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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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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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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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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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으로 가는 길 (3)

DUMMY

황궁으로 가는 길은 여유로웠지만 계절은 우리의 여유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점점 바람이 매서워졌다. 낮에는 햇살이 퍽 따듯했지만, 밤의 찬바람은 우리를 오들오들 떨게 만들었다.


“율리도 우타 안을래? 따듯해.”


로레인에게 우타의 이름을 말해줬다.

로레인도 돌돌이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아니 나 원래 이름 있었다고.’


우타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볼까? 우타. 일로 올래?”


도리도리.


녀석은 예전처럼 으르렁거리진 않았지만

나한테 호의적이지 않은 건 여전했다.


“어머~ 이쁜 건 알아가지고~”


로레인은 그런 우타의 모습이 퍽 흡족하였는지 가슴팍 안으로 더 폭 안았다.


“우리 얼마나 남았어?”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짧기 때문이다. 퍽 시원한 바람이 쌀쌀해지고 단풍이 낙엽이 돼 갈수록 로레인은 노숙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지도를 펼쳐 우리 위치를 가늠했다. 자토스는 듀발론 제국을 중심으로 서쪽에 붙어있다.


“지금은 여기. 말로 빠르게 달리면 1주일 안에 솔로몬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잠깐. 지금 여기라고?”


“응. 옆에 뻗은 산맥으로 짐작해 보면 이쯤이 맞을 거야.”


“그렇단 말이지?”


로레인이 품에 안고 있던 우타를 내려놓았다.

우타는 다시 안아달라며 앞발을 들고 낑낑댔다,

하지만 로레인은 받아주지 않았다.

그녀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우타! 네가 할 일이 있다.”


“앙!”


“유황 냄새를 찾는 거야. 할 수 있지?”


녀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유황은 왜?”


“이 주변에 엄청난 유황온천이 있던 걸로 기억하거든.”


“먀!!!”


우타가 꼬리를 맹렬히 흔들었다.

그리고 땅에 코를 박고 유황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쟤가 늑대야. 개야.’


녀석은 필사적으로 유황온천을 찾았다.

그리고


“대단하다. 대단해.”


해가 지기 전, 온천을 찾아냈다.


“와~ 우타! 진짜 찾았네! 대단해! 최고!”


“앙!!!”


로레인이 우타를 들어 올려 연신 입맞춤했다.

난 처음 알았다.

여우의 얼굴도 저렇게 헤벌쭉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자! 그럼!”


온천을 본 순간, 로레인이 옷을 훌렁훌렁 벗기 시작했다.


“헥! 헥! 헥! 헥!”


우타가 침을 질질 흘렸다.


“우타도 같이할래?”


로레인이 속옷의 단추를 풀며 말했다.


“앙!!!”


그 어느 때보다 힘찬 대답.


“같이 가자.”


로레인이 탕 안으로 발끝을 집어넣었다.


“아~ 좋다~”


우타가 홀린 듯 로레인이 몸을 담근 탕 안으로 걸어갔다.


덥석.


“넌 나랑 간다.”


“으르르르르르! 으르르르르!!!!!”


녀석이 그 어느 때보다 사납게 으르렁댔다.


“로레인한테 네 원래 모습 보여줄까? 그때도 과연 네가 로레인 품에 안길 수 있을까?”


“낑.”


녀석은 ‘정말 거지 같지만 꾹 참아볼게요.’라는 표정으로 나와 함께 탕에 들어갔다.


***


타닥. 타닥.


장작 타오르는 소리.


고롱고롱. 고롱고롱.


그리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로레인과 우타.

나는 타오르는 불빛을 보며 그날의 일을 복기했다.


사울 듀크란 그리고 하얀 검 하이닉.


소드 마스터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존재다.

녀석과 대적할 만한 되살아난 시체를 소환할 순 있지만 그만큼 주력 소모가 엄청났다.


“주력도 모아야 하는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였다.

마법사와 기사는 체내에 마나를 저장한다.

하지만 네크로맨서가 저장할 수 있는 주력은 정해져 있다.

영혼을 연소시키는 만큼 그 대가도 큰 것.


[그럼, 룬디는 이 랜턴에 영혼을 저장하는 거야?]


[그런 샘이지.]


[그럼 흡수한 영혼은?]


[불에 타 사라져. 그리고 주력만 남는 거지.]


[헤엑!]


네크로맨서가 배척받은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글라디스 대륙엔 태양교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

그리고 그 태양교는 죽은 후 영혼이 태양신에 안긴다 믿는다.

영혼은 승천해 윤회를 거쳐 다시 환생하는데 네크로맨서가 이를 막으니 좋아할 리가.


[그렇구나.]


나탸사의 말이 없어졌다.

어느 정도 각오했다.

모든 이들이 그랬다.


나는 편견이 없다.

