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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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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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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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습격 (4)

DUMMY

사울은 당황했다.

제국군은 얼마든지 올 수 있다 생각했다.

이 또한 율리안의 계산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몰려온 제국군의 면면이 문제였다.

소리가 난 곳에서 한 여인이 다가왔다.

작은 키에 자신의 몸집만 한 장검을 등에 멘 여인.


“하얀 검 하이닉?”


사울이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이 뱉었다.


“하얀 검 하이닉? 그게 누군데?”


“제국을 통일하게 만든 7명의 주역이자 소드 마스터. 사람들은 그들을 황궁 7 검이라 불러. 하얀 검 하이닉은 그 7명 중 하나고.”


“그 7명 중 한 명이 왜 아직 여기 있는 건데?”


“자토스는 제국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결사 항전을 벌인 나라야. 그럴 수 있는 이유가 뭐였겠어? 사울 같은 강자가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지금 그 사울을 잡으러 왔다?”


로레인은 율리안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줬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너는 너희 나라 사람인데 그것도 모르니?”


“황궁에 틀어박혀 망나니처럼 살아서.”


“으이구! 자랑이다!”


로레인의 정보를 듣고 율리안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낭팬데.’


지금 여기서 이렇게 헤어지면 깔끔했다.

비비안은 안전하게 눈을 뜰 것이고

강자의 보호 아래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제국군이 개입했다.


하이닉이 사울의 옆을 지나쳐 율리안에게 향했다.

사울은 검을 뽑을 수 없었다.

걷는 그 순간에도 빈틈이 없는 그녀였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의 처지였다.

지금 여기서 하이닉과 싸우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잘하면 승리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거기서 끝이다.

자신이야 이기겠지만 그다음 자토스에 미래는 없었다.

그도 생각에 잠겼다.

검을 뽑지 않고 하이닉과 싸워 이겨야 했다.

율리안이 그랬던 것처럼.


“율리안 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하이닉이 율리안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하얀 검 하이닉이라고?”


“네.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이죠? 우리 만난 적 있던가요?”


“아니. 내 기억엔 없는데.”


“다치신 곳은 없나요?”


“덕분에.”


율리안이 로레인을 바라봤다.


“어머. 엘프라니. 오늘 일이 잘 풀리려나 보네요.”


사울과 달리 하이닉은 여유로웠다.

사울이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듯

그녀도 지금 자신이 위치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여긴 어떻게?”


“다 듣는 귀가 있죠. 저하가 습격받을 거라도 정보도 포함해서.”


“!”


사울이 자책했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자신들의 동료가 제국으로 침투해 정보를 빼 오듯

제국도 우리에게 침투해 정보를 빼 올 수 있었는데.


‘누구냐? 누구냐?’


그는 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잠시 후


절그럭. 절그럭.


하이닉의 곁으로 인물 한 명이 다가왔다.


‘너였구나!’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폐하.”


플로버는 그 어느 때보다 유창한 제국어로 율리안에게 인사했다.

자신들과 가까우면서도 제국의 인사들과 닿을 수 있는 자.

처음엔 님버트를 의심했다.

하지만 지난날의 행적이 그 의심을 거두게 했다.

그렇지만 님버트의 최측근은 얘기가 다르다.

사울이 그를 죽일 듯 노려봤다.


“자토스를 지키는 방법은 칼을 들고 싸우는 게 다가 아닙니다.”


플로버는 플로버 나름대로 자토스를 지키는 결정을 했다.

그는 님버트가 사울에게 정보를 주는 게 걱정됐다.

만약 그 사실이 제국에 발각되면?

님버트는 물론 수용소에 있는 무고한 이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랬기에 님버트가 먼저 나섰다.


“운이 좋네요. 저자들 목숨에 비비안의 목까지.”


그가 품에서 종이를 꺼내 펼쳤다.

그림엔 비비안 아리아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사울이 비비안의 앞을 막아섰다.


“비비안을 데리고 먼저 도망가라.”


그가 자신의 품에 차고 있는 아공간 주머니를 넘겼다.

그들의 행동은 신속했다.

애꿎은 감상 따윈 없었다.


“기다리겠습니다. 반드시 돌아오셔야 해요!”


마르코가 비비안을 주머니에 넣은 뒤 전장에서 빠르게 멀어졌다.

하지만 그냥 보내 줄 하이닉이 아니었다.

그녀가 검을 뽑았다.

검은 그녀가 왜 하얀 검이라 불리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전부 하얬다.

