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당한 헌터는 국가권력급으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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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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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퇴사

DUMMY

06. 퇴사



형과 형수가 다시금 존경스럽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조카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진 것을 몸소 체감했다.


7살, 5살의 체력은 일반인이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애들을 상대하는 건 던전의 몬스터 보다 어려운 일이란 것을 실감하던 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밥 먹자.”


어머니가 주방에서 상을 다 차린 뒤에 점심을 먹자고 부른 것이었다.


둘을 번쩍 들고 넓은 식탁까지 에스코트를 해준다.


한 명은 유아용 의자에 한 명은 일반 의자에 앉힌 뒤,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오랜만에 집 밥이라 좀 설렜다.


고기 반찬, 그런 걸 기대한 건 아니었으나 메인 요리는 갈비 찜.


달콤한 양념장에 저도 모르게 침을 흘린다.


사이드 요리도 준 메인 급의 달하는 음식


조기 구이, 고추 잡채, 양념게장 등 진수성찬이다.


성도현은 조카들 앞이라 작은 아버지로서 체통 지켜야 했다.


주르륵.


형과 동생은 침을 흘리며 갈비 찜에 시선을 두었다.



“··· 너 온다고 해서 네 엄마 고생 좀 했다.”


아버지가 넌지시 말했다.


“감사합니다.”


어쩐지 평소보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았다.


어머니가 해준 요리는 다 맛있지만.


“우리 와이프도 너 온다고 고생했어.”


형도 한마디 말을 얹으며 형수에게 가산점을 딴다.


실제로 양념게장, 조기 구이는 형수님이 한 것이라 했다.


나는 대각선 형 옆에 앉아있는 형수에게도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하다고 전했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별 말씀을요.”


그렇게 식사가 시작되고,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들의 주된 대화는 아버지 어머니의 건강, 조카들의 성장 일기, 여동생의 학업 등 주제가 많았다.


전세계 어느 가정에나 흔히 있을 법한 평범한 이야기.


내가 저 평화를 깨트려야 한다는 것에 조금 긴장이 됐다.


길드에서 나갔다는 말을 가족들에게 알려야 했다. 지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말을 꺼내긴 그랬다.


‘각성했다는 사실을 말한다면 금방 진압이 될까?’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에 얽힐 때 쯤.


“할 말 있으면 말해.”


어머니가 툭 말했다.


마치 단단한 댐에 구멍을 뚫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도 뭐 일 없어?”

“오빠가 다니는 신성 길드 대형 길드로 된다는 거 사실이야? 혹시 S급 헌터님 사인좀 받을 수 있어?”


형과 동생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가족의 목소리를 들으니 긴장이 풀렸다.


“저 할 말 있어요.”


어느 정도 밥을 다 먹은 느낌이라 지금 꺼냈다.


지금이 아니면 좀 나중에 말해야 될 것 같아서.


모두가 성도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다니고 있는 길드 퇴사 했습니다.”


사실 쫒겨 난 거지만, 가족들 앞이라서 나갔다고 표현했다.


부모님이 실망할 거라 생각했는데, 누구보다 놀라시지 않으셨다.


형과 형수, 동생은 평소보다 약간 눈을 크게 떴지만, 그리 당혹스런 표정은 아니었다.


“퇴사가 뭐야?”


조금 무거운 분위기던 찰나, 가장 어린 성바람이 물어보며 집안의 분위기를 혼자 지탱하였다.


“나가는 거야.”


조카의 질문에 답 한 뒤, 모두들 날 보며 한마디씩 격려해주었다.


“잘 됐다. 던전 그거, 네 엄마가 위험하다고 걱정했는데,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되겠네.”

“그래, 다른 일 충분히 많지.”

“아직 만 29세니까. 걱정하지마.”

“도련님이라면,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거예요.”

“거기 신성 길드 S급 헌터들 인성 안 좋다며? 그런 곳에 잘 나왔어!”

“삼촌. 힘내!”


