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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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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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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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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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여행 (4)

DUMMY

“내 마차 손댄 놈 누구야? 주인장 당신이야?!”


능숙한 제국어.

여기서 제국어는 신분이자 권력이자 힘이었다.

주인장은 제국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눈치로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시선이 우리 테이블에 닿았다.


“아. 이거 맛있네.”


마차의 주인이 화내건 말건 우리는 신경 쓰지도 않고 음식을 흡입했다.


“너야?”


주인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들어 녀석을 바라봤다.

딱 봐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

나와 로레인이 녀석을 바라봤다.


“이모. 이거 국물 베이스 어떻게 낸 거예요? 진짜 맛있다. 레시피 좀 알려줄 수 있어요?”


그러고는 녀석을 공기 취급하며 주인장에게 질문하는 로레인.


“어? 나 해주려고?”


나도 로레인의 장단에 기꺼이 함께했다.


“그럼. 누나야.”


“누나.”


“로레인이라고 불러줄래?”


“야 이 새끼야. 너냐고!”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리는 그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무시’


스릉.


얼굴이 벌게지다 못해 곧 터질 것 같은 녀석이 나에게 칼을 겨눴다.


“야이, 잡토스 새끼야.”


“잡토스 사람 아닌데?”


녀석이 제국어로 말했고

나도 제국어로 답했다.

내가 제국 사람이라는 것에 녀석의 눈이 빠르게 굴러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의 초라한 행색을 보자

녀석은 입꼬리만큼이나 기세가 올랐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음..... 능력은 없는데 아빠 배경 믿고 까부는 망나니?”


짝!


녀석이 내 뺨을 찰지게 후려쳤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부모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이야 이 새끼야.”


“퉤.”


침에 핏물이 섞여 나왔다.


“아. 상처가 났네. 이거 참 큰일이네.”


“알 게 뭐야?”


“그렇지? 알게 뭘까? 킬리언 머피.”


내가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킬리언은 당황했다.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나는 궁금했다.

다음에 녀석이 어떻게 행동할까?

나로선 과격하면 과격할수록 좋았다.

하지만


“누구십니까?”


녀석은 마냥 멍청이는 아니었다.


“최근 소문 못 들었나?”


내가 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 킬리언에게 넘겼다.

이전, 자토스에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내용의 편지.

녀석은 내용을 살필 필요도 없었다.

종이의 맨 끝.

황가를 상징하는 인장이 찍혀있었다.


“어... 저... 그......”


기세등등하던 녀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됐다.


“저런? 더워? 이상하다. 계절은 겨울을 향하는데 그대의 몸은 어찌 이리도 뜨거운 것인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의 땀을 닦아줬다.

녀석은 몸이 꽁꽁 얼어붙었는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못했다.


“저... 정말.... 율리안 듀발론 황자 저하십니까?”


나는 여전히 땀을 닦아주며 물었다.


“왜? 지금이라도 죄송합니다. 제가 장난이 지나쳤습니다!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죄송합니다! 제가 장난이 지나쳤습니다!”


질문은 내가 했는데 대답은 킬리언이 대신했다.

그가 내 앞에 무릎 꿇고 머리를 박았다.


“이 집 음식맛이 좋은데 너 때문에 입맛이 다 떨어졌잖아.”


“죄송합니다!!!”


“마차는 왜 저따위로 대놨어?”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하단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묻는 거야.”


“죄송합니다!!!!”


녀석은 이마를 땅에 박은 채 계속해서 죄송하단 말만 쏟아냈다.

킬리언의 멱살을 강하게 녀석의 머리를 내 앞으로 끌어왔다.


“내가 묻잖아? 왜 마차를 저따위로 대놨냐니까? 머리가 안 돌아가나? 내 질문이 어려웠나?”


“그... 그것이......”


녀석은 한참이나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마차를 저따위로 주차한 이유.

간단했다.


“오늘 가족들이 여기서 밥을 먹기로 했는데 자토스 인들이랑 함께 먹기 싫어 입구를 막아뒀다?”


킬리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율리안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전해 들은 얘기가 있다.

그에게 한 번 찍힌 순간 지옥 시작이라고.

오죽하면 그의 밑에 있던 기사들은 제 발로 나가기 위해 전역 신청을 한다고.


“thtjf whghltn wkf skdhkTdmaus whgrpTek”


그때 때마침 그를 구원해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외식하기로 한 가족들이 안으로 들어서고 있던 것.


