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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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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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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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 15화. 회귀(9) ]

DUMMY


성현은 보건선생의 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계속 따라가겠다고 우기는 재은과 지욱에.


담임의 허락까지 받아내어선 넷이서 함께 말이다.


“엑스레이 사진결과 다행히 뼈에는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심한 타박상을 입어 근육이 많이 놀랐을 테니 한동안 집에서 안정을 취하시고요.”


의사는 진통을 완화시켜줄 진통제 처방과 주사를 놔줬다.


성현은 십년감수한 듯 안심했다.


최소한 앞으로 키는 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남들 한창 자랄 때 저 혼자만 키가 그대로인 것이 한으로 남아있었는데.


또한 이는 회귀 전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 의미는 곧 자신이 미래에 일어날 사건들을 바꿔버릴 수 있으며.


다현을 ‘그 사건’으로부터 구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이기도 했다.


“저, 의사선생님. 진단서 한 장만 떼어주실 수 있을까요.”


“진단서요? 예, 알겠습니다.”


만일을 대비해 윤석에게 다쳤다는 증거를 남겨두기 위함이었다.


성현은 의사에게 진단서를 떼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옆에 서있던 보건선생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 소견서도 한 장 부탁드립니다. 아까 전에 한동안 집에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셨던 말씀이 적혀있으면 해서요.”


의사는 귀찮은 듯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성현과 보건선생은 의사에게 인사하고는 이내 진료실을 벗어났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성현은 보건선생에게 물었다.


“소견서는 왜요? 학교에는 진단서 복사해서 내면 되지 않나요?”


어차피 보건선생과 함께 병결 조퇴 한 거니 병원에 다녀왔다는 기록만 있으면 되었다.


진단서는 무려 한 장에 거금 2만원이나 들었기에 원본을 복사해서 제출할 생각이었는데.


어쨌든 진단서가 있으니 굳이 소견서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때, 보건선생이 성현에게 눈을 찡긋하며 답했다.


“소견서로 며칠 동안 쉴 수 있도록 병결처리 부탁드린다고 너네 담임선생님께 잘 말해두마. 어차피 학기 초이기도 하니까 학교 진도 따라가기에는 지장 없을 거다.”


“와아, 감사합니다. 보건 쌤. 어차피 저 공부 안 해서 상관없어요.”


“학생이 공부 안 하면 뭐하게. 굳이 공부만이 답은 아니지만.”


“음. 글쎄요. 뭐 하면 좋을까요.”


참 융통성 있고 좋은 보건 선생님이다 싶었던 성현은 참 감사했다.


어차피 이사준비 등으로 바빠서 무단으로 학교를 빠질 생각이었는데 마침 잘되었다 싶었다.


이사는 내일이었고, 지만이 돈을 빌려준 덕분에 편한 포장이사를 택하였다.


그리고 곧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었다.


성현이 씨익 웃음을 짓고 있는데.


때맞춰 성현의 핸드폰으로 알람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메세지에 편집한 영상 첨부 해놨어.’ 라는 문자가 도착하였고.


즉시 성현이 첨부파일을 통해서 동영상을 수신 받으면서 답신하였다.


[ ‘고마워. 사례금은 3일후 직접 만나서 줄게.’ ]


답장을 마치고. 이내 대기실 의자 옆에 함께 앉아있던 지욱에게 성현이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너도 병원 가서 진단서 끊어놔. 안 아파도 앓는 소리 내면 기본 2주는 끊어주

니까.”


그러나 지욱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고.


이에 성현이 덧붙여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아는 주윤석은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보복해 올 거야. 대비해야 해.”


“난 괜찮아.”


지욱은 단호한 듯 딱 잘라 말하였다.


“하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던 성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혹시나 주윤석이 보복해 와도 나 너무 원망하지 마라.”


“원망 안 해. 내 선택이다.”


지욱은 자연스럽게 성현을 다시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리려고 하는데.


성현이 급히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사양하였다.


“나 이제 걸을 수 있어. 주사 맞았더니 좀 낫네.”


“그래도 아프잖아. 안겨.”


박력 넘치게 손짓하는 지욱에 당황한 성현이 질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괜찮대도 그러네.”


“무리하지 말라했으니까 안기래도.”


점점 단답형에서 장문형으로 말이 길어지는 지욱이었고.


성현과 지욱 둘 다 서로 절대 양보 할 수 없다는 듯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어느새 수납을 마치고 온 보건선생과 재은이 다가와서는,


그런 둘을 보며 므흣하게 실실 웃으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너희의 애정 같은 우정을 응원한다.”


“참 잘 어울려 얘들아.”


“놀리지 마요!”


성현이 발끈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벽을 잡고 일어서는데.


옆에서 지은과 재은이 그런 성현을 잡아주며 부축해주었고.


그런 그들을 보며 보건선생이 흡족하게 말했다.


“축하한다. 학기 초부터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었네.”


친구. 성현은 그 단어를 듣자마자 마음이 징징 울리는 거 같았다.


과연 자신에게 친구를 사귈 자격이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이 과연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그저 오늘 한번 도움을 받은 것 뿐인데.


성현에게 친구의 존재란 인생의 절반 넘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에게 친구라는 단어는 정말 낯설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갑자기 굳어버린 성현의 표정을 알아차린 걸까.


보건선생은 호탕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말했다.


