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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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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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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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회귀(11) ]

DUMMY


재은은 그 뒤로 별말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일도 없었던 듯 자연스럽게 지욱과 보건선생을 대했을 뿐이었다.


물론 성현에게는 말 한마디 없는 채로 말이다.


성현은 차라리 다행인건가 싶으면서도 찝찝함을 안고서 집에 돌아왔다.


차라리 그냥 입이나 다물고 있으면 중간이나 갔지.


왜 그 순간 그런 말이 나왔나 싶었는지 계속 자책하며 말이다.


다 같이 먹게 된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 메뉴는 결국 피자가 되었다.


내장탕이나 순대탕은 절대 극구 못 먹겠다는 지욱의 완강한 거부로 말이다.


그 후 보건선생이 학생들을 일일이 집까지 태워다줬고.


마지막 집이 성현네였다.


보건선생이 차를 성현네 집 앞에 대놓은 채로.


허리가 아픈 성현을 부축하며 차에서 내려주던 그 때였다.


“성현이 왔니?”


“오빠?”


하루 온종일을 폐휴지를 줍고 나서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와.


학교가 끝나고 하교하던 다현이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 둘을 보고서는 보건선생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현이 학교 보건교사 지한준이라고 합니다.”


“아이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성현이 할미 되는 사람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현오빠 동생 진다현이라고 해요.”


잘생긴 보건선생 한준의 외모에 다현이가 눈을 반짝 빛내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할머니는 걱정스레 성현과 한준을 번갈아가며 보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바쁘신 선생님께서 직접 여기까지 오시고.”


“아, 그게 성현이가요.”


“아, 선생님. 제가 설명 드릴게요.”


한준의 말을 끊은 성현이 방긋 웃으며 무덤덤하게 얘기를 꺼냈다.


“제가 길가다 다리가 걸려 넘어져서. 허리를 좀 다쳤어요.”


성현은 제발 넘어가달라는 듯 지한에게 눈빛을 보내고.


한준은 사실대로 말해야할지 잠시 망설였다.


어쨌든 자신은 교사이기 때문에 학부모에게 사실을 고지해야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빤히 보는 성현의 열렬하고 간절한 시선이 느껴지고.


한준은 알겠다는 듯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성현의 말에 수긍하듯 덧붙였다.


“그래서 성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할머니와 다현이는 이런 한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놀라서는 소리치며 다가왔다.


“뭐? 아이고, 괜찮냐 성현아?”


“오빠 많이 다친거야??”


할머니와 다현이 성현의 허리를 샅샅이 살펴보는데.


성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런 할머니와 다현을 오히려 안심시켰다.


“전 정말 괜찮아요. 많이 다친 것도 아니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진데요.”


“오빠는 대체 뭔 생각하면서 다니길래. 가만히 가던 길에서 왜 넘어져. 왜.”


나무라듯 성현에게 뭐라 하는 다현이 속상한 표정이었고.


할머니 역시 성현의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으며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고, 내 새끼. 조심하지 그랬어.”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쳐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가족이 있어서 행복한 성현이었다.


마음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지면서 따뜻한 기분이 들어 웃고 있는데.


한준이 그런 성현과 가족들을 보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선생님 우리 애 데려다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 철부지 오빠 잘 돌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내가 왜 철부지야.”


“맞잖아, 철부지. 물가에 내어놓은 어린애.”


“아니거든.”


다현과 성현이 투닥 거리는데.


할머니는 그런 다현과 성현에게 눈치를 보냈다.


“선생님 가시는데 인사드려야지, 얘들아.”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오늘 감사했습니다.”


성현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고,


“고맙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우리 성현이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할머니는 한준의 손을 잡으며 연신 고맙다고 다시 한 번 인사를 건넸다.


한준도 그런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아주며 미소로 화답을 했다.


성현은 그런 한준을 보면서 사람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현이 그런 한준의 앞에 다가서더니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히 가세요. 저 꼭 재린 고등학교 내년에 갈 거니까. 다시 만나요오. 잘생긴 보건 선생님.”


“그래. 기다리마.”


한준이 웃음을 참으며 다현에게 대꾸했고.


다현은 흡사 홀린 듯이 넋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 입학하면 매일매일 아플 예정이에요.”


“뭐어? 그건 곤란한데.”


“다현아. 선생님 귀찮게 해드리면 못쓴다.”


보다 못 한 할머니가 다현을 저지하며 나섰고.


성현은 그런 다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얼른 가라는 듯이 한준에게 눈짓했다.


한준은 싱긋 눈웃음을 치며 차에 오르고.


다현은 잘생긴 한준을 보내기에 너무나도 아쉽다는 듯,


한준의 얼굴을 마지막까지 눈에 담으려고 고개를 쭉 빼고 바라보았다.


한준의 차가 멀어져가며 더 이상 시야에 보이지 않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



그렇게 한준을 배웅하고.


성현은 다현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왔다.


