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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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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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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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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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과 죄수의 만남 (4)

DUMMY

다리우스 브라이어.

100년 만에 태어난 검술의 천재.

차기 검성.

자토스를 이끌 대검.

그를 칭하는 말들은 다양했다.


그는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완벽히 보답했다.

어린 나이에 검술의 재능을 꽃피웠고

29살에 소드 마스터에 도달했다.

모두가 검성의 칭호를 그가 받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늘 위엔 하늘이 있었다.


‘나타샤 아리아’


다리우스가 37살이 되던 해,

그녀가 처음 글라디스 대륙에 발을 디뎠다.

다리우스는 나타샤의 검술 스승으로 그녀를 처음 만났다.


‘검성의 칭호는 이 아이의 것이구나.’


세상에 천재는 많다.

하지만 천재를 압도하는 괴물은 많지 않다.

그리고 나타샤는 자신을 압도하는 괴물이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잘 기억하거라.”


하지만 다리우스는 나타샤를 질투하지 않았다.

그의 사명은 나타샤를 훌륭한 검성으로 키워내는 것.

다리우스는 자신의 깨달음과 검술을 모두 전수했고

나타샤는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소드 마스터에 도달했다.


하지만 다리우스도 사람이었다.

나타샤의 성장은 너무나도 눈부셨다.

자신이 몇 년에 걸쳐 얻은 경험을 불과 2년 만에 모두 흡수했으니까.

그녀의 검술을 뛰어넘고 싶었다.

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이기에 좌절했다.

그런 모순적인 감정이 커지자, 다리우스는 그녀를 떠났다.


전쟁은 치열했다.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등장하듯

검성, 대현자, 대사제, 신궁 그리고 룬디아까지.

그들은 불리한 전황 속에서도 말도 안 되는 무위로 승리를 가져왔다.


언제나 자신의 등을 보고 검을 휘두르던 나타샤는

어느샌가 자신의 앞에서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마왕과의 대결.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아무리 영웅들이라 해도 마왕을 막는 건 쉽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


“길은 내가 어떻게든 만들겠다. 반드시 거기로 검을 찔러 넣어라.”


다리우스는 자신을 희생해 나타샤에게 일격을 꽂아 넣을 수 있는 틈을 만들었다.

눈을 감는 그 순간

그는 검성의 일격에 매료됐다.


‘나도 저 일격을 구사할 수 있을까?’


핏물이 썰물처럼 빠지는 와중에도

아쉬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나에게 시간이 많았다면?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쏟아붓는다면 저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흐려지는 시야로 랜턴에서 타오르는 기괴한 불빛이 보였다.


“아직 이곳에 미련이 남았습니까?”


다리우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고 싶습니까?”


다리우스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그 선택이 10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다시금 율리안을 만나게 했다.


***


익숙한 자세.

익숙한 소리.

익숙한 냄새.

익숙지 않은 뒷모습.


“다리...”


뱉으려던 말을 억지로 수습했다.


“카리스. 아빠 왔다.”


후웅! 후웅! 후웅! 후웅!


“카리스!”


확실하다.

여리여리한 몸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다리우스였다.

저 검을 휘두르는 자세며

연습에 빠지면 사람의 말은 들리지 않는 것까지.


“언제부터 저랬습니까?”


“1달 정도 됐습니다.”


“따님이 저렇게 된 경위를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딸아이한테 병이 있었습니다. 생사를 오락가락했죠.”


아이번의 설명은 길었다.

하지만 요약하면 이랬다.

자신의 딸 카리스는 불치병에 걸렸다.

어느 순간 그녀의 숨이 멎었고

잠시 후 몸이 발작하며 그녀가 눈을 떴다.


다리우스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줬다.

누군가의 몸을 뺏은 게 아닌

이미 영혼이 떠나간 몸에 안착한 것.


“어쨌든 한 달 전부터 저러기 시작했다는 거죠?”


“처음 2주간은 회복에 전념했습니다. 밥도 잘 먹고 살이 오르더니 어느 순간 검을 들더라고요. 우리 가족은 기뻐했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던 애가 검을 들 정도로 건강해지니 뭔들 못 해주겠습니까?”


“그리고 지금에 와선 저 모양.... 아니 저렇게 된 거고요?”


“그렇습니다. 너무 건강해진 나머지 여기에 온 거죠.”


“그건 무슨 말입니까?”


그녀가 건강해진 뒤,

토마스가 그녀에게 찾아왔다고 한다.


“토마스가요? 왜?”


“청혼하기 위해서죠.”


사랑은 없었을 거다.

그저 가문을 흡수하기 위한 정략결혼이었을 뿐.


“하지만 카리스는 거절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토마스의 구애는 계속된다고 한다.


