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부용지
작품등록일 :
2024.07.25 14:3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3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233
추천수 :
26
글자수 :
347,799

작성
24.07.27 08:45
조회
68
추천
1
글자
10쪽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3)

DUMMY

“강인범. 우선 네 귀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 같으니 폐기하자고.”


아까부터 사람이 말하는데도 자꾸 되묻는 게 거슬렸다.

귀는 두 개나 있는데 입 하나로 하는 말을 왜 못 들어.


보나마나 피해자가 울부짖는 소리도 무시했겠지.


아마 살면서 남의 말 같은 건 듣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까 법이고 도덕이고 모르고 살았던 거 아냐?

진심 어린 충고나 훈계도 모조리 무시했을 게 뻔하고.


그러니까 고막을 뚫어 버렸다.


“아아아아아악! 아아악! 이 미친 새끼야! 뭘 한 거야!”

“거추장스러운 건 떼 버리자고. 쓰지도 않을 고막 뒀다 뭐 해? 이번엔 반대쪽이다. 움직이지 마.”


아, 이런. 강인범이 움직이는 바람에 영 좋지 못한 곳을 찔렀다.


귀를 너무 깊숙이 찔린 강인범이 몸을 기괴하게 뒤튼다.

내가 준 마지막 기회마저 흙바닥에 처박아 버리다니.


분명히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사람이 말하면 좀 듣지 그랬어.


“고막만 파괴한다는 걸 달팽이관이나 전정기관까지 휘저어 버린 모양이네.”


아예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균형 감각이 망가졌을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멀미하는 느낌이 들게 되겠지.


잘 됐네. 평생 ‘구역질이 나오는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살아라.

너희가 피해자의 삶을 망가뜨렸듯이.



나는 품 속에서 장인이 직접 만든 도장을 꺼냈다.

전기 자동차에도 들어가는 18650 배터리에 C타입 충전도 가능.

‘강간범'이라고 적힌 불도장을.


버튼을 누르자 쇠가 급격히 빨갛게 달아오른다.

오. 역시 장인의 솜씨.


“렉스 씨. 목표물 고정해 주세요.”

“예. 대장.”


렉스 형은 꿈틀거리는 강인범의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넣어 쭉 들어올렸다.


도장을 이마에 꾸욱 눌러 찍자 치이이이이이익 고기 굽는 냄새가 났다.

오징어 굽는 냄새 같기도 하고.

단백질 타는 냄새가 비닐 하우스를 가득 채웠다.


강인범은 돼지새끼처럼 소리를 지르다 추욱 늘어졌다.

마빡에는 ‘강간범’이라고 대문짝만하게 낙인이 찍혔다.


오토는 재빨리 달려와 단말기에 지문을 찍었다.


[검거 현황 1/100]


···나약한 새끼.

지금 겪은 고통은 앞으로 네가 겪게 될 고통의 천 분의 일도 안 될 텐데.


우리는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피해자가 겪은 고통만큼만 갚아 준다.


너네는 100명이 1명을 괴롭혔다.

그러니 너희는 10000명에게 괴롭힘을 받아야 마땅하겠지.



···


친구가 이 꼴을 당하고 있는 동안.

문신돼지육수충들은 가만히 서서 육수만 벌벌벌 흘리고 있었다.


보나마나 여태까지는 의리니 우정이니 하면서 가오 뒤지게 잡았겠지.

SNS에 우르르 모여 술처먹는 사진 따위나 올렸을 게 뻔하고.

지방 낀 배때지 드러낸 채 혐오스러운 문신이나 자랑했을 거고.

#진양연합 #좋은사람들과좋은시간 #죽어도평생함께··· 이 지랄 하면서.


그런데 막상 까보니 니들 우정도 패션이었구나.

니들 문신이 패션인 것처럼 말이지.



내가 천천히 일어서서 똑바로 응시하자 문신충들은 눈깔을 이리저리 돌렸다.

도망갈 궁리 하는가 보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고 위에는 삼팔선이 가로막고 있다. 뛰어봤자란 말이야.”


렉스와 오토는 천천히 걸어가 앞뒤 출입구를 가로막았다.

역시 숙련자랑 일하는 건 좋아.


“괜히 도망쳐서 수고비 청구하게 만들지 마. 참고로 돈은 안 받고 장기로만 받는다.”


그렇게까지 머리가 나쁜 놈들은 아닌가 보군.

절망에 빠진 표정을 보니 주제파악도 했나 보다.


그래. 너네 좆된 거야.


하지만 쥐를 너무 궁지에 몰지 말란 말이 있어.

