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9:00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928
추천수 :
22
글자수 :
364,706

작성
24.08.12 19:00
조회
18
추천
0
글자
12쪽

황궁으로 가는 길 (4)

DUMMY

네크로맨서사이에 격언처럼 내려오는 말이 있다.


삼류 네크로맨서는 시체를 움직이고

이류 네크로맨서는 시체를 살리고

일류 네크로맨서는 생명을 창조한다.


나는 어디냐고?

당연히 일류다.


“우와~ 율리. 진짜 대단하다.”


내 앞에 시체로 변했던 녀석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

이름은 모른다.

그저 1호부터 4호라 명명할 뿐.


“근데 얘들로 어떡하려고?”


“나는 보신, 우타는 복수.”


“그럼 나는?”


“만족.”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동시에 흘러내리는 한 줄기 머리카락.


“가보면 알아. 대신 연기 잘해야 해!”


“그럼! 연기하면 로레인 몰라?”


모르겠다.


***


1호부터 4호가 속한 산적단의 이름은 아파르 산적단.

단원 수만 50을 넘기는 꽤 규모 있는 산적단이었다.

산에 위치한 넓은 공터.

산적단이 부리는 노예들은 쉴 새 없이 나무를 벴고

산적들은 약탈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방탕하게 놀았다.


“어 왔어? 파드! 그 좋은 건 뭐야?”


1호의 이름은 파드였다.

그리고 지금 1호는 로레인을 어깨에 짊어진 상태.


“내 거니까 건들지 마.”


파드가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천막에 들어갔다.


“저 새끼 왜 저래?”


“얼마 만에 보는 재민데 네가 앞길 막았잖아.”


“근데 저거 아파르님이 알면 위험할 거 같은데?”


“얼굴 봤어?”


모닥불을 쬐고 있던 산적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면 목숨 걸 만 하지.”


“그렇긴 해.”


우타와 율리안은 조금 떨어진 곳에 몸을 은신하고 있었다.


“무사히 잘 들어갔대요.”


우타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시간은 빠르게 찾아왔다.

사방엔 들짐승들이 널려있었고

들징슴들은 모두 우타의 친구였다.


“좋아. 그럼 다음 단계로.”


산적단 사이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파드가 엘프를 납치했다.’


산적들은 기본적으로 숨어 산다.

그만큼 욕정을 풀 곳이 없었다.

겨우겨우 납치한 여자도 아파르에게 상납하는 게 대부분.

그때 로레인 같은 아름다운 엘프를 봤으니, 욕정이 폭발할 수밖에.


“꺅~ 이러지 마. 세. 요. 무서~워요. 꺄아악~ 살려주세요!”


로레인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율리안이 들었으면 ‘너 뭐하냐?’라고 했을 정도의 처참한 연기 수준이었지만 이미 로레인에게 눈이 먼 산적들에겐 그 어색함마저 매력으로 다가왔다.


“파드가 저러는 거 맞냐?”


“그러니까! 아파르님이 계신대! 이건 선 넘었지.”


“이러면 체계가 무너지지.”


“파드! 씨발롬! 존나 부럽다!!”


파드의 천막으로 산적들이 몰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율리안과 우타는 로레인의 신호를 기다렸다.

이때 천막 밖으로 들쥐가 나와 제자리에서 3바퀴를 돌았다.


“오케이~”


율리안이 1호를 조작했다.

어두운 밤.

촛불을 통해 보이는 그림자.

파드가 윗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찌익.


옷 찢는 소리.


“.......”


술 마시고 놀던 공터에 순식간에 적막이 찾아왔다.

누군가는 마른침을 삼켰고

누군가는 차마 못 보겠다고 떠났으며

누군가는 부럽다고 욕을 날리고 있었다.

이때 2호가 나섰다.


“얘들아. 이게 맞냐?”


“.........”


“네 말대로 이대로라면 체계가 무너지는 거야. 18 그냥 보고만 있을 거야?”


“그럼 어떡하라고?”


“뭘 어떡해. 절차대로 해야지.”


“절차? 그래. 그게 맞지.”


절차를 들먹이는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천막 중에서도 가장 우뚝 솟고 거대한 천막.

그곳으로 녀석이 달렸다.

녀석은 3호였다.


“대장!!!”


“누가 내 허락도 없이 천막을 열라 그랬지?”


족히 4명은 누울 수 있는 거대한 침대.

양쪽에는 여자 2명을 낀 채

아파르 산적단의 대장 아파르가 누워있었다.


“그만큼 급한 일이니까요.”


아파르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족히 190이 넘는 거인.

그의 얼굴은 실로 험악하게 생겼다.

거기에 왼쪽 입부터 귀 끝까지 난 자상의 흉터가 그를 더욱 무서워 보이게 만들었다.

그가 녹슨 망치를 들고 3호 앞으로 왔다.


“급한지 안 급한지는 내가 판단한다.”


“파드가 엘프를 데려왔습니다.”


