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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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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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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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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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 13화. 회귀(7) ]

DUMMY


“너... 감히 내게.”


윤석은 자신이 현재 누군가를 올려다보고 있다는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살아온 평생 동안 자신을 이렇게 대한 이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아니 감히 윤석 자신에게 주먹질을 할 생각조차 못했다.


그도 그럴게 윤석 뒤에는 석우그룹이라는 거대하고 든든한 벽이 있었다.


이는 어릴 적부터 항상 그래왔다.


굳이 나서서 아무것도 할 필요도 없었고 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들 석우그룹의 자녀라는 말만 듣고 잘해주거나 알아서 벌벌 기었기 때문에.


윤석은 앞에 있는 지욱이나 성현이 뭘 믿고 자신에게 대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집안처럼 대단하거나 어느 정재계 인사의 자녀인지 순간 궁금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자신이 알았을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 미연이 친분교류를 위해 윤석 자신을 이런 저런 사교 자리에 끌고 다녔으니까.


그렇기에 윤석은 더더욱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막대한 힘을 지닌 거대한 덩치의 지욱이 두렵긴 했지만.


그냥 돌아서기엔 윤석의 자존심이 상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명령하듯 거만한 지욱의 태도가 짜증났다.


그 뒤에 숨어있는 저 진성현이라는 비굴한 녀석도 심하게 거슬렸고.


윤석이 이내 자신을 따라온 채 멍하니 서있던 일진들을 쳐다보며 읊조렸다.


“야, 뭐해. 저 새끼 잡아.”


“어...어?”


일진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무리 중 싸움을 제일 잘하는 윤석 자신조차 처맞은 주제에.


자신들보고는 저 미친 덩치 놈한테 달려들라니.


이는 죽을 자리를 미리 보고 들어가는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러나 윤석은 학교에서, 자신들 중에서도 갑이었고.


까라면 까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안 그러면 나중에 돌아올 보복이 두려웠으니까.


“이이익.”


일진들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일제히 지욱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곤 지욱의 양쪽에서 제각각 팔과 다리들을 하나씩 잡은 채 온 몸으로 철썩 붙었다.


제 아무리 지욱이라도 사람 여러 명이 달려들면 어쩔 수 없겠지 생각하며 말이다.


“...”


하지만 그런 안온했던 생각은 잠시 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퍼억. 퍽.


지욱이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한 명씩 자신의 몸에서 떼어냈고.


일진들은 고통스러워하면서 나가떨어졌다.


마치 벌레를 떼어내듯 아주 가볍고도 손쉽게 말이다.


그러면서도 지욱은 숨조차 차지 않는 듯하였다.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윤석은 일진들마저 힘없이 당해버리자 마지막 발악을 하듯이 지욱에게 달려들었다.


휙. 휘익. 휙휙휙.


바람을 가르고 윤석의 빠른 주먹이 지욱을 향해 날아갔다.


성현은 그런 윤석을 보고 놀랐다.


저렇게까지 진심으로 싸우는 윤석을 볼 기회는 회귀 전에도 없었다.


회귀전의 자신도 그렇고 윤석에게 찍혔던 목표물들은 일방적으로 맞았기에.


그래서 윤석이 저만치 싸움의 기술이 뛰어난지도 알지 못하였다.


윤석의 발은 안정적이면서도 현란한 풋워크로 몸의 중심을 잃지 않았고.


또한 그런 발의 리듬에 맞춰 주먹이 앞으로 빠르게 뻗어나갔다.


일직선으로만 뻗어나가는 게 아닌 수직으로도 나아가거나.


하체와 상체를 굽히면서 주먹 공격이 다양하게 들어갔다.


그러나 그런 윤석의 공격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지욱은 큰 손바닥으로 주먹을 오는 족족 막아냈다.


아니, 막아내는 게 아니라 쳐내듯 옆으로 밀쳐냈다.


윤석의 모든 공격이 미처 지욱에게 닿기도 전에 말이다.


손바닥으로 단단한 주먹을 저렇게 쳐낸다는 것도 신기할 지경인데.


윤석의 빠른 주먹질을 모두 간파해내며 지욱은 들어오는 모든 공격을 족족 방어했다.


체격이 워낙 커 지욱의 몸이 둔하고 굼뜰 줄 알았지만 그건 착각인 듯했다.


“너 이 새끼. 괴물같은 새끼를 봤나.”


윤석은 주먹만으로는 무리겠다 싶었는지 순간 발차기로 전환해 공격에 들어갔다.


윤석의 발차기는 높은 원을 그리면서 나아갔고.


하이킥으로 지욱의 얼굴을 노린 듯했다.


휙.


그러나 지욱은 잽싸게 상체를 뒤로 젖히며 가뿐하게 이를 피했고.


그 간격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날아오던 윤석의 발목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잡은 발목을 주욱 잡아 당겼고.


동시에 균형을 잃은 윤석이 바닥에 엎어졌다.


“으아아악.”


콰당.


지욱이 워낙 세게 잡아당긴 건지 큰 소리를 내며 말이다.


그리고 윤석은 움찔대며 한동안 바닥에서 움직이질 못했다.


“헐.”


“미친.”


“방금 뭘 본거야.”


이에 지켜보던 이들은 모두 다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학 전부터 악명 높았던 ‘그’ 석우그룹의 주윤석이었다.


그런 그에게 대들며 맞서 싸운 것도 이미 충분히 놀랍건만.


싸움에서 그것도 아주 가뿐하게 이겨버렸다.


지욱 그는 자신들과 같은 열일곱의 고등학생이 아닌 듯했다.


윤석과 지욱의 싸움을 모르는 이가 척 봐도 그 차이가 엄청났다.


