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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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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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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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회귀(2) ]

DUMMY


자신의 앞에 보이는 윤석에.


절로 몸이 굳어버린 성현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진정해. 진성현. 괜찮아.’


성현은 애써 호흡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진짜 과거로 돌아온 거라면 자신은 얼마든지 미래를 바꿀 수 있었다.


또한 미래를 알고 있는 자신이라면 충분히 과거의 상황들을 헤쳐 나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은 17살의 어린 고등학생이었다.


28살이었던 인생을 조금은 더 살아본 자신은 예전의 진성현이 아니었다.


그렇게 굳게 다짐하며 마음을 다스리던 성현은 다시금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금부터 모든 걸 리셋하듯이.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학생들을 주욱 세워놓은 채 입학을 축하한다는.


강당에서의 교장 선생님의 길고 긴 연설이 끝나고.


학생들이 각자 배정받은 반으로 들어갔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성현은 예전의 그 반 그대로였다.


‘... 분명 반에는 그 애가 있겠지.’


성현이 배정받은 학급의 반으로 들어서는 순간.


어김없이 앉아있는 그리운 뒷모습이 보였다.


성현이 오랫동안 남몰래 짝사랑했었고, 다현이 다음으로 미안해했던 사람.


첫사랑 신재은이었다. 그녀는 교실 한구석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재은은 단아하고 아름다운 동양적인 외모에 얌전한 성격을 지녔었는데.


그런 재은과는 중학생 때부터 알던 사이었고 데면데면한 관계였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올라와서 또 같은 반이 되었고 점점 가까워지려던 차.


주윤석과 그 무리들에게 찍혀버린 성현이었다.


만약에 그 사건들만 아니었더라면.


어쩌면 재은과의 사랑도 기대해볼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에 남았던 터였다.


성현은 그런 17살의 과거의 재은을 다시 보니 반갑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였다.


재은 역시 다현이 학폭위를 소집할 때 도와준 유일한 친구이기도 하였다.


꼭 연인 사이가 아니더라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지도 않을까도 생각했었다.


이번 생에서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재은과는 꼭 한 번 더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하지만 교실로 들어서는 찬형을 보는 순간.


성현은 이내 재은과 친해지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성찬형...’


자신에게는 잊지 말고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다현을 지키는 것.


이번 생에는 오직 그것만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잃을 것이 많아지면 곤란했다.


더 이상 잃을 것을 만들지 않는 것 역시 성현의 목적이기도 하였다.


생각에 잠겨있던 성현이 때마침 재은과 눈이 마주쳤는데.


깜짝 놀란 성현이 이내 고개를 휙 돌려버렸고.


머쓱했는지 재은역시 시선을 피했다.


‘그래, 차라리 이게 더 난 거야. 애초에 나나 재은이를 위해서라도. 더는 엮이면 안 돼.’


애써 재은과 반갑게 인사하고픈 마음을 밀어내며 성현은 찬형을 주시했다.


성찬형은 주윤석과 어릴 적부터 죽마고우로 막역한 사이였다.


들리는 소문에는 조폭의 아들이라니, 대형 로펌 대표 아들이니, 부동산 재벌 아들 등등.


여러 가지의 말들이 떠돌았지만 모두 사실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항상 주윤석과 나쁜 짓을 저질러도 빠져나갔고.


세상에 거칠게 없는 석우그룹의 주윤석과 생각보다도 동등한 관계로 잘 지냈었다.


그런 것으로 유추해봤을 때 완전히 꿇리는 집안은 아니란 것이다.


다만 주윤석과 어울려 다녔다 할 뿐이지 직접적으로 학생들을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매사에 귀찮은 듯 혼자 늘어져 잠을 잘 뿐이었다.


물론 다현이가 그 일을 당할 때 옆에서 무표정하게 서선 방조했던.


마찬가지로 증오스러운 인간이긴 했지만.


아무튼 성현의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괴롭힘을 당해본 적은 없는 인물이 성찬형이긴 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 속과 생각을 알 수 없어 두려운 인물이기도 하고.’


나중에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미국 쪽에 유학을 가서 아예 정착하고 살았다던데.


그걸 듣고 성현은 더욱 비참해했던 기억이 있었다.


어쨌든 주의해야할 인물은 맞았다.


특히나 같은 반인 것에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딩동댕동.


그 때,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나고 담임이 들어왔다.


지금 보니 회귀 전 28살의 성현 자신보다도 더 어려보이는 담임이었다.


이제 막 26살이나 되었을까.


당시 담임은 괴롭힘을 당하는 성현에게 아무런 힘도 되어주지 못하였다.


늘 우왕좌왕했으며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무서워하는 인물이었다.


선생자격이 미달인 것은 맞지만 사회 초년생인 그녀에게 있어.


성현이 당했던 일은 감당하기 힘든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일들 이후로 오랜기간 원망을 하긴 했지만.


다시 돌아오게 된 지금, 성현은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냥 전에도 그러했듯. 조용히만 지내주세요. 모른 척 방관하며 그렇게.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말고.’


다만 자신과 다현에게 또다시 방해가 된다면. 그때는 용서치 못할 것이었다.


성현에게 있어서 담임 선생이란 기대하는 존재가 아닌.


