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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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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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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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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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과 죄수의 만남 (2)

DUMMY

율리안은 하나는 확신했다.

눈앞에 이놈은 율리안의 형제 중 하나다.

그야 모습이 너무 닮았으니까.

묘한 차이점이 있다면

그에겐 묘한 퇴폐미가 느껴졌다.


“.......”


“.......”


숨 막히는 눈 맞춤.

그렇게 두 형제는 말없이

서로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황궁에 야수가 살고 있구나.’


율리안이 느낀 그의 첫인상이었다.

질 좋은 비단옷을 입었으나 앞섶을 풀어 헤쳤고

번듯하게 서있으나 기세가 사나웠다.


“토마스 저하. 여기까지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토마스? 이 녀석이 1황자구나.’


“내가 묻고 싶구나. 아드리안. 동생이 황궁에 들어왔으면 형에게 인사를 오는 게 당연한 일인데 여기서 너와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으니.”


“이제 막 짐을 풀었습니다. 장시간 이동하다 보니 피곤했겠죠.”


아드리안은 율리안을 대신해 그를 변호했다.


“그렇다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나? 율리안?”


토마스가 입술을 비틀었다.

그 의미가 명확했다.


‘아직도 여자 치마폭에 숨어 당당하지 못하구나.’


하지만 토마스가 아직 알지 못한 사실이 있다.

그는 예전의 율리안이 아니었다.


“나도 하나 물어봐도 돼?”


토마스의 미간이 꿈틀댔다.


‘호오~ 반푼이라도 나름 전장에서 살아남았다 이건가?’


토마스가 처음 방에 들어선 순간,

그는 율리안이 예전과 달라진 걸 느꼈다.

예전엔 자기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놈이었는데 지금은 자기 눈을 피하지 않음은 물론 질문까지 하니 말이다.


“물어봐라.”


“나는 아직 황제 폐하한테도 인사를 드리지 않았어. 근데 황제 폐하보다 먼저 형에게 인사를 오라는 건 황제의 권위를 넘본다고 해석해도 되나?”


“뭐?”


토마스가 기세를 사납게 내뿜었다.

도리어 긴장한 건 아드리안이었다.

오늘의 율리안은 이상했다.

갑자기 안 하던 생각을 함은 물론

자기 형한테 겁도 없이 개기다니.


“율리안. 못 본 사이에 재미있어졌구나.”


토마스가 한 발짝 더 율리안에게 다가갔다.

율리안과 토마스의 키는 비슷했다.

율리안이 1, 2cm 더 큰 정도.


“다행이네. 내가 아는 어떤 여자는 나보고 맨날 재미없다 그랬는데.”


“전장에서 병사 대신 여자만 끼고 살았나 보구나.”


“전장에서 여자만 끼고 살 수 있나? 알면 그런 말 못 할 텐데?”


토마스의 몸 주위로 마나가 요동쳤다.

창문들이 거세게 흔들렸고

탁자에 올려뒀던 찻잔이 덜그럭거렸다.

하지만 한 사람.

율리안은 이 거친 기세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드리안이 힘들어한다. 자제하지?”


“지금 여기서 널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날 죽이는 건 일도 아니겠지. 근데 여기서 날 죽이면 과연 후계자가 형이 될 수 있을까?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형제를 죽인 미치광이를 황제로 세우진 않을 텐데? 그것도 정복보단 안정을 중요시할 통일된 제국은?”


“............”


토마스가 기세를 거뒀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율리안의 말대로였다.


‘도대체 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제국에선 500년 왕조 자토스의 정복 전쟁을 가장 까다롭게 여겼다.


“제가 가겠습니다!”


모두가 율리안의 지원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자토스의 저항이 거센 만큼 그가 살아 돌아올 확률은 적을 테니까.

하지만 자토스는 결국 멸망했고

율리안도 그 과정에서 살아 돌아왔다.

완전 딴사람이 된 채.


“율리안. 못 본 사이에 많이 똑똑해졌구나.”


토마스의 어깨 넘어.

또 한 명의 암청색 눈을 가진 남자가 들어왔다.


‘얘가 가이렌이겠군.’


키는 율리안 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지만

가이렌은 순박하되 세련된 모습이었다.


“내가 아는 율리안 맞아? 정말 다른 사람 같아.”


“토마스 형에 가이렌 형까지. 다 내가 보고 싶어서 온 건 아닐 텐데.”


“율리안. 서운하게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린 형제잖아. 동생이 전장에서 살아 돌아왔는데 반가운 게 당연하지.”


“......”


“형. 설마 오자마자 율리안한테 뭐라 한 건 아니지?”


“너처럼 동생의 안위가 걱정돼 왔을 뿐.”


토마스가 살벌한 눈빛으로 가이렌을 바라봤다.

하지만 가이렌은 싱긋 웃었다.

율리안은 생각했다.

토마스가 거친 해일이라면

가이렌은 평온한 산이었다.

해일이 아무리 들이쳐도 그 물을 모두 흡수하는 평온한 산.


