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5,214
추천수 :
63
글자수 :
241,478

작성
24.07.22 16:22
조회
129
추천
2
글자
9쪽

[ 16화. 회귀(10) ]

DUMMY


“... 너 나랑 있으면 불편해?”


무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재은이 이내 퍼뜩 놀라며 당황했다.


자신도 왜 이런 말을 뱉었나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야, 회귀 후 현재의 성현과 재은은 아직까지 서로 서먹한 관계였으니까.


중학교 때까지는 그래도 가끔씩 어울리며 데면데면하게 지냈지만.


고등학교 와서 아주 오랜만에 대화를 해보는 게 지금의 상황이었다.


물론 재은의 입장에서만 말이다.


당연히 성현에게 있어서 재은은 결코 불편한 존재가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 재은이랑 얘기해본 게 얼마만인가 싶을 정도로 시간이 오래 흘렀다.


성현의 시간은 회귀를 정점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흘러갔기에 이런 재은이 낯선 것뿐이었다.


아직 회귀 후의 삶에 완전히 적응하진 못하였고 이게 진짜 현실이란 감각조차 없었다.


그러나 성현은 괜히 더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기 싫어 급히 둘러댔다.


“아, 아니. 그냥 얼른 차에 타고 싶어서. 불편하긴.”


‘많이 불편하지.’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성현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고.


“내가 잡아줄게.”


재은이 그런 성현에게 방긋 웃으면서 다가와선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는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럽게 걸어가던 성현을 부축해주며 말했다.


“얼른 허리 통증 가라앉으면 좋겠다.”


“그러게.”


순간 성현은 울컥하며 고개를 돌렸다.


한결같은 재은은 회귀전이나 회귀 후나 그 마음 따뜻함이나 배려가 여전했다.


성현에게 있어서 재은과 단 둘이 얘기해보는 것은 10년 만이었으니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성인이 된 재은이 자신의 가족들과 곱창집에 왔었을 때도 말을 걸지 못한 채,


도망치듯 나온 게 바로 엊그제 일처럼 생생할 진데.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성현을 향해 물밀 듯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감정은 지금의 재은이에게 향한 게 아니었다.


28살의 성현에게는 10여 년 전인, 당시의 재은에 대한 감정이었다.


성현은 다시 만나면 꼭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었다.


회귀 전에는 말을 걸어오는 재은에게 갑자기 피하듯이 도망 다녔었다.


재은은 그것이 아마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꼈을 테지.


성현은 언제가 됐던 그건 모두 오해였다고 꼭 말하고 싶었었다.


재은이 너가 싫은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너무도 싫어서 피한 것이었다고.


괴롭힘을 당하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스스로가 비참했고.


그런 자신이 쪽팔리고 부끄럽게 느껴져서 네 앞에 당당히 설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무엇보다 재은이한테까지 주윤석네의 괴롭힘이 미치질 않길 바랐다.


자신 때문에 다친 건 다현이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곁에 아무도 둘 수도 없었고, 두고 싶지도 않은 성현이었다.


물론 재은은 자신의 그러한 태도 때문에 상처를 받았을 테지만.


그래서 성현에게 재은이란 늘 미안하고 고마운 아련한 사람으로 남아있었다.


다만 지금의 재은은 그때의 그 재은이가 아니었다.


설령 같은 사람이고 같은 시간대일지라도 다른 사람임은 분명했다.


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은 회귀 전 원래의 성현 자신을 알지 못하는 재은 이었으니까.


이미 그 말을 전하는 성현 자신부터가 다른 사람 같다는 낯선 괴리감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성현은 회귀 전의 재은에게 늘 하고 싶었던 말을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고마워.”


나지막한 목소리에 재은이 성현을 향해 돌아봤다.


“뭐?”


“고맙다고.”


성현역시 재은을 향해 돌아보고. 시선이 마주치는 두 사람.


순간, 재은이 부끄러움을 느끼며 움찔하고는 시선을 피하며 되물었다.


“... 뭐가?”


“... 그냥 다. 아까 주임선생님 불러준 것도 그렇고.”


“당연한 건데 뭐. 나 아니어도 다른 애들이 그랬을 거야.”


“그랬을까.”


“응 그랬을 거야.”


‘아니야, 재은아. 너 말고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고 그 누구하나 도와주려 하지 않았었어.’


성현은 이 말을 속으로 삭이고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고맙고.”


“뭐, 뭐, 뭐?”


아직 17살의 순수한 재은은 당황한 것을 숨기지 못한 채 성현과의 팔짱을 풀고.


성현은 갑작스레 떨어져 나간 재은의 진동 여파에 또다시 허리의 통증을 느꼈다.


“아야.”


“뭐야, 괜찮아?”


재은이 미안한지 아파하는 성현에게 다가오는데.


성현은 통증을 참아내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안심하라는 듯 두 번이나 말하는 성현인데.


재은의 눈에는 오히려 고통스러운데 괜찮은 척 하는 걸로 보인 듯하였다.


다시금 성현에게 다가간 재은은 성현을 반쯤 껴안듯이 부축하는데.


물컹.


‘어...?’


재은의 가슴이 성현의 팔에 와서 닿았고.


성현은 경례라도 한 듯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채 차렷 자세로 서 있었다.


“자, 잠깐. 재은아...?”


“어? 왜?”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재은의 표정이 성현의 양심에 콕콕 박혀왔고.


