손을 꼭 맞잡아주었고.


그런 할머니의 손등을 다독거리듯이 두드리던 성현이.


이내, 밖으로 향하며 말했다.


“짐 싸고 계세요. 다녀올게요.”



***



집을 나선 성현이 집 근처 부동산들을 돌아다녔지만.


그나마 무너질 거 같은 허름한 집들도 거의 다 보증금을 받는 상황이었다.


50만원이란 돈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다 내고.


이삿짐 용달까지 부르기엔 터무니없는 돈이었다.


온종일을 뽈뽈 돌아다닌 탓에 성현은 지쳐서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하... 미래를 알면 뭐해. 당장에 돈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을.”


한숨을 퍽퍽 내쉬던 성현이 돈 구할 데를 머리 굴려 보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아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성현과 다현에겐 연고도, 친척이라 할 사람들도 없었다.


결국 며칠 안에 이사 나가지 않으면 시공사 놈들은 주저 없이 집을 밀어버릴 것이었다.


남의 살림살이 재산 따위는 우습게 아는 놈들이었으니까.


과거에도 그냥 밀어버린 것으로 항의하자 돈 몇 푼 던져준 게 다였다.


참 공교로운 것은 이번 재개발의 시공을 맡게 된 업체가 석우그룹의 계열사였다.


“대체 나는 주윤석이랑 전생에 무슨 웬수를 졌길래. 이렇게까지 악연인거지.”


한숨을 푸욱 내쉬며 성현이 중얼거리던 중.


불현 듯 그의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듯 한 사람이 떠올랐다.


“...사장님!”


문득 성현이 예전에 지만과 대화를 나눌 때에.


그가 젊었을 적 이 근방에서 국밥집을 하고 있다고 들었었던 기억이 있었다.


성현은 이내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지만을 찾아가려는 듯 길을 나섰다.


“일단 지도를 검색해야하는데.”


무심코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폴더폰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불편하네. 돈 좀 있나.”


주머니를 뒤적거린 끝에 간신히 천원짜리 한 장을 발견한 성현이, 근처 PC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컴퓨터로 잽싸게 무언가를 작업해선 프린터까지 해서 뽑아서는 챙기고선.


컴퓨터의 지도상에 국밥집을 검색해 위치를 파악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지만을 찾아 나섰다.


이내 성현은 지도를 참고하며.


근방의 국밥집이란 국밥집들을 죄다 수소문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여기 혹시 국밥집이 어디있을까요?”


“죄송한데 말씀좀 묻겠습니다. 이 동네 국밥집이 어디있나요?”


“유명한 데 맛집 찾는 거예요?”


“아니요. 맛없는 데건 상관 없어요. 국밥집 수요조사하라는 과재가 있었거든요.”


성현이 입은 교복을 슬쩍 보던 한 지나가더누 직장인이.


이내 골목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쪽 끝에 하나 있긴한데. 맛없기로 유명해요.”


“어? 딱 제가 찾던 데예요. 감사합니다.”


감이 딱 온 성현이 발걸음을 급히 해 직장인이 가리킨 곳으로 서둘러 향했다.


지만에게 들었던 바로는 몇 년 장사하다 국밥집이 망했고 한동안 생활고를 겪었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헉헉거리며 달려가던 성현이 다다른 그곳에는.


마침내 그토록 찾던 이가 보였다.


32살의 젊은 정지만이 파리 날리는 가게에 앉아 한숨을 벅벅 내쉰 채 앉아있던 것이었다.


‘사장님...’


성현은 반가운 마음을 애써 누른 채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어서오세요.”


손님인 줄 알고 반갑게 지만이 성현을 맞이했다.


‘와. 사장님 젊었을 적엔 잘생기셨네. 엄청.’


젊은 날의 정지만은 성현이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날렵한 인상의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오는 손님들은 혹시 사장님 얼굴보러 오는게 아닐까.’


속으로 키득대던 성현은 이내.


식탁을 셋팅하던 지만에게 90도 폴더 인사를 하며 대뜸 말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좀 고용해 주세요.”


갑자기 찾아와선 앞뒤맥락 없이 고용해달라는 성현에 지만이 순식간에 당황한 얼굴이 되었지만.


이를 애써 숨기며 최대한 좋게 거절하려는 듯 그가 공손히 말했다.


“저기, 학생. 나도 그러고 싶지만 보다시피 장사가 안 돼서 말이야. 미안해.”


지만이 머쓱함과 미안함의 표정으로 사과를 하는데.


성현이 그런 지만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만약 장사가 잘 되면 저를 고용해주실 건가요?”


“어, 무, 물론. 잘 되기만 한다면야.”


당황하는 표정을 보니 고용해주고 싶은 마음조차 없던 거 같은데.



그런 마음이 생기게끔 만들어줘야지.


“사실, 지금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될 거 같아서요.”


다짜고짜 성현은 자신의 사연 팔이를 하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들은 처음보는 사람이 다짜고짜 이러면.


수상하게 여기거나 짜증을 느낄 법도 하였지만. 지만은 달랐다.


“할머니랑 어린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보증금을 구하지 못해서 이사 갈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요.”


잠시 말을 멈춘 성현이 눈빛을 촉촉하게 만든 후 말을 이어갔다.


“이러다가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라 일을 구하고 있는데. 미성년자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이건 사실이었다.


회귀 전에 할머니가 갑자기 허리를 다치셔서 생계곤란으로 생활고에 쫓길 때가 있었다.


성현은 자신이라도 일을 하여 할머니를 도와드릴 마음에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많은 업체가 현재의 최저시급인 4580원의 절반가량을 준다고 하는 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성현을 미리 책임감 없다고 여기는 등의 편견을 가졌고.


안 써주려는 데가 더 많았다.


결국 성현은 상하차등의 알바를 하다가 척추를 잘 못 다치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인해서 키가 한창 자랄 나이에 더 이상 자라지 않았었다.


“그래서 꼭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사장님.”


말을 마친 성현이 간절한 표정으로 지만을 올려다봤다.


지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떨리는 마음으로 답을 기다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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