꼭 아마추어와 프로 선수의 싸움 인양 말이다.


지욱의 타고난 키와 체격과 운동과 살집으로 다져진 엄청난 근육양.


그리고 강력한 힘과 잽싼 움직임, 압도적인 싸움실력까지.


이는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이들 뿐만 아니라 윤석 당사자도 느꼈을 것이었다.


“아...”


성현은 이제야 납득이 갔다.


회귀전의 윤석 무리가 지욱을 건드리지 않은 이유 말이다.


그러나 싸움에서는 졌어도 윤석은 다른 방식으로 지욱을 압박할 수도 있었다.


가령 석우그룹의 힘으로 라던지 말이다.


성현은 순간 지욱이 걱정되어 지욱을 바라봤다.


이렇게까지 지욱이 직접 나서서 도와줄 줄은 꿈에도 몰랐건만.


‘남의 일이라면 그렇게 무심하게 군 회귀전의 그 강지욱이랑 동일인이 맞아...?’


그런 고맙기도 하였지만 아직까지 믿기지 않아 성현은 그저 제 자리에 서 있는데.


지욱은 그런 성현을 한번 힐끔 보다 이내 자신의 책상 자리로 가 앉았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특유의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말이다.


“뭐, 뭐해. 가자.”


그리고 이를 보고 있던 일진무리들은 윤석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


그들 역시 이 싸움에서 패배한 것을 승복한 듯 말없이 조용히 말이다.


“비켜.”


그러나 윤석은 그런 이들을 밀쳐내고서 조용히 제 발로 걸어 나갔다.


자존심이 꺾인 듯 아무 말도 없이 나가는 윤석에 성현은 놀라워했다.


여태껏 윤석의 기가 죽은 듯한 저런 모습은 처음 본 것이었다.


‘생각보다도 더 강지욱. 대단한 애였잖아?’


성현이 지욱의 생각보다도 어마무시 했던 싸움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던 그때.


“으윽.”


성현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까 다친게.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아까 윤석이 던졌을 때 입은 타격이 꽤 컸는지 허리에 진한 통증이 다시금 밀려온 것이었다.


움직일 수조차 없이 아픈 터라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선 순간.


이것도 결국 운명대로 따라가는 것인가란 성현의 머릿속에 스쳐갔다.


과거에는 일을 하다가 척추를 다친 거라면 이제는 윤석 때문에 다쳤다.


그로 인해 결국 키는 자라지 않았고 마침 이맘때이기도 하였다.


순간적으로 불안함이 성현을 엄습해왔다.


‘과거는 결코 바꿀 수 없는 거라면? 어차피 운명대로 흘러가는 거라면?’


윤석과의 시비가 붙은 것하며 허리를 다친 거 까지.


물론 아직은 척추를 다친 건지 뭔지 섣불리 판단하긴 어려웠다.


과거에는 심하게 다쳐 한동안 드러누워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였으니까.


‘지금은 서 있을 수는 있는 것으로 봐선 그 정도는 아닌 거 같긴 한데.’


과거의 루틴대로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니 자꾸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마치 운명을 피하려고 할수록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느낌이었다.


성현이 온갖 근심 걱정과 허리의 아픔으로 주춤거리며 움직이려던 그때였다.


덥썩.


“...?”


갑자기 성현의 시야가 천장으로 향하고 발이 땅에서 들렸다.


“... 응?”


뭐지 싶어 돌아보니 지욱의 얼굴이 가까이에서 보였다.


모공까지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상당히 위험한 거리인데.


잠시 아찔했던 성현이 상황파악을 하려 밑을 내려 보니.


지욱이 자신을 공주님 안기로 들쳐 올리고 있었다.


“뭐, 뭐야.”


성현은 치욕스러움과 함께 당황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래?’


회귀 전에는 윤석의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말든 꿈쩍도 안 한 지욱이었다.


자신이 어찌되든 간에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외면해버린 그였는데.


아니 그냥 그 자신이 투명인간이나 공기처럼 이 교실에 없는 듯이 굴었었다.


‘바나나 때문인가? 그게 그렇게 좋았나?’


갑자기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오는 성현이었다.


이렇게 쉬운 남자인줄 알았으면 회귀 전에도 바나나로 유혹해볼걸.


“보건실 데려다 줄게.”


단답형의 굵직한 저음이 지욱의 몸통 전체에서 울려 퍼졌고.


지욱에게 안겨있던 성현은 그 깊은 울림의 진동을 느끼며 나지막이 말했다.


“괘, 괜찮은데. 혼자 갈 수 있어,”


“못 움직이잖아.”


성현은 지욱의 그 낮은 목소리가 어쩐지 거부하기 힘들었다.


아까 지욱의 무시무시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싸움실력을 봐서 그런가.


어쩐지 지금은 윤석의 존재보다 지욱이 더 두려웠다.


그래서 성현은 굴욕스럽지만 지욱의 말에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그럼 수치스러우니까 빨리 좀 옮겨줄래?’


이 말을 속으로만 삼키며 성현이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다.


“참 친절하구나. 그럼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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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11화. 회귀(5) ] 24.07.22 141 1 12쪽
10 [ 10화. 회귀(4) ] 24.07.22 141 1 12쪽
9 [ 9화. 회귀(3) ] 24.07.22 137 1 10쪽
8 [ 8화. 회귀(2) ] 24.07.22 14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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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4화. 피해자들(4) ] 24.07.22 140 1 14쪽
3 [ 3화. 피해자들(3) ] 24.07.22 164 1 11쪽
2 [ 2화. 피해자들(2) ] 24.07.22 180 2 12쪽
1 [ 1화. 피해자들(1) ] 24.07.22 250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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