성현은 이 짧은 시간 동안 아주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정신 차려. 재은이는 미성년자고 나는 성인이야. 어른이라고. 아, 잠깐. 나 회귀해서 어려졌는데 그러면 나도 미성년자가 아닌가? 어쨌건 나도 지금 재은이랑 동갑이고 또 그렇게 파렴치한 짓은 아닌 거 같은데. 아니지 이건 그걸 다 떠나서 도덕과 양심의 문제잖아. 정신 차려, 진성

현. 아무리 연애를 한 번도 못해봤어도 그렇지. 어떻게 감히 재은이한테 이럴 수가 있어. 그런

데 또 생각해보면 재은이가 먼저 도와주겠다고 한 거고 지금 이 상황은 재은이가 자초한 거고

나는 아무 잘 못이 없는데. 그런데 어떻게 이걸 말해야하지? 진성현 이 미친놈아!’


성현은 잠시 내적인 갈등에 휩싸여야 했고.


양심과 비도덕의 사이에서 다시 한 번 깊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그러다 성현은 이내 재은을 살짝 밀쳐냈다.


“정말 괜찮아.”


밀려난 재은이 상처받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있는데.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한 재은의 표정에 성현은 도리어 당황하였다.


‘그저 나를 도와주려고 한 것 일 텐데. 너무했나...’


재은에게 상처를 줄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까의 그 상황은 너무도 아찔했는걸.


성현은 괜히 물밀 듯이 밀려오는 죄책감에 재은에게 변명했다.


“미, 미안.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그러나 재은의 표정은 쉬이 풀릴 거 같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무마하나 싶은 성현은 한참을 생각하다 얼버무리듯 말했다.


“너랑 내 몸이 너무... 밀착해 있어 가지고. 그래서 그런 거야.”


성현은 방금 자신이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인 건가 싶어 눈을 끔뻑거렸다.


스스로의 입에서 뱉어놓고도 참 저질스러웠다.


‘이걸 변명이라고 하냐, 이 미친놈아.’


성현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재은의 눈치를 살피는데.


‘헉.’


재은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잔뜩 빨개진 채 달아올라 있었다.


“저...저기.”


성현은 사과라도 해야겠다 싶어 그런 재은을 부르려 손을 들어 올렸지만.


재은이 마치 변태를 보듯 화들짝 놀라서는 성현에게서 떨어졌다.


“아,,,”


‘나, 변태로 찍힌 건가.’


성현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 싶어가지고 입을 열었다.


“그, 그니까. 그런 의미가 아니라...”


불쾌한 듯 아예 고개까지 돌려버리는 재은에 성현은 속으로 울고 싶었다.


기껏 회귀했는데, 이번에는 재은에게 변태로 낙인 찍혀서 미움을 받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 성현이 애써 변명을 이어나갔다.


“절대로 그런 생각한 게 아니고. 나는 다만...”


그러나 입을 열수록 부작용만 불러일으켰다.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변태가 되어가는 듯했다.


성현은 에라 모르겠다 싶어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나 혈기 왕성한 사춘기 남자애야.”


‘그래 이건 다 호르몬 때문이라고. 내 잘못이 아니야.’


스스로에게까지 핑계를 대며 되되어보았지만.


사실 성현은 어디 쥐구멍이 있다면 숨어버리고 싶었다.


‘다시 회귀시켜주시면 안 될까요! 나 입학식 날로 돌아갈래에!’


자신을 회귀 시켜준 그 초월적인 존재에게 성현은 내적 외침을 질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들어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재은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성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못 볼 것을 봤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저... 재은아?”


그런 그때였다.


빵빵.


밖에서 차 클락션을 누르는 경적 소리가 울리고.


퍼뜩 정신을 차린 성현과 재은이 어느새 입구에 바짝 차를 대놓은 보건선생을 발견했다.


성현이 웃긴 모양새로 절뚝거리며 병원 입구를 향해 다가가고.


재은은 성현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로 그 뒤를 따라갔다.


조수석에 탄 지욱은 병원 입구 유리문 너머의 그런 둘을 빤히 보고 있었고.


보건선생은 재미있다는 듯 실실 웃으며 ‘청춘일세.’ 라고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 써가는 인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 19화. 회귀(13) ] 24.07.22 124 2 11쪽
18 [ 18화. 회귀(12) ] 24.07.22 114 2 11쪽
17 [ 17화. 회귀(11) ] 24.07.22 112 2 9쪽
» [ 16화. 회귀(10) ] 24.07.22 130 2 9쪽
15 [ 15화. 회귀(9) ] 24.07.22 131 2 10쪽
14 [ 14화. 회귀(8) ] 24.07.22 132 1 13쪽
13 [ 13화. 회귀(7) ] 24.07.22 131 1 10쪽
12 [ 12화. 회귀(6) ] +1 24.07.22 141 1 13쪽
11 [ 11화. 회귀(5) ] 24.07.22 141 1 12쪽
10 [ 10화. 회귀(4) ] 24.07.22 141 1 12쪽
9 [ 9화. 회귀(3) ] 24.07.22 137 1 10쪽
8 [ 8화. 회귀(2) ] 24.07.22 141 1 10쪽
7 [ 7화. 회귀(1) ] 24.07.22 155 1 11쪽
6 [ 6화. 피해자들(6) ] 24.07.22 142 1 11쪽
5 [ 5화. 피해자들(5) ] 24.07.22 139 1 9쪽
4 [ 4화. 피해자들(4) ] 24.07.22 140 1 14쪽
3 [ 3화. 피해자들(3) ] 24.07.22 164 1 11쪽
2 [ 2화. 피해자들(2) ] 24.07.22 180 2 12쪽
1 [ 1화. 피해자들(1) ] 24.07.22 250 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