“호오~ 그래서 지금 파드는 어딨지?”


아파르는 벌서부터 구미가 당기는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다음 이어지는 말에 표정이 구겨졌다.


“엘프를 데리고 자기 천막으로 들어갔습니다.”


아파르는 들고 있던 망치를 내려놓지 않았다.


“안내해라.”


“네.”


3호가 천막을 나서려 할 때


“아. 그전에”


아파르가 그를 불러세웠다.


“네.”


“한 번만 더 내 천막을 허락 없이 열면 그때 이 망치에 깨지는 건 파드가 아니라 네 머리가 될 거다.”


“예이~”


아파르는 귀를 의심했다.


‘예이?’


자신은 이 산적단의 두목이다.

근데 이 미친놈이 ‘예이~’라니.


빠각!


아파르가 3호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대로 즉사하는 3호.

아파르는 3호의 시체를 보며 평소와는 다른 이질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질감도 잠시,

그가 허리를 당당하게 펴고 천막을 나섰다.

이곳은 산적단의 거처.

자신은 이곳의 왕이었다.

왕이 자기 집에서 허리 굽히고 살 일이 뭐가 있는가?


“아파르님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산적들이 양옆으로 도열했다.


“미쳤구나.”


도화지가 된 천막에는

촛불에 비친 두 남녀가 서로 몸을 포개고 있었다.


촤악!


아파르가 천막을 열어젖혔다.

저항하는 로레인과

겁탈하려는 파드.

아파르가 로레인을 바라봤다.


“헙!”


절로 삼켜지는 숨.

로레인 자체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겁탈당하기 전 격렬하게 저항하는 모습.

살짝살짝 비추는 속살.

그 속살이 아파르를 미치게 만들었다.


빠각!!!


아파르의 망치가 단숨에 1호의 머리를 깨부쉈다.

그것은 경고였다.

여기 들어오는 모든 물건은 내 것이다.

내 허락 없이 자신의 물건을 건드리는 자는 모두 대가리가 박살 나게 될 것이다.


“내 천막으로 옮겨라.”


“싫어요!”


그때 숨죽이고 있던 4호가 소리쳤다.


“뭐?”


아파르는 머리가 아팠다.

오늘따라 녀석들은 단체로 미친 느낌이었다.


“우리도 못한지 꽤 됐습니다! 오죽하면 파드가 그랬겠습니까!”


아파르가 망치를 든 채 4호 앞에 섰다.


“다시 한번 말해봐.”


“우리가 당신을 이렇게 따르는데 당신도 우리한테 대우해 줘야죠. 안 그래요? 맨날 허드렛일만 시키고. 단물은 자기만 쪽쪽 빨아 먹고.”


율리안이 일류 네크로맨서인 이유.

그것은 시체의 인격을 새로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는 시체에서 단 하나의 감정만 배제한 채 그들을 살렸다.


‘공포’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으니 4호는 그간 아파르에 대해 쌓였던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모두가 4호를 미친놈 보듯 바라봤다.

하지만 말리진 않았다.

그야 4호의 의견은 자신들의 생각이기도 했으니까.


“징징대지 말고 원하는 걸 말해라.”


“대장이 소유하고 있는 여자들! 같이 공유 좀 합시다! 우리도 명색이 단원인데 너무 노예 취급하는 거 아닙니까?”


몇몇 산적들이 소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터벅. 터벅. 터벅.


아파르가 4호 앞에 섰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의 최후를.

아파르가 망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려쳤을 때


깡!!!


두개골이 박살 나는 소리 대신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


그의 망치를 막아선 건 2호였다.


“뭐만 하면 죽이려 그래. 이 망나니 새끼야. 얘가 틀린 말한 것도 아니고.”


“네놈들이 미쳐 날뛰는구나.”


“미칠 때도 됐지 이 새끼야. 여자 분냄새는 자기만 맡고. 우리는 동물 똥냄새 맡으면서 바닥을 구는데. 안 미치고 배겨?!”


2호가 온 힘을 다해 아파르의 망치를 밀어냈고

아파르는 예상치 못한 2호의 힘에 뒤로 밀려났다.


“너희도 언제까지 참고만 있을래?”


평소라면 씨알도 안 먹힐 말.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로레인을 눈앞에서 뺏긴 상황.

자신의 수하를 미련 없이 죽여버리는 아파르.

그런 아파르를 상대로 힘에서 밀리지 않는 2호.

이 모든 상황이 겹치자, 그들의 마음에

증오라는 불빛이 거세게 타올랐다.


“그래. 씨발. 솔직히 저 새끼가 해준 게 뭐 있어? 음식도 우리가 바쳐. 여자도 우리가 받쳐. 드루이드 잡아 팔아도 돈은 저 새끼 혼자 먹어. 얘 말이 맞아! 우리가 단원이야? 노예지.”


“맞지. 단원이었으면 이렇게 미련 없이 죽이지 않았겠지.”


“우포도 안 돌아왔어. 보나 마나 죽였겠지.”


