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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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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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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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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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회귀(5) ]

DUMMY


윤석이 성현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으려는 그때였다.


삐익.


“거기 너네 뭐야?”


교문 앞에 서 있던 학생주임 선생이 윤석과 성현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이 새끼들이. 아침부터 어딜 쌈박질을 하려고.”


이건 기회였다.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기회.


원래는 그냥 좀 맞아주고 나서 경찰에 바로 신고하고. 아예 병원에 드러누워 버리려 했지만.


기왕이면 안 얻어 터지고 해결하는 게 제일 나은 그림이긴 했다.


마침 잘됐다 싶었던 성현이 울먹이는 척하면서 학생주임선생에게 말했다.


“쌤. 갑자기 부딪혔다고 이 친구가 때리려고 해서요. 사과해도 안 들어줘요.”


“뭐? 너 정말이야? 이 새끼가?”


“아야야. 아니라고. 아야야야야.”


다짜고짜 학생주임이 주윤석의 귀때기를 잡아 올렸다.


그러고선 명찰을 확인하려고 시선을 내렸지만.


달고 있지 않은 주윤석에 어이없는 듯 말했다.


“이게 이름표도 안 달았어? 너 이름 뭐야?”


“주윤석인데요. 아야야. 아파요!”


“주윤석? 너, 어제 쓰레기장에서 1반 학생 괴롭히다 경찰서 갔다 온 놈 중 하나구나.”


안 그래도 찝찝했었는데. 어제 자신이 신고한 것이 잘 먹혀들었나 보다.


성현은 내심 속으로 안심하였다.


학생주임은 괘씸한 듯 주윤석의 양쪽 귀때기를 더더욱 잡아 당겼다.


“어제 그냥 풀려난 모양인데. 내가 안 그래도 너 벼르고 있었는데, 잘됐다. 이게 입학하자마자 학생들을 괴롭히고 다녀?”


“아악. 잠깐. 잠깐만요! 내가 누군 줄 알고!”


“니 놈이 주윤석이지, 누구긴 누구야?”


다혈질 선생 중 하나인 학생주임은 과거에도 주윤석을 싫어했다.


비록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참된 선생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석우그룹의 영향력에도 주윤석과 같은 일진무리들에게 유일하게 벌을 주는 것도 이 분이었다.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만의 정의를 펼치는, 학교에서도 몇 없는 선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다현이를 도와 학폭위에서 증언해준 선생이기도 하고.


성현은 개인적으로 학생주임에게 참 고마운 것이 많았다.


따뜻한 선생은 아니었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했으니까.


물론 학생주임의 폭력은 당연히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주윤석과 같이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국한된 것이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하질 않던가.


주윤석과 같은 일진들에게는 매가 약이라고 생각하는 성현이었다.


“주윤석 이 새끼. 내가 오늘 사람 만들어주마. 너랑 니 부모는 평생 나한테 고마워할 거다.”


“아악. 놓으라고요!”


“너는 얼른 들어가라. 수업종 치겠다.”


학생주임이 윤석을 질질 끌고 가면서 이내 성현을 향해 말했다.


마치 폭탄 처리반처럼 성현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윤석을 데리고선.


그는 학교건물 쪽으로 윤석과 함께 멀어져갔다.


성현은 후련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학생주임같은 선생들이 몇 명 있긴 했음에도 과거 윤석의 무리들은 활개를 치고 다녔었다.


무서워하긴커녕 매번 혼나도 변하질 않는 것들이 저 무리들이다.


한편으로는 도움을 청해볼 생각조차 못했던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도 하였다.


성현은 윤석의 무리들의 보복이 무서워 선생들에게 말해볼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없고.


결코 되지도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도 했기에 그랬기도 했다.


교사들이 벌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학교에는 그만큼 사각지대와 일일이 살필 수 없는 곳이 많았고,


어른들은 결코 침범할 수 없는 학생들만의 세계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다현이를 지키기 위해.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성현은 이제부터 부지런히 이미 알고 있는 미래들을 바꿔나갈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당장의 대책부터 세워야했다.


‘분명 주윤석은 학생주임에게 혼나고 난 후 날 찾으려고 혈안이 되겠지.’