아버지, 어머니, 형, 형수, 여동생과 두 조카까지 날 응원하는 그 한마디의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괜한 걱정을 했구나.‘


재각성을 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 말할 타이밍을 놓칠 만큼 감격이었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길드를 나갔든 각성을 했든 가족들한테는 중요치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으어어어.”


긴 탄식을 내뱉으며 잠에서 깬 김예원.


눈을 떴더니. 너무나도 익숙한 자신의 방이었다.


탁.


언니 김수영이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물 한컵 책상에 가져다둔다.


“이거 마셔.”

“고마워 언니.”


그냥 물이 아니라, 꿀물 이라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마워.”

“엄마가 타준 거야.”


꿀물을 마시니 깨질 것 같은 두통이 점점 사그라 들었다.


웬만해선 숙취에 시달리지 않는데, 그만큼 어제 술을 많이 마셨다는 것을 의미했다.


김예원은 어제 일을 떠올렸다간 머리가 지끈 거려 옆에 언니에게 물었다.


“나 어떻게 들어온 거야?”


김수영의 표정이 뭔가 이상하다.


저 얼굴은 어릴 적 자신이 어머니의 그릇을 깬 것을 본 그때의 표정.


일주일 동안 언니 말을 잘 들어야 했다.


일주일 뒤에 금방 들켜 언니와 같이 혼났지만.


“나 술먹고 큰 실수라도 한거야?”


술에 원체 취하지 않는 그녀라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몰랐다.


특히 어제는 성도현과 같이 있지 않았던가?


“글세? 흐으음.”


김수영은 약간 약올리는 듯이 얄밉게 말했다.


“언니!!”


김예원이 소리치니 수영은 피식 웃으며 어제 있었던 일을 말했다.


그녀는 죄 없는 이불을 퍽퍽 차면서 배개를 끌어 앉고는 엎드렸다.


“하-”


안 그래도 어제 일로 힘들었을 그였는데.


김예원은 그가 얼마나 신성 길드를 생각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를 위로할 겸 같이 마셨지만, 되려 술주정으로 추태를 부리고 만 것이다.


배개로 덮인 얼굴이 화끈했다.


“그나저나 둘이 무슨 사이?”


언니 수영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버렸다.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신경 끄셔.”

“그런 것 치곤 완전 그 사람한테 달라붙던걸? 엄마는 그때 두 눈을 가릴-”


수영의 말을 끊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저, 정말?”

“방금 그건 장난.”


오늘 따라 언니가 싫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일이 생각나 언니를 방 밖으로 쫓아냈다.


김예원은 어제 일을 어렴풋이 더 올리며 애꿎은 침대를 퍽-퍽 먼지를 털었다.


어제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너무나 부끄러웠다.


이성 친구 있냐고 물어보고, 표정 관리도 못하고, 억지로 술 먹이게 하고, 심지어 자신의 집까지 데려가기까지 했다.


술주정으로 참 많은 짓을 저질렀다.


원래 그녀는 술주정이 없었지만 단지 그가 떠난다는 것에 좀 많이 취기가 올라온 탓이었다.


“후우아아-”


바람 빠진 풍선처럼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김예원은 휴대전화를 키며 그의 번호를 찾았다.


“어떻게 하지?”


우선 어제 일에 대해서 사과는 해야지.


그러나 막상 그의 앞에서 어제 자기가 했던 추태를 사과하려고 기억을 꺼낼 수록 부끄러운 기억 때문에 다시 한번 베개에 얼굴을 묻혔다.


전화로 전하는 것이 부끄러워 결국 문자로 보냈다.


[예원: 안녕하···. 어제 잘 들어···. 죄송합니···.]


문자를 지웠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하며 그에게 보낼 사죄의 문자를 열심히 고민했다.



*




서울 한강 공원.


오랜만에 집 밥을 먹은 도현은 밥값을 톡톡히 하기 위해 조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주변을 거닐었다.


