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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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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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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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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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꿀물 찾는 임금님

DUMMY

“대감마님....... 우리 죄를 사하고 천민인 우리의 신분을 면천해 준다는 약조는 잊지 않으셨지요?”


“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약조한 것을 말할 때가 아니다. 능양군이 입궐을 해서 보위를 넘겨받아야 일이 마무리가 되는 것이야. 그 전에는 당고개에서 내 명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당고개는 참수장이다. 궁궐과는 오 십리 이상 떨어져 있다. 만약 일이 생겨도 긴급으로 출동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윤서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백부 최이척이 화적들 모두 참수할 것 같다.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막란과 혼례를 했다. 그런데 자신의 행동이 오히려 화적들을 더 위험에 빠트린 것 같다. 가문의 오점을 없애려면 화적들 전부 죽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의 백부 최이척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이 분들은 백악산에서 대기 할 것입니다.”



백악산이라면 궁에서 가깝고 높지는 않으나 산새가 험해 산을 잘 타는 화적들은 관군들을 쉽게 따돌릴 수 있다. 화적들의 퇴로 확보에는 최적인 장소다.


반정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눈치 빠른 윤서에게 패를 보여 좋을 것이 없다. 모든 일이 마무리가 된 후에 화적들을 처리해도 늦지 않다.



“좋을 대로 해라. 내가 약조한 것은 지킬 것이다.”


“저도 능양군과 함께 입궐하겠습니다.”



능양군과 함께 궁궐에 들어가겠다는 뜻은 공을 인정해 달라는 뜻이다. 공신만이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윤서는 화적들 일부를 데려가 인목대비에게 보여 안전을 도모할 생각이다.


화적들에게서 윤서를 떼어놔야 한다. 이미 도성 안에 최이현의 여식이자 최이척의 질녀가 노비출신 화적과 혼례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명예와 신분을 중시 여기는 조선 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가문에 흠결을 남겨서는 안 된다. 기회를 봐서 꼽추를 없애고 윤서를 제 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윤서 너는 인목대비마마를 보필해야 하니 나하고 함께 입궁을 해야 한다.”


“서방님과 함께 다섯이 가겠습니다.”


“왕의 보위를 얻는 자리다. 어느 때보다도 대소신료들의 눈들이 집중될 것이야. 신분의 차이를 논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너만 입궁 하거라.”


“기존의 왕을 폐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임금을 끌어내려면 신분이 낮을수록 좋은 것 아닙니까?”



왕을 노비가 끌어내려 치욕을 주자는 것이다. 지금의 임금은 왕권을 위해 많은 역모를 만들어 냈다. 그것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가족들을 노비로 만들었다. 이젠 역으로 노비가 임금을 끌어내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일리가 있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막란의 신분을 알려, 굳이 가문에 먹칠을 하고 싶지 않다. 최이척은 윤서의 말을 들어주는 척하고 기회를 봐서 막란을 없애고 싶다.



“알았다. 셋을 데려가라.”



윤서도 더 이상 조르지 않는다. 막란을 데려가서 인목대비에게 지아비라 소개하고 인정을 받으면, 아무리 최이척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정적들을 없애는데 공을 세웠으니 양반 신분으로 면천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윤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




능양군의 집.......

정적들을 모두 죽였다는 소식에 평소 최이척과 능양군에게 비협조적이었던 대신들도 앞 다투어 모여 들었다. 일개 참봉 같은 하급 관리도 뇌물을 들고 와 온갖 아첨을 떠는 통해, 능양군의 집은 시장 난전에서 볼 수 있는 광경처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윤서도 막란과 그리고 돈두와 솔개를 데리고 왔다. 화적의 옷은 집어 던지고 벙거지 모자와 무명저고리를 입혀 놓으니 제법 병졸의 모습이 보인다.



“서방님 임금을 잡으려면 강녕전이 아니라 교태전 옆 후궁전으로 가셔야 합니다.”



최근 임금이 후궁 하나에 미쳐 있다는 첩보다.



“잡아서는 어떻게 해요? 콱 죽여 버릴까요?”