일진 무리들을 동원해서 성현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일 테고.


비록 과거와 사건들은 달라지긴 했어도 흘러가는 양상은 비슷했다.


그리고 이로 보건데, 윤석과의 충돌은 결국 어떻게든 일어났을 것이라는 얘기가 되었다.


‘이 정도면 정말 그 새끼랑 전생의 악연인 게 분명해.’


뭐가 되었든 준비를 해야만 했다.


회귀 전에는 저들의 눈밖에 나며 매일같이 주윤석의 무리들이 찾아와 괴롭혔고,


점점 친구들에게 외면당하며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으니까.


성현은 학교건물로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일단 체급차이로 보나 뭐로 보나, 주윤석에게 싸움을 걸어 대항하는 것은 무덤을 파는 꼴이었다.


진작 싸움 좀 배워두면 좋았을 걸.


아무튼 그게 아니라면 그냥 자퇴나 전학도 생각해봤다.


아예 이 동네를 멀리멀리 떠나서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돈이 없는 지금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전학을 가게 된다면 교복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다 새로 구비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윤석의 영향력이 큰 것도 문제였다.


윤석은 주기적으로 타지역 고등학생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친분을 쌓는다고 했다.


아마 다른 곳에 가더라도 윤석의 입김과 괴롭힘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미래를 모르는 상황에서 대비할 거리조차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다시는 회피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왜 피해야 해. 잘못한 건 저들인데. 절대 도망치기 싫어.’


과거에는 주윤석의 괴롭힘이 사그라들기를 바라면서 지냈지만,


이젠 정면으로 당당하게 맞서보고 싶었다.


주윤석을 등지고 떠나기엔 그에 대한 성현의 증오심과 복수심이 너무도 깊었다.


물론 주윤석을 향한 두려움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죽음의 문턱을 넘어본 성현은 스스로가 조금 변한 것을 느꼈다.


오히려 오늘 윤석과의 시비가 붙은 것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그를 무너뜨리고 싶었다. 철저히 응징하고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윤석 그와 무리들의 인생을 앞으로 서서히 무너뜨리고,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처참히 짓밟고 뭉개뜨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게 이번 생의 유일한 삶의 목표이자 목적이 될 거 같았다.


성현의 마음속과 뇌리 속 깊이 박힌 상처들은 그 누가와도 지울 수가 없었다.


과거의 시간 속에서 성현은 이미 한번 철저하게 고장이 나버렸으니까.



***



성현은 교실로 들어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구석자리를 힐끗 살폈으나 학교에 나오지 않은 듯 윤석의 친구 찬형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도 아마 학교에 나온 날보다 안 나온 날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졸업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였다.


그 때 마침, 종이 치며 담임이 조례를 하기 위해 들어왔다.


그 뒤로는 전학생인 듯한 덩치 큰 남학생이 따라오는데.


성현은 그 남자애를 본 순간 눈을 빛냈다.


“자자. 조용히. 오늘은 전학생이 왔어. 다들 사이좋게 지내고. 인사해야지.”


담임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학생이 성의 없는 대답을 던졌다.


“강지욱이다.”


당황한 담임이 지욱의 어깨를 툭 치며 묻지만.


“더 할 말 없니?”


“네.”


아무것도 관심이 없어 보이는 전학생이었다.


시크한 그의 반응에 한숨을 쉬던 담임이 자리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어디보자... 빈자리가.”


그러다 마침 담임과 성현의 눈이 딱 마주쳤고.


“그래. 저기 성현이 옆으로 가면 되곘다.”


마침 옆자리가 비어있는 성현의 자리로 안내했다.


이윽고 전학생 지욱이 성현의 옆자리로 다가왔다.


“안녕.”


성현이 인사를 건넸지만. 지욱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는 앉을 뿐이었다.


확실히 덩치가 커서 성현은 자리를 침범해오는 녀석의 덩치에 놀랐다.


‘원래 몸이 좋은 건 알았지만 이 정도라니.’


사실 지욱과 짝궁이 된 것은 성현의 계획이었다.


일부러 교실에 늦게 들어와 옆자리가 비어있는 자리에 홀로 앉았다.