형과 형수 대신 도현이 오늘 하루 동안 조카를 맡도록 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집에 있었고, 형과 형수는 둘 이서 데이트를 하러 나갔다.


여동생은 곧 수능 준비 중인 지라 학업에 매진해야 된다고 거절했다.


“삼초온~”

“저거, 저거 사줘요!”


하늘과 바람은 폴짝 점프하며 도현의 양팔을 잡아당겼다.


근처에 츄러스와 델리만쥬를 파는 가게를 가리켰다.


“츄러스!”

“델리만두!”


하늘은 일곱 살이라 발음이 정확했는데, 바람은 아직 다섯 살이라 그런지 발음이 살짝 틀리게 말하더라.


“두 개 다 사면 되지.”


솔로몬 같은 도현의 지혜에 두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환호를 질렀다.


“와아아아!!”


간식거리를 산 성도현은 두 조카를 번쩍 들고 자신의 양 어깨에 앉혔다.


조카들에게는 성도현의 어깨가 특등성이었다.


형 성인성도 해줄 수 있지만, 도현만큼 오래 유지하진 못했다.


“삼촌 최고!”


저 아이들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


하늘과 바람이 도현의 입속에 연료를 넣듯 힘을 내라고 간식을 넣어주었다.


우물우물.


“우와아···.”


둘다 자기 것부터 먹으라고 해서 그냥 한꺼번에 먹은 것 뿐인데. 감탄을 하며 도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다.


이 다음에 이것보다 더 대단한 것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조금 걷다가 벤치에 앉아 조카들이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디딩.


그때 도현의 휴대폰 알람 소리가 났다. 누가 보낸건지 확인했다.


[김예원: 성도현 팀장님. 어제 정말 죄송했습니다 ㅠ.ㅠ] (오후 12시 30분)

[김예원: 잘 들어가셨죠?] (오후 12시 31분)

[김예원: ㅠㅠ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김예원: 이모티콘.] (오후 3시 14분)


토끼가 오열 하며 눈물을 흘리며 무릎 꿇고 빌고 있는 이모티콘.


성도현은 그녀의 문자를 읽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는 정말 괜찮은데.’


그녀는 도현의 답장이 없자, 초조해 하며 지금 다시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점심에는 휴대폰을 볼 겨를이 없어 문자가 온 줄도 몰랐다.


[나: 어제 재밌었어요.] (오후 3시 16분)


어제 예원과 지낸 시간이 근 몇 년간 가장 재밌는 회식이었다.


언제 다시 한번 마시고 싶지만, 이상한 오해를 할까 봐 먼저 말을 못 꺼내겠다.


성도현은 휴대폰을 집어 넣고 다시 조카들에게 집중했다.


하늘과 바람은 다른 아이들과 아울러 공원 놀이터를 뛰어다녔다.


별일이야 있겠냐만은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딸 바보, 아들 바보처럼 도현은 조카 바보였다.


사실 요즘 잘 보러가지 않아 자신의 얼굴 다 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간 해온 조공이 있어 잊어먹진 않더라.


“애 혼자 키우느라 고생 많으시네요. 안녕하세요.”


조카들과 함께 어울리는 애들의 부모가 도현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젊어 보이는데, 동생 아니야?”

“맞아. 아직 결혼하기 이른 것 같은데.”


빈말이라도 젊다고 칭찬하니 기분은 좋았다.


“제 조카들입니다.”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몰려왔다.


“어머? 어쩐지 애 아빠 치곤 젊더라!”

“하하.”


조카들과 놀아주면서 이런 상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좀 머슥해서 의미 없는 웃음을 냈다.


“조카들하고 잘 놀아주고···.”


어느새 어머니들의 대화에 자기도 모르게 끼어 있었다.


그냥 가만히 ’하하.‘ ‘네.’ ‘힘들겠네요.’ 같은 단순한 말투를 했을 뿐인데 말이다.


뭔가 애들을 키운다는 그 공감 하나로 이렇게 똘똘 뭉치는 것 같다.


