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8 19:00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1,859
추천수 :
22
글자수 :
359,337

작성
24.08.07 20:00
조회
24
추천
0
글자
12쪽

낚시 (1)

DUMMY

플로버 안토니는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간수였다.

동부 수용소는 서쪽과는 정반대의 수용소였다.

그 모든 것은 님버트 머피의 역량이 이뤄낸 결과였다.


‘다정한 원리원칙주의자’


그는 지킬 건 지키는 사내였다.

수용소에 있는 이들에게

매 끼니를 챙겨줬고

햇볕을 쬐게 해줬으며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해줬다.

그런 그가 오늘 회의에서 말했다.


“우리 수감자들은 노역에 동원될 걸세.”


“제국에서 내려온 공문입니까?”


“아니. 한 사람의 명령이네.”


“제아무리 제국의 귀족이라 해도 수용소의 인물들을 함부로 노역에 동원할 순 없습니다.”


“귀족이 아니네.”


“그럼?”


님버트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설마?”


님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전날의 일을 떠올렸다.


“저하의 뺨을 후려쳤습니다!”


님버트가 눈을 깜빡였다.

그는 계속해서 눈을 깜빡였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멍청한 녀석이길 바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들은 얘기는 벌어지지도 앞으로 벌어져서도 안 될 일이니까.


“뭐.... 뭐라고?”


님버트의 입이 떨렸다.


“다시 한번 고해라.”


율리안이 킬리언을 몰아붙였다.


“저하의 뺨을 제가···.”


킬리언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멍청해서···.”


그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었다.

하지만 율리안은 그저 싸늘한 눈으로 킬리언을 바라볼 뿐이었다.


덜컥.


님버트가 의자를 뒤로 뺀 뒤 율리안 앞에 무릎 꿇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저하. 부디. 부디. 용서를.”


그가 쿵 소리가 나게 이마를 땅에 박았다.


“님버트 머피.”


“예! 저하.”


“황가의 핏줄을 공격하면 어떻게 되는지 고해보거라.”


“귀족들은 그 지위가 박탈당하고 3대가 멸하게 됩니다.”


그제야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한 머피 가족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저하!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하!”


“살고 싶나?”


“네!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뭐든?”


율리안이 님버트를 보며 웃었다.

그는 알고 있다.

이건 악마와의 거래다.

자신의 영혼을 바치고 목숨만은 부지하는 그런 불공정한 거래.

하지만 그럼에도 엎을 수 없는 거래.


“너 내 장단에 맞춰 춤 좀 춰줘야겠다.”


그날부터 님버트는 율리안의 손아귀에 사로잡힌 꼭두각시였다.


***


또다시 감옥에 들어왔다.

처음 느낀 냄새는 비린내.

하지만 이 비린내는 서부 수용소와는 다른 비린내였다.

거기는 피비린내였으니까.


“아저씨!”


쇠창살에 갇힌 아이가 나를 불렀다.

아이는 쇠창살을 쥐어 잡은 채 웃고 있었다.


“마크! 조용히 해야지.”


간수가 아이를 다그쳤다.

하지만 창으로 철창을 때린다든지

표정을 살벌하게 짓는다는지 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어른이 아이를 다그치는 모습.

수용소의 분위기가 대충 그려졌다.


“꼬마야. 난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란다.”


“잘생긴 형!”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수정하는 모습.

떡잎이 남다른 아이다.


“그래 왜 불렀니? 똑똑한 친구.”


“형은 왜 왔어요? 집을 잃어버렸어요?”


“아니?”


“그럼 나쁜 사람들이랑 싸웠어요?”


“그것도 아닌데?”


마크가 어? 이상하다? 말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더더욱 궁금해졌다.


“마크는 어쩌다 여기 잡혀 오게 된 거니?”


“잡혀 온 게 아니에요. 우리는 스스로 들어온 거예요.”


“스스로 수용소에 들어왔다고? 왜?”


“부모님을 잃거나 집을 잃은 아이들을 님버트 님이 거둬주셨어요. 우리처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노예상들한테 잡혀 노예로 팔려 가거든요. 그걸 막기 위해 님버트 님 신경 써주신 거죠.”


“이제 제 차례에요! 형은 어떻게 온 거예요?”


아이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나한테서 뭔가 특별한 게 느껴졌던 걸까?

무슨 대답을 기대하기에 저리도 눈을 반짝일까?


“비밀~”


“그런 게 어딨어요!”


대화는 여기서 끝이었다.

대답을 안 해주면 계속 물어볼 기세였는데

간수는 아이들이 운동할 시간이라며 철창문을 열어줬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우르르 밖으로 뛰어나갔다.