“서방님은 참....... 어떻게 죽일 생각부터 하십니까?”


“새 왕을 만든다면서요?”


“그래도 죽여서는 안 됩니다. 이 나라의 왕이었던 사람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반만 죽여 놓을게요.”


“털 끝 하나 건들지 마세요. 우린 그 임금과는 다른 사람들입니다.”



반정이 백성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왕실 가족을 함부로 죽이는 지금의 임금에게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새로운 왕도 얼마가지 못해 백성들의 버림을 받을 것이다. 윤서는 이를 염려해 막란에게 당부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임금은 건들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서방님....... 일이 끝나면 산채 분들하고 도망가세요.”


“왜요? 공을 세우면 우리 걱정 없이 붙어 살 수 있다면서요?”


“같이 사는 건 아직 안됩니다. 제가 준비가 끝나는 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부인과 한시도 떨어지기 싫습니다.”


“철없는 소리 그만 하시고 어서 서방님들과 함께 행동하세요.”



연신 싫다하는 막란을 억지로 관군들 속으로 윤서가 밀어 넣는다. 솔개와 돈두도 막란 옆에 선다.


능양군이 나타난다. 채 삼십이 되지 않았으나 오랜 세월 마음고생을 하며, 숨죽여 때를 기다린 탓에 나이 오십으로 보인다. 그가 앞장을 서고 양쪽에 최이척과 윤서 그리고 능양군의 아버지 정원군이 위치해 있으며, 뒤로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대신들이 앞 다투어 자리를 잡느라 분주하다.


막란을 비롯한 관군들은 서둘러 말을 타고 도성 안으로 진격한다. 궁궐 안은 이미 최이척 사람들로 채워져 있으나, 능양군이 입궐하기 전에 임금을 비롯한 수하들은 정리를 해야 한다. 임금을 끌어내는 것은 막란의 일이다. 이 일이 끝나면 관군들이 막란을 죽일 것이다.




*




궁궐에서.......

삼월 열 이 틀 심야에 막란을 포함한 관군들이 궁궐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사전에 수문장과 경비대를 포섭해 놓아 무혈입성이 가능했다. 궁궐 안은 바람에 흔들리는 편경소리만이 울리며 정적이 감돈다. 관군들이 사방에 흩어진다. 막란도 솔개 돈두와 함께 임금이 잠자리에 든다는 후궁전으로 향한다. 궁궐 몇 번 와 봤다고 윤서가 설명한 곳을 무리 없이 찾아간다.



“폐하 일어 나십시요! 반정입니다.”



김초시 판내시부사가 임금의 잠자리에 뛰어 들어왔다.



“의금부에 연락해 놈들을 잡아들이라고 하세요.”



임금이 아직 덜 깬 목소리로 겨우 말한다. 김부사는 임금만 내리 네 명 째 섬기고 있는 궁궐의 터줏대감이다. 어려서부터 내시로 들어와, 배여 있는 충성심으로 임금의 총애를 받는 내시부 우두머리다.



“어서 피신해야 합니다. 이러다가 옥체가 상하십니다.”



억지로 눈을 떠 김부사의 안색을 보니 사색이 다 되어있다. 그때서야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물을 찾는다.



“물을 가져오세요!”



찻상 위에 있는 것도 따라 마시지 못하는 임금이다. 김부사가 서둘러 물을 따라 임금에게 준다.



“어허 김부사대감....... 이 건 그냥 물이 아닙니까! 꿀물을 가져오세요!”


“폐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갈 때 가더라도 정신을 차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꿀물을 가져오면 내 그때 기동하지요.”



꿀물을 가져오기 전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임금이다.



“얘 여봐라 게 없느냐! 폐하께 꿀물을 올리거라!”



하는데 대답이 없다. 김부사가 사방을 보니 궁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들어올 때에도 내시며 궁녀가 없었던 것 같다. 모두 다 도망간 터였다.



“폐하 야단났습니다. 시녀가 모두 내뺀 모양입니다. 어서 폐하도 피하셔야 합니다.”


“김부사 대감! 꿀물을 먹기 전에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할 수 없다. 김부사가 직접 가져올 수밖에.......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어디 가지 마시고 여기에 계십시오.”