너도 보듬어줄 수 있다.

이런 오만함을 가지고 접근한 뒤

편견으로 실망하고 돌아서는 게 다반사.

이제 곧 나타샤도 내 곁을 떠나가거라 여겼다.

하지만


[룬디아! 그럼 약속해!]


나타샤는 그러지 않았다.


[영혼을 흡수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나쁜 놈들의 영혼만 흡수하기로.]


[나쁜 녀석들을 판단하는 기준은?]


[너 애야? 그런 건 딱 봐도 알 수 있잖아.]


피식.


생각해 보면 참 멍청했다.

나는 아직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었으니까.


[할 수 있지?]


쉬운 일이었다.

태양이 지면 어둠이 오듯

세상에 악인은 넘쳤으니까.


번뜩.


자고 있던 로레인이 눈을 번쩍 떴다.

그녀와 내가 눈을 빠르게 교환했다.

우타의 귀도 쫑긋했다.


“율리.”


“알고 있어.”


바스락, 바스락.


누군가 우릴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이보시오.”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사냥꾼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혹시 이 근방에서 금빛털을 가진 여우를 못 봤소?”


로레인이 우타를 품속에 더욱 꼭 안았다.


“못 봤는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럽니까?”


“아. 그 녀석이 드루이드거든.”


“드루이드라.”


“마냥 찾게 되면 알려주슈. 내 거하게 한턱 내리다.”


“단지 알려줬을 뿐인데 술을 산다고요?”


“드루이드의 피가 여기에 좋아.”


사냥꾼이 자신의 낭심을 가리켰다.


“요즘은 씨가 말라서 찾기 어려웠는데 얼마 전에 발견했거든. 피는 귀족에 팔고 가죽도 귀족에 팔고. 귀한 놈이야. 존재 자체가 황금 고블린이라고.”


100년 전만 해도 그저 종족이 달랐기 때문에 배척했다.

하지만 그 사이, 드루이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있었다.


“알겠습니다. 보게 되면 알려드리죠.”


“네. 좋은 밤 보내슈.”


사냥꾼들이 우릴 지나치려다 걸음을 멈췄다.


“근데···.”


녀석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꺼냈다.


“숨기려면 제대로 숨겨야지. 돈 냄새가 풀풀 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


녀석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캬아아아악!”


우타가 품에서 뛰쳐나와 사냥꾼의 얼굴을 할퀴었다.


“아악! 이 개새끼가!!!”


녀석은 나와의 약속을 지켜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우타가 로레인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사냥꾼을 보며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어머! 용감해라.”


로레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를 바라봤다.


‘보고 배워!’라는 눈빛.


‘왜 이래? 누나.’


소드 마스터와도 비등하게 싸운 그녀다.

근데 여기서 연약한 척이라니.


“형님. 근데 이년 얼굴 보니까 장난 아닌데요?”


“그러네. 반반하네.”


“예쁘다. 아름답다. 대륙 최고의 미모다. 천상계의 미모다. 이런 좋은 말들 놔두고 천박하게 그게 뭐니. 아 사람이 천박해서 그런가?”


“갖고 놀다 대장한테 드리죠.”


“그러게. 노예로 팔기엔 너무 아까운 미모야.”


“너희 노예장사도 하니?”


로레인이 소름 끼친 벌레를 봤다는 표정을 지었다.


“힘든 세상이잖아. 벌어먹으려면 열심히 해야지.”


나는 우타를 바라봤다.

녀석의 눈이 데굴데굴 굴렀다.

그건 잔머리를 굴리거나 비겁한 행동을 하기 위한 눈이 아니었다.

상대는 넷.

우리는 셋.

녀석은 그 와중에 가장 약한 녀석을 찾고 있었다.


“우타. 나설 필요 없으니까 가만히 있어.”


“?”


“하. 새끼 여자 앞이라고 가오는.”


“형님 저 녀석도 잡아가죠. 귀부인들이 좋아할 거 같은데?”


“잘생겼네. 짜증 나게. 얘들아. 상품 손상되지 않게 신경 써라.”


“예!!!”


이제는 사냥꾼에서 나쁜 놈으로 변한 녀석들이 달려들었다.

나는 로레인을 바라봤다.


‘네가 할래? 내가 할까?’


로레인이 우타를 안았다.


“율리. 나 너무 무서워.”


“하.....”


결국 검을 뽑고 나섰다.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했다.

이런 놈들을 상대로 시간 끌 필요도 없었다.


휙. 핏. 휙. 핏. 휙. 핏. 휙. 서걱.


베고 찌르고

베고 찌르고

베고 찌르고

베고 자르고


녀석들을 제압하는 건 단 네 수면 됐다.


“자기 너무 멋져~!”


로레인이 내 품에 안겼다.


“......”


우타는 멍한 표정으로 녀석들의 시체를 바라봤다.


