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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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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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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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3)

DUMMY

“멋진 검이네요.”


첫 마디.

사울은 그가 뱉는 첫마디를 통해 율리안을 가늠하려 했다.

하지만 가늠할 수 없었다.

도발이라 하자니 진심이었고

허세라고 하자니 묵직했다.


“이 새끼가 쳐 돌았나···.”


사울이 손을 들어 마르코를 제지했다.


“올해 몇 살이지?”


“18살이요.”


사울은 다음으로 그의 눈을 바라봤다.


‘이게 어찌 18살의 깊이란 말인가?’


사울이 본 율리안의 눈은 심해였다.

어떤 사연을 갖고 있길래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리 복잡한 감정을 떠올리게 만든단 말인가? 그의 눈빛은 바다였다. 기쁨, 슬픔, 분노, 좌절, 절망. 그 모든 것을 녹여 넣은 깊은 바다.


이쯤 되면 상황이 심각해진 건 사울이었다.

소문의 율리안은 그저 망나니며 여자나 밝히는 호색한이었다.

무능력하고 부하의 공을 차지하기만 하는 고문관.

하지만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가 지금 자신 앞에서 담담할 수 있는 건 아리따운 여인 앞에서 부리는 객기가 아니었다.


사울이 주변을 둘러봤다.

어쩌면 자신이 함정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침착하자.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매복의 흔적은 없었어.’


다음으로 그가 본 사람은 님버트.


‘혹시 그가 변절했나?’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표면적으론 제국에 충성하며 뒤에서는 자신들과 자토스 사람들을 은밀히 돕고 있었다. 하지만 율리안의 등장 이후 마음을 바꿔 먹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무너진 나라는 변절자가 살기 제일 좋은 나라였으니까.


‘나는 아니네.’


님버트는 눈빛으로 강하게 호소했다.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제국의 귀족에게 고개를 숙였는데.

이제 와서 그럴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사울은 생각하는 걸 그만하기로 했다.

추측은 추측일 뿐이다.


“나를 여기 부른 이유는?”


결국 상대방의 눈을 보고 진실하게 대화하는 것.

그게 가장 큰 무기이자 가장 큰 용기였으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죠? 저를 찾아온 건 당신인데?”


“자토스어가 능하군.”


“제국에서 쭉 여기 처박히라고 해서요.”


“잠시 옆길로 샜군. 날 여기 부른 이유가 뭔가?”


“왜 내가 불렀다고 생각하시죠?”


“자네는 이미 세니타가 우리와 은밀하게 연락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거야.”


세니타는 율리안이 자주 갔던 식당의 주인장 이름이다.


“정보를 전달해 준다는 걸 알면 정보 속에 너의 의도를 숨길 수 있지.”


“제법 그럴싸하네요.”


“일망타진이 목적인가?”


“그 정도로 허술하게 왔나요?”


“우리 입에서 항복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나?”


“그럴 사람이었으면 제국의 황자 앞에 대검을 꽂아 넣지도 않죠.”


사울이 검을 들었다.

생각은 끝났다.

그가 평가하는 율리안.


‘위험하다.’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 했지만, 녀석은 그 어떤 정보도 흘리지 않았다.

도리어 어둠 속에서 활약하던 자신만 모습을 드러냈을 뿐.


“괜찮겠어요? 제국의 황자를 죽인 순간, 자토스는 영원히 끝입니다.”


“협박인가?”


“사실이죠.”


“걱정하지 말게. 숨어다니는 건 이골이 났으니까.”


사울이 검을 들어 올렸다.

그의 대검에 붉은색 오러 블레이드가 활활 타올랐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율리안의 표정을 지켜봤다.


“.......”


율리안은 오러 블레이드를 보는 그 순간까지 담담했다.


섬뜩!


사울이 뒤로 물러났다.

의도가 아닌 본능이었다.

그는 당황했다.

인지하기 전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랬다는 건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강자가 있다는 것.

그가 율리안의 옆을 바라봤다.


“이거였나? 네가 담담했던 이유?”


율리안의 옆.

로레인이 노골적으로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 계속 담담하거라. 나는 필사적이거든.”


사울이 로레인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5명의 검사가 율리안을 향해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율리안은 여유로웠다.

그가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


“마크. 이쪽으로 와라.”


간수가 어린이들을 인솔했다.

마크는 이상함을 느꼈다.

평소 율리안과 로레인 곁에서 줄곧 맴돌던 그다.

율리안과 로레인도 마크를 이뻐라 했다.

하지만 간수들은 오늘따라 유독 그들에게서 자신을 떨어트려 놓았다.