그저 나이 어리고,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쁜 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


‘만약 내가 저 선생이었다면. 난 담임 역할을 잘할 수 있었을까. 학폭을 보고도 방관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성현은 담임을 더 이상 미워도 하지 않고, 탁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일년 동안 잘해보자.”


담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현이 급히 가방과 짐을 싸 들었다.


계속 학교에 남아있다가는 주윤석의 눈에 찍히게 될 운명이기 때문이었다.


‘회귀 전에 처음 주윤석의 눈에 들게 된 것이 입학식 날 오후였지.’


바로 오늘이었다.


그렇기에 바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회귀 전 그날은 참 재수 없게도 친구들과 인사하느라 끝까지 남아 있다가.


우연히 쓰레기장에서 다른 반 신입생 친구가 주윤석과 시비가 붙은 것을 보게 되었고.


그길로 달려가 주임 선생님을 불러왔다.


그리고 그날로 주윤석에게 찍혔고. 괴롭힘의 시작이었다.


참으로 멋도 모르고 괜한 정의감에 불타 벌인 짓이었는데. 이젠 그런 짓을 할 생각이 없다.


도와줬던 그 친구는 오히려 성현과 다현이 괴롭힘을 당할 때는 방관만 했으니까.


겉만 17살로 되돌아갔지 속은 28살의 성현은 이제는 알았다. 괜한 오지랖은 병이었다.



***



담임의 짤막한 인사와 종례가 끝나자마자 후다닥 밖으로 나온 성현은.


계속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는지 뒤를 힐끔힐끔 돌아봤다.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이 남아 맴돌았다.


그러다가 결국 버스정류장 옆 공중전화로 향한 성현은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금 빨리 한국고등학교 뒤편 쓰레기장으로 와주세요. 한 학생이 맞고 있어요.”


성현은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할을 다한 거야.’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건 혹은 장난전화로 치부하고 무시하던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


그때, 성현의 가방 안에서 핸드폰이 울렸고.


성현은 추억의 물건인 자신의 폴더형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 핸드폰도 정말 오랜만이네. 스마트폰에 길들여져 있어서 잘 사용할 수 있을라나.”


혹시라도 신상이 노출될까 꺼려져, 신고에는 일부러 공중전화를 이용한 터였다.


요란하게 울리는 폴더 핸드폰을 펼치는데, 발신인은 다현이었다.


“여보세요? 다현아?”


‘오빠. 큰일 났어. 얼른 집으로 와줘.’


“뭐? 큰일? 무슨 일인데?”


이내 눈이 커진 성현이 발을 동동 구르다가.


한참을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자.


집 쪽으로 급히 뛰기 시작했다.



***



“헉헉.”


집으로 최대한 빠르게 돌아온 성현의 시야로는.


문 앞에서는 집주인과 할머니가 씨름중인 광경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현이 발을 동동 구르다가.


이내 성현을 보자마자 울상을 지었다.


“하이고, 집주인 양반. 제발 좀 봐주시오. 당장 나가라 그러면 우리보고 어쩌라고.”


“아니, 할머니. 몇 달 전부터 통지서 보냈다니까요?”


“그런 거 못 받았대두. 매일 우편함 확인해봤지만 받은 적이 없어.”


“아, 몰라요. 난 보냈으니까 며칠 내로 방 빼주세요. 아셨죠?”


“한 번만 봐줘요. 당장 우리 애들이랑 난 어디로 가라고.”


그러다 성현은 문득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입학식 날 당시 집주인이 갑자기 찾아와선 방을 빼라고 엄포를 놓았었지.’


이에 할머니가 갈 데 없다고 사정사정하자 집주인은 그럼 월세를 미리 달라하였고.


생활비로 모아놨던 돈을 결국 할머니는 현찰로 미리 땡겨 주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무너져가는 판잣집성촌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집주인은 시공사측에 이미 집을 오래전에 매매 완료한 상태였던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집주인은 할머니로부터 월세를 먹튀한 것이었고.


이 거래 내역은 직접 만나 현찰로 건네주었기에 아무런 증거도 남아있지 않았었다.


결국 시공사측으로부터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지만.


당장 갈 데가 없었던 터라 못 나가고 버팅기고 있다가.


며칠도 안 되어서 시공사측에서 임의대로 집을 부숴버렸었다.


집 안의 가구들은 물론 모든 것이 박살나고 길거리로 내쫓겼었고,


그 누구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가.


결국 나중에 나라의 지원을 받아 겨우겨우 반지하방 하나를 구했었던 기억이었다.


그때 마침, 집주인이 과거의 멘트와 토씨하나 안 틀리고 지껄였다.


“그럼, 다음 달 월세를 지금 미리 땡겨 주세요. 봐 드릴테니까요.”


기가 찬 성현이 어이없는 헛웃음을 지으며 할머니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됐고요. 그냥 방 뺄게요.”


이에 놀란 할머니가 기겁하며 반사적으로 성현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아이고, 성현아. 그게 무슨 말이냐. 당장 우리 갈 데 없어.”


그러나 아랑곳않은 성현이 집주인을 노려봤고.


집주인이 움찔하자.


성현이 그 기세를 놓치지 않고 덧붙였다.


“할머니, 이 사람 이제 더는 집주인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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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9화. 회귀(3) ] 24.07.22 13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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