“우타.”


“!...?”


“우리 할 말 있지?”


***


우타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인간 모습도 귀엽네!”


로레인이 우타를 폭 안았다.


“누나.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인간 말 알아듣는 동물은 드루이드뿐이야.”


그녀 또한 나와 같은 특수부대였으니 드루이드에 대해 잘 알 수밖에.


“죄송해요.”


우타가 우리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시작되는 자초지종.


“녀석들한테 쫓기고 있었어요.”


우타는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녀석들을 잠시 따돌렸을 때 로레인의 콧노래가 들렸고 이 작은 아이는 살기 위해 그 노래를 이정표 삼아 달리고 또 달렸다고 했다.


“그저 누군가가 날 지켜주길 바랬어요. 그거뿐이었어요.”


우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작은 아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행동이 비겁하다 여겨져 죄책감이 든 걸까?

자신이 너무 약해 분한 감정이 차오른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에 이 눈물은 우타를 성장시킬 거다.


“그럼 내가 예뻐서 다가온 거 아니었어?”


“아니요. 누나는 진짜 예뻐요.”


우는 와중에도 우타는 솔직했다.


“예쁜 것도 예쁜 거지만 누나한테서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어요. 누나라면 절 지켜줄거라 생각했거든요.”


우타의 말을 듣고 보니 로레인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던 건 욕심도 욕심이지만 생존 본능도 한몫했던 거 같다.


“놈들이 왔을 때 지켜줄거라 믿었어요. 실제로 그랬고요.”


“그래서. 이제 떠나려고?”


우타는 내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원래 계획은 녀석들을 처리하고 떠나려 했겠지.


“저 형, 누나 따라가면 안 돼요?”


“왜?”


“드루이드, 네크로맨서, 벰파이어잖아요.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우타를 지그시 바라봤다.

녀석의 영혼은 고요했다.

그의 진심.


“어떡할 거야?”


로레인이 날 보며 물었다.

사실 이건 나에게 물어볼 일이 아니었다.


“우타.”


“응!”


“잘 따라올 수 있겠어?”


녀석의 입술이 지이잉 흔들리는 게 보였다.


“응!!!!”


우타가 처음으로 내 품에 안겼다.

로레인이 말한 대로였다.

따듯했다.

이 작은 아이의 체온이 따듯해서 그런 것일까?

내가 네크로맨서인 걸 알면서도 다가왔기에 그런 것일까?


“정식으로 다시 소개해야지. 내 이름은 율리안 듀발론. 듀발론 제국의 3황자야.”


“에?!?!?!!?!?!?!?!?!?!?!?!?!?!?!!?”


우타의 입이 쩍 벌어졌다.

생각해 보니 로레인이 나를 율리라 불러서 그냥 이름이 율리인지 안 모양.


“그리고 여기 예쁜 누나는···.”


“로레인 블라디미르야. 예쁜 누!나!야. 알겠지?”


“응! 누나.”


“아이고 착하네.”


로레인이 우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커흠.”


우타가 목을 가다듬었다.

녀석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


“내 이름은 우타 로코코! 먼 훗날 드루이드 로드가 될 남자야!”


“오~”


짝짝짝짝짝.


나와 로레인은 우타를 환영해 줬다.

그리고 이 아이의 원대한 꿈을 응원해 줬다.


“형. 이제 우리 어디로 가?”


“우리는 황궁으로 가고 있던 길이야.”


“황궁?”


녀석이 몹시 긴장했다.

당연하다.

자토스도 자토스지만 내가 알던 제국도 드루이드, 네크로맨서는 배척하는 나라였으니까.


“그래서 물어본 거야. 잘 따라올 수 있는지.”


“나 사나이 우타! 한번 정했으면 번복은 없다!”


“좋아. 마음에 들어.”


“가요! 황궁으로!”


“아니.”


내가 놈들의 시체를 바라봤다.


“우리는 나쁜 놈들 혼내주러 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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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버려진 땅 (2) 24.08.25 12 0 12쪽
36 버려진 땅 (1) 24.08.24 12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3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3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4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5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1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9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20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7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7 0 12쪽
26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6 0 12쪽
25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6 0 12쪽
24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19 0 12쪽
23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8 0 12쪽
22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20 0 12쪽
21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8 0 12쪽
»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9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1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20 0 12쪽
17 습격 (4) 24.08.10 22 0 12쪽
16 낚시 (3) 24.08.09 22 0 12쪽
15 낚시 (2) 24.08.08 23 0 12쪽
14 낚시 (1) 24.08.07 25 0 12쪽
13 시작된 여행 (4) 24.08.06 26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7 0 13쪽
11 시작된 여행 (2) 24.08.04 27 0 12쪽
10 시작된 여행 (1) 24.08.04 36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5 1 13쪽
8 로레인 블라디미르 (4) 24.08.03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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