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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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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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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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작된 여행 (1)

DUMMY

이제는 죽어버린 스튜어트 남작의 별장.

율리안과 로레인은 별장을 제 집인 양 쓰고 있었다.


“율리~ 율리~”


로레인이 교태 부리는 고양이처럼 율리안을 불렀다.


“잠깐만.”


“율리~ 뭐해~ 놀자~”


“잠깐만.”


“유울리~~~”


“잠깐만. 생각할 게 있어.”


“생각은 나중에. 지금은 몸이 원하는 대로!”


로레인의 손이 뱀처럼 움직여 율리안의 앞섶을 파고들었다.


“꺅!”


율리안이 로레인을 침대에 냅다 던져버렸다.

레인은 마음먹었다.

이번에야말로 저 어린 녀석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하지만 율리안은 그런 로레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의자로 돌아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우선 내 몸부터 천천히 알아가자.’


율리안이 상의를 탈의해 거울 앞에 섰다.


“어머!!”


로레인이 눈을 빛냈다.


‘단련한 몸이 아니야.’


랜턴 안에서 질리도록 다리우스의 몸을 봤다.

다리우스의 몸이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방벽이라면 율리안의 몸은 산에 박혀있는 바위 정도였다.


“로레인. 네가 보기엔 어때?”


“맛있게 생겼어.”


“아니. 그런 쪽 말고.”


“그런 쪽이 뭔데?”


“이게 단련된 몸 같아?”


“단련은 앞으로 열심히 하면 되지~”


로레인의 시선이 배꼽 아래를 향했고

율리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벗지 마.”


로레인이 이불 속에서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렸다.


“피. 그럼 넌 왜 벗었냐!”


“입어 빨리.”


“알았어!”


로레인이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근데 검술은 어디서 배웠어? 예사 검술이 아니던데.”


“있어. 검에 미친 놈.”


“신기해. 단련한 몸이 아닌데 검술은 한 100년은 수련한 움직이었단 말이지.”


로레인이 정확히 봤다.

랜턴에 있는 긴 시간.

율리안은 틈틈이 다리우스에게 검술에 대해 물었고

그때마다 다리우스는 틈틈이 그에게 검술을 지도했다.


“네 말이. 100년이나 수련한 검술인데 운동도 하지 않은 몸이 받쳐준단 말이지.”


“안 멀쩡해 보이는데? 이제 나 보고 서지도 않잖아.”


“쫌!”


[룬디아. 우리 세계에는 근수저라는 게 있었거든?]


[그게 뭔데?]


[운동하지 않아도 근육이 발달 된 사람. 아무래도 나 근수저인거 같아.]


[그럴지도.]


[뭐야? 내가 근육 돼지라는 거야?!]


율리안이 나타샤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이게 나타샤가 말한 근수저인가?’


율리안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그런갑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율리. 율리는 언제부터 네크로맨서가 된 거야? 스승은 누구고?”


“음.... 그건 좀 복잡한데.”


“복잡할 게 뭐 있어? 나 네크로맨서에 대해 잘 알아. 한 명의 네크로맨서는 한 명의 제자만 둘 수 있다! 그리고 네크로맨서는 마나가 아닌 주력을 쓴다!”


로레인이 나 어떠냐는 표정으로 율리안을 바라봤고 율리안은 그런 로레인이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네 말이 맞아. 마나가 없는 몸이라 네크로맨서가 된 거고 황자다 보니 지금은 정체를 숨기고 있지.”


“아. 그것도 그렇겠네. 황자한테 주술을 알려줬다는 게 알려지면 제국이 이 잡듯 잡아내서 네 스승을 불태우니까”


로레인이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율리. 너는 기물 없어? 네크로맨서들은 각자 고유의 기물이 있잖아.”


“이번 전쟁에서 박살 났어.”


“어떡해!!!”


로레인이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물은 차차 구해봐야지.”


“기물이 무슨 기사들이 쓰는 검이야? 구해달라 구하면 구해주게?”


“그래도 구해봐야지. 기물 없으면 네크로맨서는 제힘을 온전히 내지 못하거든.”


“이쪽은 온전히 힘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로레인의 손이 어느새 바지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 로레인을 둘러업는 율리안.


“가자.”


“좋아! 가자! 침대로!”


“아니. 침대론 안 가.”


“그럼 어디로 가?”


율리안은 생각했다.

주술은 너무 눈에 띈다.

지금은 힘을 키울 시기이지 드러낼 시기가 아니었다.


“단련장으로.”


***


수용소가 함락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여파로 한 가지 현상이 생겨났다.

자토스 인들에 대한 탄압이 줄었다.

폭도들에 의해 스튜어트 가문의 대가 끊겼으니 다른 변절자들도 몸을 사리는 모양새.


“아! 3 황자님! 방이요? 아! 물론 내드려야죠! 얘들아! 이분이 바로 듀발론의 3 황자님이다! 모시는 데 티끌의 불편함도 없이 보필해라!”