“근데 율리안. 소문이 사실이야?”


“어떤 소문?”


“소문이라기보단 보고지. 하이닉 경이 한 보고. 그거 사실이야?”


“응. 사실이야. 근데 소문은 그게 다야?”


“어떤 소문이 또 있어?”


“형들 중 한 명이 나를 죽이려고 했다.”


율리안의 발언은 파격적이었다.

아드리안과 토마스는 물론

사람 좋게 웃던 가이렌마저 표정이 굳었으니까.


“누가 그런 소문을?”


“너냐?”


토마스가 율리안을 살벌하게 노려봤다.


“그럴리가. 내가 하면 개소리가 되지만 다른 사람이 했으니까, 소문이 되지.”


율리안은 생각했다.

두 형제가 이곳에 온 이유가 뭘까?

그는 이 두 형이 자신을 떠보기 위해 왔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율리안은 과거의 율리안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세게 나가지 않으면 휘둘린다.’


그가 정보상을 통해 푼 소문.

그게 앞서 말한 소문이었다.


“듣고 보니 꽤나 그럴듯하더라고. 스튜어트 가문이 그림자를 통해 의뢰한 금액이 무려 100만 루크야. 자토스는 그전까지 자국 화폐를 쓰고 있었어. 전쟁이 끝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100만 루크가 어디서 생겼을까? 그 돈은 제국의 귀족들도 쉽게 쓸 수 없는 거금인데.”


상황이 변했다.

이번엔 율리안이 두 형을 떠보고 있었다.

하지만


피식.


토마스는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고


“그 소문을 믿는 거야? 율리안. 우린 형젠데 너무 서운하다.”


가이렌은 능글맞게 넘겼다.


“이제 곧 회의가 시작될 거다. 준비해라.”


먼저 몸을 돌린 건 토마스였다.


“같이 가요. 형님.”


그 뒤를 따르는 가이렌.


“그래. 2차전에서 다시 만나자.”


***


제국의 위세를 드러내는 거대한 회의장.

샹들리에 아래 서로를 사납게 노려보는 귀족들이 있었다.


끼익.


문이 열렸다.

3형제 중 가장 먼저 들어온 건 토마스였다.

그의 등장과 함께 앉아있던 귀족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앉지.”


토마스가 가운데 자리에 앉고 나서야 귀족들이 자리에 앉았다.


끼익.


자리에 앉은 지 얼마나 됐을까?

귀족들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우리 고작 엉덩이 드는 걸로 힘 빼지 맙시다.”


가이렌은 토마스와는 다른 등장을 택했다.

그리고 그 등장은 토마스와 극렬하게 대비됐다.

회의실 분위기가 싸하게 굳어갔다.

귀족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본능적으로 느꼈다.


황위 계승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끼익.


그렇게 숨 막히는 정적이 몇 분이나 이어졌을까?

율리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모습은 퍽이나 당당했다.

대부분의 귀족들은 그가 치기 어린 허세를 부린다 생각했다.

하지만 몇몇 귀족들은


‘3황자 저하가 이렇게 번듯했나?’


‘뭔가 분위기가 바뀌신 거 같은데?’


‘그래도 수라장을 해쳐왔다 이건가?’


그를 조금은 새롭게 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율리안의 진면목을 평가하는 건 지금부터니까.

아니 아예 그럴 기회가 생기지 않을 경우가 더 확률이 높았다.


“왔느냐 율리안. 편한 곳에 앉거라.”


율리안이 회의실을 바라봤다.

끝이 둥글고 기다란 테이블.

정말 약속이라도 한 듯 토마스 가이렌을 시작으로

그를 따르는 귀족들도 서로 대칭을 이루고 앉아있었다.


‘자리에 앉는 것부터 어렵게 가겠다?’


“편한 곳? 좋지.”


율리안이 구석에 아무렇게나 놓인 의자를 집어 들었다.


“난 여기가 편해서.”


그가 의자를 테이블 중앙에 내려놓고 여유롭게 앉았다.


‘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공기가 얼어붙는 팽팽한 기 싸움 속,

율리안은 홀로 고고하게 앉아있었다.


“율리안. 오늘 너를 부른 이유는 사실 확인과 그에 따른 조치를 내리기 위해서다.”


율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건의 시작은 서부 수용소의 탈옥이었다.


“율리안. 네가 서부 수용소에 드나들기를 한 달. 반란의 조짐이 없었던 이들이 수용소를 무너트리고 반란을 일으켰어. 그 과정에서 모두를 죽였지만 딱 한 사람. 너만은 죽이지 않았지.”


서부 수용소 탈옥과 관련되선 가이렌이 질문을 맡았다.


“내가 자토스에 있었던 이유는 황궁의 명이 있었기 때문이고 반란의 조짐을 알 수 있었다면 애초에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조짐 없이 갑자기 일어나기에 반란이고. 스튜어트 남작가의 무능으로 인한 사건이지 나와는 관련 없는 사건이다.”


“공교롭게 그곳에 있었다?”


