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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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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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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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기에게 노리개를 주다

DUMMY

솔개의 재능을 발휘할 때다....... 그의 혀에 넘어가지 않은 여인네는 없다고 했다.


솔개는 주막집 점주(店主)를 통해, 과부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새 신랑이 역병으로 열흘 만에 숨졌고, 죽은 신랑에게서 얻은 아이도 백일 만에 잃은 것을 알아냈다. 솔개는 과부집으로 향한다.


개성상인(송도상인)은 인삼 홍삼을 주로 무역항 벽란도에 대주고 명에서 바늘, 말총, 백삼승(흰무명) 등을 수입한다. 특히 홍삼은 한 해 이 백 근 정도 취급할 수 있으나, 개성관료들의 묵인 하에 그 이상 밀무역이 성행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들의 벌이가 컸다. 상권을 보장받기 위해 개성의 관찰사에게 뇌물을 주고, 그 뇌물은 윤서의 백부 최이척에게 흘러간다. 반정세력의 군자금이다.


주막 안은 개성상인과 명나라 상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막란과 윤서는 겨우 솔개의 도움으로 군불 때는 아궁이 옆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솔개가 상인으로 전국을 떠돌아다닐 때, 와병중인 점주의 노모에게 산삼을 구해 준 인연으로 도움을 받은 것이다.



“우선 이것으로 요기부터 하시지요.”



점주가 국밥을 내왔다. 윤서가 얼른 받으며 인사를 건넨다.



“배고파 창자가 뒤틀릴 지경인데 고맙습니다.”


“이 청년은 얼굴이 곱상하니 고추달린 기집애 같구려.”



윤서의 모습이 남장이라 그녀의 고운 얼굴을 보고 하는 소리다. 막란이 슬며시 윤서를 뒤로 물린다.



“솔개 형님 하고 어찌 아는 사이가 되셨소?”


“주막을 차리고서 첫손님이었네. 돌아가신 어머님에게 산삼도 구해줬지. ”



윤서가 막란을 툭툭치며 빨리 먹으라고 재촉한다. 막란이 숟가락 들기까지 침만 흘린다.



“어서 식기 전에 드쇼.”



점주가 나가자 그때서야 국밥을 먹는 막란. 그제야 윤서도 숟가락을 든다. 부뚜막의 불이 빨갛다.




*




과부의 집.......

솔개가 대문을 두들긴다. 한참 후에 과부가 문을 빼곰히 연다.



“지나가는 과객입니다. 날이 저물어 길이 어두워 그러니 하룻밤 묵어갈 수 있습니까?”


“청상이 된지 오랩니다. 저 혼자 사는 집이니 그리 할 순 없습니다. 다른 집을 알아보시지요.”



문을 닫는데....... 솔개가 과부의 손을 잡고 노리개를 쥐어준다.



“이게 무엇입니까?”


“아기 것입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노리개입니다.”



과부가 노리개를 다시 보더니 털썩 주저앉는다. 오래 전 죽은 아기의 노리개였다. 혼례를 치른 지 열흘도 안 되어 신랑을 잃었다. 그래도 임신이 되었고 태어날 아기를 위해 노리개를 사 두었다. 그러나 태어난 아기는 백일도 못되어 세상을 떠났다. 정신없어 노리개를 잊었는데 솔개가 가져온 것이다.


과부는 노리개를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솔개가 그런 여인의 손을 잡고 같이 슬퍼해 준다.


노리개는 주막집 점주에게서 얻은 것이다. 과부와 점주는 사촌지간이라 서로의 속사정을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주막에 방이 없어 과부에게 안내를 했지만, 아무래도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 그간의 사정을 알려주고, 간직하고 있었던 노리개를 주었던 것이다. 점주는 오래전 노리개를 과부에게서 받았지만, 과부는 아기의 노리개를 기억에서 지웠고, 점주는 돌려주지 못했다.


방으로 안내된 솔개가 느닷없이 과부의 가슴을 만진다.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며 과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이 무슨 해괴한 짓입니까?


“네 이년 니가 아기를 죽인 것이야!”



이 십 년 동안 지켜온 비밀이었다. 그런데 처음 본 남정네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나가세요! 내 집에서 나가!”


“연놈들이 아기를 죽였어. 그러고도 이제껏 잘도 살아왔구나.”



솔개가 더욱 몰아치자 과부가 넋이 나가 주저앉는다.