그들 사이에 적응하는 것이 살짝 피곤했지만.


귀는 어머니들 말에 경청하고 눈은 조카를 주시했다.


그때였다.


흠칫.


도현은 뭔지 모르는 섬뜩한 감각을 느끼곤 자리에서 일어서 주변을 두리 번 댔다.


주변은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며 떠들고, 커플들이 속삭이며, 자전거가 바람을 가르고 지나가는 등 여러 소리가 합치며 평화로운 화음을 낸다.


하지만 그 여러 소리 중에 조화가 되지 않는 불협화음이 미세하게 성도현의 귀에 들린 것이었다.


도현도 처음부터 알지 않았고 뭔가 느낌이 쎄했다.


각성자의 감은 동물의 감보다 정확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 강아지가 안절부절 거린 영상을 한번 쯤 보았을 것이다.


성도현도 영상에 나온 개와 마찬가지고 뭔가 알 수 없는 불안한 감이 엄습해왔다.


“왜 그래요?”


성도현이 일어서자 어머니들이 고개를 갸웃 하며 물었다.


“저···.”


성도현은 뭐라 설명해야 될지 말이 잘 안 나왔다.


위험해 질 것 같으니까 이곳을 어서 나가라고 한다면 듣기나 할까?


지금 눈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되려 자신을 이상한 취급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해맑게 웃는 아이들이 다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이상한 취급 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을 내렸다.


“지금 당장 도-”


말을 전부 끝 마치기도 전.


공원 놀이터 높은 곳에서 게이트가 열린 탓에 그의 목소리가 군중들의 비명에 묻혀버렸다.


[던전이 생성 되었습니다.]


빨리도 말한다.


성도현의 육감이 뛰어난 탓에 한치 앞에 미래를 흐릿하게 엿보아 육신이 먼저 반응한 것이었다.


...제길! 이미 늦어버렸다.


던전 게이트에 나온 몬스터를 향해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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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집값 +9 24.09.16 7,931 167 15쪽
29 29. 인연 (2) +11 24.09.15 8,672 178 13쪽
28 28. 인연 (1) +11 24.09.14 9,443 173 14쪽
27 27. 차단 +11 24.09.13 9,778 182 12쪽
26 26. 미행 (2) +9 24.09.12 10,195 173 12쪽
25 25. 미행 +6 24.09.11 10,817 187 14쪽
24 24. 계약 (4) +11 24.09.10 11,228 188 12쪽
23 23. 계약 (3) +7 24.09.09 11,461 206 13쪽
22 22. 계약 (2) +9 24.09.08 11,780 204 12쪽
21 21. 계약 (1) +12 24.09.07 12,124 201 12쪽
20 20. 칭찬 (3) +11 24.09.06 12,135 193 13쪽
19 19. 칭찬 (2) +9 24.09.05 12,623 193 12쪽
18 18. 칭찬 (1) +13 24.09.04 13,136 200 13쪽
17 17. 설마 +9 24.09.03 13,531 196 12쪽
16 16. 봉사 (2) +5 24.09.02 13,588 202 12쪽
15 15. 봉사 (1) +8 24.09.01 14,122 199 12쪽
14 14. 바람 +20 24.08.31 15,152 219 12쪽
13 13. 불화 +8 24.08.30 15,802 239 13쪽
12 12. 회복 +15 24.08.29 16,413 229 12쪽
11 11. 인질 (2) +20 24.08.28 16,749 239 13쪽
10 10. 인질 (1) +9 24.08.27 17,038 267 14쪽
9 09. 살길 +8 24.08.26 17,397 268 13쪽
8 08. 스킬 +15 24.08.25 18,644 275 12쪽
7 07. 공원 +16 24.08.25 18,969 295 13쪽
» 06. 퇴사 +13 24.08.24 19,420 302 12쪽
5 05. 백수 +16 24.08.23 19,800 310 12쪽
4 04. 제안 (2) +15 24.08.22 20,581 30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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