나는 선현들 지혜의 집합체인 속담을 상당히 신봉하지.

그러니까 희망 한 조각 선물해 준다.


나는 손가락을 하나 들었다.

우정 테스트 한 번 해 보려고.


“딱 한 놈만 사지 멀쩡히 데려가준다. 니들이 골라.”


이거 봐. 깡패 새끼들 사이에 우정이나 의리 같은 게 어딨어.

말이 끝나자마자 서로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


무협에는 고독(蠱毒)이라는 개념이 있다.

직역하자면 벌레의 독이라는 뜻.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항아리에 독을 가진 동물을 가득 때려넣고 방치한다.

그러면 최후에 살아남은 놈이 있겠지?


그 녀석이 가진 독은 어마어마할 거다.

가장 강한 놈일 뿐더러 악에 받쳐 살아남았기에 원한과 분노도 상당하겠지.

동물은 보통 지네나 두꺼비 독사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걸 인간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것을 인고(人蠱)라고 한다.


의아하지 않은가?

벌레가 아니라 인간으로 만들었으니까.

인고(人蠱)가 아니라 인독(人毒)이라고 해야 하지 않느냔 말이다.

인고(人蠱)는 인간 벌레라는 뜻인데.


그러나 나는 곧 인고(人蠱)라는 표현이 꽤 정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의리를 부르짖던 문신충들은 곧바로 철천지 원수로 돌변했다.

뒤엉켜 싸우는 지네처럼 서로 얽혀 벌레같이도 싸운다.

맥주병을 깨서 찌르고, 고기 자르던 가위로 베고, 낭심을 걷어차고, 깨물어 뜯고···.


그래. 이러니까 인독이 아니라 인고라고 하는 거다.

버러지같은 모습 그 자체거든.


그야말로 육수와 선지의 향연이 펼쳐졌다.

땀이 흐르고 피가 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후의 승자가 결정됐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넷이나 잡은 셈.

오랑캐는 오랑캐로 제압하고, 육수충은 육수충으로 제압해야 제 맛 아니겠는가.


[검거 현황 5/100]


승리한 육수충이 내게 말했다.


“제가 이겼습니다.”

“축하해. 이거 줄 테니까 친구들 이마에 꾹꾹 눌러 찍어.”


나는 운수 좋은 육수충에게 도장을 건넸다.


“옙!”


망설임도 없이 친구들 이마에 ‘강간범’이라는 글자를 새기는 육수충.

야··· 친구가 아니라 생판 모르는 사이끼리도 그런 짓은 안 하겠어.


육수충은 금세 도장을 새기고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다 했습니다!”

“이제 너도 이리 와서 무릎 꿇어. 이제 너만 찍으면 출발이다.”


“저기··· 죄송하지만 사지 멀쩡히 보내주신다고···.”

“아, 그거? 나는 범죄자랑 한 약속은 안 지켜.”


렉스와 오토가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궁지에 몰린 육수충은 깨진 맥주병을 들고 젖탱이를 출렁이며 돌진해 왔다.

현실에 구현된 초리얼한 바스트 모핑. 역겹네.


“야, 이 개새끼야!”


렉스와 오토는 내게 도움이 필요하냐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유유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겁없이 달려드는 문신 돼지 하나 어쩌지 못할까봐.


송곳을 어디에 대기시킬까···.

명치나 미간처럼 치명적인 부위는 안 된다.

가장 효율적으로 큰 고통을 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바로 땅콩이다.


나는 무릎을 굽히고 팔을 쭉 내밀어 대기했다.

그러자 어리석은 문신충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송곳에 달려든다.

덫인 줄도 모르고 달려드는 멧돼지처럼.


그리고 짜잔. 땅콩 탕후루가 완성됐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아!”


테스토스테론 주머니를 잃은 문신충은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더니 바로 졸도했다.


그러게··· 얌전히 무릎 꿇으라 할 때 꿇지 그랬냐.


렉스가 살며시 손을 들었다.


“이번엔 제가 찍어도 되겠습니까?”

“아, 그럼요. 얼마든지요.”


강인범, 그리고 육수충 다섯.

총 여섯의 이마에 강간범 낙인을 찍었다.


[검거 현황 6/100]


렉스는 순박한 미소를 보이며 내게 도장을 도로 건넸다.


“마수걸이는 잘 했네요. 처음부터 6명이라니 운이 좋으려나 봐요.”

“조금 감정적이었나 싶어 걱정되기는 하는데··· 아무튼 일단 싣죠.”