“이제 아기를 놔줘! 보내줘!”



뜻 모를 솔개의 말에 과부가 노리개를 들고 하염없이 울기 시작한다.



“내가 죽였어........ 내가”



솔개의 눈이 풀린다.



“서방 잡아먹은 년이 아기도 잡아먹었어.”


“날 죽여줘요. 날 데려가요.”



접신을 한 듯 솔개가 아기 목소리를 낸다.



“누가 날 죽였어! 이제 놓으란 말이야! 왜 잡아!”



과부가 두 손을 비비며 솔개에게 용서를 구한다.


과부는 주막집 점주와는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사촌이기에 맺어질 수 없었다. 그의 노모는 이 사실을 알고 강제로 집을 옮겨 개성에 주막을 내었고, 과부는 따라와 근처에 시집을 왔다.


신랑은 과부와 주막집 점주의 사이를 알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부는 의원을 이용해 신랑은 역병으로 인해 죽은 것으로 일을 꾸몄다. 아기는 과부와 점주의 사랑의 결실이었다.


아기가 태어나서부터 이 둘의 애정 행각은 더욱 깊어졌고, 아기의 백일 이틀 전에 아기 옆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다, 노리개를 먹은 아기가 질식해 세상을 뜬 것이다. 그 충격으로 과부는 점주를 멀리하게 되었고, 이제껏 바깥세상과 인연을 끊고 아기를 그리워하며 죄인처럼 산 것이다.



“용서해 줘요. 서방님과 아기를 잡아먹은 나를.......”



가슴에 묻어뒀다. 죽지 못해 살아 왔던 이유는 살아생전 고통 받기 위해서 였다. 하루도 자리에 편하게 누워 본적이 없었다. 밥을 먹을 때도 모래를 섞어 먹었다. 몸을 씻을 때도 잔가시가 나 있는 엉겅퀴로 씻었다. 그래도 먹으면 배불렀고 씻으면 개운했다. 고통으로 혹사시키면 몸은 편안했다.


가슴에 한이 된 사연을 솔개가 풀어내려 한다. 사연을 토해 낼수록 솔개가 가슴을 벌려 놓는다. 아기가 솔개가 되어 가슴에서 나오려 한다. 백일 된 아기가 이 십 년이 지나 그녀 앞에 나타났다.



“어머니 답답하오! 문을 열고 나가고 싶소! 어머니 날 내보내 주소! 어머니가 죽기 전에 날 내보내 주소!”


“아가 미안하다....... 널 죽게 만들고 난 살았구나! 날 죽여 니가 살아라! 네게 준 노리개가 내게 돌아와 비수가 되었구나!”


“날 위해 사준 노리개 이젠 저승으로 가져갈라요! 날 위해 울어주고....... 날 내보내 주고 춤을 추시오! 그리고 죽지 말고 사시오 날 위해 사시오!”


“그래 가거라! 이젠 춤을 출란다! 부디 잘 가거라!”



과부가 춤을 춘다. 양 팔을 휘저으며 집안 구석구석을 찾아 사뿐사뿐 춤을 춘다.


솔개는 신기가 있었다. 특히 여인들을 보면 귀신이 보였고 가슴을 만지면 응어리져 있던 사연들이 보인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희롱이고 수작이다. 그러나 무당은 싫어 상인이 되어 전국을 떠돌아 다녔다. 그러다 어느 양반집 아낙을 상대로 마음을 풀어주려다, 오해한 그 서방한테 아낙은 죽임을 당하고 솔개는 쫓겨 산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




주막.......



“노리개는 아기와 함께 묻어준다고 했어요.”



주막의 점주는 눈물을 흘린다. 이제야 노리개가 주인을 찾아간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 과부에게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했다. 그렇게 이 십 년이 흘렀다.


주막의 점주는 솔개의 사정을 듣고 명나라의 병기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 주었다. 의주를 지나 초산으로 가야 한다.


주막집 점주가 자기 방을 내 줄 테니 자고 가란 것을 윤서가 마다한다. 상인들의 눈에 띄기 쉬워 조심하려는 거다. 윤서 일행이 주막에서 나오는데 자꾸만 상인 한 명이 윤서를 유심히 본다.



“최이현 대감님의 따님이 아니십니까?”