그런 상황에서 나의 존재는 그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요 방벽이었다. ‘감히 황자가 있는 곳을 습격하겠어?’라는 생각이 강한 모양. 물론 내가 집을 옮긴 이유는 따로 있지만.


“로레인. 설거지는?”


“응? 로레인 12살. 설거지 몰라.”


그녀는 살림을 할 줄 몰랐다.


“저 황자님?”


“아 미안. 잠깐 다른 생각 하느라. 이름이 뭐라고?”


“돈도롱입니다. 돈도롱 무라비차.”


“좆같은 이름이네?”


“아 그렇죠? 참 좆같긴 합니다. 하하하하!”


“웃어? 부모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인데 웃어?”


“룬디! 못 댔어! 근데 좆같긴 해.”


아이작, 스튜어트, 무라비차까지.

나는 이 가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검성의 날개를 꺾고 자토스 이물질 청소 계획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한 가문이었다. 지금은 서로 간의 관계가 바뀌었으니 최대한 이용할 만큼 이용할 계획.


“됐다. 얼굴은 무슨 망치로 찌그러진 돼지처럼 생겼네. 나가봐.”


“예! 편히 드십시오! 저는 먼저 물러나겠습니다!”


돈도롱이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서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그려졌다.

궁금했다.

만약 그들의 선조가 살아있었다면

이 속없는 후손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으이구~ 못 됐어! 나쁜 남자가 돼야지 못된 남자가 되면 어떡해?”


“저 새끼는 그래도 돼. 아! 민들레차!”


“예 부르셨습니까? 저하 그리고 민들레차가 아니라 무라비차입니다.”


언제 굳었냐는 듯 얼굴을 활짝 피고 돌아보는 돈도롱.


“민들레차는 자식 있나?”


내 질문에 녀석의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딸이구나.”


“그... 그것이.”


“몇 살이야?”


내가 자기 딸을 겁탈이라도 할 줄 알았나?

복잡미묘하던 녀석의 표정에 식은땀이 더해졌다.


“저.... 저하... 그것이...”


“혼기까지 꽉 찼어?”


사색이 되는 돈도롱.


“율리! 장난 그만해!”


로레인이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아 자신에게 돌렸다.


“질투해?”


“당연하지!”


너무나 솔직한 반응.

난 이래서 로레인이 좋다.


“알았어. 네 딸은 안 건드릴 테니 그런 표정 짓지 마.”


“감사합니다.”


“안심한다? 내가 어때서?”


“히익!”


“율리!”


“알았어. 알았어. 여기 연무장 있나?”


내 질문에 반응이 엇갈렸다.

민들레차는 안심했고

로레인의 얼굴이 굳었다.


“운동은 꾸준히 해야지?”


***


사방이 뜨겁다.


“율리. 더는 무리야.”


머리를 묶은 그녀의 목덜미로 땀이 흥건하게 흘렀다.


“후욱. 후욱. 후욱.”


율리안의 거친 호흡소리.

그리고


“아악!”


최후의 최후까지 힘을 쏟은 로레인이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


“희한하네.”


거친 신음 소리를 내며 바닥에 누운 로레인과 달리 율리안은 아직도 여력이 남아 보였다.


‘진짜 나타샤가 말한 근수전가?’


율리안은 자신의 계획대로 몸을 만드는 데 열중했다.

먹고 운동하고 먹고 운동하고 쉬고 자고.

율리안의 몸은 빠르게 성장했다.

돈도롱은 물론이거니와 왕궁에서 얼굴을 마주쳤던 귀족들이 그에게 보약이며 의복이며 음식까지. 아낌없이 지원했기 때문.


“율리 진짜 계속 운동만 할 거야?”


“땀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운동해야지. 그래야 몸매도 탄력적으로 변하고.”


“지금도 탄력적이고 탱탱하거든.”


로레인이 보란 듯 자신의 힙라인을 드러냈다.

율리안은 알 수 있었다.

로레인은 지금 억지로 자신에게 맞춰주고 있었다.

감옥 밑에서 나태하게만 살던 그녀에게 성실한 삶은 고문과도 같았을 테니까.

그럼에도 그녀는 율리안의 장단에 맞춰졌고

율리안은 그런 로레인이 고마웠다.


“오늘 저녁 먹고 쇼핑 갈까?”


로레인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진짜?”


로레인은 언제 쓰러졌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일어나 율리안에게 안겼다.


“오빠. 돈 많아?”


“응. 오빠 황자야.”


“지금 돈 없잖아.”


“쟤는 있겠지.”


율리안이 통유리로 된 돈도롱의 집무실을 바라봤다.

율리안과 돈도롱의 눈이 마주쳤다.


씨익.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율리안은 눈까지 웃었고

돈도롱은 눈까지 웃진 못했다.