“간수가 죄수를 풀어주네?”


“왜? 신기해?”


“그럼 안 신기해? 나도 풀어주쇼.”


“오늘 들어왔으면 얌전히 있어라.”


“저 아이도 자토스인이고 나도 자토스인인데 이렇게 차별하는 게 어딨습니까?”


간수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하지만 너는 있지.”


“저는 죄짓지 않고 살았는데요?”


“나라를 지키지 못했잖아. 아주 큰 죄지.”


간수의 얼굴에 죄책감이 보였다.

그가 떠나고 얼마 뒤,

님버트가 손수 열쇠를 들고 나를 찾아왔다.


“이제 되셨습니까?”


그는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일이다.

감옥엔 내가 들어가겠다고 했으니까.


“로레인이 있는 곳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님버트와 나란히 걸으며 철창 안을 지켜봤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수용소를 최대한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이곳은 수용소라기보다 울타리에 가깝군.”


그가 말을 아꼈다.


“제국에서 그들을 빨리 교화시키라고 압박할 텐데. 그건 어떻게 넘기지?”


“스테판 피닉스가 서부 수용소를 무너트린 직후 조금은 숨통이 트였습니다.”


“관리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린 건가?”


“그렇죠.”


서부 수용소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다.

사람을 꾸역꾸역 채워 넣은 동부와 달리 여기는 구역이 정해진 느낌이었다. 1층이 어린이들, 2층이 여자와 노약자들, 3층이 가족들, 4층이 건장한 청년들로 구성돼 있었다.


“왜 아이가 1층이지?”


“수용소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나가야 하니까요.”


“사려가 깊군.”


님버트는 또다시 말을 아꼈다.

내 생각에 그는 수용소라는 명분으로 약한 이들을 합법적으로 보호해 주고 있었다.

교화시키겠다는 명분도 있으니, 제국의 눈길을 피할 수도 있고. 그렇게 대화하고 있을 때 2층에 도착했다.


“율리!”


철창으로 희고 고운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꼬질꼬질해도 예쁘네.”


“50점.”


“나가자. 맛있는 거 먹으러.”


“100점.”


로레인이 철창에서 나와 기지개를 켰다.


“아~ 나름 아늑했는데 나 감옥 체질인가 봐.”


“왜? 창문보다 철창이 더 편해?”


“그런 것도 있고.”


그녀가 나에게 팔짱을 꼈다.


“여기 어땠어?”


“쓸데없이 너무 따듯해.”


“그래?”


“감옥인데 밥도 잘 챙겨주고, 1주일에 한 번씩 빨래 세탁도 하고, 햇볕도 쬐게 해준대. 여기가 과연 수용소가 맞나 싶을 정도?”


로레인이 님버트를 보며 말했다.


“당신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일지도?”


로레인이 님버트를 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앞으로도 수용소 관리 잘해라.”


“알겠습니다.”


“이동하자. 소장실로.”


“알겠습니다.”


님버트는 알지 못할 거다.

그간 자신이 쌓아놓은 덕이 이 수용소를 지켰다는 걸.


***


“안녕하십니까!!!”


플로버를 포함한 간수들이 율리안에게 90도로 몸을 꺾어 인사했다.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났다.

제국의 하수인이 율리안에게 인사하러 오지 않아 목이 달아났다고.


“어. 그래. 편하게들 있어.”


간수들은 군기가 바짝 든 상태였다.

그 사건 이후, 3황자에 대한 소문은 더욱 사악해졌다.

길을 가다 심심하면 자토스인을 찔러 죽였다느니

야생동물을 산 채로 뜯어먹었다느니

정작 율리안은 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플로버가 곁눈질로 율리안을 바라봤다.


‘차분하다.’


그의 첫인상이었다.

율리안이 소장실로 올라온단 소릴 들었을 때 그는 자기 나름대로 율리안의 모습을 그려봤다.


쾅!!!


소장실 문을 발로 박차고 들어오는 모습.


“보고해 봐.”


상석에 앉아 발을 책상 위에 올리고 건방지게 구는 모습.

그리고


“오늘도 너무 예쁘네?”


옆에서 여자를 끼고 방탕하게 노는 모습까지.

하지만 그 모든 예상이 다 빗나갔다.

그는 님버트에게 자신의 계획을 얘기해줬고

님버트는 생각보다 용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거기까진 그럴 수 있다.

놀라운 건 율리안이 의견을 수용한다는 점이었다.


‘저러니까 더 무서운데!’


소문은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다.