불길은 더더욱 거세졌다.

아파르는 당황했다.

하지만


쾅!!


그가 옆에 있던 천막을 단숨에 박살 내며 공포로 그들을 진압하려 했다.


“한 번만 더 떠들면 너희도 이렇게 만들어주마.”


“내가 어떻게 만든 집인데 그걸 부숴. 이 개놈아!!!”


율리안과 우타는, 이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공포라는 주춧돌로 세운 위엄이니 흔들릴 수밖에.”


[아! 아쉽다! 룬디아! 이럴 땐 팝콘이 있어야 되는데.]


[팝콘?]


[있어. 싸움 구경할 때 먹으면 맛있는 거.]


율리안은 생전 보지도 먹어보지도 못한 팝콘이 먹고 싶어졌다.


“우리가 선봉에 선다! 죽여!”


2호와 4호가 선봉장이 되었다.

이보다 더 강한 선동이 어디 있겠는가?

아파르와 산적단이 뒤엉켰다.

그야말로 난장판.

아파르는 넘어진 와중에도 망치로 산적들의 대가리를 깼고

산적들은 그의 단단한 몸에 녹슨 날붙이를 쑤셔 박았다.


‘뭐지 이 사람?’


우타가 율리안을 바라봤다.

이 모든 게 다 율리안의 설계였다.


“봐봐. 내 말대로 될걸?”


작전을 실행하기 전 율리안은 자신에 차 말했다.

그렇게 산적단이 뒤엉켜 싸우는 사이

로레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유유히 걸어 나왔다.


“내 말이 맞지? 만족.”


로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실제로 만족하고 있었다.

이게 율리안이 짜둔 판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남자들.

여자로서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해가 안 돼. 저 사람은 대장이잖아? 근데 왜 갑자기 그렇게 된 거야?”


“갑자기 그렇게 된 게 아니야.”


“에?”


율리안은 우타가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했다.


“어느 조직이든 상사한테 불만 없는 조직은 없다. 게다가 먹을 거, 자는 거, 하는 거. 이런 거랑 관련된 일이면 더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고. 나는 그냥 불만을 폭발할 수 있게 만들었을 뿐이야.”


우타는 여전히 율리안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대단하다.’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도 그는 싸움을 이기고 있었다.

율리안 일행은 싸움이 끝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

확실히 아파르는 산적단의 수장이었다.

그는 몰려드는 수하들을 상대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머리를 깨부쉈다.


그의 망치 아래 시체로 변한 동료가 벌써 20명.

이쯤 되자 나머지 단원들도 망설이게 됐다.


“왜? 안 들어올 건가?”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아파르는 흡사 귀신과 같았다.

지금 이 순간, 단원들에게 아파르는 재앙이자 악몽이었다.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죄해라. 그럼 용서할 테니.”


이때 선두에서 비틀대던 산적 하나가 그의 앞에 다가갔다.


털썩.


그가 쓰러지듯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아파르가 산적들을 바라봤다.

산적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 순간


펑!!!!


가장 먼저 무릎 꿇고 있던 산적의 시체가 터졌다.

그와 동시에


푹! 푹! 푹!


놈의 몸에서 튄 뼈 파편이 아파르의 몸에 박혔다.


“끄르르르르르르.”


아파르가 피를 머금으며 전사했다.

산적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의아해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때


“궁금해하지 마라.”


저 멀리서 율리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율리안이 우타와 로레인을 대동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는 알 필요도 없으니까.”


그게 시작이었다.

사방에서 시체들이 폭발했다.

우타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렇게 무섭고 두려웠던 산적들이었는데

율리안의 앞에서는 인간 앞 파리처럼 무기력하게 목숨을 잃고 있었다.


“.......”


50명이 넘는 아파르 산적단이 순식간에 전멸했다.

우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우타가 율리안을 바라봤다.


“이게 네크로맨서가 싸우는 방법인가요?”


“아니. 조금 달라.”


“네크로맨서가 싸우는 방법 중 하나지.”


율리안의 주위로 죽은 이들의 영혼이 모여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 버려진 땅 (2) 24.08.25 12 0 12쪽
36 버려진 땅 (1) 24.08.24 12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3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3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4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5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1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9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20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7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7 0 12쪽
26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7 0 12쪽
25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6 0 12쪽
24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19 0 12쪽
23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8 0 12쪽
22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20 0 12쪽
»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9 0 12쪽
20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9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1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20 0 12쪽
17 습격 (4) 24.08.10 22 0 12쪽
16 낚시 (3) 24.08.09 22 0 12쪽
15 낚시 (2) 24.08.08 23 0 12쪽
14 낚시 (1) 24.08.07 25 0 12쪽
13 시작된 여행 (4) 24.08.06 26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7 0 13쪽
11 시작된 여행 (2) 24.08.04 27 0 12쪽
10 시작된 여행 (1) 24.08.04 36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5 1 13쪽
8 로레인 블라디미르 (4) 24.08.03 38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