***


“흠~ 흠~ 흠~ 흠~”


로레인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간만에 하는 외출이 그렇게 좋았을까?

예쁜 얼굴에 화장까지 하며 더욱 힘을 줬다.

사람들 모두가 지나가는 로레인의 얼굴에 넋이 나갔다.


“엘프다.”


“엘프를 보다니. 오늘 하루는 행운이 오겠구먼.”


대륙에서 엘프를 보는 것도 극히 드문 일이었다.

인간들이 엘프를 막아서가 아니다.

엘프들이 스스로 인간들을 등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엘프는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이었고

사람들은 동화 속 요정을 좋아하며 선망했다.


“어?”


이때 내 시선을 잡아끄는 노점상 하나가 보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파는 노점상.

그중에서도 로레인은 특히 설탕이 듬뿍 묻어있는 딸기 꼬치를 좋아했다.


“맛있어~”


로레인이 딸기를 할짝거렸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12살 로레인이었다.


“다음은 저기!”


로레인은 들떠 있었다.

시간은 흘러가기에 소중하다.

그렇기에 누릴 수 있을 때 최대한 누려야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고

맛있는 걸 먹고

예쁜 옷을 사고


그렇게 시간을 누리다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구름과 하늘이 붉어졌다.

퍽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아~ 오늘 너무 좋았다! 율리도 좋았어?”


“그럼. 이런 미녀랑 데이트했는데. 어떤 남자가 싫어해~”


“말이나 못 하면!”


우리는 해가 지고도

예쁜 것을 보고

예쁜 것을 느끼며

예쁜 시간을 보냈다.


“좋네.”


밤에는 또 밤하늘만의 운치가 있었다.


끼익.


그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같이 안 자요.”


“그런 거 아니야.”


로레인의 진중한 목소리에 내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야.”


“여기 앉아봐.”


갑자기 그녀가 진중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뭐지?

나 잘못한 거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응?”


“요 며칠 가만히 지켜봤어. 넌 소문과 달라. 너무 견실해. 그리고 견실한 남자는 대부분 목표가 있거든.”


“갑자기 무슨 소리야?”


“수용소를 뒤집고 죄수들을 탈옥시키고 나를 데려온 것까지. 이게 다 우발적으로 벌인 일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해.”


물론 목표는 있었다.

안전한 땅에서 안전하게 살게 하는 것.

로레인도 나타샤도 그리고 나도.

단순한 목표이지만 너무나도 어려운 목표.


“말해줘. 앞으로 계속 함께 하기로 약속했잖아.”


로레인이 당당히 요구했다.

그녀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고

나도 솔직하고 제대로 대답하는 게 그녀에 대한 예의였다.


“안전한 땅을 만들고 싶어.”


“안전한 땅?”


“네크로맨서라고 차별받지 않고, 벰파이어라고 차별받지 않고, 자토스 인이라고 차별받지 않는 안전한 땅.”


“나라를 세우겠다는 거야?”


“그렇게 거창한 생각까진 안 해봤어. 그저 네크로맨서도 벰파이어도 몰락한 자토스인도 살기 좋은 땅. 그게 나라가 아니어도 좋아. 듀발론 제국의 자치령이라면 그곳이어도 좋고.”


나는 로레인의 표정을 살폈다.

나는 그녀가 내 목표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지 않길 바랐으니까.


“너무 좋은데!”


나는 그녀의 눈을 지그시 응시했다.

눈 너머 깊은 영혼.

그녀의 영혼은 평온했다.


“그럼 로레인의 목표는 뭐야?”


“나는 목표라기보다 꿈이 있어.”


“무슨 꿈?”


로레인이 얼굴을 붉히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손가락 건 남자랑 행복하게 사는 거.”


“아.”


갑자기 말문이 턱 막혔다.

이럴 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녀의 붉은 눈이 연신 깜빡였다.

뭐라도 말해보라는 눈치.

갑자기 찾아온 위기.

그때 때마침 나를 구원해 줄 손님이 찾아왔다.


“로레인. 무기 챙겨.”


“이미 챙겼어.”


로레인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습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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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버려진 땅 (1) 24.08.24 12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3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3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4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5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1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9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20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7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7 0 12쪽
26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6 0 12쪽
25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6 0 12쪽
24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19 0 12쪽
23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7 0 12쪽
22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20 0 12쪽
21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8 0 12쪽
20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8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1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20 0 12쪽
17 습격 (4) 24.08.10 21 0 12쪽
16 낚시 (3) 24.08.09 21 0 12쪽
15 낚시 (2) 24.08.08 23 0 12쪽
14 낚시 (1) 24.08.07 25 0 12쪽
13 시작된 여행 (4) 24.08.06 26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7 0 13쪽
11 시작된 여행 (2) 24.08.04 27 0 12쪽
» 시작된 여행 (1) 24.08.04 36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5 1 13쪽
8 로레인 블라디미르 (4) 24.08.03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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