검신부터 검의 손잡이까지.


“정말 지긋지긋하네요.”


하이닉이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하얀 도신에서

초승달 모양의 하얀색 검기가 발출됐다.


쾅!!


사울이 대검을 휘둘러 검기를 날렸다.

하이닉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샘을 해봤다.


‘어중이떠중이 100명과 자토스에 남은 희귀한 소드 마스터.’


이건 굳이 머리를 열심히 굴리지 않아도 나오는 쉬운 답이었다.


“1조를 제외한 나머지 조는 잔당을 소탕하세요. 1조는 나랑 같이 제거 대상 0순위. 사울 듀크란 사냥에 들어갑니다.”


“하!”


하이닉의 명에 제국의 기사들이 쏜살같이 흩어졌다.


“저하. 위험합니다. 피해계세요.”


“아니. 싸움을 멈춰라.”


“네?”


하이닉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신의 품에 안고 있던 마크를 보여줬다.


“애가 있다. 애 앞에서 할 일은 아니지.”


하이닉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지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냐는 소리.


“추격 명령도 거둬라.”


“저하? 지금 자토스 편을 들고 계시는 겁니까?”


“자토스 편을 드는 게 아니다. 나는 나를 위해 변호를 할 뿐.”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첫째. 너희가 싸우면 나를 포함해 이 아이까지 휘말리게 된다.”


“그 아이가 저하에게 어떤 의미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율리안은 마크를 이용한 협상이 제법 잘 되고 있음을 느꼈다.


‘이거 잘만 하면?’


어쩌면 이 작은 아이의 등에 활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는 저 사내로부터 나를 지켜준 아이다.”


“추격 명령을 거둬야 하는 이유는요?”


“비비안 아리아는 내가 공들여 추격하던 인물이다. 인제 와서 그 공을 너한테 뺏길 순 없지.”


하이닉은 황자 앞에서도 표정 관리를 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그럴 힘이 있었으니까.


‘정말 소문대로구나.’


율리안은 마나도 쓰지 못하는 반푼이다.

그 반푼이가 전쟁에 참여한 이유.

그건 남의 공을 가로채기 위함.


“추격하면 잡을 수는 있고요?”


“감히 황자 앞에서 시건방을 떠는구나.”


“이 명령이 황자님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황자보다 위라면 황제 폐하의 명이라는 것이냐?”


“1황자 저하의 명령이죠.”


“1황자가 나보다 위에 있다는 소리처럼 들리는구나.”


“아시잖아요.”


하이닉이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

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의 뒷배가 든든했다.

율리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양보하지 못하겠다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일개 기사가 감히 황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냐?”


“전가가 아닙니다. 인지지요.”


두 사람이 치열하게 공방하는 사이,

사울도 머리를 굴리기에 바빴다.

율리안이 왜 비비안을 지켜주려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이 상황을 이용하지 못할 이유가 되는 건 아니었다.

생각은 끝났다.

남은 건 행동뿐.

사울이 율리안을 향해 온 힘을 쏟은 검기를 날렸다.


“저하!!”


하이닉이 율리안의 앞을 막아섰다.


쾅!!!!


순식간에 일어나는 흙먼지.

사울이 그 틈에 몸을 날렸다.

이미 수하들은 먼저 도망친 상태.

그렇기에 전력으로 달릴 수 있었다.


“빌어먹을! 추격한다!”


하이닉이 사울이 날아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제기랄!’


율리안은 추격하는 하이닉까지 잡을 순 없었다.

자신의 소문을 이용하는 것도 여기까지였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


“로레인. 마크를 부탁해.”


마크는 사울의 살기가 듬뿍 담긴 검기를 눈앞에서 마주 봤다.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

그 공포가 마크의 영혼을 잠식하고 있었다.

우선은 이 작은 아이의 캐어가 먼저였다.


“어떡하려고?”


“쫓아야지.”


“나 없이 괜찮겠어?”


“나 황자야. 누가 내 몸을 건드린다고.”


율리안이 사울과 하이닉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정말 괴물들이구나.’


자신이 살던 시대에 소드 마스터엔 미치지 못했지만, 소드 마스터들은 괴물이었다.

자신이 헉헉대며 달려가는 동안

그들은 사뿐히 땅을 톡톡 밟으며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됐다.

하이닉이야 사울을 쫓을 수 있지만 자신은 두 사람을 쫓을 수 없었다.


‘어떡해야 되지? 생각해라. 생각해라.’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로는 메꿀 수 없는 육체적 격차.