“그렇지. 공교롭게.”


“애 너만 죽이지 않았을까?”


“듀발론 제국은 대륙을 통일했어. 그 핏줄을 죽인다? 과연 그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율리안의 말은 모두 정설이었다.

그렇기에 가이렌도 더 이상 그 사건을 율리안과 묶을 순 없었다.


“동부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 네가 직접 말해보거라.”


다음은 토마스였다.

가이렌에게 심증만 있다면

토마스에겐 확실한 증언과 증인이 있었다.

율리안도 이 부분은 피할 수가 없었다.


“사울 듀크란을 이끄는 무력 집단을 끌어내기 위해 나는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었지. 동부 수용소의 수감자들을 소풍이란 명목으로 끌어내 대어를 낚기 위해. 실제로 사울 듀크란은 나타났고.”


여기에 율리안은 이야기를 조금 각색했다.

그곳엔 사울뿐만 아니라 도망쳤던 비비안 아리아도 함께 있었다.


“네가 죽을 수도 있었다.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한 거지.”


“황자가 이제 막 함락된 국가를 활보하는데 과연 그 어떤 호위도 붙이지 않았을까? 내가 몰랐을 거 같아? 일정 거리를 두고 날 감시하는 인원이 있었단 걸?”


“감시가 아니라 보호다.”


“어쨌든. 그래서 실제로 사울과 비비안이 나타났지. 나는 그곳에 주둔하고 있던 하이닉을 이용해 두 사람을 처치하고 공을 세우려 했지. 근데 그년이 내 공을 가로채려고 하잖아!”


율리안이 흥분하며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있던 귀족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래서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되는구나.’


귀족들이 율리안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율리안은 그걸 노렸다.

지금 이 순간, 율리안은 자신의 악평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애초에 부하들의 공을 가로채기 위해 참전한 전쟁.

지금 율리안은 몸의 주인이 쌓아왔던 치졸한 악행을 자신의 탈출구로 이용하고 있었다.


“하.......”


토마스와 가이렌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율리안에게 중요한 건 상황의 모면이 아니다.

그때 그 상황을 납득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율리안. 우리는 다 똑같은 제국 사람이야. 네 공이 어딨고 내 공이 어딨어.”


“그렇다고 내가 다 차려놓은 밥상을 그년이 뺏어가게 둘 순 없잖아.”


“그만. 거기까지.”


토마스는 더 대답을 들을 가치도 없다 생각했다.


“율리안. 너의 그 이기적인 생각으로 인해 우리는 눈앞에서 사울 듀크란과 검성의 후예를 놓쳤다. 그리고 넌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을 물으려면 하이닉도 같이 물어야지.”


“그녀라면 이미 근신 명령이 떨어졌다.”


“그럼 나도 근신할게.”


“아니. 너는 근신으로 끝날 수 없다.”


율리안이 지난날의 악행을 무기로 삼았다면

토마스는 그가 벌여놓은 일을 무기로 삼았다.


“전시 상황에서 상관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건 즉시 처형감.”


“나는 황자고 걔는 기산데 내가 상관 아니야?”


“핏줄이 고귀하다 하여 군대의 직급까지 높은 건 아니야. 율리안.”


‘둘이 형제 맞네.’


토마스와 가이렌은 서로 경쟁 관계다.

그렇다고 율리안을 제거하는 데 뜻을 반하는 것도 아니었다.


“너에게 선택권을 주겠다. 지금 당장 그 목숨으로 죗값을 치를지 아니면 황제 폐하가 낸 제안을 받아들일지.”


‘갑자기 황제가 나온다고?’


율리안은 황제가 어떤 제안을 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뭐가 됐든 죽는 것보단 낫다.


“아직 죽고 싶진 않아서. 제안으로 할게.”


“율리안. 너에게 버려진 땅의 조사를 명한다.”


“아......”


귀족들의 탄식이 연이어 나왔다.

버려진 땅.

제국조차 점령하지 못한 미지의 땅.

그곳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였다.

하지만 여러 가지의 설명 속에서도 꼭 빠지지 않는 설명이 하나 있었다.


‘들어가면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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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버려진 땅 (1) 24.08.24 12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2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2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3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3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0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8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19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7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7 0 12쪽
26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6 0 12쪽
25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5 0 12쪽
24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19 0 12쪽
»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7 0 12쪽
22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19 0 12쪽
21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8 0 12쪽
20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8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0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19 0 12쪽
17 습격 (4) 24.08.10 21 0 12쪽
16 낚시 (3) 24.08.09 21 0 12쪽
15 낚시 (2) 24.08.08 23 0 12쪽
14 낚시 (1) 24.08.07 25 0 12쪽
13 시작된 여행 (4) 24.08.06 26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7 0 13쪽
11 시작된 여행 (2) 24.08.04 26 0 12쪽
10 시작된 여행 (1) 24.08.04 35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4 1 13쪽
8 로레인 블라디미르 (4) 24.08.03 38 0 12쪽
7 로레인 블라디미르 (3) 24.08.02 7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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