“너희 가족들이야?”


율리안은 킬리안에게서 희망을 읽었다.

그리고 그 희망이 율리안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잠깐 우리는 빠져있을까?”


“네? 저하? 저하? 읍! 읍!”


율리안이 킬리언을 끌고 구석으로 숨었다.

킬리언은 율리안의 손에 벗어나 가족에게 가고 싶었다.

아무리 그가 황자라지만 아버지가 나선다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챠!!!”


식당에 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은 작은 남자아이였다.


“어? 우리 말고 손님이 있네?”


로레인이 꼬마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


녀석은 로레인의 미모에 빠져 멍하니 로레인을 바라봤다.


“우리 말고 손님이 있다고?”


듀니 머피가 앙칼진 목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주인장.”


“예! 남작님!”


주인장이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님버트 머피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우리가 식사할 때는 다른 사람들을 받지 말라 했을 텐데?”


“그것이......”


주인장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여전히 킬리언의 입을 막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 없었다.


“음식 냄새가 너무 향긋해서 제가 달라 그랬어요. 왜요? 문제 있어요?”


로레인이 능숙한 제국어로 답을 대신했다.

그녀가 떡진 머리칼을 넘겼다.

머리칼을 넘기자 보이는 뾰족한 귀.


“이거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이군. 설마 엘프를 보다니.”


“안녕.”


로레인이 킬리언의 동생 밀리언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예쁘다!!!”


“고마워.”


덥석!!!!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밀리언이 로레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그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어머! 얘가 미쳤나 봐!”


로레인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녀는 밀리언이 자기 가슴을 만진 즉시 아이를 밀쳤다.


털썩.


밀리언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와 동시에


“으아아아아아아!!!!!”


그가 악을 쓰며 울었다.


“저기요! 애가 그럴 수도 있지. 그렇다고 폭력을 쓰면 어떡해요?”


“아줌마. 방금 똑똑히 봤잖아. 그쪽 아들이 날 추행했다고.”


“아줌마? 아...줌마??!?!?!”


듀니의 얼굴이 사납게 구겨졌다.

그녀가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전장을 해쳐온 로레인에게

그녀의 주먹은 고양이 솜주먹보다 위협적이지 않았다.


으득.


“꺄악!”


로레인이 듀니의 손을 잡아 꺾었다.


“거기까지.”


끝의 끝, 결국 님버트가 나섰다.


“이곳은 내가 관리하는 지역이다. 자네가 아무리 엘프라 해도 내 아들과 아내에게 상해를 입힌 것은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러야 하네.”


“당신 아들이 나를 추행한 건요?”


“애가 몰라서 그랬던 거지.”


“애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당신은 잘못된 걸 알잖아요. 그럼 당신이 먼저 나한테 사과하는 게 순서 아닐까요?”


“대화가 통하지 않는군.”


님버트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을 불렀다.


“나는 동부 수용소를 관리하는 소장 님버트 머피라고 한다. 같이 가서 조사를 받아야겠어.”


“거절한다면요?”


“이곳이 제국 땅임을 잊지 말게.”


“맞아. 맞아. 이곳은 제국 땅이지.”


식당 저 끝에서 들려오는 제3의 목소리.


“어떤 놈이 감히···.”


님버트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헌앙하게 생긴 남자 옆,

자신의 장남 킬리언이 한껏 웅크린 채 서 있었다.


“누구냐?”


님버트는 율리안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나는 이런 사람인데?”


그가 다시 한번 품에서 편지를 건넸다.


“...........”


편지의 내용을 모두 읽은 뒤,


“위대한 제국의 3황자 율리안 듀발론 저하를 뵙습니다.”


님버트는 눈치가 빠른 남자였다.

그는 일이 잘못됐음을 느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고양이가 배를 까고 복종의 표시를 보이듯

몸을 납작 엎드려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뿐.


“저하를 뵙습니다.”


남편이 인사하는데 아내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듀니가 예를 갖춰 그에게 인사했다.


꾸벅.


밀리언이 고개를 치켜들고 가만히 있자 듀니가 손을 뻗어 고개를 조아리게 만들었다.


“음식 냄새가 좋아서 한 끼 하고 있었는데 내가 방해했나?”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미리 언질이라도 주시지 그랬습니까? 그럼 제가 모셨을 텐데.”


“에이~ 힘들게 굳이 그럴 필요 있나. 그냥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가려고 했지.”