남들은 왕따처럼 보일까봐 일부러 친한 척을 하며 맞춰 앉았는데.


성현은 그 반대였다.


지욱이 올 것을 알았고, 그와 짝궁이 되기를 노렸다.


지욱은 과거에 전학을 온 후로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 유일한 학생이기도 했다.


지욱이 워낙 혼자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는 것을 티를 팍팍 내기도 했고.


덩치가 큰 탓인지 아니면 지욱 역시 어마어마한 빽이 있는 건지.


윤석의 무리마저 건드릴 생각조차 안 했다.


하루는 학교에 지욱과 일진들이 시비가 걸렸었고 맞붙었던 적도 있는데.


그들이 다대 일로 졌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그 외에도 다른 학교에 있었을 때 지욱이 조폭들을 거느리고 다녔다는 말과.


사실 지욱의 아버지가 검찰청 관계자라는 등 말들이 많았다.


여하튼 성현은 윤석의 무리가 지욱을 쉬이 건드리지 못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와 짝궁이 되어 붙어있으려는 속셈이었다.


여차하면 윤석의 무리가 시비를 걸어오거나 폭력을 행사하려고 할 때.


지욱에겐 미안하지만 함께 휘말리게끔 할 생각이었다.


일종의 물귀신처럼 쓸 작정인 셈이었다.


회귀 전의 지욱은 남 일에는 원체 관심이 없고 사소한 오지랖조차 부리지 않았다.


성현과 반 아이들이 괴롭힘 당하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그냥 모든 것들을 다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개인주의 성향이 원체 강했고, 그 당시에는 너무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또 생각해보면 굳이 지욱이 나서줘야 할 이유는 없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욱은 반 아이들과 접점조차 없었으니까.


마치 혼자 고립된 섬처럼 벽을 쳐놓고 지냈던 것이 지욱이었다.


그렇기에 성현은 애초에 지욱과 친해지려는 기대조차 품지 않았다.


다만 짝궁으로서 옆에 앉아있는 지욱을 방패막이 삼아 이리저리 피할 생각이니까.


그래도 미리 미안하니까 이름정도는 터놓자는 생각에.


성현은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가방을 책걸상에 걸어놓는 지욱을 향해 다시금 인사를 건넸다.


“난 진성현이야. 잘 부탁해.”


그러나 그런 성현을 한번 쓱 보기만 할 뿐 지욱은 말이 없었고.


‘어휴. 사람말을 대놓고 씹네. 싸가지 없는 놈.’


속으로는 욕을 했지만. 겉으로는 방긋 웃던 성현이.


이윽고 옜다 인심 쓰듯 가방에서 바나나를 꺼내 지욱에게 내밀었다.


“우리 할머니가 간식으로 먹으라고 싸 준건데. 너 먹어라.”


자신에게 왜 이러냐는 표정으로 지욱이 성현을 쳐다봤고.


성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 바나나 안 좋아해서 주는 거야. 별 이유 없어.”


이건 진짜였다.


성현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생계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돈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바나나로 끼니를 때운 적이 많았다.


사실 바나나를 좋아했지만 하도 먹다보니 물리게 되었고.


지금은 그때의 기억이 나서 성현은 별로 먹고 싶진 않았다.


지욱은 바나나를 쓱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가방으로 넣었다.


뭐, 이 정도면 충분한 성의 표시는 했고.


곧 들이닥칠 윤석 패거리와의 다툼에 끌어들일 때.


바나나 값이라고 치며 마음 편히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



담임의 아침 조례 시간이 끝나고.


아니나 다를까 성현의 예상대로.


앞문으로 일진 무리 녀석 중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반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본 뒤 사라졌다.


아마도 성현 자신을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주윤석이 교복에 달린 명찰의 이름을 봤으니 찾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었다.


이때는 아직 이름이 떡하니 적힌 명찰을 달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개인 신상을 존중해주지 않는 시대였단 말이지.’


아마 다음년도인 다현이때부터 목걸이 줄을 매는 학생증으로 바뀌었을 것이었다.


성현이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였다.


“윤성현이 이 반이냐?”


곧 성현의 반으로 윤석을 포함한 낯익은 패거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결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음에 탄복하며 성현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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