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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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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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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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작된 여행 (2)

DUMMY

‘미쳤어. 완전 미친 의뢰라고.’


3호는 선배들과 함께 암살 길에 올랐다.

하지만 좀처럼 심장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것이 처음에서 오는 긴장감인지

막연한 예감에서 오는 불안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림자 암살대는 의뢰자의 지급 금액에 따라 암살자를 차등 배정한다.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이 조장인 1호.

신입이거나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이가 가장 끝 번호다.

5호는 자신이 이 그룹의 막내라는 사실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5호.”


이때 선두에서 달리는 조장이 나직이 그를 불렀다.


“예. 조장님.”


“그림자 암살대의 철칙.”


“1항. 의심하지 마라.”


그의 눈빛을 읽은 것일까?

조장은 흔들리는 그를 잡아줬다.


“하지만 이번 암살은···.”


“2항.”


조장이 그의 말을 잘랐다.


“2항. 맡은 임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해라.”


“그래. 우리는 그거면 된다.”


칼밥 먹는 사람들은 돈을 받고 칼을 휘두르면 된다.

조장이 5호에게 그 사실을 일깨워줬다.

그리고 온몸에 그 사실만을 새겨넣을 것을 강조했다.


휙. 휙.


1호가 일사불란하게 손가락으로 지휘했다.

5호가 맡은 임무는 탈출 경로 차단 및 보조.

잠시 후, 돈도롱의 저택으로 암살자들이 잠입했다.


스윽.


5호가 투명한 창문으로 내부를 살폈다.


“으음~ 율리~”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잘생긴 남자가 아름다운 여인을 품은 채 잠들어 있었다.


‘속 편한 새끼.’


처음엔 두려웠다.


‘3 황자의 암살.’


무려 글라디스 대륙을 통일한 듀발론 제국 황자의 암살이다.

그 이후엔 자신들이 팽당할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그럼에도 그림자는 이 암살을 받았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하라면 하기만 하면 될 뿐.


“5호.”


5호가 긴장감에 단도를 뽑아 겨누려 했다.

하지만


탁!


4호가 손바닥으로 칼을 집어넣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너무 긴장하지 마. 3 황자는 제대로 구사하는 검술도 없고 마나도 한 줌 없으니까. 당황하지만 않으면 네가 나설 일 없을 거야.”


긴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긴장은 목숨과 직결된다.

4호는 그걸 알기에 5호를 진정시켰다.


“감사합니다.”


4호의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휘었다.

5호가 제일 의지하는 선배기도 했다.


휙. 휙.


이윽고 떨어지는 진입 명령.


“알겠지. 긴장하지 말고. 안 되겠다 싶으면 신호탄을 쏴올려라.”


마지막 말을 남기고 4호가 건물로 진입했다.

잠시 후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의 비명

가구 깨지는 소리

하다못해 전투 소리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일이 틀어졌다.’


5호는 상환 판단이 빨랐다.

하지만


덥석.


“이제 너만 남았네?”


율리안이 더 빨랐다.


***


“걔가 마지막이야?”


로레인이 깨끗한 천으로 피 묻은 단도를 쓱쓱 닦았다.

그녀의 발밑에 누워있는 싸늘한 시체 4구.


“누가 보냈어?”


“죽여라.”


“그래. 당연히 한 번에 나오지 않지.”


“고문해도 소용없다.”


“알아. 암살자들이 처음 훈련받는 게 고문인데. 내가 그걸 모를까?”


율리안이 시체를 일렬로 세워놨다.


“사람들이 죽으면 그 영혼은 태양신의 품에 안겨 안식을 취한다고 하지. 근데 말이야···.”


이때 가장 먼저 시체가 된 1호의 몸에서 희뿌연 영혼이 빠져나왔다.


“네크로맨서는 그걸 방해할 수 있거든.”


율리안이 연기를 흡입하듯 영혼을 들이마셨다.


“!”


5호의 동공이 확장됐다.

그도 들은 것이 있다.

네크로맨서를 잘못 건드리지 마라.

그들을 건드리면 죽어서도 마음 편히 죽지 못할 것이니.

그리고 지금, 그 말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누가 보냈어?”


5호가 또다시 입을 막았다.

그렇게 율리안은 3번의 질문을 했고

5호는 3번 다 대답하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4호의 시체.

찰나의 순간,

율리안은 4호의 시체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5호의 눈빛을 읽었다.


“누가 보냈어?”


감정이 실리지 않은 기계적인 질문.

5호는 계속해서 고민했다.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래. 훌륭하다.”


5호의 눈에 4호의 영혼이 보였다.

율리안은 지체없이 입을 벌려 영혼을 흡수하려 했다.