“마크!!!!”


평소 화내지 않던 간수가 화를 냈다.

결국 마크도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나섰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그가 주머니 속 무언가를 꼼지락댔다.

그가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꺼냈다.

풀잎을 엮어 만든 반지였다.


“잠깐만요!!!”


결국 마크가 대열에서 이탈했다.


“마크! 안 돼! 마크!!!”


간수가 마크를 애타게 불렀다.

그는 고민에 빠졌다.

지금 여기서 그를 쫓아간다면 다른 아이들은?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사방으로 흩어지는 게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몇몇 아이들이 마크를 따라가려 하고 있었다.


“얘들아! 이동하자!”


간수는 마크보다 다수의 아이를 선택했다.

그는 믿고 있었다.

마크는 자토스의 후손.

아무리 칼로써 나라를 지키는 이들이지만

설마 자라나는 새싹을 베진 않을 거라고.

그리고 간수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멈춰! 이 나쁜 아저씨들아!!”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마크가 바닥을 굴러 율리안 앞에 섰다.

그리고


팟!


팔과 다리를 쫙 펼쳐 율리안을 보호했다.

앞에서 날아오른 3명의 남자는 급하게 검의 경로를 틀었다.

하지만 나머지 2명이 남았다.

율리안은 마르코를 안고 바닥을 굴렀다.


콰직!


그가 앉아있던 나무 의자가 박살 났다.


“괜찮아?”


마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했지! 나는 형편이라고!”


마크는 무서워서 질질 짜는 와중에도 율리안을 보며 웃었다.

검사들은 당황했다.

자토스의 아이가 자발적으로 율리안을 지켜준 게 첫 번째 이유였고

율리안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날랜 게 두 번째 이유였다.

그들의 시선이 사울에게 향했다.

하지만 사울도 여유롭지 않았다.


‘강하다!’


로레인은 사납게 사울을 압박해 갔다.

그녀의 눈엔 오직 죽이겠다는 일념이 가득했다.

로레인은 사울 너머의 과거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지키기 위해 미끼를 자처했던 율리안.

그 이후 강해지기 위해 단련하고 또 단련했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 않을 거야.’


로레인의 단도에 핏빛 오러가 맺혔다.

사울의 검이 불타는 붉은색이라면

로레인의 오러는 피처럼 진한 색이었다.

두 사람의 전투에 기물이 파손되기 시작했다.


“눈 감아.”


율리안은 뿜어져 나오는 충격파로부터 마크를 지켰다.


“큿!”


사울의 계획이 완전히 어긋났다.

그에게 선택권은 두가지였다.

율리안의 생포 또는 사살.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이 목숨을 잃을 위기였다.


핏. 핏. 핏. 핏.


로레인의 단도는 날카롭고 집요했으며 악독했다.

그녀의 갑은 갑옷 마디마디 간절의 틈을 집요하게 노렸다.

사울의 검이 대검인 만큼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고

로레인은 그 부분을 집요하리만치 이용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직 수는 있었다.


사울이 고개를 힐끗 돌렸다.

지금쯤이면 자신의 부하들이 율리안을 제압했을 거다.

자신의 밑에서 훈련받은 될성부른 아이들이다.

그들이 실패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예상은 어긋났다.


그가 눈을 부릅뜨며 수하들을 질책했다.

뭐 하는 거냐고.

눈앞에 목표물이 있는데 왜 가만히 있는 거냐고.

그의 시선이 다음으로 율리안에게 향했다.


‘아.’


그는 알 수 있었다.

율리안은 아이를 안고 있었다.

인질이 아니었다.

자신과 로레인의 전투에서 나온 충격파를 율리안이 온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었다.


“!”


강자와 강자의 싸움에서 한눈을 파는 건 목숨과 직결된 일이다.

로레인의 눈이 더욱 붉어졌다.

사울이 고개를 돌린 순간 그의 목이 노출됐다.

로레인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목에 검을 찔러넣으려 했다.

하지만


“로레인! 그만!!!”


멈칫.


율리안의 목소리에 로레인의 몸이 멈췄다.

사울은 직감했다.


‘죽는다.’


그는 이 전투에서 도박 수를 던졌다.

수하가 율리안을 제압했으면 성공.

제압하지 못했다면 실패.

하지만 수하들은 율리안을 제압하지 못했고

그 여파는 사울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율리안이 그의 목숨을 구했다.


“다시는 내 앞에서 검 뽑지 마라.”


로레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가 단도를 꽂아 넣으며 율리안에게 향했다.


“율리. 다친 곳 없어.”


“어. 얘 덕분에. 마크. 괜찮아?”