플로버에게 율리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래. 대충 이 정도로 하지.”


“알겠습니다. 플로버.”


“예??? 예!!!!”


“수감자들을 모아주겠나?”


“알겠습니다!”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아이들을 제외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건강한 청장년층이 연병장으로 모였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소풍을 갈 거다.”


귀를 의심하는 단어.

간수를 통의 어느 정도 귀띔을 들었다.

자신들은 노역에 끌려갈 거라고.

하지만 소풍이라니.


“허. 참.”


수감자들 사이에 혈기 왕성한 남자 하나가 코웃음을 쳤다.

바보라도 안다.

자신들은 지금 노역하러 끌려간다는 것을.

눈앞에 저 어린놈이 속인답시고 속였겠지만

자신은 절대 속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청년이었다.


‘이게 맞아?’


청년의 이름은 마르코였다.

그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율리안은 정말로 수감자들을 데리고 소풍을 왔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었다.

전쟁으로 인간들이 만든 건물은 부서졌지만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 황금빛 노을에 빛나는 이 갈대숲처럼.


“율리. 먹어봐. 아~”


로레인이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펼쳤다.


“아!”


마르코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는 저 모습을 통해 자신들에게 박탈감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 너희가 소풍에 나온 게 정말 소풍 온 거 같냐고.

꿈 깨라고.

결국 너희가 돌아갈 곳은 수용소라고.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마르코가 율리안이 농락한다고 괴로워하고 있지만

다른 수감자들은 갈대밭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거나

불어오는 바람을 마음껏 들이마시기도 했다.

그리고


“잡아.”


이 틈을 타 탈옥하려는 이도.


‘이 멍청이!’


마르코의 마음에 급해졌다.

수용된 자들에게 있어 탈옥은 가장 큰 죄다.

녀석은 너무 순진하게 도망치려 했고

바보여도 그가 탈옥하는 걸 알 수 있었다.

탈옥에 실패한 이가 율리안의 앞에 제압된 채 끌려왔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왜 그랬어?”


“.......”


탈옥 미수범은 말이 없었다.


“어디 가려고 했어?”


“죽여라.”


“너희는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게 죽으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아. 왜 그렇게 목숨을 쉽게 버리지?”


“때로는 죽음으로서 더 많은 걸 남기기도 하니까.”


율리안이 미수범을 보며 얘기했다.


“너. 무장단체 끄나풀이구나.”


그의 눈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연기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너무 비장하잖아.”


미수범이 혀를 깨물려 했다.

하지만


탁!


로레인이 그보다 먼저 움직이며 그가 혀를 깨물려는 걸 막았다.


“율리. 어떡할까?”


“보내줘.”


“어?”


“보내주라고.”


그를 제압하고 있는 병사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


“방금 내가 얘기했잖아. 보내줘.”


병사들이 율리안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제압하고 있던 그를 풀어줬다.


“야. 너희 무장단체에 전해라. 황자의 목을 갖고 싶으면 적어도 소드 마스터 급 강자는 불러와야 될 거라고.”


율리안의 명령을 끝으로 그는 미수범에서 진정한 탈옥수가 됐다.

그는 황금빛 갈대밭을 쉬지 않고 질주했다.


“저렇게 보내줘도 돼?”


끄덕.


“이해가 안 돼 율리. 왜 풀어준 거야? 풀어줄 이유가 전혀 없는데?”


로레인을 포함한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너 하나쯤 도망가도 아무 문제 없다는 강자의 여유일까?

동료의 탈출을 보며 괴로워하길 바라는 악의가 담겨있는 것일까?


“낚아야 될 사람이 있거든.”


“낚아?”


“대어를 낚으려면 미끼가 필요하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버려진 땅 (1) 24.08.24 12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2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2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3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3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0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8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18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6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7 0 12쪽
26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5 0 12쪽
25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5 0 12쪽
24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19 0 12쪽
23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6 0 12쪽
22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19 0 12쪽
21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7 0 12쪽
20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7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0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19 0 12쪽
17 습격 (4) 24.08.10 21 0 12쪽
16 낚시 (3) 24.08.09 21 0 12쪽
15 낚시 (2) 24.08.08 22 0 12쪽
» 낚시 (1) 24.08.07 25 0 12쪽
13 시작된 여행 (4) 24.08.06 26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7 0 13쪽
11 시작된 여행 (2) 24.08.04 26 0 12쪽
10 시작된 여행 (1) 24.08.04 34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4 1 13쪽
8 로레인 블라디미르 (4) 24.08.03 38 0 12쪽
7 로레인 블라디미르 (3) 24.08.02 70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