“내 집 놔두고 어디를 가겠습니까. 걱정 마시고 꿀물이나 가져오세요.”



김부사가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밖으로 뛰어나간다. 김부사의 행동이 저렇게 빠른 적이 있었나 하고 임금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데 밖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김부사가 아니더라도 잠을 설칠 뻔 했다. 옆에 누워 있던 후궁도 보이지 않는다.


막란이 솔개 돈두와 함께 방으로 들어온다. 임금은 인기척이 나도 보지도 않고.......



“꿀물을 가져 왔느냐?”



돈두가 임금의 얼굴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이놈! 누구냐! 누군데 함부로 면상을 들이대는 것이야!”


“임금이시유?”


“어허! 누구냐 묻지 않더냐!”


“희끄므리한 것이....... 얼굴에 분 발랐어요?”


“역적이냐? 역적인 게야! 역적 놈이라면 어서 썩 물러가지 못할까!”


“임금이 이렇게 생겼구나....... 얼굴 하얀 거 빼 놓곤 나보다 더 못생겼다. 그지 막란아!”


“형님들 어서 관군들 오기 전에 임금님 모시고 최이척 대감께 가야 돼.”


“뭐라고! 최이척 이놈이 드디어 일을 냈구나!”



얼굴에 땀을 삐질 흘리며 꿀물을 갖고 들어오는 김부사가 막란의 일행을 보고 놀라 자빠진다. 그러나 넘어져도 꿀물은 엎질러지지 않게 필사적으로 붙든다.



“김부사! 이놈들이 최이척이 보낸 역적 놈들이오. 어서 쫒아내세요. 꿀물은 이리 가져오고.”



김부사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덜덜 떨면서 꿀물을 임금에게 준다. 돈두가 칼을 빼든다.



“이놈은 아씨가 살리란 말이 없었으니 죽여 버립시다.”


“막란아 어쪄? 죽여? 말어?”



막란이 가까이 가니 김부사가 임금을 가로 막는다.



“폐하는 건들지 마시게!”


“임금은 죽이지 않습니다.”


“나만 죽으면 된다면 어서 끝내시게.”


“전에 뵌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요?”


“......최이현 대감 여식을 뫼시던 가마꾼이 아니던가?”



인목대비의 교서를 가지러 올 때, 꼽추이고 하찮은 가마꾼이었다. 그런데 막란의 얼굴을 기억한 것이다.



“그때 가마에 무엇이 있었는지 아시지 않았습니까?”



조찬한이 윤서의 가마를 뒤지려 할 때, 김부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첩자가 들키지 않고 대문을 통과 했었다. 막란의 느낌으로 김부사는 눈치를 채고 있었다.



“최이현 대감에게 빚이 있었네. 어릴 때 그 양반의 도움으로 입궐할 수 있었어. 그 빚을 갚은 것뿐이야.”


“.......알겠습니다. 저도 기회를 한 번 드리겠습니다. 임금과 함께 도망가세요.”


“정말인가? 그래도 되겠나?”


“막란아 너 어쩌려구 그래?”


“관군들은 우리가 따돌리겠습니다. 그 틈에 도망가세요.”



막란이 방문을 열고 주위를 살피자 관군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솔개와 돈두가 ‘임금이 저기 있다’하며 관군들을 유인한다. 이 틈에 임금을 업은 김부사가 낮은 담장 쪽으로 다가간다.



“이 일은 잊지 않을 것이네!”


“가시는 데까지 동행 하겠습니다.”


“고맙네.”



먼저 김부사를 담장을 넘게 했다. 임금은 손에 깍지를 끼워 발을 걸치게 해 밖에 던진다. 막란도 담장을 넘는다.


윤서의 말이 생각났다.〈일이 끝나면 산채 분들하고 도망가세요.〉임금을 폐위하고 새 왕이 들어서면 화적들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막란은 화적들의 안전을 위하여 임금을 볼모로 삼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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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아버지를 죽인 아버지 24.08.09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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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도롱이가 비를 맞다 24.08.05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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