그 순간,


“잠깐!!!”


“누구야?”


“누군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만나기로 한 접선 장소가 있다.”


“어디?”


“수용소 뒤편에 있는 대저택. 그곳이요. 그곳으로 당신과 저 여인의 시체를 가져오면 남은 금액을 받기로 했어.”


율리안의 몸 주위에서 맴돌던 영혼이 하늘로 승천했다.


“죽여라.”


5호가 자세를 바로잡고 앉았다.

죽을 때 죽더라도 비굴하게 죽지 마라.

그게 암살대에서 가르친 가르침이었으니까.

하지만


“가라.”


율리안은 그 가르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5호의 눈에 떠오르는 의문.


‘어째서?’


“황자의 암살 사건이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너는 죽는다. 앞으로 얼마나 남은 목숨인진 모르나 그 힘으로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며 살아봐라.”


5호가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러웠다.

처음엔 그저 혈통 좋게 태어나 세상 걱정 없이 사는 사내인 줄 알았는데 그의 눈엔 자신이 품지 못한 어떤 의지가 보였다.


“노력해 보겠소.”


삶을 바꾸는 결정은 때론 이렇게 쉽고 빠르게 이뤄지기도 한다.

5호가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


“이제 어떡할 거야?”


“찾아가야지.”


“다짜고짜 가서 네가 나 죽이려고 했지! 하면 퍽이나 맞소! 내가 죽였소! 하겠다.”


“그러니까 머리를 써야지.”


“어떻게?”


“나 네크로맨서야.”


율리안이 씩 웃었다.

잠시 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시체 한 구에 낙뢰가 꽂히듯 영혼이 파고들었다.


‘무영창?’


로레인은 수용소에서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님을 다시금 확인했다.

룬디아에게 들은 적 있다.

네크로맨서들은 주술을 쓰기 전 반드시 주문을 외워야 한다.

하지만 특출난 네크로맨서들은 주문을 외우지 않고도 주술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치 마법사가 무영창으로 마법을 쓰듯.


“율리. 진짜 스승이 누구야?”


“있어. 위대한 스승.”


율리안이 말을 얼버무렸다.

하지만 로레인도 깊이 파고들려 하지 않았다.

그의 스승이 룬디아는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으니까.


“으어어어어~”


시체 한 구가 기괴하게 몸을 꺾으며 일어났다.


“그런 짓 안 해도 되니까 그냥 일어나라.”


“어이쿠.”


1호의 몸에 빙의한 영혼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인가? 강령술로 나를 부른 것이?”


“성격 아니까 그렇게 근엄하게 부를 필요 없어.”


“아니. 근데 이 어린노무 새키가 싸가지 없이.”


1호가 율리안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덥석 휙!


“아! 아! 아파! 그만! 팔 꺾였어! 그만!”


“시체가 고통을 어떻게 느껴.”


1호의 눈이 깜빡거렸다.

빠른 전략 수정.


“내 능력이 필요해서 부른 거 아닌가? 이렇게 손 꺾고 있으면 피차 좋을 게 없는 거 같은데?”


이번엔 그의 협박이 통했고

율리안이 1호의 손을 풀어줬다.


“누구야?”


로레인이 1호를 보며 물었다.


“아름답구나. 실로 아름다워.”


1호의 진심 어린 찬사에 로레인의 얼굴에 흡족함이 드러났다.


“있어. 예술가.”


“예술가?”


“그렇지. 내가 예술가가 아니면 누가 예술가겠어.”


1호는 팔짱을 낀 채 자부심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나를 어떻게 알았지? 내 이름은 들어봤어도 내 능력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왜 모르겠어. 우리는 함께 전선에 있었는데.’


“선조가 기록한 역사책에서 읽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손상된 전우들의 얼굴을 복원해 줬다 기록된 낭만적인 남자. 예술가 라르켈.”


“네 이름이 뭔데?”


“율리안 듀발론입니다.”


“아. 그럼 네가 솔로몬 듀발론의 후손이구나.”


라르켈은 율리안을 보며 많이 닮지 않은 것 같다는 둥,

자신을 기억해서 기특하다는 둥

한참이나 수다를 떨었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뭔데?”


***


도리언 스튜어트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내일까지 목을 가져오겠소.”


세간엔 케빈 스튜어트를 죽이고 수용소를 함락시킨 인물이 스테판 피닉스라 알려졌다.


‘절대 아니야.’


그는 확신했다.

가끔 로레인을 보기 위해 스테판을 핑계로 수용소에 드나들던 그였다.

그는 도저히 폭동을 일으킬 상황이 아니었다.