“뭐 척추 나간 것도 아닌데 엄살 그만 부리고. 자자, 선생님이 늦은 점심 쏜다.”


“우와.”


기쁨의 탄성을 내지르는 재은과 동시에 어디선가 꼬르륵 소리가 크게 울렸고.


당황한 재은이 손을 휘저었다.


“나, 아니야.”


그러나 다시 한 번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짐에.


“나야...”


부끄러운 듯 성현이 자백을 하였다.


“푸핫.”


“푸하하하하하.”


재은과 보건선생의 웃음이 터지고.


가만히 있던 지욱도 ‘풉’하고 헛기침 비슷하게 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자자. 그럼 너네 뭐 먹고 싶니?”


웃겨 죽겠다는 듯 눈에 고인 눈물을 훔친 보건선생이 이내 질문을 던졌고.


“사주시는 김에 뷔페요?”


재은이 씨익 웃으며 보건선생을 향해 얄궂은 미소를 날려 보내지만.


“기각.”


보건선생은 단호하게 잘라버렸다.


“에이.”


“에이는 무슨 에이야. 여기 허리 환자 있는데. 친구를 생각해 줘라.”


“제가 음식 가져다주면 되죠.”


“응 기각. 기각. 각각각.”


한쪽 손바닥에 다른 손의 옆면을 얹어 보이며,


보건선생이 자르는 모양의 제스쳐를 취해 보이며 얄궂게 말했고.


그리고 그런 보건선생에 재은과 성현이 절로 굳어버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치해요.”


지욱은 눈치 없이 너무도 솔직한 심정을 내뱉고.


보건선생은 그런 지욱을 한번 째려보며 옆에 있던 성현에게 물었다.


“그래, 우리 허리환자가 정하자. 환자야, 뭐 먹고 싶니?”


놀리는 거 같은 보건선생의 말투에 성현은 질 수 없다는 듯 대꾸했다.


“그럼 스테이크?”


“응 그것도 기각 기각 각각각. 이것들이 선생 월급 얼마나 된다고 날 뜯어먹으려고 해.”


“선생님 답정너 아니에요? 이럴 거면 그냥 선생님이 정해주세요.”


“그럼 뜨끈하고 얼큰하게 내장탕 먹자. 어때.”


“악, 싫어요.”


“너무 좋은데요?”


동시에 대답하는 재은과 성현이 서로를 쳐다봤다.


“와, 성현이 너. 내장탕 먹을 줄 알아? 아직 고1이?”


보건선생은 그런 성현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언제 먹어봤어?”


재은이 신기하다는 듯이 성현에게 물었다.


‘언제 먹긴. 회귀하기 전의 생에서 진정한 어른의 생에서 많이 먹었었지.’


매번 회식하고 나서 내장탕을 좋아하던 지만 탓에.


성현은 함께 끌려가서는 강제 해장으로 자주 먹었었다.


하루 종일 소곱창을 구워 대서 장기에 질릴 줄 알았지만,


돼지 내장은 또 다른 맛이었다.


신세계가 펼쳐지면서 성현은 지만과 함께 장기요리란 죄다 다 섭렵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


짐짓 씁쓸한 미소를 짓던 성현이 대충 둘러댔다.


“할머니가 사주셔서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있더라고요.”


“이 친구 뭘 좀 아네.”


보건선생이 그런 성현이 마음에 든다는 듯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참에 너네도 도전해볼래? 내장탕.”


이내 재은과 지욱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이게 이렇게 진지할 일이야?’


하지만 그렇기엔 보건선생의 표정은 무슨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는 듯.


정말 심각해보였다.


‘그렇게까지 내장탕이 드시고 싶으셨나...’


“그거 장기잖아요.”


그러나 보건선생의 물음이 채 끝나기도 무섭게.


재은이 끔찍하다는 듯이 표정을 구겼고.


지욱 역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니들이 좋아하는 고기는 남의 살점이랑 지방덩어리인걸.”


“윽.”


사실이지만 결코 듣고 싶지 않았던 진실의 말에.


지욱이 구토하는 듯 순간 헛구역질을 내보였다.


반면에 재은은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맞받아쳤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게 그거 같긴 하네요.”


“그렇다니까? 너네 순대랑 간 안 먹어? 그거 다 장기야 장기. 순대에 돼지 창자랑 피 들었

다?”


“호오. 저 먹어볼래요. 내장탕.”


재은이 눈을 반짝 빛내며 호기심을 보이는데 반해.


지욱은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아주 단호하게 딱 잘라 말했다.


“저는 집 가겠습니다.”


그러고 돌아서는 지욱의 어깨를 보건선생이 급히 탁 잡아세웠다.


“너는 순대탕 먹어. 순대만 들은 거.”


그리고는 지욱의 거대한 몸둥이를 질질 이끌면서 재은에게 말했다.


“재은이 넌 허리 환자 잘 데리고 나와라. 문에 차 대놓을게.”


“그, 그냥 같이 나가면 되지 않나요.”


재은이와 둘이 남기엔 어색했던 성현이 지욱과 보건선생을 따라가려는데.


또다시 허리에 급격한 통증이 밀려왔고.


성현이 저도 모르게 인상을 팍 쓰며 신음소리를 흘렸다.


“괜찮아?”


그런 성현을 걱정스레 재은이 쳐다봤고.


성현의 입에선 저도 모르게 단호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안 써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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