마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데 여긴 왜 왔어.”


“약속했으니까. 형, 누나 편 돼주기로!”


로레인은 약속을 지킨 이 아이가 너무 기특했다.


“마지막이잖아. 이거 주려고!”


마크가 준비한 건 한 쌍의 반지였다.


“어머! 나 주는 거야?”


“응. 둘한테.”


마크가 율리안에게 반지 2개를 건넸다.


“아이참~”


로레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율리안 앞에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


“딱 맞네.”


율리안이 로레인의 검지에 반지를 끼워졌다.


“나도 딱 맞고.”


율리안 또한 자신의 오른쪽 검지에 반지를 끼웠다.


“야. 나 너 지키려고 목숨 걸고 싸웠어. 이게 맞아?”


“아니 크기가 딱 맞는데 어떡해.”


“하다못해 왼쪽에 끼워줘야 할 거 아니야. 오른쪽이 뭐야. 오른쪽이.”


사울은 힘이 탁 빠졌다.

로레인.

사울에게 그녀는 저승사자였다.


“자. 이제 말해봐. 진짜 네 의도가 뭐야?”


율리안은 말했었다.

자신이 계속 소풍을 다니는 이유.

그것은 자신의 편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그리고 지금 그 목표가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로레인은 생각했다.

그 목표 또한 더 큰 곳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사울 듀크란. 어땠어? 강했어?”


“뭐. 나름.”


“만약 네가 작정하고 추격하면 어떨 거 같아?”


로레인이 잠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힘들 거 같은데.”


로레인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말 그가 작정하고 자신에게서 떨어지려 한다면···.

아마 잡지 못할 거라고.


“그래?”


율리안에겐 그 대답이면 충분했다.

그가 사울에게 다가갔다.

사울은 자신이 계획한 모든 것이 뒤틀렸음을 느껴졌다.


‘내 실수다.’


힘을 숨기고 있던 로레인.

율리안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마크.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던 율리안.


“얘기 좀 합시다.”


“얼마든지.”


더 이상 그에게 투쟁심은 없었다.


“당신에게 건네고 싶은 물건이 있습니다.”


“어떤 물건이지?”


“정확히는 사람입니다.”


율리안이 아공간 주머니를 열었다.

아공간 주머니가 빛을 쏟아냈고


쿵!


“!!!”


사울의 앞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도 다른 지역 동료들이 애타게 찾아 헤매던 인물.


검성의 후손 비비안 아리아.


그녀가 지금 사울의 눈앞에 나타났다.

사울이 율리안을 바라봤다.

설명을 바라는 눈빛.


“하나하나 다 설명하긴 복잡합니다. 중요한 건 그녀가 살아있다는 거죠.”


“이 얼음은 언제 녹지?”


“때가 되면 녹을 겁니다. 그때는 저도 모르고요.”


“이걸 나한테 보여주는 이유는?”


“당신들의 상징 아닙니까?”


“지금까지 우릴 시험한 건가?”


사울은 헛웃음이 났다.

여기까지 오자 미끼를 던지고 함정을 설치한 건 자신이 아니었다.

이 모든 건 율리안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었다.


“지켜낼 수 있죠?”


“내 목숨을 버려서라도 반드시 지켜내겠다.”


“그거면 됐어요.”


“근데 왜 자네가 비비안을?”


사울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죽이면 죽였지 제국의 핏줄이 검성의 후예를 지켜준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그 대답에 율리안은 그저


“수없이 많은 사연 중 하나 때문이라고 하죠.”


이렇게 답했다.


피식.


“철수한다. 준비해라.”


사울의 명령에 병사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모두 동작 그만.”


자토스어가 아니었다.

제국어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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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버려진 땅 (1) 24.08.24 12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2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2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3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3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0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8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18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6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7 0 12쪽
26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5 0 12쪽
25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5 0 12쪽
24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19 0 12쪽
23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6 0 12쪽
22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19 0 12쪽
21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7 0 12쪽
20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7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0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19 0 12쪽
17 습격 (4) 24.08.10 20 0 12쪽
» 낚시 (3) 24.08.09 21 0 12쪽
15 낚시 (2) 24.08.08 22 0 12쪽
14 낚시 (1) 24.08.07 24 0 12쪽
13 시작된 여행 (4) 24.08.06 26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6 0 13쪽
11 시작된 여행 (2) 24.08.04 26 0 12쪽
10 시작된 여행 (1) 24.08.04 34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4 1 13쪽
8 로레인 블라디미르 (4) 24.08.03 38 0 12쪽
7 로레인 블라디미르 (3) 24.08.02 7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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