폭동에 대비하기 위해 밥도 하루에 한 끼만

죽지 않을 정도로만 주라 명령한 것도 그였고.


그렇다면?

한 달 전부터 꾸준히 수용소로 출근한 황자 말고는 자기 핏줄을 죽일 사람은 없었다.


“여자 하나 차지하겠다고. 미친 새끼.”


율리안이 자신의 아들을 죽인 이유.

도리언은 그 이유가 로레인 때문이라 생각했다.

늙지 않는 치명적인 꽃.

사내라면 그 누구라도 갖고 싶지 않겠는가?


해가 지고 달이 떴다.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도리언은 계속해서 창문만 바라봤다.

이 밤이 끝나지 않길 바랐다.

달이 지고 해가 뜨면

그건 임무의 실패를 뜻하니까.


똑똑.


그렇게 피가 말라가는 깊은 밤.

드디어 창문으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도리언은 뒤룩뒤룩한 몸과 다르게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창문을 열었다.


털썩!


암살자 두 명이 창문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각각 어깨에 메고 있던 포대를 털썩 내려놨다.


“확인.”


그의 건조한 목소리.

도리언은 떨리는 손으로 포대를 풀었다.

포대를 풀자, 율리안과 로레인의 얼굴이 나왔다.


“이이익!!!”


율리안의 얼굴을 보자 분노가 차올랐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도리언이 율리안의 얼굴을 짓밟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침을 질질 흘려가며

자제심을 상실한 채 계속해서 율리안을 짓밟았다.

그렇게 온몸에 힘이 다 소진될 때까지 밟고 나서야 그는 발길질을 멈췄다.


“헉.... 헉..... 헉.......”


숨이 가쁘게 차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때까지 암살자는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가져가라.”


그제야 도리언은 자신이 아직 남은 대금을 주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암살자의 발밑에 돈을 툭 던졌다.


“100만 루크다.”


암살자가 주머니를 들어 올렸다.


“내 목 값이 100만 루크밖에 안 돼? 대륙을 통일한 황제의 핏줄인데?”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나가.”


헛소리가 아닌데.

율리안이 쓰고 있던 복면을 벗어 던졌다.


“!”


도리언은 순간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어떻게 된 거야!’


도리언이 짓이겨진 시체를 바라봤다.

그리고 발견했다.

귀와 볼이 맞닿는 지점.

피부가 묘하게 어긋나있는 게 보였다.


“노력은 했네. 근데 내 미모를 다 담기엔 내가 너무 예뻤다. 그치~?”


율리안의 옆,

로레인이 복면을 벗고 자기 얼굴을 바라봤다.


“도리언 스튜어트. 아들의 복수를 위해서였나?”


도리언은 느긋하게 율리안의 질문에 대답할 시간이 없었다.

그가 대문을 박차고 나갔다.


“침입자다! 놈들을 잡아!”


도리언의 다그침에 사병들이 무기를 들고 율리안 일행을 에워쌌다.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병사가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덥석. 빠직.


“끄아아아악!”


율리안은 녀석의 팔목을 잡아 그대로 비틀었다.

그 한 번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살려줄 때 도망가라.”


병사들이 무기를 버리고 성을 빠져나갔다.

도리언이 자택을 나가 마구간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 했다.


타닷.


로레인은 아름답게 몸을 회전하며 출구를 막아섰다.


뚜벅. 뚜벅. 뚜벅.


율리안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도리언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그에겐 율리안이

마치 낫을 든 사신처럼 보였다.


털썩.


도리언이 무릎 꿇었다.


“살려주시십시오. 저하!”


그가 어눌한 제국어로 목숨을 구걸했다.


“제국어 잘하네.”


그의 요청에 율리안은 자토스어로 답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신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예! 저하!”


“네가 뭐든 한다고 했다?”


율리안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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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버려진 땅 (2) 24.08.25 13 0 12쪽
36 버려진 땅 (1) 24.08.24 13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3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3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4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5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1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9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20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7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8 0 12쪽
26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7 0 12쪽
25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6 0 12쪽
24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19 0 12쪽
23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8 0 12쪽
22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21 0 12쪽
21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9 0 12쪽
20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9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1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21 0 12쪽
17 습격 (4) 24.08.10 22 0 12쪽
16 낚시 (3) 24.08.09 22 0 12쪽
15 낚시 (2) 24.08.08 24 0 12쪽
14 낚시 (1) 24.08.07 25 0 12쪽
13 시작된 여행 (4) 24.08.06 27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8 0 13쪽
» 시작된 여행 (2) 24.08.04 28 0 12쪽
10 시작된 여행 (1) 24.08.04 36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5 1 13쪽
8 로레인 블라디미르 (4) 24.08.03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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