할머니는 잠시 슈퍼에 다녀온다며 다시 외출을 하신 상태였다.


성현은 허리가 아파서 방바닥에 누워서는 이제 좀 쉬려는데.


자꾸만 아까부터 다현이 옆에서 귀찮게 굴었다.


“오빠, 보건 선생님 정말 멋진 거 같지 않아?”


이사를 위해 챙길 짐들과 버릴 짐들을 구분하던 다현이 쉬지 않고 쫑알거렸다.


흡사 완전히 사랑에 빠진 것처럼 눈이 하트모양이 된 다현이었다.


성현은 그런 다현을 못마땅하게 보며 단호한 어조로 선을 그었다.


“아서라, 떽. 안 돼. 너무 늙었어.”


성현은 순간 보건선생 한준의 나이를 떠올렸다.


스물 다섯 살의 군필자라고 하였다.


아까 전 재은과 지욱과 함께 피자를 먹으러 갔을 때,


굳이 알고 싶진 않았지만 강제로 보건선생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되었다.


호기심에 찬 재은이 질문을 퍼부어 댄 까닭이었다.


‘이 나이대 여자애들은 다 보건선생님 같은 예쁘장한 얼굴을 선호하나. 참나.’


확실히 같은 남자가 보기에도 잘생긴 건 인정 했지만 말이다.


다현이 그런 성현에 입술을 삐죽 내밀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젊은 선생님한테 늙었다니. 오빤 왜 그렇게 고약해 심보가?”


“응 나 고약해. 아무튼 너는 학생이고. 한준씨는 선생님이야. 금단의 사랑이네.”


“칫. 오빠가 무슨 아빠라도 돼?”


“아무튼 꿈 깨라 진다현.”


회귀전의 자신보다는 세 살이나 어린 한준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현과는 나이차가 많이 났다.


언젠가 다현이 남자친구를 데려오는 것을 꿈꾸며 기대했던 적도 있었지만.


아무튼 그건 다현 또래의 남자친구를 데려오는 거 한정이었다.


결코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였다.


이런 금단의 사랑은 애초에 싹부터 뽑아야 했다.


그렇게 성현 혼자 뇌 내 망상에 젖어 있는데.


입이 대빨 튀어나온 다현이 투덜거렸다.


“오빠, 김칫국 마시지마. 그냥 멋진 거 같다고 한 거야.”


“그럼 다행이고.”


순간 성현이 뻘쭘 해져서는 고개를 돌렸다.


다현은 단순히 그 나이대의 소녀들이 그러하듯 팬심으로 말한 건데.


성현은 아주 북치고 장구치고 머릿속으로 이미 저 혼자 사랑과 전쟁을 그린 터였다.


다현은 이러한 농담도 진지한 다큐로 받아들여 버리는.


고지식하고 재미없는 자신의 혈육에 가자미눈을 뜨며 바라봤다.


“선생님 분명 애인 있을 걸? 그렇게 멋진데 왜 없겠어.”


“그래. 그래서 넌 안 돼.”


“아씨. 뒤질래?”


다현이 근처에 놓여있던 베개를 성현에게 던졌고.


또다시 진동이 느껴지며 허리에 통증을 체감한 성현이 소리 질렀다.


“아악. 아파! 아프다고!”


“응. 아프라고 던진 거야.”


“우씨. 너 진짜?”


“흥. 어쩔건데.”


“허리 낫기만 해봐라. 가만 안 둬.”


“메롱 메롱 메롱.”


“푸핫. 푸하하하하하.”


그러나 갑자기 웃음이 터져버린 성현에.


다현에 매우 당황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오빠. 많이 아파서 또 실성한 거야? 입학실 날처럼?”


“푸하하하하하하.”


웃을 때마다 허리가 더더욱 아파왔다.


그 통증을 실감하던 성현의 눈으로 다현의 표정이 들어왔다.


완전히 미친놈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런 다현의 표정에 성현은 더욱 웃음이 났다.


“푸하하하학. 크얽. 흐어얽.”


허리가 아픈데 웃음은 멈출 생각을 못하고.


성현은 그렇게 한참을 웃어재꼈다.


갑자기 허파에 바람이 들어버린 성현에 다현은 아예 몸을 돌려 대놓고 외면하면서.


자신이 하던 짐 정리를 묵묵히 마저 했다.


성현의 정처 없는 이 웃음은 슈퍼에 다녀온 할머니가 집에 들어올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할머니, 다녀오셨어요. 푸하하하하.”


“응? 쟈 또 왜 저런데냐.”


“몰라요. 그냥 돌았나봐요.”


“아파서 실성했구나. 아이고, 가여운 것.”


늘 성현이 꿈꿔오던 소중한 일상이었고.


너무나도 간절히 원했던 것이었는데.


마침내 되찾은 것만 같아 기쁜 마음과 슬픈 마음이 공존했다.


자신을 딱한 표정으로 보는 할머니와 아예 무시해버리는 다현을 보며.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성현은 행복한 웃음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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