그때였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간절하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그의 앞에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나타났다.


“당신이 왜 여기에?”


***


사울 일행은 막다른 곳에 포위돼 있었다.

사울과 하이닉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받쳐주는 병사들의 차이.

자토스 무력 단체는 강자가 어떻게든 무리를 이끄는 반면

제국의 병력은 강인하고 제대로 훈련된 기사들이 많았다.

결국 사울이 검을 뽑아 들었다.


“저자와 검성의 후예는 죽이지 말고 생포해라. 3황자와 어떤 관계인지 알아봐야 하니까.”


“3황자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우리 말을 할 줄 아네?”


“공교롭게도.”


사울은 알고 있었다.

이렇게 억지로 대화를 끄는 건 시간을 끄는 일밖에 안 된다.


‘신이시여.’


이제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신밖에 없었다.


“근데 대부분 그러더라고. 서로 유착된 관계일수록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고.”


“없던 정보를 만들어 내는 건 제국의 특기지.”


“그거야 알 수 없는 일이지. 나는 고문 기술자가 아니라서.”


하이닉이 검을 뽑아 들었다.

더 얘기해 봐야 얻을 정보가 없다는 판단.


“쓸어버려라.”


제국의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자토스 병사들은 제국의 기사들 앞에 추풍낙엽이었다.

사울이 나섰다.

그는 필사적으로 제국의 기사들을 썰어버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몸에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토스 병사들은 제국의 기사들보다 약했다.

그런 그들을 지키기 위해선 자신이 무리해야 했고

무리하면 무리할수록 몸에 틈이 생겼다.

제국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하지만 사울은 소드 마스터라는 명성에 걸맞게 기사들을 썰어냈다.


결국 하이닉이 나섰다.

그는 지칠 대로 지친 사울을 거칠게 압박했다.

사울이 하이닉에게 막히자, 제국의 기사들도 다시금 힘을 발휘했다.


“크악!”


“아악!!!”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비명의 대부분은 자토스 병사였다.

하이닉은 무리하지 않았다.

사울은 지쳐있었고

지쳐있는 그를 상대로 검만 어느 정도 받아내며 시간을 끌면 자신의 승리.

시간은 제국의 편이었다.


“잡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자토스 병사들이 모두 진압됐다.

한 명만 빼고.


털썩.


마르코가 기사에게 진압당했고

기사는 그의 허리춤에 있는 아공간 주머니를 열었다.


쿵!!!


하이닉 앞에 얼음에 둘러싸인 비비안이 나타났다.


“신기하네. 아직도 이런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남아있나?”


“으아아아아!”


사울은 어떡해서든 비비안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퍽!!!!


“끄억....”


결국 하이닉의 발길질에 턱을 맞으며 쓰러졌다.


“흠....”


하이닉이 얼음 속 비비안을 살펴봤다.

그녀의 옷이 찢기긴 했지만, 맨눈으로 보기에 상처는 없었다.


“신기하네. 살아있긴 한 건가.”


그가 얼음을 톡톡 두드렸다.


‘하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이닉이 검을 치켜들었다.


팟!


그의 검신에서 우윳빛 오러가 일렁였다.

하이닉이 비비안의 육신을 반토막 내려 했다.

그 순간


“멈춰!!!!!!”


너무나 익숙한

그래서 짜증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이닉이 또다시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율리안이 서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저하! 도대체 왜.....”


“멈추시게.”


율리안과 함께 온 사내.

그는 스테판 피닉스였다.


“검도 내려놓고.”


“들었지? 빨리 검 내려! 빨리!!!”


“하....”


하이닉은 검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스테판 피닉스가 율리안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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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버려진 땅 (1) 24.08.24 12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3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3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4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5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1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9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20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7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7 0 12쪽
26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6 0 12쪽
25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6 0 12쪽
24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19 0 12쪽
23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8 0 12쪽
22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20 0 12쪽
21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8 0 12쪽
20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8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1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20 0 12쪽
» 습격 (4) 24.08.10 22 0 12쪽
16 낚시 (3) 24.08.09 21 0 12쪽
15 낚시 (2) 24.08.08 23 0 12쪽
14 낚시 (1) 24.08.07 25 0 12쪽
13 시작된 여행 (4) 24.08.06 26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7 0 13쪽
11 시작된 여행 (2) 24.08.04 27 0 12쪽
10 시작된 여행 (1) 24.08.04 36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5 1 13쪽
8 로레인 블라디미르 (4) 24.08.03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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