“결국 쳐내다 지친 카리스가 황자에게 내기를 걸었죠. 자신과의 대결에서 이긴다면 청혼을 받아주겠다고.”


“토마스가 졌겠네요.”


“졌다 뿐이겠습니까? 다시는 얼씬도 거리지 못하게 두들겨 팼습니다. 카리스가.”


카리스는 대결 이상으로 토마스를 팼고

그 죄목으로 이렇게 감옥에 갇히게 된 것.


“잠시 카리스와 둘만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지요.”


나는 감옥인지 여관인지 구분되지 않을 그곳에 들어갔다.


“어휴.”


창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내부는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로 뜨거웠다.


후웅! 후웅! 후웅! 후웅!


“카리스.”


후웅! 후웅! 후웅! 후웅!


“카리스!”


후웅! 후웅! 후웅! 후웅!


“다리우스!!”


후웅! 후웅! 후웅! 후웅!


“야!!!!!”


카리스의 검이 멈췄다.

그래도 100년을 함께 있었다고

노노아 식 호칭엔 반응하네.


“누구?”


“나 기억 못해?”


카리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다리우스 맞지?”


“아. 룬디아인가?”


“그게 다야?”


“뭐가 더 필요하지.”


나는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라면 그녀다운 재회.


“어떻게 된 거야?”


“여인의 몸을 찾고 있었고 때마침 이 몸을 발견했다.”


“왜 여인의 몸인데?”


“나타샤가 그때 만들어 낸 일격은 내 골격으론 만들 수 없으니까.”


“너도 참 대단하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야 카리스를 제대로 바라봤다.

들판의 갈대를 연상시키는 금발에 금안.

하얀 피부.

로레인에 뒤처지지 않는 아름다운 얼굴에 굴곡진 몸매.

이제는 훈련으로 탄탄해지기까지 했다.


“확실히 이게 있으니 불편하군.”


그녀의 가슴은 로레인보다 조금 더 커 보였다.


“나타샤보다 커 보이는데?”


“100년 전이라 자세히는 기억 못 한다. 그저 비슷한 몸을 찾았을 뿐.”


“황자는 왜 팼어?”


“귀찮게 굴길래.”


그녀답다면 그녀다운 대답이었다.


“대화는 여기까진가? 다시 수련하고 싶은데.”


카리스가 다시 검을 잡았다.


‘잠깐?’


이건 하늘이 준 기회였다.

나와 로레인의 실체를 아는 존재.

그러면서 강함까지 갖추고 있는 인재.

그 인재가 눈앞에 떡하니 있었다.


“카리스. 너 지금 몇 살이야?”


“16살이라고 들었다.”


“아? 그래. 잠깐 기다리고 있어.”


카리스를 빼야 될 확실한 이유가 생겼다.


***


“아버지. 근데 제가 간과한 사실이 있습니다.”


“뭐냐?”


“율리안 저하의 소문 말입니다. 만약 카리스를 빼내는 조건으로 제 딸을 달라 그러면 어떡합니까?”


도노반은 아이번의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이라 일축했다.


“왜요? 애가 좀 예쁩니까? 그거뿐입니까? 이제 카리스는 운동까지 해 몸매도 탄력적입니다. 시골 귀족부터 황궁의 대귀족까지 자제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줄을 설 거라고요!”


도노반이 봐도 카리스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런 여식이 제 딸인데 오죽할까.


“율리안은 카리스를 달라고 하지 않을 거야. 왜? 만에 하나라도 카리스가 율리안을 선택하게 되면 두 사람은 토마스의 눈 밖으로 나게 되거든.”


제아무리 율리안이 황자라 해도 토마스와는 비빌 수 없는 게 현실.

제 형이 어떤 마음으로 카리스에게 접근했는지 알면서 딸을 덜컥 달라 그럴 만큼 율리안은 바보가 아닐 거라 도노반은 생각했다.


“그래도 불안합니다.”


“뭐가 그렇게 불안합니까?”


도노반과 아이번이 대화하는 사이 율리안이 소장실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카리스와 대화는 잘 마쳤습니까?”


아이번의 눈이 가늘어졌다.


“네.”


“무슨 얘길 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궁금해서요.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선 우선 그 사람을 알아야 하잖아요?”


‘그렇지. 사랑에 빠지면 그 여인을 알아가고 싶은 것이 사내의 마음.’


아이번은 율리안의 말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했다.


“먼저 따님을 빼내기 전에 제가 내걸고 싶은 조건이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아이번의 눈이 사나워졌다.


“그게 뭔가?”


율리안의 상대는 도노반이 대신했다.

자신의 알들은 일 처리에 있어 냉철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그 일에 딸이 개입하자 그 냉철함과 정확함을 모두 잃었다.

자신도 손녀가 예쁘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였다.


“따님을 버려진 땅 탐사에 참여시키고 싶습니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아이번이 책상을 '탁' 치고 일어났다.