비닐하우스 벽에 붙어 구경만 하던 시민 중에 하나가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저기··· 이런 놈이 하는 덴 줄 알았으면 안 왔을 거에요. 도와드려도 될까요?”


뭐···굳이 도움은 필요 없는데 싶어서 멀뚱히 보고만 있는데 다른 시민이 말했다.


“저···! 저도요. 저도 돕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저 문신한 새끼들 진짜 악질이었어요. 만날 술마시고 행패 부리고!”

“고생 많으세요. 감사합니다!”

“속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낙원 화이팅!”


···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목표물들을 스타렉스로 옮겼다.


이 일을 하면서 나쁜 놈들만 상대하다 보니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싫어질 때도 있었다.

그 끝없는 악의를 마주하다 보노라면···.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이 괴물같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물론 시민들의 반응은 위선일 수도 있다.

진양시 사건의 가해자는 단순히 100명 뿐이라 보기에는 힘든 사건이니까.


조금 마음이 어두워지려 할 때 현명한 노인의 충고가 떠올랐다.


‘심연을 너무 깊이 들여다보지 마시게나. 마음이 흔들리거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


그래. 복잡한 생각은 버리자.

나는 그저 소장님의 뜻을 따르는 사냥개일 뿐이니까.


소장님이 그러셨다.

세상에는 그래도 착한 사람이 더 많다고.

우리가 나쁜 사람의 비율을 줄여가다 보면···.

언젠가 세상은 살기 좋아질 거라고 말이다.






-영아.

“예. 소장님.”


-쉽고 빠른 길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나 보네.

“죄송합니다. 막상 마주해 보니 판단에 감정이 섞였습니다.”


-괜찮아. 감정은 자연스러운 거니까. 그리고 네 판단은 훌륭했어.

“칭찬받을만한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충격과 공포 작전은 웬만하면 쓰지 말라고 하셨는데.”


-충격과 공포 작전을 쓰기에 이보다 적합한 사건이 있을까? 가해자들은 유령이 언제 자기를 찾아올까 생각하며 두려움에 떨게 될 거야.

“걱정되네요. 목표물들이 꽁꽁 숨으면 정보 팀에서 고생할 텐데.”


-무슨 소릴. 정보 팀에서 전해달래. 네 판단은 정말 천재적이었다고.

“...욕을 한 게 아니고요?”


전화기 너머로 소장님의 웃음소리가 작게 들렸다.


-목표물들이 오히려 모이고 있대. 너를 잡겠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7 1 11쪽
35 전세 사기 사건(8) 24.08.19 21 0 12쪽
34 전세 사기 사건(7) 24.08.18 19 0 11쪽
33 전세 사기 사건(6) 24.08.17 21 0 11쪽
32 전세 사기 사건(5) 24.08.16 21 0 11쪽
31 전세 사기 사건(4) 24.08.15 22 0 12쪽
30 전세 사기 사건(3) 24.08.14 28 0 12쪽
29 전세 사기 사건(2) 24.08.13 27 0 11쪽
28 전세 사기 사건(1) 24.08.12 29 0 10쪽
27 사적인 복수는 금지. 24.08.11 29 1 10쪽
26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끝. 낙원의 충격적인 근무 실태. 24.08.10 32 1 11쪽
25 정의의 철퇴가 낙원을 덮친다. 24.08.09 30 0 11쪽
24 학교폭력 처단 임무(8) 24.08.08 31 0 15쪽
23 학교폭력 처단 임무(7) 24.08.07 30 0 12쪽
22 학교폭력 처단 임무(6) 24.08.06 28 0 12쪽
21 학교폭력 처단 임무(5) 24.08.05 32 0 11쪽
20 학교폭력 처단 임무(4) 24.08.04 39 0 11쪽
19 학교폭력 처단 임무(3) 24.08.03 42 1 11쪽
18 학교폭력 처단 임무(2) 24.08.02 34 0 11쪽
17 학교폭력 처단 임무(1) 24.08.01 45 0 11쪽
16 개 패버리고 싶은 코치. 24.07.31 40 0 11쪽
15 유령도 소장 앞에서는 착한 개가 된다. +2 24.07.31 53 1 11쪽
14 비보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24.07.31 48 0 11쪽
13 옳은 말이 항상 좋은 말은 아니다. 24.07.30 50 0 11쪽
12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9) 24.07.30 63 2 11쪽
11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8) 24.07.29 52 1 11쪽
10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7) 24.07.29 59 1 10쪽
9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6) 24.07.28 58 1 11쪽
8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5) 24.07.28 65 1 10쪽
7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4) 24.07.27 61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