윤서의 계례식(성인식)때 온 장사치였다. 최이척의 그늘에 있는 사람은 모두 참석해야 했다. 개성상인도 왔는데 그 중 한명이다. 그러나 사전에 예고되지 않는 만남은 피해야 한다. 첩자가 숨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을 다니는 상인은 상대방의 패거리에 숨어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



“아녀요. 나 남정네입니다!”



얼굴을 확 돌려 솔개 막란과 말을 타고 도망간다. 윤서의 뒷모습을 보며 상인은 갸우뚱한다.




*




과부의 집.......

솔개 덕분에 윤서는 씻고 상처를 치료했다. 집은 방 두 개 밖에 없었기에 남장을 한 윤서를 방 하나에 막란과 솔개와 함께 몰아넣었다.



“차린 것은 별루 없습니다. 책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과부가 솔개 일행을 위해 정성껏 차린 술상이다. 세상에 나온 과부의 처음 손님상이다. 과부의 촉촉한 눈매가 그걸 말해준다. 윤서가 탁주 한 사발을 얼른 막란에게 권한다.


막란과 윤서에게 과부는 지난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에 감추어 놨던 사연을 털어놓는다. 과부는 지난 날 가슴에 천근이나 되는 돌덩이를 안고 살아왔다. 아기에게 진심으로 빌고 서방한테 용서를 구했다.


솔개는 아기와 서방을 대신해 과부의 가슴을 어루만져 한을 풀어줬다. 솔개는 조선제일의 혀가 아니라 조선제일의 따뜻한 손을 가졌다.



“이 은혜 뼈에 새겨 언젠가 갚겠습니다.”



과부가 솔개에게 몇 번이나 절하고 나간다.



“뭐야 그런 것이었어? 형님이 박수무당이었어?”


“귀신을 보는 것뿐이다.”


“그럼 저도 봐 주세요. 남편 복은 있는지?”


“가슴을 만져봐야 압니다. 그 사람의 심장 있는 곳을요.”



하는데 윤서가 가슴을 내민다.



“미쳤습니까? 아씨! 나도 못 만져본 가슴을.......”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자리에 드시지요.”



윤서가 할 수 없다는 듯 막란이 깔아준 이불에 몸을 숨긴다.


다음날 아침....... 말을 타고 과부의 집을 나선다. 과부가 솔개에게 다시 한 번 정성으로 인사를 한다. 그런데 누가 이들 뒤를 쫒는다. 산채를 떠나오고서 처음이다.


모퉁이를 돌아 숨는다. 막란이 그 놈을 잡는데....... 어제 주막에서 윤서를 아는 채 하던 놈이다. 솔개가 추궁을 한다.



“누구냐 넌!”


“최이척 대감의 은혜를 입고 있는 상인입니다.”



상인은 계례식(성인식) 때 본 윤서를 잊지 않았다. 누가 보아도 한 번 본 사람은 기억할 정도로 윤서의 미모는 빼어났던 것이다. 더 이상 속일 수가 없다. 그런데 그냥 지나쳐도 될 일을 구태여 아는 체 하는지 윤서는 의심이 든다.


“그런데 왜 따라오는 것입니까!”


“도울 일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최이척 대감에게 도움이 돼 드리고 싶습니다.”


“없습니다. 필요하면 백부님을 통해 연락을 드릴 것입니다.”


“실례지만 어디로 가시는 지요? 의주를 지나시는 겁니까?”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사실 의주의 만상과 동래의 내상 때문에 개성에 있는 상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인삼과 홍삼의 출하량도 반으로 줄었구요. 그래서 아씨에게 도움을 드리고 우리의 처지를 대감께 고할 기회를 얻으려는 것뿐입니다.”


“의주에 가면 사정을 살피겠습니다.”


“살피시어 꼭 대감께 말씀을 드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백부님을 만나면 사정을 알리지요.”


“이것은 육 년 근으로 만든 홍삼 중의 최고 등급인 천삼이라 하는 것입니다. 가시는 길에 몸이 허할 때 드시면 이만한 것도 없습니다. 남은 것은 노자에 보태세요. 가져가시지요.”



굳이 싫다는 것을 막란과 솔개의 말에 묶어 싣는다. 언뜻 봐도 백 근이 넘는 양이다. 윤서일행은 말만 들었지 홍삼은 보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했다. 도망치듯 상인은 사라진다.


쫒아가서 되돌려주기에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 그냥 가기로 한다. 그러나 이 천삼이 얼마나 큰 화를 불러올지 이때는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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