도노반도 표정이 굳긴 마찬가지.


“아버지. 대화는 여기까지만 하시죠.”


도노반은 율리안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그의 눈은 진지했다.

하지만 진지한 것과 합리적인 건 다른 얘기.


“우리 대화는 여기까지군요. 살펴 가시지요. 저하.”


도노반마저 의자에서 엉덩이를 땠다.


“카리스를 토마스에게 넘기지 않고 뺄 방법. 있습니까?”


도노반의 몸이 멈칫했다.


“쉽지 않겠죠. 하지만 저하의 의견은 방법조차 아닙니다.”


“그게 단지 손녀를 넘겨주는 거에서 끝나는 게 아닌 거 아실 텐데요.”


도노반이 결국 자리에 다시 앉았다.

율리안의 말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의 말도 안 되는 치기를 논리로 두들겨 팰 요량이었다.


“저하 말대로 카리스를 넘겨주면 우리는 본격적으로 권력 투쟁에 뛰어들겠죠. 역대 가주들이 대대로 지켜온 중립이라는 가치조차 버려가면서까지.”


“낭만 있네요. 손녀의 생명이 가문의 역사보다 위에 있다니.”


“저하의 말대로입니다. 그래서 이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떻습니까? 카리스의 입에서 절 따라가겠다는 말이 나오게 하겠습니다. 만약 그러지 못하면 저도 깔끔하게 포기하겠습니다.”


아이번이 도노반의 눈을 바라봤고

도노반은 율리안의 눈을 바라봤다.


‘묘하구나.’


도노반이 바라본 율리안의 눈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저하. 그래도 안 됩니다. 카리스는 침대에만 누워있어 세상 물정을 모릅니다.”


“아이번 님이 뭘 걱정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카리스는 제 가벼운 입발림의 속을 만큼 호락호락한 여인이 아닙니다. 어디로 가고 어떤 일이 있을지 모두 설명한 뒤 그러고 나서 대답을 듣겠습니다.”


“아니요. 이 얘기는 없던 일로 하죠.”


“지금 당장을 모면하기 위해 빤히 보이는 내리막길을 선택할 생각입니까?”


마지막 율리안의 말이 아이번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게.”


대답은 도노반에게서 나왔다.


“아버지!”


도노반이 자토스 왕궁에서 율리안을 봤을 때

그는 율리안이 예전과는 뭔가 달라졌다는 게 느껴졌다.

지금의 대화도 그랬다.

모든 상황을 다 설명하지 않았지만, 율리안은 지금의 그림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한테 유리한 일이야. 저하의 말대로 카리스는 호락호락한 아이가 아니다. 사탕발림한다면 그 속에 숨은 악의를 알아챌 거고 진실을 말한다면 그곳의 위험성을 알아챌 테니 네 딸을 믿어보자꾸나.”


“그럼 정한 걸로 알겠습니다.”


율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카리스를 빼내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방법은 의외로 쉽거든요.”


율리안이 웃으며 소장실을 나섰다.


***


우선 가장 난관은 넘었다.

이제 중요한 건 카리스를 설득하는 일.

하지만 난 이 일이 의외로 쉽게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카리스!”


“또 무슨 일이지?”


그녀는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잠시 쉬고 있었다.


“나랑 가줬으면 하는 곳이 있어.”


“어디?”


“버려진 땅. 옛 이름은 로아크 고원.”


“로아크 고원이라.”


카리스도 익히 들어봤던 이름.

나는 그녀의 눈이 잠시 추억에 잠기는 걸 느꼈다.


“갈 거지.”


카리스가 안 갈 이유가 없었다.

감옥에서 탈출함은 물론

그곳에서 실전 감각을 기를 수도 있으니까.


“거절한다.”


“좋아. 그럼, 언제 출발.... 뭐?”


“거절한다고.”


이건 예상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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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버려진 땅 (1) 24.08.24 12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2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3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3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4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1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8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19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7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7 0 12쪽
26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6 0 12쪽
»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6 0 12쪽
24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19 0 12쪽
23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7 0 12쪽
22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20 0 12쪽
21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8 0 12쪽
20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8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0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19 0 12쪽
17 습격 (4) 24.08.10 21 0 12쪽
16 낚시 (3) 24.08.09 21 0 12쪽
15 낚시 (2) 24.08.08 23 0 12쪽
14 낚시 (1) 24.08.07 25 0 12쪽
13 시작된 여행 (4) 24.08.06 26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7 0 13쪽
11 시작된 여행 (2) 24.08.04 27 0 12쪽
10 시작된 여행 (1) 24.08.04 35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5 1 13쪽
8 로레인 블라디미르 (4) 24.08.03 38 0 12쪽
7 로레인 블라디미르 (3) 24.08.02 7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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