님버트는 여기서 말이 끝나는 게 더 무서웠다.

차라리


‘근데 너 때문에 다 망쳤네?’라고 한다면 무릎을 꿇고서라도 잘못을 빌면 되는데 율리안은 그럴 기회조차 만들어주지 않았다.

때로는 입을 닫는 게 여는 것보다 강할 때가 있다.


“헌데 저하. 제 아들은 왜?”


그렇다고 피해 갈 수 있는 벌집이 아니다.

얼굴이 퉁퉁 붓도록 벌에 쏘이더라도 이 벌집은 건드려야 한다.

그야 벌집이 떠날 생각이 없으니까.


평소 아들이 자토스 인들을 상대로 손을 올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묵인했다.

자신들은 제국의 핏줄이고 저들은 몰락한 나라의 핏줄이니까.

한데 상대가 황자다?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쾅! 쾅! 쾅! 쾅! 쾅!


님버트는 심장이 격하게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시선은 바닥에 있었지만

온 신경은 그의 입에 집중됐다.

찰나의 시간이지만 그에겐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우선 앉아서 얘기할까?”


***


“아들들이 큰 사고를 쳤어.”


“.......”


님버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리언이 준 자료에는 님버트에 대한 정보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그중 나의 눈길을 끈 한 문장.


‘철저한 원리원칙주의자. 하지만 가족과 관련된 일은 한없이 관대함.’


그리고 식당에서 본 그는 이 정보의 신빙성을 높여줬다.

님버트가 킬리언과 밀리언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도 킬리언의 표정을 보며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을 거다.

한데 나는 아들이 아닌 아들들이라고 표현했다.


“혹 이 엘프와 어떤 관계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님버트의 질문에 로레인의 눈이 반짝였다.


“나와 함께하는 여자다.”


“어멋!”


나는 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만족하고 있는 로레인의 표정을.

님버트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제 아들이 피해를 끼친 점. 부모가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아까는 그렇게 고개 빳빳하게 쳐들더니. 율리. 황가 핏줄이 무섭긴 무섭나 봐.”


“로레인. 그만. 이건 나한테 고개 숙여 사과할 문제가 아니네. 피해를 받은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할 문제지.”


“맞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님버트가 몸을 틀었다.


“제 아들이 피해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고개 들어요. 용서해 줄게요.”


그렇게 밀리언과의 문제는 해결됐다.

이제 남은 건 나와 킬리언의 문제.


“저하. 제 아들이 저하에게 어떤 사고를 쳤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단히 야단치겠습니다.”


“네가 직접 말해.”


나는 궁금했다.

킬리언이 자기 잘못을 실토했을 때

님버트는 과연 야단으로 끝낼 수 있을까?


“저.... 그게......”


“저하가 말하라 명하지 않으시냐! 어서 말해라!”


킬리언은 윽박지르는 제 아비를 보며 당황했다.

그럴만했다.

여태까진 무슨 잘못을 하든 쉽게 쉽게 넘어갔겠지.

이렇게 작은 문제 하나하나를 무시하고 외면하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크게 터지는 거다.


“제가.... 저하의..... ”


“더 크게.”


녀석의 목소리가 기어가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킬리언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녀석도 안 거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일이 제대로 잘 못 됐음을.


나는 순간 볼 수 있었다.

녀석이 자포자기했음을.

그리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숨을 들이마셨음을.


“저하의 뺨을 후려쳤습니다!”


“그렇다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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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버려진 땅 (1) 24.08.24 12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1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2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3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3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0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8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18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6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6 0 12쪽
26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5 0 12쪽
25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5 0 12쪽
24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19 0 12쪽
23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6 0 12쪽
22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19 0 12쪽
21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7 0 12쪽
20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7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0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19 0 12쪽
17 습격 (4) 24.08.10 20 0 12쪽
16 낚시 (3) 24.08.09 20 0 12쪽
15 낚시 (2) 24.08.08 22 0 12쪽
14 낚시 (1) 24.08.07 24 0 12쪽
» 시작된 여행 (4) 24.08.06 26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6 0 13쪽
11 시작된 여행 (2) 24.08.04 26 0 12쪽
10 시작된 여행 (1) 24.08.04 34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4 1 13쪽
8 로레인 블라디미르 (4) 24.08.03 38 0 12쪽
7 로레인 블라디미르 (3) 24.08.02 7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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